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오늘 오후 항암치료 위해 병원에 입원해요. 기도해주세요.”
막내 남동생이 형제들이 보는 카톡에 기도 요청을 합니다.
“그래 기도할게. 너무 염려하지 마, 요즘엔 약이 좋으니까. 치료가 잘 될 거야. 아내를 격려하고 옆에서 간호를 잘 해 줘. 힘내!”
너무도 뻔하고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보내고 가슴이 후루룩 무너져 내립니다.
남동생의 아내, 나의 막내 올케가 48살 밖에 안 되었는데 난소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지난달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상처가 낫기를 기다려 이제 내일부터 항암주사를 시작하는데 6차에 걸쳐서 항암을 해야 한답니다. 주치의께서 첫 번째 주사 후부터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했답니다. 그까짓 머리카락이야 다시 나면 되지 말해 놓고도 탈모 소리는 나의 가라앉은 상처를 헤집어 놓습니다. 나를 비롯해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는데 환자 본인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뭐라고 달래볼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막내 올케는 난소에 물혹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자들에게 흔한 질병이고 폐경기가 지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주치의 소견이었답니다.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오다가 부정 출혈 때문에 병원에 갔더니 “그러면 수술을 하자.”라고 의사선생님이 권하셔서 가벼운(!) 마음으로 수술을 했나 봅니다.
그러나 개복해 보니 암은 이미 사방으로 퍼져있어서 너른 범위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말 얼떨결에 큰 수술을 받게 되어 당사자 내외와 온 가족이 다 충격이었습니다.
암과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착하고 마음이 여린 막내 올케가 그 과정을 어찌 견딜까? 체력은 항암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 세 명의 자녀들은 아직 어머니 손길이 필요한데 병상에 누워 아이들을 바라보기 얼마나 안타까울까? 몸과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다스릴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집안에 환자가 발생하여 앓을 때는 환자 혼자만이 앓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앓게 됩니다. 환자의 남편, 자녀, 시숙, 시누이, 형님, 조카, 친정식구 등등 가까운 농도만큼 각자 고통의 늪에 빠집니다. 큰 질병은 블랙홀처럼 환자 가족과 주변 식구들의 모든 즐거움과 삶의 활력을 빨아들여 갑니다.
나는 오래전에 정말 멋진 남동생을 사고로 먼저 보냈고, 만 6년 전에 여동생을 급성 백혈병으로 잃었습니다. 남동생의 기억은 많이 히 미 해졌지만 여동생은 아직도 떠나보내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눈물이 나는데 올해 들어 그런대로 조금 견딜만해지자 막내 올케의 소식은 또다시 무릎이 푹 꺾일 정도로 충격이 됩니다. 뜻밖의 사고나 질병은 순탄한 삶을 방해하고 태산처럼 막아섭니다.
기도해 주세요!
이 말이 절박하게 들리고, 정말 기도 밖에 할 수 없는 순간에 오는 절망은 마음을 몹시 슬프게 합니다. 여동생이 아플 때 나는 이미 딸 둘을 결혼시켰고 무언가 인생에 커다란 짐을 벗은 듯하여 대학생 자녀를 둔 여동생 대신 내가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도 올케 대신 내가 아프면 좋겠다는 마음이 됩니다. 나는 이미 65세라 지금 가도 큰 아쉬움이 없는데 올케는 겨우 48살! 건강하게 살아야 할 나이인데…….
삶에서 생로병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늙기도 전에 병이 먼저 드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막내 올케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기도 이야기를 하자니 우리 큰딸이 들려준 얘기가 생각납니다. 큰 손자가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기독교 계통의 학교입니다. 건이가 이제 2학년이 되어서 학부모 모임에 건이 엄마가 참석했는데 일본인 엄마도 있었나 봅니다. 일본인 엄마는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서 봉은사에 가서 열심히 기도했다고 한다는군요. 일본인들은 워낙 많은 신을 섬기는 나라라서 그런지 신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은가 봅니다. 기독교 계통의 학교에 아이가 입학할 수 있도록 절에 가서 기도한 엄마가 너무 귀엽다고 말을 전하는 딸과 웃었는데, 일본인 엄마는 ‘신들은 모두 가깝고 친하다.’라고 생각한다는군요.
기도하시다가 이 글이 생각 나시면 48살 젊은 엄마의 난소암 치료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자의 신께 기도해 주세요.
데레사
2019-03-25 at 07:17
요즘은 약도 좋고 의료기술도 좋아서 치료가
잘 되리라 샘각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얼마나 두럽고 힘들지 안타깝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저도 기도 하겠습니다.
윤정연
2019-03-25 at 13:11
수니님…얼마나 걱정이 많으세요? 의술이 좋아졌다해도 가족이 그런 병에걸리니 원망스럽겠지요
니이많은 환자도 곁에서 보자니 힘이드는데…그리 젊은 올케가 난소암이라니…동생을 보내고 좀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데…
그래도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와
의술의 기적도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