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좋아하는 친구들과 2019년 고양꽃박람회를 다녀왔습니다. 날짜를 맞춘 것이 꽃박람회 개막일이라 싱싱한 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날부터 비가 와서 요 며칠 여름 같던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져서 춥기조차 했습니다.그래서인지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이 아니라서 구경하기는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감동을 잘하는 내 친구는 박람회장 입구에서부터 좋다!를 연발하면서 몹시 즐거워했습니다. 19살 소녀처럼 들뜬 모습으로 꽃 사이를 가볍게 걸어 다니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저는 매년 꽃 박람회를 5월 5일 어린이날 즈음해서 가족들과 갔는데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 꽃들은 이미 만개해서 기력이 딸리는 모습들만 봤었는데 개막일에 보는 꽃들은 꽃이 활짝 피기 직전의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더 아름답고 싱싱했습니다.
올해는 꽃의 여신상이 큼직하게 장식하고 있었는데 왼손에는 비둘기를 들고 높이 서있는 모습이 평화를 상징하기도 하고 자유의 여신상 같기도 해서 보는 이마다 감상이 나올 듯했습니다. 꽃의 여신상 그 치맛자락에 모든 세상 걱정이 감춰질 듯한 분위기라고 할까요? 야외는 꽃잎을 오므리고 얌전히 서있는 튤립 꽃밭이 넓게 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실내 전시회는 꽃으로 만든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더욱 볼만했습니다. 꽃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데 거기에 예술이 가미되어 작품으로 태어난 꽃들은 꽃이 시드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친구는 꽃의 생명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더 아쉽고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보다 먼저 꽃구경을 온 부지런한 사람들의 행태는 뚜렷한 것이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하루에 말을 세 마디도 안 할 것 같이 무뚝뚝하게 생긴 아저씨도 “야 ~ 예쁘다. 엄청 이쁘다.” 소리를 연신 하며 지나가고 “여기서 사진 찍으니 잘 나와요. 친구들 하고 여기서 찍으세요. 제가 찍어드릴게요.” 이러며 친절을 베푸는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아마 꽃이 없는 장소에서 그랬으면 “어머 저 아저씨 뭐야?”라며 경계할 순간인데도 꽃 때문에 마음이 풀린 우리도 그 친절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말을 걸어와도 다 받아주고 나 역시 친구들끼리 와서 서로 사진 찍어주는 모습이 보이자 “함께 서세요. 제가 단체사진 찍어드릴게요.”라며 자청해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습니다. 꽃은 사람들 마음을 그렇게 곱게 해 주고 마음을 평안하게 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느낀 건데 우리처럼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세대는 지금도 사진 한 장 찍는 것을 조심해서 찍습니다.
꼭 “여기를 보세요.”
“김치 치즈 하세요.”
“웃으세요.”
이러면 딱 한 장을 찍는데 20대 젊은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십여 장을 다다닥 하며 찍습니다. 그중에 하나 고르라는 것입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눈을 감는 친구가 있어서 순간 여러 장을 찍는 것이 유리합니다.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는 여러 장을 찍어서 그중 한 장 건지면 되니까 젊은이처럼 찍으면 맞는데 우리 나이 든 사람들은 메모리조차도 아낍니다. ^^
꽃 박람회장이라고 해서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음악회도 열리고 퍼포먼스도 많았습니다. 야외무대에 가수들이 나와서 오래전 노래를 부르자 아줌마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 막춤을 추는데 그것도 볼만했습니다. 아침부터 시작한 꽃구경을 오후에 마치고 일산 잎새에 가서 쌈밥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후에 우리 집에 들어와 늦도록 수다를 떨다가 친구들이 갔습니다.
즐거운 봄나들이였습니다.
고양꽃박람회 볼만합니다.
구경 오세요.
데레사
2019-04-29 at 22:57
오랜만입니다.
나는 고양꽃박람회는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사람에 치일것같은 염려때문이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