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작품.고대그리스의영웅서사시.전편(全篇)이1만5693행,24권으로되어있는데,24권으로나눈것은후세(BC3세기무렵)의일이다.제작연대는BC8세기중엽으로보는것이통설이다.제명(題名)은<일리오스의노래>라는뜻이며,일리오스는트로이의별칭이다.10년에걸친트로이공방전이종말에가까울무렵약50일간에생긴일을다룬것으로,그중심주제는<아킬레우스의분노>이다.총수아가멤논이첩으로삼고있는포로크리세이스는아폴론신관(神官)의딸이었는데,그반환을거부한탓으로아폴론의분노를사서,역병(疫病)이만연하게되었다.그대책을둘러싸고아가멤논과아킬레우스가다투게되고,아킬레우스는모욕을당해전쟁터에나가는것을거부했다.아킬레우스의어머니인바다의님프테티스는제우스에게부탁해서자식의명예회복을탄원했으며,제우스는아킬레우스가재기할수있는길을마련하기위하여전국(戰局)을그리스군에게불리하도록만들었다.아가멤논도자신의고집을꺾고화해할것을신청했으나아킬레우스는그것을거부한다.(卷9).전황이파국적인상황으로변하자아킬레우스의친구파트로클로스는그리스군의참상을좌시할수없어아킬레우스의무구(武具)를빌려용감히싸우나,트로이쪽의총수헥토르에게살해당한다(卷16).이렇게되자아킬레우스도친구의원수를갚기위하여궐기했으며,헥토르와싸워서그를쓰러뜨린다(卷22).아킬레우스의분노는그래도진정되지않아서헥토르의유해를계속욕보이나,신들의주선으로트로이의늙은왕프리아모스가밤중에아킬레우스의진영을찾아가아들의유해를거두어서성으로되돌아가장사를치르는것으로전편이끝난다그리스쪽에서는아킬레우스가가장중요한인물이고,트로이쪽에서는헥토르가가장중요한인물이며,이야기도이두사람을중심으로진행된다.그밖에아가멤논·메넬라오스·오디세우스·디오메데스등여러장수도각각의특성을발휘하여활동했으며,나아가헬레네·안드로마케·브리세이스같은여성도광채를더한다.특히유명한장면을예로든다면,메넬라오스와파리스가일대일로승부를겨루는것을헬레네와프리아모스가성벽위에서관망하는장면(卷3),헥토르와그아내안드로마케의이별(卷6),프리아모스가헥토르의유해를거두어가는장면(卷24)등이다.《오디세이》와함께그리스최대최고(最大最古)의고전이며후세에까지그리스인전체의정신생활의양식이되었을뿐아니라유럽,나아가서는세계의고전으로서그영향은심대하다.★요점정리·갈래:영웅서사시·성격:서사적,비극적·어조:삶과죽음의중대사를논하는장중한어조·심상:묘사적,서술적심상·제재:트로이전쟁의신과영웅들·주제:삶과죽음을초월하는용감한영웅정신트로이아전쟁을소재로한고대희랍의대표적인서사시로희랍인의세계관과영웅서사시의면모가잘나타나있다.
뮈르미돈의왕펠레우스는,발이아름다워서<은빛발>이라는
별명으로불리던바다의요정테티스를아내로맞이하게되었다.
이들의혼인잔치에는많은사람들이참석하였고,
저높은올림포스산의신들도초대되었다.
잔치가한창무르익어가는참인데
초대되지않은손님하나가불쑥그자리에나타났다.
누구인가하면바로불화의여신에리스였다.
에리스는어디에서든불화를일으켰기때문에
이혼인잔치에도초대되지않았던것이다.
그런에리스가그자리에나타나험상궂은얼굴을하고선
자기가당한모욕을복수하겠노라고벼르는것이었다.
복수하겠다고으름장을놓긴했지만,에리스가한일은
겨우잔칫상을향해황금사과한개를던진것밖에는없었다.
따라서처음엔별일아닌것같기도했다.
에리스는손님들을향해숨을한번크게쉬고는곧사라져버렸다.
에리스가던진사과는과일접시와포도주잔사이에놓여있었다.
손님중하나가허리를구부리고그사과를집어올렸다.
사과의한귀퉁이에는이런글귀가새겨져있었다.
‘가장아름다운여인에게’
그러자여신중에서도가장고귀한세여신이
그사과가자기것이라고주장하기시작했다.
헤라여신은자기가신들의아버지제우스의아내이자모든신들의
왕후되는여신인만큼그사과는마땅히자기것이되어야한다고주장했다.
아테나여신은자신이지니고있는지혜의아름다움은
다른모든신들이지닌지혜의아름다움보다앞서는만큼
그사과는당연히자기것이되어야한다고말했다.
아프로디테여신은부드러운미소를띤채,아름다움의여신을젖혀놓고
감히그사과의주인이될수있겠느냐고물었다.
세여신사이에는입씨름이벌어졌고,이입씨름은말싸움으로발전했다.
말싸움은시간이흐를수록치열해졌다.
세여신은그곳에모인손님들에게,
그사과가누구의것이되어야마땅한지심판해달라고하였다.
그러나그들은여신들의부탁을들어주지않았다.
어느여신을편들어주든,
나머지두여신으로부터원한을사게될가능성이있기때문이었다.
결국세여신은이문제를해결하지못한채
신들의궁전이있는올림프스산으로돌아갔다.
신들중에는이여신을편드는신이있는가하면
다른여신을편드는신들도있었다.
신들은이렇게편이갈린채로오래오래싸웠다.
얼마나오랜기간이었는가하면이말싸움이시작되던당시
인간세상에서태어난아기가자라전사,혹은목동이될때까지였다.
신들은모두죽지않는존재들이라서,때가되면죽어야만하는
운명을타고난인간의세월은알지못했다.
에게바다의북동쪽해안에는트로이아라고하는도시국가가자리잡고있었다.
트로이아는바닷가언덕위에튼튼한성벽으로둘러싸인거대한도시국가였다.
이도시가이렇게크게발전할수있었던것은,
트로이아의가까운해협을통해비옥한흑해연안을오르내리는
장삿배로부터통행세를걷을수있었기때문이었다.
