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하고 같이 자라고?

5살 까꿍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더니 담임 선생님이 방글방글 웃으며
“할머니! 까꿍이가 저를 집으로 초대했어요. 까꿍이 집에 와서 자고 가래요.”
라며 나에게 눈을 껌뻑이며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나도
“네~ 선생님 우리 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가세요.”라고 맞장구를 쳤더니
우리 까꿍이 대번에 선생님 손을 잡아끕니다.
당장 집으로 가자고 그러는 겁니다.
하루 종일 선생님과 놀았으면서도 선생님과 집에 가서도 함께 놀고 싶나 봅니다.

선생님은
“아직 친구들이 남아 있어서 더 돌봐야 하고, 선생님도 집에 가서 언니 오빠 밥해줘야 해. 선생님도 집에 가면 엄마야.”
이러며 까꿍이 집에 당장은 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까꿍이는 선생님 손을 잡고 놓지 않습니다.
다음을 기약하고 겨우 달래서 까꿍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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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까꿍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선생님도 집에 가셔야지 우리 집에 오시면 집에 있는 언니 오빠는 누가 돌보겠어?”
까꿍이가 조금 생각해 보더니
“할머니하고 자고, 할머니 하고 밥 먹고 학교 가면 되지요.”이럽니다.
까꿍이는 자기가 할머니가 있어서 엄마가 없을 땐 할머니와 지내니까 다른 집도 당연히 그런 줄 아나 봅니다.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뭐 할 건데?”
“색종이 접기도 하고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아요.”
요는 집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선생님하고 놀고 싶었던 겁니다.
“하루 종일 너희들 돌보느라 힘드셨는데 선생님도 집에 가서 쉬셔야지. 그건 너무 힘들어.”
선생님이 우리 집에 와서 주무시면 안 되는 이유 한 가지를 겨우 찾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오시면 까꿍이가 선생님하고 이층 침대에서 잘 거야?”
아직 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 까꿍이가 선생님이 오시면 그걸 포기할 수 있나 물어본 것입니다.
“안 되는데……. 선생님이 할머니 방에서 자면 되잖아.”
“너는 선생님하고 친하지만 할머니는 선생님이 어려워서 불편해. 선생님하고 같이 잘 수는 없어. 친한 사람이 같이 자야 해”
라고 잘라 말했더니 까꿍이가 할머니를 설득합니다.
“우리 선생님은 옛날 얘기도 잘 해 주세요. 노래도 잘 하시고. 우리 선생님은 친절하고 착해요.”
이렇게 말하면 할머니가 선생님과 같이 자겠다고 할 것 같았는지 말을 하면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내 표정을 살폈습니다.
“할머니는 어쨌든 선생님 하고 자는 건 못 하겠어 까꿍이가 선생님하고 잘 수 있으면 초대하세요.”
그렇게 해서 선생님을 우리 집으로 초대해서 (까꿍이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주무시고 가게 하려는 일은 뒤로 미루어졌습니다.
선생님도 오랜 교사 경력에 집으로 숙박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몹시 재미있어하셨습니다.
우리 까꿍이가 선생님이 얼마나 좋으면 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가시라고 하겠어요!

좋은 선생님을 만난 우리 까꿍이 복입니다.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과 원아 학대 사건이 심심치 않게 사회문제가 되는데
모든 어린이들이 우리 까꿍이와 선생님처럼 이런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기에 써 봤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과 할머니가 같이 자는 것은 무리지요? ^^

1 Comment

  1. 데레사

    2019-07-26 at 08:42

    ㅎㅎ
    선생님도 집안일이 바쁠텐데 주무시고 가시기는
    어려울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선생님을 만난건 큰 복입니다.
    물론 까꿍이도 잘 따르겠지만요.

    가을에 우리 한번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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