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와 맥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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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비행기 일등석 탑승기로 유명했던 배상준 선생님이 있습니다.
일산병원 외과의사인데 일상의 이야기들을 특유의 재미나는 문체로 풀어냅니다. 이분의 글은 코믹하고 쉽게 읽혀서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깊은 사유와 감동이 있습니다. 진료실 이야기부터 우리나라 이조시대 역사와 술과 음식까지 다양한 주제로 직접 도표까지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몇 년 전에는 꼬박 모아놓은 마일리지를 한방에 털어 비행기 일등석에 탑승했던 이야기를 올려 수백만의 조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일산병원을 검색하면 “낭만 닥터 SJ”라는 글이 검색어로 뜰 정도였습니다.
블로그에는 외과 수술, 외과 상식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가 잘 아는 맥주와 여행을 추가했고 그의 삶과 철학이 녹아든 글을 썼습니다. 맥주 이야기를 많이 쓰더니 최근엔 대한민국 주류 대상 심사위원을 하고 일본 독일 등지로 맥주의 고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배상준 교수 블로그를 한 번 방문에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설명이 긴지 이해하실 겁니다.

낭만닥터 http://bestsurgeon.kr/

어떤 사건으로 인해 외과의사가 수술이 없는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결국엔 일산병원에서 잘렸습니다. (밀가루 회사 사모님이 조카를 어떻게 해서 구속되자 칭병하고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가짜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를 구해내기 위한 동문들의 집단 탄원서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개인으로서는 아주 억울한 일인데 그런 건 쓰지 않고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 후 소송에 이겨 다시 일산병원으로 복직했습니다. 블로그에 개인의 원한을 풀어놓지 않았고 병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주력을 했음에도 그런 일을 당하더군요.
요즘엔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고 강연도 많이 하는데 외과의사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맥주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자신의 일과(외과의사) 상관이 없는 취미가 다른 재미를 낳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을 봅니다. 요즘엔 하늘에 있는 별자리 이야기를 쓰는데 재미있습니다.

소설 공부반 이순원 선생님께서 몇 년을 아무 발전도 없이 꾸준히 출석을 하는 나에게 하루는 “순이 씨는 성실함이 소설을 쓰는데 방해가 됩니다.“ 그러시더군요. 같은 강릉 사람이라 선생님은 사석에서는 농담으로 고향 누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시는데 나에 대한 평가이셨습니다. 소설은 성실함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무언가 특이한 경험을 하면 “이건 소설감이야.”이렇게 말하는데 만날 변화 없이 조용하고 꾸준한 것만으로는 소설을 쓸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쇼크를 크게 받았습니다.
모임에 가면 술 한 잔 안 마시고 구석에 없는 듯이 앉아있고 남들 노래하면 노래 한 자락 성큼 부르지 못해 분위기를 깨게 되어 빙초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 그 말씀을 듣고 난 후에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자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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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눈의 고장답게 눈에 보이는 곳은 다 눈 천지인데도 북해도 눈이 전에만은 못하다고 하는군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눈이 많이 오지 않고 날씨도 따뜻했습니다. 북해도에 아사히맥주 공장이 있더군요. 그 공장이 투어 코스에 있어서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갔습니다. 전에 같으면 맥주 공장 견학도 안 가겠지만 갔다고 해도 맥주는 마시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술도 마셔야겠다고 결심을(!) 했기 때문에 시음할 수 있는 맥주를 거절할 이유가 없더군요. 이것도 일탈이고 재미인데요. 아사히 맥주 공장에서 주는 생맥주가 얼마나 맛있는지 술맛을 모르는 나도 정말 부드럽고 맛있더군요. 이 맛에 맥주를 마시는구나 해서 세잔까지 마실 수 있었는데 저는 두 잔까지 마셔봤습니다.

북해도 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눈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맥주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건 맥주 이야기를 너무도 재미있게 쓰는 배상준 선생의 블로그를 탐독한(?) 결과 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블로그 글을 읽는 것으로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제 블로그를 오는 분들께도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하는데 앞으로는 조금씩 일탈로 들어서는 할머니 글을 읽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1 Comment

  1. 윤정연

    2019-03-09 at 17:35

    생각 잘하셨습니다…너무 범생이(?) 페턴에서 벗어나셔서 약간 유머어도 있고 실수도 있는 그런분이 되셔서 더재미있는, 또 주위에서도 볼수있는 글을 쓰시면 더욱 좋겠습니다…나도 맥주정도는 마시는데,이상하게 좀슬픈일이 있을때 마시면 더욱슬퍼지고,즐거울때 마시면 또 더 즐거운마음이 되더군요…순이님이 생맥주 두잔 마셔다니…축하해야될 일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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