이도시국가의왕프리아모스는넓은영토와,
갈기가유난히긴말을많이가진임금이었다.
그에게는아들도많았다.
신들사이에서황금사과를두고말싸움이벌어지기시작할무렵
프리아모스의왕비헤쿠바는막내아들을낳았다.
프리아모스왕내외는이막내아들에게파리스라는이름을지어주었다.
막내왕자의탄생은트로이아의커다란경사여야했다.
그러나왕비헤쿠바가파리스를배고있을때왕궁의점쟁이들은
왕비가장차트로이아를잿더미로만들말썽꾸러기를낳을것이라고
예언한일이있었다.
마침내헤쿠바에게서아들이태어나자
왕은하인하나를불러왕자를데리고나가빈들에버리라고명했다.
하인은왕의명령대로따랐다.
그러나달아난송아지를찾으로다니던한목동이
버려진왕자를발견하고는,데리고가서자신의자식삼아기르게되었다.
왕자는키가훤칠하게크고힘이세고,아주잘생긴청년으로자라났다.
달음박질과활쏘기라면그를당해낼장사가인근에는없었다.
그는이다산기슭의떡갈나무숲과고원지대에서청년시절을보냈다.
그곳에서숲의요정오이노네를만나사랑에빠지게되었다.
오이노네도청년을사랑했다.오니노네에게는사람이입은상처는
아무리지독한상처라도말끔히낫게해주는재능이있었다.
청년과오이노네는숲속에서행복하게살았다.
그러던어느날,여전히그황금사과를두고아옹다옹하던
질투심많은세여신은올림프스산에서인간세상을내려다보고있다가,
이다산기슭에서목동노릇을하는키가크고잘생긴청년을보게되었다.
세여신은모르는것이없는신들이라서그청년이
자기정체를모른다면보복당할것을두려워하지않고
공정하게심판할수있을것이라는생각을했다.
세여신은이제황금사과를두고입씨름하는데도싫증을느끼고있었다.
세여신은사과를청년에게던졌다.
파리스는엉겹결에손을내밀어그사과를받았다.
세여신은풀잎하나흔들리지않을정도로사뿐히땅위로내려서서는,
누가황금사과의주인이될만큼가장아름다운셋중에서고르게했다.
먼저아테나는여신이눈부신갑옷을차려입은모습으로앞에나섰다.
아테나는칼날같은잿빛눈으로파리스를바라보면서자기에게
그황금사과를던져주면어느누구에게도뒤지지않을
지혜를주겠노라고약속했다.
다음에헤라여신은신들궁전의왕후에어울리는차림으로나서면서
자기에게그황금사과를준다면
어마어마한재물과권력과명예를주겠다고말했다.
마지막으로깊은바다처럼파란눈을가진아프로디테가
꼬아놓은금실같은타래머리를하고달콤한미소를지으면서앞으로나왔다.
아프로디테는자기에게황금사과를던져주면
자기만큼아름다운아내와짝을지어주겠노라고약속했다.
파리스는그여신만큼아름다운아내라는말을듣는순간,
지혜와권력을주겠다는두여신의약속을잊고말았다.
심지어는떡갈나무숲에두고온<검은머리>오이노네도잊어버리고말았다.
파리스는그황금사과를아프로디테에게던졌다.
그순간아테나와헤라는황금사과를
자신들에게던져주지않은파리스에게앙심을품었다.
잔칫날손님들이예측했던그대로였다.
두여신은아프로디테에게도원한을갖게되었다.
하지만아프로디테는매우만족스러웠다.
트로이아왕자인그목동에게한약속을지키기로마음먹고는자리를떠났다.
파리스가치는소떼의임금격인가장크고아름다운황소한마리를
훔치도록조화를부렸다.
파리스는그소를찾기위해산을내려와트로이아로갔다.
그런데그때마침어머니인헤쿠바가우연히파리스를보게되었다.
헤쿠바는청년이자기의다른아들들과닮은것을확인한데다
나름의느낌도있고해서,그청년이바로아주어릴때자기품을떠났던,
그래서죽은줄로만알았던막내아들이라는것을알게되었다.
헤쿠바는너무기뻐울면서그청년을왕앞으로데리고갔다.
막내왕자가살아있는데다그처럼훤칠한대장부로자란것을본사람들은
점쟁이들의예언을잊고말았다.
프리아모스왕은막내아들을왕궁으로맞아들이고
트로이아의다른왕자들에게도그랬듯이살만한집을내주었다.
파리스왕자는그집에살면서이따금씩사랑하는오이노네가기다리는
이다산의떡갈나무숲으로되돌아가고는했다.
한동안은행복한나날이계속되었다.
스파르타의왕메넬라오스와헬레네공주의혼인잔치였다.
헬레네를두고남자들은<예쁜뺨>헬레네라고불렀다.
그녀는인간세상의여자중에서가장아름다운여자였다.
헬레네의아름다움은온그리스땅에널리알려져있었고,
많은왕과왕자들이그녀를아내로맞이하고싶어했다.
험한바위섬왕국이타카왕오뒤세우스도그러한왕중의한명이었다.
그러나헬레네의아버지는수많은구혼자들중에서
메넬라오스를사윗감으로골랐다.
그는그많은구혼자들이어쩌면사윗감으로선택되지못한데앙심을품고
자기사위를해코지할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그래서그들로하여금사위에게무슨일이생기면헬레네를위해서라도
일제히돕겠다는맹세를하게했다.
오뒤세우스는헬레네에게구혼했다가거절당하고
헬라네의사촌인페넬로페와혼인했다.
하지만바로이때한맹세에따라헬레네에게무슨일이생기면
언제든지달려가도울마음의준비가되어있었다.
헬레네가아름답다는소문은그리스땅방방곡곡으로퍼져나가,이윽고
아프로디테여신이짐작했던것처럼트로이아에까지알려지게되었다.
파리스는그소문을듣는순간,사람들의말대로정말이세상에서가장
아름다운여자인지아닌지직접가서제눈으로확인해보기로마음먹었다.
오이오네는눈물을흘리면서자기와함께있어달라고애원했다.
그러나파리스는막무가내엿다.
그는더이상떡갈나무숲에있는오이오네의동굴로올라가지도않았다.
