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산니콜라스광장에서기타를연주하는현지인들.
3.왕의여름별장,헤네랄리페.
4.카를로스5세궁전의전쟁부조.
지금으로부터15년전쯤의일이다.같은대학,같은과에서동문수학하던그는같은학번이었지만나보다다섯살이많았다.다른대학을다니다중도에다시수험준비를해‘두번째대학’에입학했던것이다.그나이지긋한‘프레시맨’은기타를잘다뤘다.‘첫번째대학’에서나름유명한그룹사운드멤버로활동했을정도였다.
그는아주가끔가끔퀴퀴한하숙방에서기타연주를들려주곤했는데,음악에어둡고기억에소홀한내가음악에관한기억을오래붙들고있을리만무하지만유독기타연주곡하나는길래마음속에서어룽거리고있다.
농현弄絃의묘가살아있는‘알람브라궁전의추억’인데,기타소리를듣고애련하고막막한심정이든것은그때가처음이었다.그날이후스페인은소리로기억되기시작했으며,언젠가이절절한노래의고향을꼭한번찾아봐야겠다고마음먹었다.
널리알려졌듯이‘알람브라궁전의추억’은스페인태생의연주가프란시스코타레가FranciscoTarrega가만들었다.근대기타연주법의틀을완성한사람으로평가되는그는기타가독립된연주악기로자리잡는데기여했다.
다른여러각도에서주법과소리를탐구했으며,기타가지닌무궁한잠재태를현재태로탈바꿈시켰다.
그의손을거친기타는멜로디와화음을보다입체적으로구사하게됐다.그는다른악기를위한곡들을기타연주용으로편곡하여기타레퍼토리의영역을넓히기도했는데,특히바흐와베토벤의곡을기타용으로편곡한공적이높게평가된다.
클래식기타음악의백미로불리는‘알람브라궁전의추억’은간단없는진음震音이저음의아름다운선율과함께우수에찬심정을드러낸다.타레가는제자인콘차부인을사랑했다.하지만콘차부인은그를거부했고,이에상심한타레가는스페인곳곳을여행하다알람브라궁전과대면하게된다.
타레가는천상의미를보여주는알람브라궁전에서창밖의달을보며밤새도록콘차부인을생각하면서‘알람브라궁전의추억’을작곡했다.
일설에의하면타레가의부름에응한콘차부인이이궁전에서타레가와하룻밤을함께보냈다고도한다.어쨌든이처럼애끓는곡이탄생할수있었던데는끝없는상실감이작용했기때문이아닐까.
사랑하는여인으로부터사랑을허락받지못할때그무엇으로허한가슴을메울것인가.그는자신의울울한심사를단조의슬픈정조로풀어냈던것이다.
1492년1월.역사가새롭게시작되는새해,알람브라궁전은조용히숨을거둔다.스페인의이사벨여왕과페르난도왕이궁전의새주인으로모습을드러낸것.두사람의결혼으로아르곤과카스티야왕국은통합을이루고,이베리아반도에서이슬람의지배를청산하는거룩한사명을공표했다.
나스르왕조의마지막왕보아브딜은자신의가련한시민들을보호해준다는조건으로금화3만냥과궁전을바치고항복을결심했다.그러나그약속은지켜지지않았고,그라나다의주민들은무자비한학살과추방을당해야했다.
예술을사랑하고유난히눈물이많았던보아브딜은약자의비애를처절하게되뇌며지브롤터해협을건너북아프리카로건너갔다.
800년전그의선조타리크이븐지야드장군이이베리아반도를점령할때의기양양하게건넜던바로그길이다.워싱턴어빙이<알람브라이야기>로역사적가치를재발견하고,타레가의‘알람브라궁전의추억’으로사람들의마음속에남아있는알람브라궁전.이장대하면서도섬세하고육중하면서도우아한세계적인유산을방문하는것은스페인을여행하며얻을수있는가장큰희열이다.
2.시크로몬테언덕에위치한주택의하얀담장너머로알람브라궁전의모습이보인다.
