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만나면 인사는?

대중목욕탕 가는 일이 제가 가장 즐겨 하는 취미활동입니다.
운동이라면 숨쉬기 운동만 유일하게 하고 사니까 이만큼이라도 건강을 유지하고 사는 것은 목욕을 즐기는 취미 때문이 아닐까 근거도 없이 혼자 우겨봅니다. 한 겨울엔 목욕탕에 손님이 많아서 7000원을 받지만 날씨가 따뜻해진 요즘엔 목욕탕이 비수기라서 할인 티켓이 있으면 입장료가 5000원입니다

내가 가는 목욕탕엔 큰 탕이 여러 곳 있는데 뜨거운 곳과 덜 뜨거운 곳 녹차 탕 안마 탕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뜨끈한 온탕에 들어가 있으려니 어떤 분이 다리를 먼저 넣어보고 물의 온도를 감지하더니 들어갈까 말까 망설입니다.
뜨거운 물에 목만 내어놓고 멍하니 있다가 몸을 빼어 좀 식힐 겸 탕가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때야 다리의 주인공을 보니 뜻밖에 탤런트 나문희 씨가 두 다리를 넣고 빨간 비닐 치마를 벗고 막 물에 들어오려는 순간입니다.
나는 얼떨결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분도 벗고 있고 나도 벗고 있었지만 그걸 의식하지 않고 내 딴에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
벌거벗고 목욕탕에서 마주쳤을 때 인사를 하는 게 맞는지 안 하는 게 맞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인사입니다.
하는게 맞는지?
서로 민망하니 못본척 해야 하는지?

그분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분을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봤기 때문에 저는 인사를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나문희 씨도 자연스럽게 그분 특유의 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고개를 끄덕하시더군요.
나문희 씨는 나처럼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거의 안 보는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인인데 동네 목욕탕에서 스스럼없이 벗고 다니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분이 잘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유명인이 평범하게 동네 할머니로 생활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나문희씨는 슈퍼마켓에서도 만납니다.
이웃들이 인사를 하면 그분도 밝은 표정으로 함께 인사합니다.
목욕탕에서도 만나고 슈퍼마켓에서도 만나다 보니 나문희 씨가 더욱 친근하고 존경스럽습니다.
특히 목욕탕에서 벌거벗고도 인사를 할 수 있으니요. ^^

 

 

 

2 Comments

  1. 데레사

    2019-05-05 at 08:25

    화장실에서 남자분을 만났을때는 인사를 해야하는게 맞는지
    그냥 모르는척 해야 맞는지도 헷갈려요.
    요즘은 대부분 남.여 화장실이 입구부터 따로 있지만 옛날에
    한 문으로 들어갈때는 나는 늘 그게 고민이었어요.

    나문희씨, 편안한 분이군요.
    우리 동네에 사시는분은 이웃이 보이면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눈을 안 마주치는데….

  2. 윤정연

    2019-05-07 at 11:04

    우리동네서 김영철씨를 만나서 안녕하세요? 하고 반가워했더니 그분도 함빡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데요…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역시 편안한 배우구나…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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