파리스는바라는것이있으면기어이손에넣고야마는성미였다.
그는아버지프리아모스왕에게배를한척빌려줄것을요청했다.
파리스와뱃사람들은프리아모스왕이내어준배를타고바다로나섰다.
에게바다가그들앞에기다리고있었다.바람은순조로웠다.
마침내그리스반도에이른그들은해변을따라올라가배를대고,
무수한언덕을넘어요새같은메넬라오스왕의왕궁에이르렀다.
노예들이파리스일행을맞았다.
그들은우선오랜항해로인해몸에달라붙은소금기와먼지를말끔히씻었다.
그리고는새옷으로갈아입고왕을만나기위해큰접견실로들어갔다.
접견실한가운데에는화로가덩그렇게놓여있었다.
왕의발치에는왕의사랑을독차지하는사냥개들이웅크린채엎드려있었다.
메넬라오스왕이말했다.
나의왕궁으로는무슨일로오셨는지들어봅시다."
"저는바다건너에있는먼나라트로이아의왕자인데이름은파리스라고합니다.
먼나라가보고싶어이렇게왔습니다.
메넬라오스전하의명성은트로이아의해변에까지익히알려져있습니다.
훌륭한임금이시며나그네에게너그러운분이시라고요."
파리스가대답했다.
"자,그러면앉아서무얼좀드시겠소?
그렇게먼데서오느라고퍽고생하셨겠구료."
메넬라오스가파리스일행에게자리를권했다.
파리스일행이자리에앉자고기와과일과황금술잔에
찰랑거리는포도주가앞에차려졌다.
그들이먹고마시면서여행중에겪은일을주인에게들려주고있는데,
왕비인헬레네가접견실로들어왔다.
헬레네의뒤로두명의시녀가따라들어왔다.
한명은헬레네의딸을안고있었고,
또한명은짙은보라색털실이감긴상아실톳대를들고있었다.
화로저쪽,왕비자리에앉은헬레네는실을감기시작했다.
실을감으면서헬레네는나그네들의이야기에귀를기울였다.
순간순간파리스의눈길과헬레네의눈길이
화로에서피어오르는자옥한연기속에서마주치곤했다.
파리스는메넬라오스의왕비가소문으로듣던것보다훨씬더아름답다고생각했다.
헬레네는옥수수대궁처럼매끈했고들꿀처럼향기로웠다.
한편헬레네의마음을끈것은나그네왕자가젊다는점이었다.
메넬라오스는헬레네의아버지가자기취향에따라선택해준사람이지
헬레네자신이선택한사람은아니었다.
두사람의결혼생활이행복하지않은것은아니었으나
메넬라오스는헬레네보다훨씬나이가많았다.
메넬라오스의수염에는벌써흰올이나타나기시작한터였다.
그러나파리스의금빛수염에는흰올이라고는하나도없었다.
그의눈은반짝거렸고입가에는미소가어려있었다.
파리스를바라보는헬레네의가슴이두근거리기시작했다.
헬레네는감고있던보라색실을잡아챘다.
파리스와그일행은여러날동안메넬라오스왕의손님으로궁전에머물렀다.
오래지않아파리스는왕비헬레네를멀리서보는것만으로
만족할수없게되었다.
가엾은오이오네는파리스의기억속에서완전히잊혀져있었다.
파리스는오로지헬레네생각만했다.
<예쁜빰>헬레네를두고떠날생각을하니파리스는눈앞이아득했다.
날이감에따라파리스왕자와헬레네왕비는궁전안의
서늘한올리브숲속과흰꽃이핀편도나무가지밑을함께걷기도했다.
파리스는보라색실을감으며
그나라민요를부르는헬레네의발치에앉아있기도했다.
드디어메넬라오스왕이사냥을떠나는날이왔다.
파리스는핑계를대고따라나서지않았다.
그래서파리스일행은궁전에남아있을수있었다.
왕이떠나궁전이호젓해지자파리스와헬레네는
단둘이서은빛올리브나무그늘을거닐었다.
파리스의부하들은조금떨어진곳에서왕비의시녀들과어울리고있었다.
파리스는자기가여기까지온것은오로지헬레네를만나보기위해서였고,
만나보는순간온가슴으로사랑하게되어혼자는돌아갈수없다고고백했다.
"그런소리는하는게아니에요.두가지이유때문에그래요.
첫째는,나는아미다른남자의아내이기때문이고,
둘째는당신의그말때문에,당신이떠난뒤에내가더
견디기어려워질것이기때문이에요."
헬레네가대답했다.
"사랑스러운헬레네여.내배가바닷가에있답니다.나와함께갑시다.
마침당신의지아비인메넬라오스왕은먼곳으로가있습니다.
우리,당신과나는남남이아닙니다.
우리는한줄기에서뻗어나온두개의덩굴이랍니다."
파리스는조르고헬레네는망설이고……….
귀뚜라미우는한나절,두사람은몇번이고밀고당기기를거듭했다.
하지만헬레네의상대는파리스였다.
그는자기가바라는것은기어이손에넣고야마는사람이었다.
헬레네의가슴깊은곳에서
파리스를따라가고싶다는욕망이꿈틀거리기시작했다.
결국헬레네는지아비와딸과명예를등졌다.
울부짖으며애원하는시녀들을등진채,파리스는부하들과함께
헬레네를데리고배가대기하고있는바닷가로갔다.
이로써파리스는아프로디테가약속한신부를얻은셈이었다.
그러나바로이일때문에무서운일들이꼬리를물고일어나게된다.
트로이아왕자와함께도망치고없다는것을알게되었다.
암담한슬픔과함께열화같은분노를느낀그는
곧사방으로사람을풀어트로이아왕자의잘못을알리고
형인아가멤논에게도움을요청했다.〈검은수염〉아가멤논은
그리스모든도시국가의왕들위에군림하는대왕이었다.
사자의문이있는황금시대뮈케나이의궁전에서아가멤논은
모든군사와배를집결시키라는명령을내렸다.
퓔로스의노왕네스토르에게도명령이떨어졌다.
들비둘기가나직하게울어대는티스베에도그명령이전해졌다.
