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이의 사랑

의미 없는 비교 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작고 고독한 오목눈이가 전하는 삶의 아름다운 가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오목눈이

오목눈이는 우리가 뱁새라고 부르는 몸집이 작은 새인데 이상하게도 뻐꾸기가 알을 낳는 곳이 뱁새 둥지입니다. 뻐꾸기는 자기가 알을 품지 않고 꼭 뱁새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를 해서 날아다닐 만하면 데려가는 정말 염치없는 새입니다. 그걸 모티프로 풀어간 소설이 오목눈이는 사랑입니다.

육분이는 여름마다 자신의 둥지에 놓여 있는 유난히 큰 알이 제 것인지 의심하면서도, 큰 알을 낳았다는 자부심으로 제 몸보다 큰 새끼를 키웁니다. 네 번째 여름, 육분이가 자리를 비운 둥지에 또 다시 커다란 알이 들어서고 육분이는 가장 먼저 알을 깨고 나와 혼자 살아남은 새끼에게 앵두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육분이는 평균 수명 4년에 뱁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오목눈이로, 빠르게 날거나 수명이 긴 다른 새들에 비하면 작고 보잘것없습니다. 제 몸집의 열 배에 달하는 새끼를 키웠더니 이윽고 뻐꾸기 울음소리를 내며 멀리 날아가 버린 새끼 ‘앵두’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합니다.

작고 가냘프지만 힘차게 날갯짓하며 제 운명을 살아가는 오목눈이의 한 생애는 우리의 삶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늘 천적에 쫓기지만 함께 무리 지어 종을 이어나가는 오목눈이의 모습에서 저마다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와 철학이 있습니다.

 

비교와 경쟁의 선상에서 외적인 기준만 좇기 바빴던 우리에게 “오목눈이의 사랑”은 희미해진 삶의 가치들을 돌아보고 회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어디로 날아가든 바른 방향에 대한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되뇌는 오목눈이 육분이의 날갯짓에서 우리 또한 삶을 지속해 나가는 속도와 방향을 읽고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순원 선생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키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엮어냅니다.

선생님은 고향인 강릉의 대관령 숲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우연히 들었고, 이 새가 아프리카에서 1만 4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오목눈이 둥지에 알을 맡긴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새들의 특성과 생태, 지구를 반 바퀴 가로지르는 기나긴 여정에 착안해 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작은 오목눈이의 여행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되찾아야 할 삶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독일에 사는 친구가 귀국을 했을 때 이 책이 마침 출간이 되었기에 선물로 주었습니다. 친구도 글을 좋아하고 어학에 소질이 많은 사람으로 독일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하면서도 우리나라 한글로 글을 쓰는 친구입니다. 이 친구랑 고양꽃 박람회를 함께 구경하고 헤어질 때 책을 주었는데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몇 십 페이지를 읽을 정도로 책이 잘 읽히고 몰입하게 만듭니다.

 

1 Comment

  1. 데레사

    2019-05-24 at 11:53

    저도 이순원 작가의 글을 좋아합니다.
    물흐르듯 잔잔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참 좋아요.
    서점에 가면 사보겠습니다.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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