정수기 설치 후 3년 정도 사용하면 정수기가 개인 것이 된다고 합니다.
요즘엔 정수기에 고여있던 물을 먹는 것이 아니라 직수를 사용하는 정수기가 좋다고 해서
계약 기간이 끝난 정수기를 신형으로 교체했습니다.
정수기를 다는 것뿐 아니라 대부분 집안일에 나는 관여하지 않는데 한이 엄마가 정수기 설치를 하러 오는 날 일이 있어서 출타하고 내가 설치기사를 맞아야 했습니다, 기사가 앞에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우리 집에는 약속 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습니다.
새 정수기를 가지고 온 설치기사는 나에게 기존에 사용하던 정수기를 버릴 거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계약 기간이 끝났냐고 물었습니다. 3년 넘게 사용해서 몇 달 전에 계약이 끝난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습니다. 기사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할머니가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우리 고객님께 전화해 확인하겠다”라고 하면서 외출 중인 한이 엄마와 통화를 하더군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르라고 하고 나는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설치가 끝났다며 보라고 합니다. 신형이라 크기도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작고 예쁘게 생겼더군요. 작동법을 알려 주면서 말투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개인마다 언어 습관이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눈금 하나에 물이 200CC 정도 나온다고 하고 고여있던 물이 아니라 수도관에 있는 물이 즉석에서 걸러 나오기 때문에 물 받을 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많은 생수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물었더니 기사분은 필요 없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듯 “여러 번 누르면 되지요.”라며 핀잔주듯이 말을 했습니다. “모든 설명은 우리 고객님께 전화로 했다.”라며 마지 못 해 나에게는 건성으로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고객님께 설명했다니? 할머니는 우리 고객 아닌가? 왜 편을 나누지?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류를 꺼내놓고 나에게 사인을 하라고 해서 이름 란에 내 이름을 쓰고 다시 내 이름으로 사인을 했습니다. 기사는 나에게 “이름을 쓰지 말고 사인을 하세요.”그러는군요.
이름이 내 사인인데요? 했더니 이름이 무슨 사인이냐며 이름은 누구라도 쓸 수 있으니까 영어로 하든지 한문으로 사인을 하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자신의 풀네임을 사인으로 쓴 지가 오래되어 한글로 이름을 썼는데 그건 사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할머니 싸인 몰라요?”라며 목소리가 커집니다. 속으로는 할 말이 있었지만 알았다고 하고 영어로 choi라고 비스듬히 썼더니 됐다고 합니다.
더운 날이라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있으니 아마 일하러 온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계약자인 눈앞에 없는 고객에게는 “우리 고객님”이라고 깍듯하게 호칭하면서 나에겐 꼭 할머니 할머니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는 손자가 네 명이라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에 아무 불만이 없지만, 고객과 차별을 위한 할머니 호칭은 거슬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청소를 하러 온 가사도우미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응대를 하는 것은 좋은 직업인의 자세는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라고 해서 대놓고 무시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할머니는 무시할 대상인가요?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살면 좋겠어요.
데레사
2018-08-29 at 00:14
나는 수도 없이 당해 봐서…
그래서 이제는 내가 선수를 쳐요.
할머니도 머리 짜내면 얼마든지 그들을 골탕
먹일수 있거든요. ㅎㅎ
늙은게 되라고 치부 하기에는 너무 속상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