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꽃자리! (2006년 여행 7)

며칠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동네 어귀에 이르자

눈에 익숙한 우리동네 풍경과 낯익은 이웃들이 보이자혼자 반가운 마음이 됩니다.

집에 도착하여 보니 큰딸이 없어도 우리어머니 건강하고 평안하게 잘 계시고

내가 며칠 없어도 울앤도 아무 불편 없어 보이고

게시판도 잘 돌아가고

지인에게 잘 다녀왔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벌써 왔냐?"고 구박이나 하시고…..ㅎㅎㅎ

하여간 내가 없어도 모든것이 너무 잘 돌아가는 것에는 가벼운 실망을 느낍니다. ^^

그러나

나를 반겨 주는 분들은 역시 나의 단골손님들이셨습니다.

어디갔다 왔냐고?

없어서 서운했다고.

반갑다고.

다들 한마디씩 인사를 건네시는데

역시 나는 점방 아줌마로 있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늘새[1].jpg

아름다운 일몰을 덮쳐오던 검은 구름에서 한조각 떨어져 나간 곳에서

금방 새가 한마리 그려집니다.

새가 날아 오르지 못하는 높은 하늘 끝이지만구름으로 만든새는 멋지게 날아가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구름으로 새를 만든들 말 그대로 뜬구름 잡기입니다.

여행지가 아무리 좋아 봤자일상을 벗어난 잠시의 낙이고 볼거리이고 휴식일 뿐입니다.

땅새[1].jpg

작은새가 날지 않고 땅새로 살아가도 그게 삶의 터전이면 그 또한 아름답습니다.

많은 관광객이 밟고 지나가는 타프놈사원 가는 길 복판에 터를 잡고있는 새가 보이시나요?

번답함에 조금도 기죽지 않고 똘방한 눈동자를 굴리면서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모습입니다.

나무뿌리가 길을 덮고 있어서 밟히여 윤이 반들반들납니다.

장농등을 만들때 가장 좋은 나무로 쓰인다는 흑단목인데 얼마나 단단한지

행인들의 발길에 대리석처럼 반짝입니다.

그 사이에 조그만 구멍이 얼키설키 들어나 있는 곳을 지나다가

땅속 구멍에서 눈을 반짝이고 있는 새 한마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얼른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구멍속이 컴컴하여 잘 보이지 않습니다.

후레쉬를 사용해서 또 한장을 찍으면서 도망가면 어떻하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더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꼭 자기가 타프놈사원 수문장인양 입구를 지키고 있으면서 누구도 자신을 해하지 않을거라고 확신하는지

후레쉬 불빛에도 꿈쩍을 안합니다.

가까이 가서 눈을 맞춰도 그냥 멀뚱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곳에 주인은 나다..라는태도를 가진 아주 듬직한새였습니다.

여행을 떠나기전

어떤분이사탕을 준비해 가지고 가라고 하셨고

어느분은 어린이에게 줄 학용품이나연필을 가지고 가면 좋다고 햐셨습니다.

그래서 궁리끝에 저는 점방에 있는 비타민정을 가지고 갔습니다.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다가 손 내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비티민을 한판씩 주었습니다.

세콤달콤한 비타민 C를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여러분의 조언으로 비타민씨를 요긴히 사용했습니다.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그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1992 공초 오상순님 평소 말씀 구상 시인 정리 ‘꽃삽’중에서

짧은 여행이였지만 떠나있다가 내 자리로 돌아오면서 느낀 것은

내 자리가 꽃자리라는 겁니다.

다시 마음을 정리하고 내자리에 앉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합니다.

이것으로 캄보디아 여행기를 마치겠습니다.

잠깐이지만 마카오도 들렸고 태국 파타야에서도 일박을 했지만

이야기를 길게 늘여가면 끝도 없을 것 같고 이제 다른 얘기도 하고 싶어집니다.

그동안 캄보디아 여행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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