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짜리 우리 한이는 대문니 두 개가 간당 간당한데도 뺄 생각을 안 하고 그 이가 다칠까 봐 조심한다는 얘기를 지난번에 했습니다.
잇몸이 간지러워서 그러는지, 본인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가 오므리고 입술을 실룩거리거나 코를 찡그리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흔들리는 이를 보호하려고만 애를 썼습니다. ‘어금니 아끼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한이는 유치를 그렇게 아끼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나 실낱같이 붙어 있던 이가 어제 겨우 빠졌습니다.
왼쪽 대문니가 더 흔들거렸는데 오른쪽 대문니가 붙어있다 못해 슬그머니 먼저 떨어지고 왼쪽은 간당간당하기에 할머니가 손으로 톡 건드렸더니 빠졌습니다. 대문니 두 개가 빠지고 난 얼굴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한이는 이 빠진 곳이 허전한지 혀로 밀어보기도 하는데 그 또한 정말 귀엽습니다.
한이는 빠진 젖니를 휴지에 소중히 싸서 저녁내 들고 다니면서 투스 페어리를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빨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투스 페어리가 코인이랑 바꿔간다고 하면서요.
우리가 어릴 때는 유치가 빠지면 그걸 지붕 위로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이런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투스 페어리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습니다.
투스 페어리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봤고 한이가 어떤 경로로 투스 페어리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그런 사소한 것이 많이 궁금한 사람이라
‘이빨요정이 빠진 이를 가져가고 코인을 준다’는 얘기는 누가 했냐고 한이에게 물어봤더니
건성으로 ‘몰라요.’라고 말하고는 그만입니다.
이빨요정 이야기를 한이에게 엄마가 해 주었냐고 물었더니 딸도 잘 생각이 안 난답니다.
영어 동화책 이야기를 밤마다 읽어주는데 언제 읽어주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한이가 이빨 요정이라고 말하지 않고 투스 페어리라고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 영어로 이야기해 준 것은 틀림없습니다.
작년에 다니던 유치원이나 아님 올해 입학한 학교 아니면 한이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 동화책에 있었나 본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습니다.
출처가 아니라 어디서 들었는지를
내가 이빨요정에 대해 궁금해하자 한이 엄마가 설명을 해 주는군요.
미국에서 이빨 요정(Tooth fairy)은 빠진 이빨을 선물로 교환해주는 요정이랍니다.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놓고 자면 투스 페어리가 와서 돈을 주고 이를 사 간다고 믿는데요.
이빨요정의 왕관이 이빨로 만들어져 있답니다.
그래서 아이들 빠진 이빨을 사다가 자기 왕관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이가 빠진 이빨을 소중하게 조그만 비닐봉지에 넣어서 베개 밑이 아니라 머리맡에 두고 잤는데
오늘 아침 500원짜리 동전 두 개가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고 한이가 들고 나와서 자랑자랑합니다.
한이 아빠가 이빨요정으로 변신하여 동전 500원짜리 두 개를 머리맡에 놓아주고 빠진 이빨과 교환해 두었나 봅니다.
투스 페어리가 코인을 두고 간다고 믿는 것 같아서 500원짜리 동전을 두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뺀 이빨을 던질 지붕이 없으니 어찌할까 했는데
투스 페어리가 가져갔다고 믿는 한이 덕택에 잘 해결되었습니다.
동전과 바꾼 대문니는 할머니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습니다.
한이가 자라서 동화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면 투스 페어리 이야기를 하면서
꺼내어 보여줄까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