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자라는 아이들

까꿍이가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앞니가 조금 부서졌습니다. 진료를 위해 어린이 치과 예약을 하고 며칠 기다렸다 가게 되었습니다. 젖니라 빠지면 새로 나긴 하지만 앞니가 깨지니 미관상 그냥 둘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어려서 소아과도 무서워서 가기 싫어하는데 치과 진료대에 눕히고 치료받을 일이 아득했습니다. 예약 날짜를 앞두고는 계속 까꿍이에게 치과 진료 과정을 설명하고 뽀로로 친구가 치과 가는 만화도 보여주면서 치과에 대해 두려움을 없애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아기라 치과에 가는 당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늘 치과 가는 날이지요? 이를 딱 붙이기만 하면 되지요?”라며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습니다.
7살 한이는 아랫니가 흔들리고는 있는데 젖니가 미쳐 빠지지 않고 뒤에서 영구치가 올라오고 있어서 함께 진료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아이 둘에 엄마만 가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나도 예약시간에 맞춰 치과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린이 치과라 진료대에 누우면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 만화영화가 나오는 등 아이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했지만,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까꿍이가 울기부터 합니다. 겨우 안아서 눕혔더니 치과 선생님은 빠른 속도록 아이의 앞니를 수선 (!) 했습니다. 떨어진 부분을 갈아내고 하얀색으로 이어 붙이고 나니 감쪽 같았습니다. 말귀가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라 아프든 안 아프든 일단 두려움 때문에 울고, 협조가 안 되는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무척 고생스러워 보였고 대단히 존경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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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는 아이들이 언제 울었냐는 듯 각자 우산 하나씩 들고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치과 치료를 잘 끝냈다는 홀가분함이 더해서 아이들은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보다 더 아기 때는 유모차에 태우든가 안든가 해야 하는데 각자도생을 하는 아이들이 귀엽고 아이 엄마는 극한의 육아에서는 조금 벗어나 보여 흐뭇했습니다.
소설가 이순원 선생님 가훈이 내 팔 내 흔들고, 네 팔 네 흔들고 가 가훈이라고 농담처럼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자녀 일에 참견하는 일 없이 각자 자기 팔 자기가 흔들며 살아간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세 모자를 보면서 그 말이 생각나 혼자 웃었습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우산을 하나씩 들고 앞장서 갑니다.
걷다가 꽃이 보이면 할머니 이건 무슨 꽃이에요?”하고 묻는데 꽃 이름을 외우지 못하는 나는 매번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스캔을 해서 네이버에 물어봅니다. 한련화라고 나오기에 알려주었습니다. 기억이 되지 않는 할머니와 달리 아이들은 가르쳐주고 나서 다음에 물어보면 기억을 잘 하더라고요. 네이버 선생님이 없었으면 무식한 할머니가 될 뻔했는데 덕택에 무식은 면하고 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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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라도 나가려면 까꿍이는 배에 붙이고 한이는 유모차에 태워 밀면서 다녔는데 이제는 엄마와  뚝 떨어져 가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모릅니다.
나는 근무 때문에 다시 병원으로 들어오면서 낳아 놓으면 금방 자란다.”라고 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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