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

우리 딸이 아들을 낳아 젖을 먹이면서
‘한이가 빨리 커서 치킨을 같이 먹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한이 엄마는 치킨을 좋아해서 스트레스가 있으면 치킨을 먹습니다.
한이 아빠는 한이 엄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면 치킨을 주문해 함께 먹으며 아내 기분을 달래기도 합니다.
한이 엄마가 치킨을 아들과 마주 앉아 먹고 싶다는 꿈은 벌써 오래전에 이루었습니다.
식성이 좋은 한이는 거의 1인 1닭 수준으로 치킨을 잘 먹습니다.
앞으로는 치킨 한 마리로는 모자가 경쟁하게 생겼습니다.
나는 우리 한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때 ‘한이가 크면 음악회를 함께 가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모든 클래식 음악회는 초등학생 이상이 되어야 입장이 되는데 한이는 이제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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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음악 듣는 것을 제법 좋아합니다.
주말에 할머니랑 음악회 가자고 한이에게 말했더니 좋아하더군요.
말을 꺼낸 날부터 한이는 언제 음악회 가냐고 조르기까지 했습니다.
하이든 홀에 들어서자 돌체 멤버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 옆에 꼬마가 서있는 것을 보더니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손자라고 말하지 않고 “남자친구”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남자 친구와 음악회를 올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옛날 돌체 음악회에서 만나던 멤버들은 아람누리에서 하는 웬만한 음악회에 가면 약속하지 않아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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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에 글리에르 작곡의 호른 협주곡이 들어 있었습니다.
음악회를 자주 다녀도 호른 협주곡 들을 기회가 잘 없는데 정말 귀한 연주를 손자와 같이 간 음악회에서 듣게 되어 좋았습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동그란 원통에서 나는 소리는 마음속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살던 강원도 시골에 집 뒤에 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오후가 되면 브라스 밴드부가 연습을 했습니다. 그 시절 평창고등학교 브라스밴드는 명물이었습니다. 행사를 앞두고 밴드부원들이 연습하느라 힘껏 나팔을 불어 대면 불협화음이 학교 뒷산에 부딪쳐 우리 집까지 들려왔습니다. 나는 집 뒤란 앵두나무 옆 장독대에 앉아서 그 소리를 들었는데 호른 소리는 그 밴드부원이 불던 소리 가락 중에 한 가닥으로 풀려 추억처럼 내 귀에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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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와 처음으로 함께 음악회를 가면서 걱정도 많았습니다.
어린 한이가 2시간 동안이나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집에 가자고 하지는 않을까?
지루해하면 어떻게 달래나?
질려 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꼬마 신사는 음악회 내내 정숙을 유지하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염려한 것과는 달리 나의 남자 친구는 음악회장의 훌륭한 관객이었습니다.
그다지 지루해 하지도 않았고 호른 연주자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프와 베이스 등 뒷줄에 있는 큰 악기를 고개를 빼어가며 봤습니다.
심벌즈는 유치원 다닐 때 연주해 봤던 거라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것을 신기해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나중에 할머니랑 음악회 또 갈까?”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네!”라고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음악회를 같이 다닐 멋진 파트너가 생겼습니다. ^^

1 Comment

  1. 막일꾼

    2019-09-09 at 07:07

    제목에 그만 낚시를 당했네요. ㅋㅋ
    남자친구가 듬직하고 잘 생겼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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