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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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규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제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나오는 대상 수상작입니다.

나의 독서력이 점점 떨어져서인지 두 번을 읽었는데도 뭔지 모를 안갯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고 이 작품이 왜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맥락을 알 수 없고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청년은 누구인지 왜 등장을 했는지 알아보려고 천천히 세 번째 읽기 시작을 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소설을 엮어간 것을 겨우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느끼고 알지만, 말로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남성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아내는 참고 견디며 가슴속에 분노를 쌓아갑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폭행하고 딸은 가출했고 아내는 더 이상 남편에게 음식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한 가정의 붕괴를 통해 폭력의 발생을 탐색하고 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대화의 단절과 폭력은 술집의 불한당과 모친상을 당한 청년에게도 일어나고 병원의 조리 업체와 노조에서도 일어나고 남편의 일터에서도 일어납니다. 음식을 잘 만들던 아내에 대한 추억은 아련하고 여전히 서로를 원하고 있음에도 말하지 못합니다.

맨 처음 도입되는 청년에 관한 서술은 후에 남편의 입장에서 본 폭력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복을 입은 청년이 등장하는 술집에는 불한당들이 시간을 죽이고 있었는데 그들은 청년을 보면서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젊은 시절의 자기 이미지와 자기들이 상실한 것을 봅니다. 불한당들은 젊었을 때 몸에 새긴 용의 문신을 지우려고 하지만 잘 지워지지 않고 지금도 피부에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어두운 과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개인의 삶을 끝까지 지배합니다. 아내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허상을 보며 말하는 것을 오히려 부러워합니다. 노인은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기에 어떤 말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소통의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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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해지기에 독서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는 조혜원 선생의 책이 생각났습니다. 이분은 열정을 가지고 부지런히 읽고 쓰더니 지난 8월에 책 한 권을 냈습니다. 특이하게도 책의 추천사를 작가의 남편이 썼는데 그 글이 감동적입니다.

42년 전 만난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도 문학에 열정을 갖고 있는지는 10여 년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조혜원 님은 원래 전공 분야가 음악이라 이다지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동안 행복감을 느끼며 문학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본인의 경험에 입각한 사실을 근거로 진솔하게 우러나오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고 세련된 문장력으로 표현한 글들은 같은 경험을 한 나에게 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평생 세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시부모와 친정 부모에게 헌신적 효도를 하느라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지낸 아내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평소 간직하고 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책 발간이라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발휘한 아내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토록 평범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를 아름답게 써 내려간 아내의 글이 따뜻한 마음을 지닌 많은 분들에게 영양소가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켜 긍정적인 정신적 자극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2018년 8월 추천인 남편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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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뒷면에 있는 작가의 남편 추천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아내가 회갑을 맞아 책을 내고 그 추천사를 남편이 쓰고 미국에 사는 자녀들과 배우자 손자 손녀가 모여 출간기념 파티를 하는 모습에서는 소통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아내가 하는 일에 협조를 아끼지 않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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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양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자서전 교실에서 연결된 디어 라이프 아카데미의 책 만들기 과정에 참석하면서 만들었습니다. 디어 라이프 아카데미의 모토가 행복한 엄마 행복한 여자라고 합니다. 조혜원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삶을 기록한 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즐거워했습니다. 최근엔 미국 따님 집에 가셨는데 손자 손녀들이 아직 어리지만 할머니 책이 나온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는군요. 아내로 엄마로 자식으로 살아가기에도 벅찬 삶이었지만 이제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추스르는 시간을 갖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행복은 가족 간에 소통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를 읽는 동안 우울했던 마음을 조혜원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회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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