알람브라는조그마한산전체를궁전으로만든곳인데,궁전자체는다른유럽국가의것들보다크지않다.그러나코르도바의메스키타(스페인의대표적인이슬람사원)보다더정교하고가려하며,건물하나하나의배치에도기품이넘친다.
무엇보다유럽의왕궁이평면에인공적인형태로정원을만든것과달리,이곳은산의곡선을그대로살렸으며창창울울한나무숲이궁전전체를덮고있다.또높은곳에위치해주변조망이탁트여있다.
JustcloudsoverGranada,takenfromtheAlhambra
13세기전반,그이전부터있던알카사바를확장하면서착수하게된알람브라궁전의조영은14세기후반에이르러서야현재와같은모습을갖추게됐다.
궁전은크게왕궁,카를로스5세궁전,알카사바,헤네랄리페등네부분으로나뉜다.그중알카사바는그라나다왕국의건국자무하마드1세가정비및확장한것인데전성기때는24개의탑과군인들의숙사,창고,터널에목욕탕까지갖춘규연한성채였다.
지금은당시의자취만남아있을뿐이다.성채거의중간에위치한벨라탑에오르면알바이신Albaicin지구,사크로몬테언덕,시에라네바다산맥이이루는일대장관을만끽할수있다.
속세와천국을건축에표현하려는아랍인들의삶의철학이느껴진다.
우선왕궁부터가보자.왕궁에는방이매우많다.하이라이트는각국대사들이눈을가린채인도되어7명의왕을만났다고하는‘대사大使의방’이다.나스르의왕은자신의정체를숨기기위해똑같은용모와복장을한6명의가짜왕과함께나타나빛을등지고앉았다.
여느방보다크고높은대사의방은삼면이벽으로되어있다.기둥과벽,그리고천장은온통황금색이고,그위에생동감넘치는아라베스크문양이빈틈없이새겨져있다.거기에코란의글귀까지어울려더할나위없이작작하다.인간의손길이얼마나섬세할수있는지를여실히보여준다.처음이곳을찾은에스파냐의기독교인들도그휘황찬란함에한동안넋을잃었다.
Wonderofarabianarchitecture.AseriesofarchesinsidetheGranadaAlhambra
방밖으로는아라베스크문양이새겨진기둥과직사각형의연못이펼쳐져있다.못은주위의모든것을그대로담되그것을그대로토해낸다.똑같은것이쌍으로나타나는데,이슬람건축의묘미는이렇듯완벽한대칭에있다.
거기서벽하나를넘어서면사자獅子정원이나타난다.세계에서가장미려한실내정원이다.야자수를닮은124개의대리석원기둥과그위에서이모두를하나로이어주는아라베스크문양은일순간숨을멎게한다.기둥으로둘러싸인파티오中庭의한가운데는열두마리의돌사자가연신물을뿜어댄다.
그물은파놓은홈을따라정원구석구석을흐른다.앞뜰의정원수가작은그늘을이루고,뚝뚝떨어질것같은역동적인종유석조각을담은아치아래에는커다란그늘이드리워져있다.황량한사막을뚫고온아랍인들이이곳에오아시스의정서를그대로옮겨담은것같다.
이곳에는왕이향연을베풀던방과,왕과후궁들이몸을씻기도하고마사지도하던욕탕‘두자매의방’등이있다.두자매의방은보아브딜이후궁가운데가장총애한두자매를위해지은것.그런데이들자매는기독교도였다.보아브딜은바로그기독교도들에의해궁전에서쫓겨났다.
하지만그여인들은기독교도였기에그라나다에남을수있었고,그로인해알람브라궁전이흠하나없이유지될수있었다고한다.얄궂은운명의장난이다.두자매의방을지나궁전바깥으로나가면잘가꿔진파르탈정원이나오고,그위쪽으로왕의여름별장헤네랄리페가있다.가는도중비운의왕보아브딜이기독교인에게쫓겨궁전을떠날때마지막으로걸었다는계단이나타난다.
