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거세지고 빗망울도 사나워 지는데…..

가뭄에시달리던동네라서오랫만에내리는비가반갑고좀더넉넉하게내려서매마른

대지를촉촉하게적셔주었으며하고바라는마음으로빗속으로천천히걸어보기도하며

젖은옷자락을툭툭털면서얼굴로떨어진빗망울을손바닦으로씻어내보기도했는데

하루가지나면서불어오는바람이심상치않게거칠어지고빗방울마저사납게몰아친다.

세상이온통천재지변의재난으로얼룩저가는때라선가마음속으로숨여드는생각속에이

런날씨가재앙을불러들이는예고편이아닌가싶어조금은불안해지는마음으로이제는

비도바람도멈춰줬으면하는바램이굴뚝같이솟아오른다.극성스러운바람에길가의

야자수가지들이떨어저길을막고있으며사나운빗방울은산불로벌거숭이가된산자락을

타고사정없이동네로흘러들어온다.

사람들이제아무리날고긴다고해도이런자연재해앞에서는말한마디손끝하나까닦하지

못하는무력감에빠저들면서그저하늘만바라보며처분만을기다리는신세들이니그잘났

다고세상을좌지우지하려던사람들도별수없구나싶은생각에인간의한계를다시한번

확인하는자리에서좀더겸손해저야겠다는마음이차분하게내속으로쌓인다.

사람들이란제아무리잘났다고한들제몸하나추스리는능력밖에는가지고태어난것이없

다는것을실감하면서창밖으로주룩주룩쏟아지는빗방울에인간의허약함을느껴본다.

오늘도그리고내일도많은비가험상궂은바람을타고처들어온다는데산동네주민들은얼

마나걱정이많을까싶어기왕에오는비라지만얌전하게찾아와주기를바라는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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