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게 나을런지?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르신 들 중 인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집으로 퇴원해 가기를 소원합니다.

그러나 질병의 상태를 보면 집에서 혼자 생활하긴 어려운 분입니다.

자녀들이나 타인의 돌봄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데 요즘 생활방식에서 병든 노인을 24시간 돌볼 여건을 가진 가정이 없습니다.

일종의 집단 돌봄이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노인들을 모실 수밖에 없는데 집으로 가고 싶어 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병든 부모님을 처음 병원에 입원시키고 나면 면회도 자주 오고 관심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이 지쳐갑니다. 환자가 구십이 넘으면 자녀도 70세가 넘은 노인이라 노인이 더 노인을 면회하는 모습은 가슴이 짠합니다. 아들도 70세 이상이면 부양 받아야 할 나이이지 부모를 부양하기엔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뻔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집이 아닌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게 될 터인데 그걸 수용하는 자세가 나부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보호자 유형을 보면 격리당한 듯 식구들이 외면하는 환자도 있지만 그 반대의 모습도 있습니다.

환자가 너무 오래 병석에 계셔서 몸이 극도로 피폐해졌고 의식이 없는데 보호자가 끈을 못 놓는 경우를 봅니다.

자녀가 와도 알아보지 못하는데 그 딸은 매일 병원에 와서 환자의 몸을 닦고 환의를 갈아입히고 자세를 변경해 드리고 상처를 돌봅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친밀하게 환자의 몸 구석구석을 닦고 로션을 바르고 하는 모습은 현대판 심청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환자는 뼈마디가 굳어지고 오그라져서 몸이 나무토막 같습니다. 오래 누워있다 보니 피부는 욕창이 진행되었다가 나은 곳과 현재 진행되는 욕창으로 성한 곳이 없습니다. 당뇨가 있는 분이라 발가락 괴사로 시작된 병변을 절단하고 진행되면 다시 다리를 절단하는 등 육체의 훼손이 심한 상태입니다. 대소변은 받아내고 콧줄로 유동식을 넣어드립니다.

환자는 의식이 없으니 본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할 것이지만 육체의 고통은 깨진 기왓장으로 피부를 긁어대던 욥보다 더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패혈증이 오고 폐렴이 걸리는데 그럴 때마다 항생제 치료를 하고 수액을 보충하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살아있다는 것은 심장 모니터에 그려지는 심박동과 기관지에 꼽혀있는 튜브에서 끝없이 생겨나는 가래 정도입니다.

나는 칫솔질을 하다가 조금 깊이 칫솔이 들어가면 구토가 나는데 그때마다 환자의 고통이 생각납니다.

기관지 깊숙이 석션 팁을 넣어 가래를 뽑을 때 환자는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합니다. 의식이 없어도 기관지 반응은 격렬합니다.

환자의 연세가 많고, 회생 가능성이 없고,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의학적으로 극도의 고통 중에 있으면 “치료를 중단”할 것을 보호자에게 권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그럴 경우 대부분은 자녀들이 동의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어찌 되었든 살려 달라”라고 하면서 생명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상당한 효자 효녀이지만 누구를 위해 환자가 고통을 당하며 살아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생명을 유지하기보다는 돌아가시는 것이 본인을 위해 나을 것 같은 분을 자녀들이 붙들고 있는 모습은 환자 입장에서 안타깝습니다. 저 지경이 되어 누워있는데 자녀들이 자꾸 치료에 치료를 더하며 생명을 연장시키면 환자가 말을 못 해서 그렇지 자녀들에게 화를 낼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몸은 심장이 뛰고 있으니 살았으나 뼈에 가죽만 남은 몰골로 살아 있다는 것을 본인이 알면 얼마나 싫을까?

부모의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려는 것이 어쩌다가 이런 고통스러운 모습이 되었는지 마음이 아픕니다.

마냥 수명이 길어진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피폐한 육체를 벗어나, 영혼이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을 때 가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은 지나친 효도가 아닐까 아픈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9-09-23 at 12:34

    맞습니다.
    그렇게 살아있다는건 죽음보다 못하지요.
    나이드니 몸의 변화가 무서워지네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죽어갈지 생각만해도
    끔찍 하거든요.

  2. 윤정연

    2019-09-24 at 11:01

    장수가 절대 축복은 아님을 시간이 갈수록 느낍니다…
    자기다리로 마음먹은 곳으로 다닐수 있어야 살은것이라 생각해요!!
    절대 생명연장은 하지말아달라고 딸에게 글로도 말로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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