험악한땅의우레같은고함소리로유명한〈우레목〉디오데메스,
험한바위섬이타카를다스리는꾀주머니왕오뒤세우스,
심지어는크레타섬의이도메네오스에게까지명령이전해졌다.
크레타에서,아르고스에서,이타카에서,본토와섬에서
검은배들이꼬리를물고몰려나오기시작했다.
도시국가의왕들은농사를짓고있던부하,
고기잡이를하고있던부하들을불러들여활과창으로무장하게했다.
병사들은왕의명령에따라하루속히〈예쁜뺨〉헬레네를되찾고,
그녀를꾀어낸왕자의죄를물어트로이아에복수할것을맹세했다.
아가멤논은아울리스항구에서자신의배에탄채선단이집결하기를기다렸다.
배가모두집결하자,
아가멤논은마침내선단을이끌고트로이아로나아가기시작했다.
그런데선단에는마땅히합류했어야할장군이하나빠져있었다.
그일의내력은이렇다.파리스가세상에태어나기도전에,
〈은빛발〉이라불리는바다의여신테티스는펠레우스왕의아들을낳았다.
펠레우스왕과테티스왕비는이아들의이름을아킬레우스라고지었다.
신들은왕비테티스에게만일아킬레우스의몸을
저승세계를흐르는강가운데하나인스튁스강물에다담그면,
그거룩한물의영험으로전쟁터에서도
죽지않게해주겠노라고약속한적이있었다.
테티스는기꺼이신들이시키는대로했다.
그러나아들을머리부터그검고쓰디쓴강물에담그자니
발목을잡지않을수가없었다.
그래서테티스의손이닿은아킬레우스의발목만은
그스튁스강물에적셔지지않았다.
테티스가그것을깨달은건이미때늦은다음이었다.
스튁스강물에담그기는한번밖에는할수없었기때문이다.
테티스는이일이있는후부터늘아들을걱정하게되었다.
아킬레우스가소년이되자아버지펠레우스는나이가몇살더많은
파트로클로스를친구로딸려아들을테살리아의케이론에세보냈다.
케이론은가슴위쪽은사람이고아래쪽은말인켄타우로스이며,
그들중에서도가장현명한켄타우로스였다.
케이론은아킬레우스를다른소년들과합류하게하고,
말타는법(케이론자신의등이곧말잔등이었다),
칼과창과활쓰는법,하프켜는법등을가르쳐주었다.
케이론은이러한것들을다가르친다음에야아킬레우스를
아버지펠레우스의궁전으로돌려보냈다.
테티스는아킬레우스를스퀴로스섬으로보냈다.
그리고그섬의뤼코메데스왕에게,자기아들에게처녀옷을입혀
그섬나라공주들사이에다숨겨달라고부탁했다.
아들을전쟁으로부터안전하게지키기위해서였다.
아킬레우스같은사람이어떻게어머니의이런터무니없는요구에
고분고분할수있었는지그것은아무도모른다.
아마도테티스는오로지아들의안전만을생각하느라고
무슨마법을걸지않았나싶다.
배가집결할동안아킬레우스는뤼코메데스왕의딸들사이에숨어있었다.
그러나전쟁으로부터아들은보호하기위해꾸민
테티스의계획은실패로돌아갔다.
선단이물결을따라동쪽으로향하던도중,선단의병사들이
마실물을싣기의해스퀴로스섬에상륙했던것이다.
그섬에서는아킬레우스왕자가숨어있다는소문이돌고있었다.
뤼코메데스왕은군대의상륙을환영하면서도
아킬레우스왕자같은사람은알지도못한다면서딱잡아떼었다.
상륙부대의지휘관은낙심천만이었다.
왜냐하면점쟁이우두머리칼카스가아킬레우스없이는
트로이아를함락시킬수없다고예언한적이있었기때문이었다.
그러나오뒤세우스는공연히꾀주머니장군이라고불리는것이아니었다.
그는수염과눈썹을검게물들이고머리카락을붉은모자속으로감춘다음
장사꾼옷을구해입고방물장수로변장했다.
손에는지팡이를들고등에는커다란봇짐을짊어진채
그는뤼코메데스의왕궁으로들어갔다.
궁전앞마당에방물장수가왔다는소식을들은왕의딸들이우루루몰려나왔다.
아킬레우스도처녀처럼너울을쓰고그들사이에묻어나와
방물장수의봇짐이풀리기를기다렸다.
방물장수가봇짐을풀자왕의딸들은제각기좋아하는것을하나씩집어들었다.
금관을집는처녀,호박색목걸이를집는처녀,
하늘빛처럼푸른옥목걸이를집는처녀,
붉은비단으로가장자리를수놓은치마를집는처녀도있었다.
처녀들이모두하나씩집고나니방물장수의봇짐은곧바닥이났다.
봇짐의맨바닥에는자루에황금징이박힌큼지막한청동검이하나들어있었다.
너울로얼굴을가린채다른처녀들이물건을다고르고돌아설때를
기다리고있던듯한마지막처녀가앞으로걸어나와그칼을집었다.
그런데잡는것부터가아무리보아도그런무기를많이다루어본솜씨였다.
예전에익숙했던솜씨로칼을잡는순간,
어머니테티스가아킬레우스에게걸었던마법이풀렸다.
아킬레우스왕자는너울을풀어헤치면서외쳤다.
“이것이야말로내것이다!”
그러자선단의왕들과장군들이달려와아킬레우스주위로몰려들면서좋아했다.
그들은아킬레우스가입고있던여자옷을벗기고,
전사에게어울리는짧은킬트치마와소매없는외투로갈아입힌다음
허리에는칼까지채워주었다.
연합군장군들의부탁을받은아킬레우스는아버지펠레우스왕의
궁전으로되돌아가선단에합류할군대와배를지원해달라고요청했다.
어머니테티스는울면서이렇게말했다.
“나는사랑하는너를안전한곳에다두는것이소원이었다.
그러나이제네운명은네가선택해야한다.
네가여기에머물면오래,그리고행복하게살수있을것이다.
하지만군대를따라간다면,이세상끝나는날까지사람들의이야기에
네이름이오르내릴정도의명예를얻을수는있으나
네수염에흰올이생길때까지는살지못한다.
다시아버지의왕궁으로돌아오지도못하게될것이다.”
