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할머니의 가을
우리 손자들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구별할 땐 나를 일산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손자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일산에 살았으니 손자들에게 일산 할머니로 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일산은 태어난 강원도 다음으로 고향이 되어 일산 할머니로 불리는 것이 좋습니다. 살아갈수록 일산은 정이 들고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단풍으로 물든 요즘은 도시 전체가 축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만나는 거리도 아름답고 호수공원, 중산공원 산책길도 좋고, 잘 가꾸어지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에서 나는 나무 향기와 낙엽 냄새도 좋습니다.  단풍이 거리를 더욱 환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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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은 자연환경도 좋지만 고급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내가 가장 애용하는 곳은 아람누리 음악당과 아람누리 도서관입니다.
지난 목요일엔”첼리스트 송영훈의 러브레터 “라는 패키지 프로그램 중 올해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하이든홀에 갔었습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2018 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입니다. 오전 시간이고 공사에서 보조를 받아 하는 음악회라 티켓이 저렴하고 패키지로 사면 할인되어 더욱 쌉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이 저렴하진 않습니다. 음악회가 오전이다 보니 여자들이 90% 이상이고 저마다 성장을 하고 친구들과 음악회에 오는 여인들도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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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의를 듣거나 음악회를 갈 때 꼭 앞자리를 선호합니다.  가까이 있는 악기의 소리를 두드러지게 듣게 되는 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회 때는 좋지 않은데도 그럽니다. 로맨틱 프렌치라는 타이틀로 “목신에의 전주곡”, “세헤라자데”,  “볼레로”, “파리의 아메리카인” 을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었는데 조금 뒤쪽에 앉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볼레로가 아주 작은 음에서 시작하여 크레센토로 감정을 고조시켜나가는데 뒷부분에 앉은 연주자를 볼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내 눈높이와 무대가 수평으로 있어서 연주자들이 신은 반짝이는 에나멜 구두에 반사되는 빛이 자꾸 눈에 들어왔습니다. 퍼스트 바이올린 주자의 굽 높은 구두의 밑창에 붙인 빨간색에 눈이 가기도 했습니다  무대 가까이서 보면 음악보다 연주자가 더 눈에 들어오는 폐단도 있습니다. 무대 우측에 나란히 앉은 첼로 연주자 중 한 분은 첼로에 몸을 기대어 피곤한 듯 연주를 하고 한 분은 유난히 긴 목을 흔들어가며 머리카락이 나부낄 정도로 열심히 연주를 해서 비교가 되었고, 비올라 주자 한 분은 가르마 탄 머리에 실핀을 하나 질끈 꼽고 무광택 검정 단화에 몸매에 신경 쓰지 않은 50대 초반의 여인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강 걸쳐 입은듯한 검정 옷에 무감동한 연주자의 표정이 음악도 대강 연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내년 프로그램이 나오면 독주나 합주 정도는 앞자리를 선택하고 오케스트라 연주는 중간에서 더 뒤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람누리 도서관은 무료 강좌가 많아서 다음 주에도 2건의 들을만한 강좌가 있습니다.
광장, 화두, 회색인 등을 쓰신 최인훈 선생님이 지난 7월에 돌아가셨는데 선생님의 아드님인 최윤구 음악 칼럼니스트가 오셔서 특별강연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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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을 살펴볼 수 있는 강의도 있습니다.
내가 20대 때 명동과 종로에서 만났던 음악에서부터 광화문 신촌 대학로에서 유행했던 대중가요까지 정리해서 들려준다니 이런 강의는 열심을 다해 들으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손자랑 놀아야지요. 음악회 가야지요. 강의 들어야지요. 짬짬이 근무해야지요.^^
이러느라 일산 할머니는 바쁘게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ㅎ

1 Comment

  1. 데레사

    2018-10-29 at 08:12

    바쁜게 좋아요.일산 할머니!

    우리 동네도 단풍이 고운데 어느새 떨어집니다.
    가을은 짧아요. 나이드니 세월은 스타카토로 탁탁 튀고
    모든게 아쉽게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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