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노인병원에는 마(魔)의 시간이 있는데 식사시간 전후가 그렇습니다. 어른들이 식사시간에 질식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연세 드신 노인들께서 “밥이 잘 안 넘어간다.” 이런 말씀 하시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노화가 오면 gag reflex <구역 반사(嘔逆反射)>가 약해져서 오는 일입니다.  밥 먹다 사레도 잘 걸리고 예기치 않은 기침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저부터도 노화의 증후로 그런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음악회 참석 도중에 기침이 나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느라고 음악에 집중하지 못하는 때도 있고, 컨디션이 나쁠 때나 긴장하거나 피곤하면 목이 잠기고 기침이 납니다.

어제도 근무 중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식사 직후에 앉은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습니다. 간병인이 비상벨을 눌러 CPR 방송을 했습니다. CPR 방송이란 병원 내에서 발생한 1급 응급상황입니다. CPR 방송이 나오면 이동이 가능한 모든 직원이 현장으로 달려가 응급체계에 맞게 자신이 맡은 일을 신속하게 시행합니다. CPR 이란 심폐소생술을 말합니다.

신생아나 미숙아만큼이나 생명력이 미약한 노인들이 주 환자인 요양병원에선 심정지보다 이상호흡 상태에서 발견되는 예가 더 많습니다, 일단은 suction(흡입)을 해서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를 공급합니다.

1 ~2분 상관으로 환자의 생명이 오고 가는 긴박한 순간에 가운 주머니 속에 든 휴대폰에서 벨 소리가 납니다. 환자를 중심으로 많은 의료진이 긴장하고 있는 순간에 전화벨 소리는 참 민망합니다. 재빨리 꺼내 소리를 껐더니 상대방이 다시 전화를 겁니다. 그 순간에도 전화 건 분의 이름을 보자 “이분이 신춘문예에 당선됐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환자가 어느 정도 의식이 돌아오고 안정되자 짬이 나기에 전화를 걸어서 “근무 중인데 응급환자가 있어서 그런데 내가 시간이 날 때 전화를 드리겠다.”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전화 건 사람의 이름을 보니 나에게 왜 전화를 했는지 짐작이 가더라고요. 이순원 선생님 소설반에서 함께 공부한 문우입니다. 집에 와서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까는 미안했다고, 전화에 선생님 이름이 떠서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더라고 했더니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랐다며, 즐거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독서 모임을 하고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분들과 교류를 하다 보니 주변에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 분이 많습니다. 나도 새해가 되면 응모를 하지 않아도 신춘문예 당선작을 가장 먼저 찾아봅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겠다는 의도라기 보다 글 쓰는 일에 마음을 두고 사니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고 습관입니다. 전화를 한 분은 이순원 선생님 소설 교실에서 글공부를 함께 한 문우인데 최종심까지 올랐다니 내가 최종심에 오른 것만큼이나 기뻤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최종심에서 낙선한 그분의 심정이 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메이저 신문이 아닌 곳에 투고했더라면 당선되지 않았을까? 그런 유의…….

최종심에서 낙선된 것은 희망이자 고문입니다.  문학도 중독이라 그렇잖아도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인데 당선의 희망에 한 걸음이 모자라고 보니 더 열심히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개인이 책을 출간하기도 쉽고 블로그를 통해 내가 쓴 글을 남에게 보이고 살지만 문우들의 최종 목표는 신춘문예입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을 중요시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필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고 문단에선 그래야 정상적이고 공인된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신춘문예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미국에 사시는 블로거 한 분도 올해 작품을 투고했는데 결과가 없어서 무척 아쉬운 마음입니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그래도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가로서 공인받으려는 노력입니다.

그래도 목매달고 사는 문학이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희망 고문을 받고 삽니다. 올해는 나도 직접 희망 고문을 받아 볼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2 Comments

  1. 김 수남

    2019-01-04 at 06:56

    네,언니!언니는 이미 작가십니다.신춘문예 꼭 도전해 보셔요.응원합니다.새해의 소망들이 아름답게 이뤄지시길 기도합니다.

  2. 데레사

    2019-01-04 at 07:06

    국문학과를 다녔던 내게는 누구보다 그런
    기억이 많습니다. 그때는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지 추천의 두가지 등단 길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네요.

    순이님도 내년에는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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