“어머니,저는오래살지못해도명예로운삶을택하겠습니다.”
아킬레우스가손가락으로칼을어루만지면서대답했다.
아버지펠레우스왕은아킬레우스에게군대를실은배오십척과
친구겸전우로파트로클로스까지딸려보냈다.
어머니는울면서아들의몸에다지아비펠레우스의갑옷을입혀누었다.
그것은대장장이의신헤파이스토스가
펠레우스를위해손수만들어준갑옷이었다.
마침내아킬레우스는선단을이끌고
트로이아로향하는연합군선단에합류하게되었다.
폭풍이선단의진로를방해하는가하면
난데없이나타난적의함대와도싸워야했기때문이다.
천신만고끝에연합군의선단은트로이아성이보이는해안에까지이르렀다.
이때부터선단에서는트로이아에
누가먼저상륙하는가를두고겨루기가벌어졌다.
노잡이들은서로먼저상륙하고싶었던나머지노젓는속도를높였다.
그바람에뱃머리가바다속으로빠져들기도했다.
이겨루기에서승리한것은프로테실라오스왕자가지휘하던배였다.
그러나왕자가해변에발을딛는순간,
트로이아진영에서날아온화살하나가왕자의목줄기를꿰뚫고말았다.
왕자는모래톱위로쓰러졌다.
이로써프로테실라오스왕자는그리스최초의상륙자이자
기나긴트로이아전쟁의첫희생자가되었다.
나머지그리스의군사들은그의뒤를이어트로이아군을휘몰아쳤다.
트로이아군은잘훈련된그리스연합군에대한방비가
제대로되어있지못했다.그리스군사들은해가떨어졌을때도
해변의모래언덕,트로이아평원의갈대밭,거친들풀위에다
재빨리잠자리를마련할줄아는선수들이었다.
그리스연합군은배를해안에끌어다붙이고,
배앞에서집회장도만들고오두막도얽어놓았다.
트로이아해변의삽시간에작은항구도시비슷한마을로변했다.
그리스연합군은전쟁이계속되는몇해동안
뗏장과목재로얽어세운그마을에살면서긴싸움을치뤄내었다.
아홉번이나야생편도나무가꽃을피웠고,아홉번이나
트로이아성밑의가파른바위사이로돋은떨기나무가지를말렸다.
배의재료로쓰였던나무들이썩어갔고조국을떠나올때
병사들이지니고있던그뜨거운야망도점차무디어져갔다.
그리스연합군은포위공격전에대한지식이없었다.
성주위에다참호를팔줄도몰랐고트로이아동맹국의
보급품과군대가지나는길목을지킬줄도몰랐다.
그들은또한성문을부술줄도,성벽위로올라가는것도알지못했다.
늙은왕과늙은신하들이지휘하고있던트로이아군대역시성안에서만
죽치고있다가이따금씩성문을열고나가작은접전을벌일뿐이었다.
트로이아군대의지휘관중에서시도때도없이성문을열고나가
그리스진영을짓밟는장군은,트로이아군의사령관이자
왕의맏아들인헥토르뿐이었다.
그러나트로이아주위의작은해안도시들은
그리스군대에게무참히짓밟혀야했다.
검은선단을이끌고바다를건넌그리스연합군은
이런작은해안도시들을급습하여,가축은양식으로삼고
말은전차를끌게했으며여자들은잡아서노예로삼았다.
편도나무가열번째로꽃을피울즈음,이런해안지방의소도시를기습한
그리스연합군은아름다운그두처녀를포로로잡아왔다.
전쟁에시달릴대로시달린크뤼세이스와브리세이스가바로그두처녀였다.
크뤼세이스는전리품중에서도가장좋은것을차지하는대왕
아가멤논에게주어졌고,브리세이스는그기습공격을지휘했던
아킬레우스에게상으로주어졌다.
태양신아폴론을섬기는사제였던크뤼세이스의아버지는
그리스진영으로와서몸값으로금을낼터이니딸을돌려달라고애원했다.
그러나아가멤논은이를거절하고노인을잔뜩욕보이고는돌려보냈다.
겉으로보기에이문제는이것으로끝난것같았다.
그러나그직후에그리스진영에는열병이돌았다.
많은병사들이열병으로죽었고,
죽은병사들의시체를태우는연기가밤이고낮이고해변에자옥했다.
절망에빠진그리스연합군은점쟁이칼카스에게
열병이퍼진원인을알아보게했다.
그는하늘을나는새들을관찰하고모래판에다그려가며점을쳤다.
칼카스는태양신아폴론이사제가당한모욕을대신분풀이해주느라고
은으로만들어진활로연합군진영에다열병의화살을쏘아대고있다고말했다.
그리고크뤼세이스처녀를아버지에게돌려보내지않는한
아폴론의분노는누그러지지않을것이라고덧붙였다.
이말을들은아가멤논은불같이화를내었다.
장군들은그에게처녀를돌려보내자고말했다.
그러나아가멤논은아킬레우스에게주어진
브리세이스를차지하게해준다면크뤼세이스를돌려보내겠다고말했다.
그즈음아킬레우스는이미브리세이스에게정이들어서
어떻게하든지자기가보호해주어야겠다고마음먹고있던참이었다.
브리세이스를위해서라면칼을뽑는것도사양하지않을기세였다.
그러나아프로디테가파리스와트로이아를편드는것에맞서
그리스연합군의편을들기로작정하고있던아테나여신은,
아킬레우스의마음속에대왕과맞서서는안된다는생각을품게했다.
그래서아킬레우스는자기가대왕과맞서는순간
전쟁은연합군의패배로끝난다고생각하게되었다.
그러나노장군네스트로가그들을화해시키려고애를쓰고있음에도
불구하고두사람사이의불화는더욱심해지고있었다.
나이는젊지만그리스연합군의장군중에서가장자존심이강하고
성질이급했던아킬레우스는,아가멤논대왕을가리켜
얼굴은마치개와같고가슴은겁쟁이사슴같을뿐아니라
욕심많은비겁자라고욕했다.
"대왕은전투에서는별활약도하지않으면서전투가끝나면
다른사람이차지한전리품까지도차지하려고합니다.
