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이별

몇년 전 친구가 남편의 고향으로 귀향했습니다. 귀향지는 나에겐 너무 생소한 팔금도라는 섬입니다. 전남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머나먼 길이라 친구가 귀향을 준비할 때부터 찾아가겠다고 벼르기만 하다가 며칠 전에야 다녀왔습니다.

용산역에서 자정 무렵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새벽에 목포에 도착하여 북향에서 배를 탔습니다. 중간에 배가 어느 섬에 잠깐 들렸을 때 친구가 안갯속에서 나타나 배에 올랐습니다. 우리는 차례로 배 위에서 포옹하며 반가워했습니다.

친구는 관장님(도서관 관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단정하고 도회적인 여인인데 섬에 들어가 사는 게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남편의 고향이라 큰 불편 없이 적응해 사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이웃의 지나친 관심은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도시의 도서관 관장님처럼 보여서 이웃의 질투 아닌 질투의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이웃 어떤 할머니는 “깨깟이 따가서 선반 위에 올려놓고 보면 딱 좋겠다.”(잘 닦아서 선반에 올려놓고 보기만 하면 좋겠다)라고 하더랍니다.

비금도는 오래전부터 염전으로 유명한 곳이고 소금값이 엄청 비쌀 땐 돈이 날아다닌다고 해서 비금도(飛禽島)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중국산 값싼 소금이 수입되어 비금도엔 염전이 많이 줄었지만 비금도에서 생산하는 자연산 소금은 귀한 선물로도 환영받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친구는 우리를 위해 소금을 준비해 두었다가 선물로 주어서 받아왔습니다. 해풍이 불어오는 비옥한 농토가 넓고 자연경관도 수려하고 염전도 있고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 해산물이 풍부해서 복받은 동네였습니다. 섬사람들이 다들 알부자라고 친구가 여러 번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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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도에는 하누넘 해변이 있는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커다란 하트 모양의 해변이 보입니다. 오랜 세월 암반이 부서져 모래가 되는 침식작용으로 자연스럽게 지형이 하트를 이룬 곳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아늑한 지형으로 아름다운 장소였습니다. 비금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베트남 하롱베이보다 훨씬 풍경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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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잔잔해서 끝없이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지더군요.

명사십리가 우리나라에 여러 곳이 있는데 비금도에 있는 명사십리가 그중 아름답다고 합니다. 긴 백사장은 고운 모래가 어찌나 단단한지 잘 포장된 고속도로 같았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을 차로 달려보는 경험도 해 봤습니다. 모래에 차 바퀴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곳은 헬리콥터가 뜨고 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모래 위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물빛이 살짝 드리워 그림자가 거울처럼 보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보니 모래 위에 그림자까지 선명하게 찍혀서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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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실패한 점핑샷 ^^

비금도 구경을 마치고 친구가 목포까지 따라 나와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일박을 했습니다. 앞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동네 입구에는 교회가 서있는 아름다운 동네였는데 어느 소설 속에 등장하던 곳이라 우리는 문학기행을 온 것이라고, 명작의 고향을 찾아서 왔노라며 멋진 장소를 산책했습니다. 동네 이름도 “복길리”입니다. 대추나무엔 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대추가 잔뜩 달려 있어도 아무도 따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풋대추 좋아하는 내가 축을 내고 왔습니다.

꼭 MT 온 대학생들처럼 시니어들이 둘러앉아 노래도 하고 글공부 이야기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잠 많은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흥이 다 풀리지 않은 친구들은 해변에 나가, 지는 달(?)을 보며 더 놀았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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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별이 다 애달프긴 하지만 항구의 이별만 한 절절한 이별이 있을까요? 차로 떠나가면 몇 발자국 따라가 보기라도 하겠지만 부두를 떠난 배는 붙잡을 수도 없더군요. 떠나가는 배에서 친구는 팔이 떨어져라 손을 크게 흔들고 육지에 남겨진 친구들은 배가 멀어져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1 Comment

  1. 윤정연

    2018-09-23 at 11:42

    참 아름다운 글입니다~~**
    수니님은 축복받은 사람이라 친구들도 참 좋고 멋있군요…
    항상 건강해서 이런글도 자주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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