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동 나그네

우리에겐 서편제로 익숙한 이청준 작가의 “선학동 나그네” 가 쓰인 장흥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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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의 생가는 군에서 관리를 하고 있어서 깨끗하게 보존 관리되어 작가의 숨결을 찾아오는 문학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툇마루에 방명록이 있기에 누가 다녀갔을까 뒤적거려 봤습니다.
“눈길 따라서 왔다 갑니다.” 이런 글귀가 특히 많이 보였습니다.
이청준 작가의 글 중에서도 눈길은 우리의 정서를 깊이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 작품의 무대가 된 곳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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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동에는 이청준 작가의 문학 지도를 설치해 놓은 작은 언덕이 있었습니다. 지금쯤 가면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것 같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메밀꽃이 피기 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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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로 들녘의 논과 밭 그리고 멀리 호수 같은 바다가 깊이 들어와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산책 후에 시원한 농막에 앉아 선학동 나그네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이 나는 모양이라던가 산그늘이 바다로 내려가는 모습 등은 볼 수 없었지만 어렴풋이 그 느낌이 오는 듯했습니다.
어머니가 이청준 작가의 태를 묻었던 곳,
어린 이청준이 종일 땡볕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밭일하던 어머니의 소리를 듣던 곳
그가 어머니를 묻은 곳
그가 묻힌 곳에서!
우리는 그 자리에 앉아 작가가 그토록 들으려 했던 삶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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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여자가 소리를 하던 주막도 찾아 들어가 봤습니다. 서편제를 촬영할 때 세트장으로 쓰였던 주막은 길가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퇴락한 모습으로 있었습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조그만 주막의 부엌에도 들어가 보고 방문을 열어보면서 여인의 한 맺힌 소리의 느낌을 들어보려 했습니다.

여러 곳을 떠돌다 보성 어디쯤에서 죽은 아버지의 시신을 선학동에 묻어 주기 위해 찾아든 나이 든 여자는 주막에 자리를 잡고 날마다 밀물 때를 잡아서 소리를 했습니다. 도도한 목청은 차츰 선학동 사람들을 주막까지 건너오게 하였고, 그 소리는 날이 갈수록 듣는 사람의 애간장을 들끓어 오르게 만들곤 했습니다. 여자의 소리가 계속되자, 선학동 사람들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선학동 사람들 중에 여자의 아버지가 묻힐 땅을 내주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여자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녀의 아버지가 언젠가는 선학동에 땅을 얻어 묻히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게 누구네 산이 될지도 몰랐고, 어떤 식으로 그렇게 일이 되어 갈지도 몰랐지만, 어쨌거나 사람들은 여자의 소리를 듣고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자는 유난히 힘을 들여 소리를 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간신히 소리를 그쳤고, 선학동 사람들도 들판을 건너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잠자리를 찾아 들판을 건너간 다음 여자는 초로의 남자에게 아비의 유골을 지워 주막을 나섭니다. 오빠였던 나그네는 눈먼 여동생을 찾아다니다 선학동에서 주막 주인 남자로부터 동생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오빠라는 것을 밝히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의 풍경도 머릿속에 그려봤습니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고향에 내려간 작가는 심정이 퍽 복잡합니다. 작가인 아들의 도착으로 장례절차가 시작되는데 상가에 가족과 친척 이웃들이 하나 둘 찾아 와서는 각자의 관계와 사연 따라 말과 행동이 각자 다릅니다. 노모의 죽음 앞에서 갈등은 오래전 집의 돈을 훔쳐 가출한 준섭의 이복 조카 용순의 등장으로 그 골이 깊어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경전 노름판 갖가지 해프닝으로 소란스러운 상가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문상객들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인물 개개인의 기억을 헤집어 냅니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노모의 생애가 회고되며 그동안의 갈등과 설움이 폭발하고 전개되고 또 치유의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장례가 아닌 축제가 되는 그런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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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에 있는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인 해산토굴과 이청준 작가의 생가를 들러보고 오니 작가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생깁니다.
더하여 나도 글을 좀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그게 잘 안되는 군요.

1 Comment

  1. 데레사

    2018-10-01 at 08:18

    좋은곳 다녀 오셨네요.
    나도 작가들을 기념하는 곳을 찾을때는
    제법 근사한 꿈도 꿔보곤 합니다만…

    늘 열심히 사시는 순이님.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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