전리품뿐만아니라명예까지도독차지하려고합니다.
이유는단하나,대왕에게는그럴만한권력이있기때문입니다."
이말을전해들은아가멤논의표정은비구름이라도낀듯이어두워지면서
이렇게응수했다.
"나는대왕이다.네말마따나나에게는그럴만한권력이있다.
이것을잊어버려선안된다.
너는또한대왕으로서그럴만한권리도가지고있다.
너는많은왕자들중의하나에지나지않는다는사실을명심하도록해라."
두사람의싸움은나날이험악해져갔다.
다른장군들로서는그싸움을말릴수가없었다.
결국막말을한사람은아킬레우스였다.
"아가멤논장군.당신은내명예를더럽혔소.
따라서신들앞에서맹세하거니와더이상당신을위해서싸울수없소.
나는명예가회복될때까지트로이아를상대로싸우는싸움에서는
어떠한역할도맡지않을것이오."
아킬레우스는회의장을뛰쳐나가자기부대의진영으로돌아가버렸다.
그뒤로는자기부대,자기나라의검은선단밖으로는모습을내비치지않았다.
아킬레우스는지휘를받던군대도나타나지않았다.
아가멤논은불같이오르는화를삭이면서아폴론신에게제물로받칠
집짐승과함께크뤼세이스를자기배에싣게했다.
그리고오뒤세우스에게명령을내려처녀를아버지에게되돌려주도록했다.
배가떠나자아가멤논은부하를보내어아킬레우스의진영에있던
브리세우스를자신의막사로데려오게했다.
처녀가울면서아가멤논의부하들에게끌려가고있었지만
아킬레우스는아무저항도하지않았다.그는돌이되어버린것같았다.
그저선채로가만히지켜보고있을뿐이었다.
그러나처녀가눈앞에서사라지는순간,아킬레우스는
차가운바닷가로달려가모래톱에주저앉아대성통곡하기시작했다.
바다밑수정궁에서사랑하는아들의통곡소리를들은
바다의여신<은빛발>테티스는,
바다위를오르는바다안개처럼물위로솟구쳐올랐다.
테티스의모습은아들의눈에만보였다.
테티스는아들옆에앉아머리카락과어깨를쓰다듬으며말했다.
"왜이렇게슬퍼하느냐?
네가슴에맺힌슬픔이무엇인지나에게말해보아라."
아킬레우스는울먹이면서자신이통곡하고있는사연을말했다.
슬픔과분노를이기지못한그는어머니에게부탁을했다.
신들의아버지인벼락의신제우스에게탄원해서
트로이아가한번만승리할수있게해달라고말이다.
트로이아가이기게되면아가멤논은자기휘하장국중의하나인
아킬레우스가얼마나중요한존재인지를깨닫고
그의명예를회복시켜준뒤되돌아와달라고애원할것이기때문이었다.
테티스는아들의소원을이루어주겠다고약속했다.
그러나곧바로제우스에게탄원할수는없는노릇이었다.
신들의아버지가다른일로세계의반대쪽끝에가있었기때문이었다.
그래서테티스와아킬레우스는제우스신이
올림포스산으로되돌아올때까지기다려야만했다.
아킬레우스는열이틀동안이나자기배에서기다리면서
그동안일어났던일들을곰곰히생각해보았다.
그동안에오뒤세우스는격식에맞는제물과기도문,
죄를닦는데필요한제사용구들과함께크뤼세이스를
그녀의아버지에게되돌려보내고해변으로돌아와있었다.
크뤼세이스의아버지는아폴론신에의한열병의저주는이미풀렸다면서
다시는그런일이연합군에생기지않게해주겠다고약속했다.
그러나브리세이스는아가멤논대왕의진영에있었다.
아킬레우스는배안에서가슴속에사무친,
장미송이처럼붉은분노를다독거리고있었다.
열이틀째되는날,벼락의신제우스가올림포스산위로돌아왔다.
테티스는제우스에게다려가트로이아군에게
한차례승리를안겨달라고탄원했다.
그렇게함으로써대왕아가멤논과그리스연합군의장군들이
자기아들아킬레우스가얼마나대단한존재인가를다시한번
뼈저리게느끼게해달라고빌었다.
제우스는그러고싶지는않았지만테티스의부탁이니들어주겠노라고약속했다.
신들의아버지제우스는어떻게해야좋을지곰곰히생각했다.
그러다그날밤.나무로지은막사에서잠을자고있는
아가멤논으로하여금가짜꿈을한토막꾸게했다.
가짜꿈에서는현명한노장군네스토르가대왕의침대옆에서서
이렇게말하는것으로되어있었다.
"왕중의왕이신전하,군대에전투를준비하게하십시오.
제우스신께서는,만일대왕께서내일트로이아를공격한다면
전화의군대에게는승리,트로이아군대에게는
슬픔과죽음을안기겠다고약속하셨습니다."
아가멤논이꿈에서깨어난것은희붐한새벽빛이문간을밝히고있을때였다.
그는꿈을떠올리자기대로가슴이부풀었다.
그러나새벽빛이빛줄기로변할즈음부터는꿈이
사실과반대일수있다는데에생각이미쳤다.
아가멤논은변덕이심한사람이었다.
침대에서일어난그는갑옷을입고부하들에게전투준비명령을내리는대신
여느때입는헐거운겉옷과망토를걸치고손에는
대왕을상징하는금장식이수놓인올리브나무지팡이를쥐었다.
그런다음왕과장군들을소집하여
꿈이야기를들려주고어떻게하면좋을지를물어보았다.
걱정스러워하는대왕의마음이전해지자듣고있던군사들중에서도
싸우자고고함을지르는이는하나도없었다.
모두가염려스러운듯이서로의눈치를살필뿐이었다.
그런데갑자기대왕이엉뚱한제안을했다.
연합군의정신상태를시험해보고싶다는것이었다.
그는연합군을한자리에모아놓고이렇게말할생각이었다.
포위공격전을너무오래끌어왔으니이제는배를바다쪽으로돌리고
막사는모두불태워버리고그리스본토로돌아가겠다고말이다.
만일자신의말을곧기듣고배쪽으로달려가는병사들을,
그들이미처배에이르기전에지휘관들이다시돌려세운다면
분위기가좀더살아나지않겠느냐는것이었다.