그때그의심정은어떠했을까?모든것,심지어사랑하는여인까지남겨두고황망히달아나야만했던그어지러운심정이란!헤네랄리페에는특별한건물은없으나,솟구치는물방울이포물선을그리다다시물위로떨어지는분수만큼은오래들여다보게된다.
TiledwallatAlhambraPalace,Granada,Spain
또수로를둘러싸고흐드러지게피어있는예쁜꽃과정성껏가꾼푸른정원수는물이있는경관을지극히사랑했던이슬람사람들의정서를생생하게전해준다.카를로스5세궁전은16세기전기및중기에걸쳐왕궁의남쪽에인접해건축된르네상스양식의건물이다.정사각형의견고한건물에원형의파티오를배치한특이한구조다.파티오를에워싼2층구조의회랑이있으며,아래층기둥은도리아식,위층은이오니아식이다.
FromAlhambraPalacelookingdowntoGranada
유랑을정착으로바꾼언덕
앞서말한대로왕궁에는외국사신을접견하던대사의방이있는데,뚫려있는아치사이로맞은편마을이훤히내려다보인다.그라나다의정신과영혼을담고있으며비상한사연을품고있는알바이신이다.
이슬람왕조가멸망하고새로운주인을맞이하는그때,스페인병사들은소수민족의문화와종교를보호해주겠다는항복조건을내팽개치고마을을닥치는대로약탈하고잔혹한살육을저질렀다.
이교도를소탕하고신성한하느님의땅을새로세운다는그들의종교적사명앞에한문명은무참히무릎을꿇었다.이슬람교도들은끝까지항거했다.
이교도의지배를받느니차라리죽음을택한그들은처참한역사를후세에남기고자자신들의피를곳곳에뿌렸다.그래서하얀집과벽에는당시의학살로붉게물든핏자국이오랫동안남아있었다고한다.
2.히타노들의마을인사크로몬테언덕의로컬카페.이언덕에서집시들의유랑은정착으로바뀌었다.
3.대성당부속건물로스페인후기고딕양식을보여주는왕실예배당.
4.다채로운빛깔의아랍향신료.
알바이신부근에‘신성한언덕’이라는뜻의사크로몬테언덕이있다.예로부터집시들이둥지를틀고살았던지역인데,아직도독특한형태의동굴식주거형태가남아있다.
인도에서이슬람의서진西進과함께스페인땅을밟은집시들은알람브라궁전이함락될때결정적인역할을했다.궁전의내부구조와병사들의배치상황을담은정보를에스파냐측에넘겨주었던것이다.에스파냐왕은그에대한보답으로사크로몬테를그들의근거지로만들어주었다.이곳집시들은주로동굴속에서살지만집의정면만큼은여느주택처럼꾸며놓아처음보는사람은일반주택이거니생각하게된다.
알람브라는때론멀찌감치물러서야온전한모습을감상할수가있다.다가서면세밀한아름다움은관찰할수있지만주변풍경과화한모습이나전체적인실루엣은눈에넣기어렵다.알람브라는보는사람의위치와상관없이늘아름답지만,원거리조망의최적지는바로알바이신에위치한산니콜라스SanNicolas광장이다.
사위가어둑해져광장을찾으니이미많은사람들이모여있다.연인과사랑을속삭이는사람,통기타하나로좌흥을돋우는사람,저글링을하며재주를뽐내는사람등노을에기댄알람브라의모습을청한사람들의얼굴은제가끔기대감과행복감으로피어오른다.
그렇게기다린석양무렵의알람브라는보는사람이스스로입을다물고고요하게만든다.그리고끝끝내말로표현되지못하는아름다움이천지에가득하다.이윽고공간속으로저무는것들이시간속으로저문다.
알카사바의벨라탑에서바라본알바이신의모습.새뜻한얼굴을하고있지만이슬람문명이기독교문명에자리를내줄무렵,종교가다르다는이유로무참한살육이자행됐던곳이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