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마마마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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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화에는 단축번호가 설정되어 있는데 1번은 큰아들 2번은 큰딸 …. 이런 순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거의 먼저 하지 어머니가 전화를 잘 하지는 않습니다. 옛날에는 전화 요금이 무서워서 전화도 선뜻하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전화를 드리면 “전화 요금 많이 나가는데 뭣하러 자주 전화하냐?” 이러시는 분인데
그런 어머니께서 얼마 전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반가워서 “어머니!” 하고 불렀더니 어머니는 거두절미하고
“너는 왜 요새 전화도 안 하냐? 바쁘냐?”라고 합니다.
“아닌데요! 엄마~ 엊그제도 통화했잖아요?” 했더니
“그랬나? ㅎㅎㅎ ” 웃으십니다.
그러시고도 한 마디 더하시는데
“자주 오지는 못해도 전화라도 자주 해야지!” 억지소리를 합니다.
“겨울인데 입고 나갈 옷이 마땅치 않다.” 이런 말씀도 합니다.
어머니 옷은 내가 잘 사드리는 편이라 옷을 사다 드리면
“있는 옷도 다 못 떨군다. 자꾸 사다 무지면 그 옷을 다 어쩌누?”라며 싫어했는데
어머니께서 옷이 없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난생처음으로 딸에게 옷 타령을 하시는데 가까우면 모시고 나가 당장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거리 관계상 사서 부쳐야 하는데, 시간 날 때 시장에 가서 사서 보내고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인터넷을 뒤졌더니 쿠팡에서 할머니 옷을 파는 게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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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노인들 옷 패턴이 똑같아요. 새로 산 옷이나 기존에 어머니에게 있는 옷이나 같은 스타일이라 혼자 웃었습니다. 90 노인 옷은 품이 넉넉해야 하고 바지는 짧아야 하고 옷 색깔은 핑크나 빨강 등 밝은 색이어야 합니다.
어른들 옷은 시장을 가서 사는 것이 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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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옷을 골라 드리면 예쁘고 세련된 듯해도 편하게 맞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옷밖에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노인들 옷이 너무 똑같습니다. 앞으로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지는데 노인 체형에 맞게 좀 더 편하고 예쁜 옷을 연구해서 만드는 곳이 있으면 대박이 날 것 같습니다. 옷 만드는 분들이 젊은 사람들 옷에만 치중하지 말고 노인 옷 쪽으로 방향을 돌려보면 사업성이 많을 듯합니다.
어머니는 평소 성품이 강직해서 경우 없는 말씀은 안 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지나칠 정도로 독립적인 분입니다. 대구로 가신 후 어머니를 뵈러 가면 “차비 없애고 뭐 하려고 자주 오냐? 그냥 잘 있으면 됐지.” 이러는 분인데 전화 자주 안 한다고 뭐라 하고,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전화를 하시니 평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수요일 전화를 받자마자 주문한 옷이 금요일인 오늘 도착이 된다고 하니 주일에 입고 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지저하가 오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을 가장 신뢰한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도 며느리가 어딜 가면 불안해하실 정도로 며느리를 좋아하시는군요.
억지 말씀이 늘었고 요구 사항이 많아졌지만 그러는 어머니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8-11-09 at 17:42

    나는 왜 눈물이 날까요?
    그냥 가슴이 싸해져 옵니다.
    순이님같은 딸을 두셔서 행복한 어머님
    입니다.
    고마워요. 짜증없이 받아주시고 고미워하는
    순이님!
    어머님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시길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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