사실포위공격전은실제로도너무지루하게끌어오고있었다.
병사들의사기는떨어질대로떨어져있었다.
그들은자신의고향땅과두고온처자식이그리워미칠지경이었다.
그래서병사들은아가멤논의말을듣자마자,
서풍앞에서파도를일으키는바다처럼
그자리에서벌떡일어나환성을지르며배쪽으로달려갔다.
그들뒤로먼지구름이일었다.지휘관들도예외는아니었다.
그러나오뒤세우스만은바위처럼버티고서있었다.
그는지휘관들에게대왕이농담삼아한말에지나지않는다면서,
그렇게오래도록공격해온트로이아를두고떠나는것은
부끄러운일이라고외쳤다.
그는외치는데에그치지않고왕의권위를상징하는지팡이를
지휘봉삼아흔들면서마치양치는목동처럼병사들을제자리로내몰았다.
병사들은모두원래있던자리로돌아갔지만낙심천만이었다.
사기가오를리가없었다.병사중의한명이항의했다.
테르사테스라는이름의안짱다리병사였다.
그는무리가운데서앞으로나와장군들을조롱하는연설을했다.
그는지휘관들을욕보이는한편,
병사들에게따를만한가치가없는지휘관들을떠나싸움터에서도망치라고말했다.
오뒤세우스는서둘러테르사테스의입을막지않으면
병사들의마음이흔들릴것으로판단하고는,
그를붙잡아왕위를상징하는지팡이로흠씬두들겨주었다.
테르사테스는피를흘리면서어린애처럼비명을질러댔다.
오뒤세우스는데르사테스를땅바닥에다내동댕이친다음실컷비웃어주었다.
가까이있던이들도모두그를비웃었다.웃음은무리속으로퍼져갔다.
현장에서멀리떨어진곳에있던병사들은영문도모른체따라웃었다.
그들은창칼을높이치켜들고는오뒤세우스를환호했다.
오뒤세우스와백발의네스토르는대왕을대신해전투준비를외쳤다.
그리스군은각부대별로자기네왕과장군과지휘관들의명령에따라서,
사로잡은말에마구를채워전차를끌게했다
거대한수레바퀴처럼한덩어리가되어물밀듯이들판을휩쓸고나아갔다.
그모습은마치짝짓기철이되어
먼땅에서원래살던늪으로돌아오는두루미떼같았다.
아킬레우스가싸움터에서등을돌렸다는소식에사기가오를대로오른
트로이아연합군은그리스연합군을맞기위해성에서몰려나왔다.
포위전이시작된이래실로처음으로두군대가맞붙은것이었다.
트로이아군에서는파리스가거들먹거리며평원으로나왔다.
그는어깨에표범가죽을걸치고,손에는두개의청동머리장식이박힌
창두자루와큰활을들고있었다.그는그리스군을향해소리를질렀다.
누구든지나와서자기와일대일로싸우자고말이다.
헬레네의지아비인메넬라오스는먹이감을앞에둔사자처럼좋아했다.
그는전차에서뛰어내렸다.갑옷이햇빛에번쩍거렸다.
그러나자기와싸울상대가누구인가를알아낸파리스는
가슴이철렁내려앉는것같았다.
무섭기도한데다몹시부끄러워진그는트로이아군속으로들어가버렸다.
그모습을보고있던헥토르는파리스를겁쟁이라고놀려준뒤,
어떻게하든그의용기를북돋워주려고했다.
파리스가다시용기를내자,헥토르는그리스군에게파리스와메넬라오스와
일대일싸움으로전쟁을아예끝내버리자는제안을했다.
그의제안은곧사생결단을의미하는것이었다.
헥토르는만일그싸움에서파리스가지면헬레네를금은보석과함께
첫지아비인메넬라오스와그의군사들에게돌려보내겠다고했다.
그러나반대로메넬라오스가그싸움에서목숨을잃는다면
헬레네는트로이아에그대로남고그리스연합군은
빈손으로바다를건너본국으로돌아가야한다는조건을내걸었다.
그리스군은이에동의했다.
헥토르는신들도이일대일의조건부대결을용납할것인지
그여부를알아보기위해,트로이아성안으로사람을들여보내
제물로쓰일양두마리를몰아오게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일대일결투에나서다2. 이윽고두마리의양이도착했다.싸울준비가되어있지않았던파리스는갑옷을빌어입었다.번쩍거리는가슴가리개와다리보호대를하고,꼭대기에말총이촘촘히박혀움직일때마다바람에나부끼는큼지막한투구도썼다.태양이달아오르기시작하면서날씨가몹시더워졌다.그리스군과트로이아군은너나할것없이모두갑옷을벗고방패에기댄채일대일의싸움이시작되기를기다렸다.한편,시녀들에게둘러싸인채베틀로보라색겉옷감을짜고있던헬레네는파리스와자기의첫지아비사이에결투가벌어진다는소문을듣게되었다.헬레네는베틀에서일어나머리에너울을쓰고가까운성루위로올라갔다.프리아모스왕은몇몇원로들과함께벌써그곳에올라와있었다.왕은평원과그평원에서마주진치고있는양쪽군대를내려다보고있었다. 헬레네가올라오는것을본원로들이자기들끼리수군거리기시작했다.아름다운여인을놓고싸우는것은수치가아니지만,만일헬레네가자신의첫지아비에게돌아간다면트로이아로서는무척다행스런일이아니겠느냐는이야기였다.그러나헬레네를늘자애로거두어주던프라이모스왕은헬레네가원로들의수군거림에흠칫하는것을보고는손을내밀어그녀를가까이오게하고서이런말을해주었다."얘야,일이이지경이되었다만나는너를원망하지않는다.너희나라와우리나라백성들사이에이런일이벌어진것도다신들의뜻이아니겠느냐"헬레네는울면서이렇게말했다."전하께서는저에게늘자애로우십니다.이럴줄알았더라면남편과자식을두고떠나기전에죽어버렸어야했는데…….뻔뻔스럽게도파리스를따라와많은사람들을슬프게하다니,저자신이원망스러울뿐입니다."프리아모스왕은헬레네가두손으로얼굴을가리고성루에서뛰어내릴것같았던지,그녀를가까이끌어와곁에두고그리스진영의장군들을가리키며이름을물었다.