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가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입구가 큰길에서 조금 들어와야 합니다.
길이 많이 막히는 아침 출근시간에는 집 앞으로 버스가 들어오려면 시간이 걸려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나가 차를 태워 보냅니다.
한이가 큰길까지 나가 버스를 타면 우리는 조금 번거롭지만 스쿨버스가 골목을 들어왔다 가는 시간이 단축되어 기사님이 좋아합니다.
한이 학교 가는 시간이 좀 이르니까 어린이집을 가는 까꿍이가 형을 배웅하러 같이 따라 나갑니다.
오늘 아침 한이를 차 태워 보내려고 나가는 길이었습니다.
한이와 까꿍이 손을 잡고 골목을 지나가는데 좁은 중에서도 전봇대가 나와 있어서 더 좁은 길목에 어떤 젊은 여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서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목줄을 하고 목줄은 여인이 잡고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강아지가 전봇대에 볼일을 보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지나가려고 하자 여인은 강아지 목줄을 당기긴 했는데 강아지가 머뭇거리며 길을 막고 있자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까꿍이가 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내가 강아지에게 다가가자 강아지가 뒤로 물러서서 겨우 까꿍이와 한이가 지날 틈이 있었습니다.
손자가 지나갔기에 나도 걸음을 떼려고 하는데 강아지 주인이 나를 노려보며
“왜 걷어차고 그래”라며 쉰 목소리로 나에게 싸울 듯이 큰소리를 내며 노려봤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강아지에게) 닺지도 않았는데요.”라고 대답하면서
한이 스쿨버스가 올 시간이라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한이 버스를 기다리다 생각하니 슬그머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을 막고 있던 사람이 길을 비킬 생각은 하지 않고 누가 강아지를 걷어차나 보고 있었나?
나는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라 강아지와 스치기라도 했으면 내가 알았을겁니다.
난 걷어찰 의도도 없었고 걷어차지도 않았는데 왜 걷어찼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 손자까지 데리고 다니는 할머닌데 젊은 여자는 반말하고 난 존댓말로 변명이나 하고?
아이들이 강아지를 피해 지나갈 수 있도록 내가 강아지에게 다가간 것은 사실이지만
강아지를 걷어찰 이유도 없고. 난 강아지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거든요.
들어가는 길에 만나면 한 소리를 할까 무슨 말을 할까 궁리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여인이 가고 없더군요.
사실 난 따지거나 싸울 용기가 없습니다. ㅠ
내가 많이 억울하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해 본 들 그녀가 반말로 내게 싸우자고 덤비면 감당도 못하고
싸우기는커녕 손자 앞에서 할머니 체면만 구겼을 겁니다.
그 시간 경비 아저씨가 길에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기에 목격자도 있어서 순리대로 말을 하면 내가 사과를 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순하게 사과 할 여인은 아닐 겁니다.
자신의 실수에 사과를 할 사람이면 강아지랑 길을 막고 서 있지 않았을 것이고
반말로 “왜 걷어차고 그래?”이렇게 사납게 말을 내뱉지도 않았겠지요.
혼자 억울해서 그녀와 싸우는 장면을 연습해 봤습니다.
“왜 걷어차고 그래?” 이랬을 때 내가 순발력이 있어서
“얻다 대로 반말이야? 내가 차는 것 봤어?”이랬으면 후련했을까요?
아니면 싸움이 제대로 났을까요?
“닺지도 않았는데요.” 겨우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싸움은 피할 수 있었지만
무척 억울하면서도 비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그 여인은 아침부터 아무한테나 반말하고 시비를 거는 걸까요?
나는 그녀 옆을 지나간 일 밖에 없는데요.
윤정연
2019-10-01 at 16:14
젊은 나이라도 걸핏하면 반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러면 자기는 우월감이 있을까요?
싸울듯이 따지길 좋아하고…
일단 그런사람은 무시하는것이
내가 훨씬 우아해 보이지요!!!
벼라별 사람도 많아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