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두대가 나란히

유치원 버스를 태워주러 손자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분홍색 앞치마를 입은 예쁘장한 40대 여인이 우리가 내린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노인주간보호 센터의 요양보호사인 것을 앞치마에 적힌 글귀로 알 수 있습니다.

마주치면 대화는 하지 않았지만 목례 정도를 하곤 했습니다.

현관 앞에는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는데 노인주간보호센터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 뒤에는 우리 손자가 타고 갈 노란 스쿨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노인이 타고 갈 노인주간보호센터 차와 어린이 스쿨버스가

나란히 서서 타고 갈 사람을 기다립니다.

노인은 회색 승합차를 타고 주간보호센타를 가고,

아이는 노란 승합차를 타고 유치원으로 갑니다.

아이를 차에 태워주고 돌아서는데 분홍 앞치마를 입은 예쁜 아주머니가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현관 밖으로 나옵니다.

요양보호사는 할아버지 집에까지 올라가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나오는 길입니다.

같은 라인에 사는 할아버지는 80대 중반쯤 되셨는데 우리 아이들이 인사를 하면

아유 예쁘구나라 시며 반가워하시고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모습입니다.

허리가 꼿꼿하고 약간 마른 체형의 노인은 다리에 힘이 없어서

젊은 여인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자 할아버지는 부축받은 상태에서도

한 손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교수님이셨다고 하는데 나이 들어 기력이 떨어지고 인지저하가 오니

낮에는 주간보호 센터에 가서 놀다가(!) 와야 합니다.

집안에 치매 어르신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비상상태에 있어야 하고

언제 어떻게 돌발사태가 일어날지 몰라 힘듭니다.

요양원 등에 모시기 전, 낮 동안만이라도 주간보호 센터에서 어르신을 보호해 드리면

가족들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고 간병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주간보호 센터가 관심 없는 자녀나 친척들보다 낫습니다.

노인부양 부담을 국가에서 나눈다는 건 가족에게는 큰 도움입니다.

어르신 주간보호 센터를 통해 나들이도 하고 수시로 건강도 체크 받고 인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집에 혼자 계시는 것보다 비슷한 분들이 모여 놀이도 하고 어울리다 보면 무료하지도 않고

식사도 잘 챙겨드리고 안전하고, 여러모로 좋은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주간보호 센터 차와 노란 스쿨버스가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니까

노인이 되면 생활패턴이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 같아 슬퍼졌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성인용 기저귀 생산량이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이에 따른 쓰레기 문제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처럼 요양보호사 손을 잡고 주간보호 센터를 가는 것은 그나마 나은데

기저귀를 하는 신생아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노년이 참 비참해지는데

남에게 짐이 안 되는 노년이 되도록 애쓰지만 그게 맘대로 안되는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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