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험난한 도로의 대표 격이었던 “대관령 아흔아홉 고개”라는 말이 강릉 고속도로가 생기고부터는 잊혔습니다. 어릴 때는 돌멩이가 튀어 오르고 덜컹거리는 대관령을 시외버스를 타고 다닌 적도 있습니다. 꼭대기쯤엔 검문소가 있어서 무장군인이 버스에 올라와 신분증을 검사하고야 통과하던 길입니다. 남자들은 거의 검문 대상이 되었던 시대입니다.

그 길이 강릉을 넘나드는 유일한 길이어서 대관령 꼭대기에서 강릉을 내려다보면 아득했습니다. 아스팔트로 도로포장은 되었지만, 대관령 고갯길은 여전히 험난했습니다. 그러다 강릉 고속도로가 대관령 터널을 뚫어 동서로 이어지자 서너 시간 만에 강릉에 갈 수 있었습니다.

겨울 올림픽을 하기 위해 KTX가 생기고부터는 강릉이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최근엔 4인 표를 단체로 한꺼번에 사서 오만 원이 들었다고 합니다. 개인 당 이만 오천 원이면 왕복을 할 수 있어서 시간이나 비용이 엄청 절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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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트센터는 지난번 북쪽 현송월 씨가 와서 공연한 곳으로 시설이 최신으로 무척 잘 되어 있다고 합니다. 강릉 아트센터에서 좋은 공연이 자주 열리게 되어 강릉에 사는 친구가 서울까지 공연을 보러 오는 일이 많이 줄었다고 하는군요. 요즘에는 서울에 사는 클래식 마니아분들이 KTX를 타고 아침 일찍 강릉에 와서 놀다가 공연을 보고 저녁에 돌아간다고 하는군요. 얼마 전에 정경화 씨와 조성진 씨가 한 공연에는 서울에서 온 분들이 그렇게 많더랍니다. 강릉에 사는 친구는 KTX와 아트센터가 올림픽 유산으로 남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면 두 시간 만에 강릉역에 도착하는데 강릉역사도 초현대식으로 멋지게 단장되어 있었습니다. 오래전 강릉역이 머릿속에 있어서 다른 나라에 도착한 것처럼 신기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친구들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었습니다. 가을이라 농사지은 밤 대추 고구마 등을 친구가 준비해 왔습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무엇보다 입이 가장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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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릉에서의 모임은 올해 칠순이 되신 선배님들의 합동 축하연이었습니다. 여학교 졸업 후에 50년을 이어온 우정과 후배들을 사랑하는 선배님의 마음과 동문이라는 것이 어울려진 축하 모임입니다. 선배 언니의 합동 축하연에 참석한 동문 들은 62세에서 72세의 할머니들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고 시절에 본 그 모습들이 다 남아있고 같은 교정에서 공부했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애틋하고 다정했습니다.

어떤 선배님은 15명 정도의 동기분들이 꾸준히 만나고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하고 있어서 빠지지 말고 이번 모임에 참석하자고 서로 격려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다섯 명이 못 왔는데 불참 이유는 이렇답니다.

한 분은 중풍에 걸린 남편을 집에서 오래 간호하다 본인 허리가 망가져서 더 이상 꼼짝을 못 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했고, 한 분은 하필이면 모임 전날 발목을 삐끗해서 걷지를 못하고, 한 분은 연세 높은 시어머니가 오늘 낼 해서 집을 비울 수 없고, 어떤 분은 시동생 장례식이 바로 모임 날이라는군요. 어떤 이유이든 다 칠순 모임보다 중해서 못 와도 서운할 거리가 되지 못하는 피치 못 할 사정이었습니다.

후배 한 분은 이런 말도 하더군요. 어릴 때는 부모님이 구멍가게 하는 친구가 가장 부러웠답니다. 과자를 실컷 먹을 것 같아서요. 10대에는 공부 잘하는 친구가 부러웠고 20대에는 예뻐서 남자친구에게 인기가 많은 사람이 부러웠고 30대에는 돈 많은 사람이 부러웠다고, 50대가 되었을 때 중병이 걸려 생사를 넘나들다 보니 건강한 사람이 젤 부럽더라고, 이제 60대에는 매사에 감사하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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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도 가을이고 우리의 삶에도 가을이 되었는데, 7순을 맞은 선배들의 칠순 잔치의 테마는 “가을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기수에선 나와서 춤도 추어서 재롱을 선사했고 시를 읊고 노래를 하고 오 솔레미오를 멋지게 부른 독일인도 있었습니다.

우리 선배님과 결혼한 분인데 동문 모임이 있다고 하면 스위스에 살고 있는데도 열심히 참석해서 청일점으로 호사(?)를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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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 기수는 따로 모여 놀았습니다. 아침은 강릉에 사는 친구가 여러 가지를 챙겨와서 맛있게 먹었고, 점심은 소금강 가는 길에 있는 송천식당에서 푸짐한 한식 밥상을 받았습니다.

밥이 나오기 전에 친구들은 커다란 방에서 여고 시절을 회상하며 춤을 추었습니다. 다이아몬드 스텝도 밟아 보고 일명 개다리춤이라는 것을 추기도 했습니다. 춤맵시가 좋은 친구의 춤솜씨는 여고생 때 나 똑같았습니다. 그 시절 부르던 노래 중에 찻집의 고독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휴대폰에서 불러내어 불러보기도 했습니다. ” ~ 그 다방에 들어섰을 때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이런 노래입니다.

el conder pasa (철새는 날아가고), 고엽(autumn leaves), 킵 언 러닝 ( keep on running) 친구들과 오랜만에 불러 봤습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8-10-13 at 22:26

    나도 어제 강릉 다녀왔습니다.
    강릉농협 주관의 도,농 협동행사로요.
    농협에서 김치담그기 체험하고 강릉전통시장 들렸다가
    커피거리… 그리고 돌아왔지요.

    순이님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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