혹시라도그녀가딴마음을먹지못하게하기위해서였다.그들은나란히선채로한동안평원을내려다보고있었다.두나라의군대사이로가로놓인평원에간단한제단이마련되었다.양쪽장군들은양을죽여그것을제물로삼아,두사람의일대일싸울결과가어떻게나든간에반드시승복하겠노라고맹세했다.곧네모닌싸움터가마련되었다.심판관으로뽑힌병사들이투구에다두개의나무조각을넣고제비뽑기에들어갔다.누가먼저창을던지느냐,그것을결정하는제비뽑기였다.헥토르가투구를흔들었다.파리스의제비가잘다져진싸움터바닥에떨어졌다.모두들침을삼키고결과를기다렸다."파리스다!파리스가먼저창을던진다!"파리스가창을뒤로한껏젖혔다가던졌다.그러나파리스의창끝은메넬라오스의방패에박힌사마귀모양의징에맞고는바닥으로떨어지고말았다.그러자메넬라오스가그우렁찬목소리로신들의아버지이름을불렀다."위대한제우스시여!제식탁에서소금을함께먹고,제지붕아래에서함께잤음에도불구하고저를배반하게한못된짓을저지른이자에게그값을치르게하소서!그는마음을속에쌓인원한을있는대로실어힘껏창을던졌다.창끝은파리스의방패와가슴가리개를뚫고윗옷까지뚫었다.그러나파리스가몸을옆으로비튼덕분에큰상처는입지않았다.메넬오스는고함을지르고큰칼을흔들면서파리스에게돌진해왔다.그러나그의칼은파리스의투구위에달린빗살모양의구리장식에맞으면서네조각으로부러졌다.부러진칼날이햇빛에반짝거렸다.메넬라오스는쓸모없게된칼을버리고는마치먹이를공격하는표범처럼파리스를덮쳤다.그리고는투구위에달린말총장식을거머쥐고그리스진영으로끌고가려고했다.그러나아프로디테여신은파리스의턱밑에묶여있던투구의턱끈을끊어버렸다.메넬라오스는말총장식만한줌거머쥐고있는셈이었다. 그는말총장식을잡고파리스의투구를공중에서한차례돌리고는그리스진영의한복판으로내던져버렸다.그런다음싸움을끝장내기위해다시파리스쪽으로돌아섰다.그런데트로이아의왕자는온데간데가없었다.아프로디테여신의파리스를겉옷으로감싸사람들눈에보이지않게한뒤,프리아모스왕의궁전중에서가장높고안전한곳으로데리고가버렸기때문이었다.메넬라오스가사라진적을찾아고함을지르면서길길이날뛰고있을동안,그리스군사들은승리의함성을질렀다.자신들과트로이아군사이에했었던약속대로라면이제헬레네는자기네진영으로돌아올것이고,그러면헬레네와함께모래톱가까이에있는배로달려가오래전에떠나온그리운고향으로돌아갈수있기때문이었다.프리아모스왕에게손을잡힌체설루에서평원을내려다보던헬레네도그리스진영의병사들과똑같은생각을하고있었다.그러나그때아프로디테여신이헬레네의곁으로다가갔다.내리꽂히는제비처럼눈깜짝할사이였기때문에여신이거기에왔다는것을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아프로디테여신은헬레네에게말했다."나와함께네가거처하던곳으로가자.네지아비파리스가,손님을맞는큰방에서너를부르고있으니....."그러자헬레네가대답했다."파리스는이제저의지아비가아닙니다.그럴때는지났습니다.아무리불러도저는가지않을것입니다."하지만헬레네가거절한다고해서물러설사랑의여신이아니였다.여신은살짝눈살을찌푸리면서말했다."네마음은잘알지만.이날이때까지내가너희에게베풀어주었던사랑을증오로만들수는없다는것을명심하여라.너를증오하던그리스인들을마음돌리기가어렵지않은것처럼트로이아사람들의마음을돌리는것역시그리어려운일이아니다.곧두나라사이의참혹한주검을보게될것인즉,이게바로네가바라던바가아닌가."헬레네는겁이났다.그녀는너울로얼굴고가리고여신을따가파리스의살던집으로갔다.파리스는넓은방안의침대가에앉아있었다.무장을벗은그의모습은목에남아있는투구끈에죈자국만아니라면,싸움터에서왔다기보다는잔칫집에서방금돌아온사람같았다.성난얼굴을하고그앞에선헬레네가소리쳤다."네그래요,싸움터에서돌아왔다,이거죠?그렇다면내인사를받으셔야지요.내인사는이렇답니다.두나라군대사이에서차라리나의첫지아비,네넬라오스의손에죽어버리지그랬어요?당신은죽었다깨어나도그분처럼훌륭한사람은될수없을거예요."그러자파리스가일어나헬레네의손을잡았다."그렇게말하지마오.싸움터에서막돌아온사람에게그렇게모진말을하는법이아니라오.메넬라오스와는또한차례싸울때가올거요.어쨌든내가그동안당신에게쏟아온사랑을잊지말아주오.""당신이나두나라사이의맹세를잊지마세요.그맹세로인해나는다시메넬라오스의아내가되었어요.나는이제더이상당신의여자가아니에요."헬레네는한차례파리스를쏘아보고는돌아서려고했다.그러나아프로디테여신은알고있었다.<예쁜뺨>헬레네가자기나라의백성들에게돌아가면전쟁은날테지만트로니아왕국은결국패배자가될거라는사실을말이다.그렇게되면파리스에게했던약속은물거품으로돌아가버리고,자신은신들의눈에우스꽝스러운여신으로보일것이아닌가.아프로디테여신은헤라와아테나의조롱을견딜수있을것같지가않았다.그래서여신은헬레네에게마법을걸어그녀의앞에서서있는파리스를십년전의모습으로보이게했다.배를항구에기다리게하고스파르타의올리브숲에서두팔을벌리고서있던,바로그때에의파리스로말이다.헬레네는어쩔수없이다시그의품안으로뛰어들어트로이다성의그방에서파리스와함께살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