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누리 신년 음악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람누리 신년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새신랑인 사위와 임산부와 셋이서 미리 표를 구해 두고 약속을 해서
사위는 이른 퇴근을 하고 딸은 쉬는 날이라
조금 일찍 만나서 저녁을 먹고 아람누리로 갔습니다.
작년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날은 얼마나 추웠는지 영하 17도였습니다.
이 날은포근해서 식구들이 가볍게 가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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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와 아람누리 신년음악회와 비교 되는 부분은
출연진의 지명도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의외로 숨겨진 보석 같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티켓도 싸고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아람누리는 최근에 건축한 연주장이라 음향도 아주 좋아서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처음 시작한 "우투리 밴드"는
태평소와 신디사이저 해금 꽹과리 징 등이 연주를 하고
국악인이 창을 했는데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무슨 굿판 같다고나 할까요?
아직 목소리가 트이지 않은 성악 발성의 창법은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앞에 놓고 꽹과리를 두드리는데 신경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대게 국악 사물놀이 연주를 들으면 신이나기도 하고
뭔가 모를 짜릿한 감정이 있는데 아직은 덜 숙련된 연주처럼 들려졌습니다.
연습이 덜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호흡하는 기술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라 관객이 그분들의 연주를 아직 소화해 내지 못하는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음악이 시작하자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배경음악으로 쓰는바람소리 같은 신디사이저 소리가 나고 태평소 가락이
따로 들리고 짜증스런 꽹과리 소리, 득음하지 못한 성악발음의 창
이런 것들이 조화롭지 않은 불협화음을 내었습니다.
관객에 깊숙하게 다가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안타까움도 있었고
그것이 편안하게 들리지 않는 나의 편협한 음악에 대한 귀도 반성을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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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은 명장 황병기 선생님의 새봄(춘설)이 두 번째로 연주되었습니다.
하얀 한복에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입장하는데 신선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소리를 죽여 가야금이 앞서기를 배려하면서 연주를 하는데
조용하고 세심한 가락에 오케스트라 배경은 아무래도 무리가 되었습니다.
가야금 소리가 너무 작아서 조화롭지 않았고 처음부터 꽹과리 소리에 귀를
담근 탓에 가야금 소리가 더욱 작게 들렸습니다.
그래도 명장의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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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바이올리스트의 연주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듣는데
오케스트라나 지휘자 독주자 모두 참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곡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자주 듣게 되는 곡이라 머릿속에서 연주자의
연주에 따라 음악이 함께 흐릅니다.
연주의 기교는 훌륭했으나 깊은 맛이나 폭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주자들은 많이 알려진 곡을 연주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청중이 너무 익히 아는 곡들은 대가의 연주에
익숙해 있어서 연주의 결점을 너무도 잘 알아버리기 때문이랍니다.
차이콥스키의 곡은 기본적인 우수가 있어서 어느 땐 혼자서 CD를 듣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이번 독주자는 시종 씩씩한 기운이 느껴져서
애틋한 마음은 되지 않았습니다.

권혁주 바이올리스트
잘 갈고 닦아서 우리나라를 빛낼 훌륭한 연주자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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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곡 (안익태)을 들으면서 비로소 신년음악회에 건 기대가
조금은 충족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고양시립 합창단과 프라임오케스트라의 함성에 가까운 연주는
속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한국 환상곡을 들으면 저절로 애국심이 고양됩니다.
국가가 잘 되고 평안해야 하는데 ….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우리가 앉은 줄에 의자가 많이 비어있어서 표를 구입한 사람들이
차가 막히거나 무슨 이유로 못 왔나보다 생각했는데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하기 전 고양시장님 일행이 와서 앉으시더군요.
사회자께서 공사가 다망한 중에도 아람누리를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개를 하고 시장님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연주가 시작되자 언제 또 슬며시 가시고 안계시더군요.
늦은 밤에도 시장님은 무척 바쁘신가 봅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있어서 고양시가 발전하는 것이겠지요.

국악과 가야금 그리고 아직 기운찬 힘으로만 연주하는 독주자 등만 듣고
한국 환상곡이 없었으면 무척 허전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대게의 음악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면 흐뭇한데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고양 아람누리의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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