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일리아드(liad)★헥토르에게복수하는아킬레우스
네스토르의아들안틸로코스파트로클로스의죽음을알리러
아킬레우스에게달려가그리스병사들은모두길을비켜주었다
그리스병사들은그소식이어쩌면아킬레우스를다시
싸움터로되돌아오게할수있을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
이윽고안틸로코스가숨을헐떡거리며아킬레우스의막사에이르렀다
아킬레우스는전투가어떻게진행되는지궁금했던나머지
막사안을서성거리고있었다.
그때안틸로코스를통해그소식을듣게된것이었다.
"파트로클로스장군이전사했습니다
지금밖에서는파트로클로스의알몸쟁탈전이벌어지고있습니다.
장군이알몸인것은헥토르가갑옷을벗겨갔기때문입니다."
아킬레우스는아무말도하지않고화롯가에서고개를숙이고
자기머리카락에다화로에서퍼낸재와검은먼지를끼얹었다
안틸로코스가달려와그의손을붙잡았다
안틸로코스로서는아킬레우스로서는아킬레우스가슬픔을이기지못해
혹시자살이나하려는것은아닐까싶었기때문이었다.
그때깊은바다에서바다의요정인테티스가아들을위로하러올라왔다
하지만아킬레우스는오랜친구를죽인헥토르에게복수하는데
자신의목숨을걸겠다고말했다.
테티스가흰팔로아들을껴안고서말했다.
"갑옷도없이싸움터로나갈수는없는일이다
맨몸으로갔다가는헥토르를만나기도전에트로이아군의창에
몸을상하고말게다그러니오늘밤만넘기도록해라
내가대장장이헤파이스토스신에게올라가갑옷을주문하고내일아침에는
이세상인간은본적도들은적도없는방패와투구그리고
가슴가리개를가져다주마"
테티스는이렇게말하면서사라졌다.
테티스의음성은해변에서한숨을쉬는파도소리와같았다.
한편,파트로클로스의갈갈이찢긴시신을서로차지하려는싸움은
선단의방어벽가까이까지와있었다.
야수의발톱같은슬픔에가슴을쥐어뜯기던아킬레우스는밖으로나갔다.
무장도하지않은채방어벽으로올라간그는
떨어져가는붉은태양을등지고섰다.
그가두른머리띠위로불덩어리가솟아오르는것같았다.
흡사야간공격전에서구조를요청하는봉화같기도했다.
거기그렇게선채로그는목청껏트로이아를저주했다.
그소리는성벽을공격하면서병사들이내지르는함성같았다.
그는세차례고함을질렀는데,트로이아의말들은공포를이기지못하고
힝힝거리면서도랑을건너다말고물러서고는했다.
세차례나트로이아병사들의가슴이공포로오그라들었다.
트로이아병사들은거기까지쫓아온목적도잊었는지뿔뿔이흩어져버렸다.
그순간을틈타뮈르미돈용사들은파트로클로스의몸에묻은먼지를대강털고
선단앞방어벽의문안으로시신을들여갈수있었다.
방어벽의문이잠기면서벽위에파수병이무수히배치되었다.
병사들이파트로클로스의시신을관위에눕히고나자
아킬레우스가그옆으로다가갔다.
그는자기자신이가야했는데도불구하고파트로클로스에게
자기전차와말을주어싸움터로보낸것을후회하고,
살아서되돌아오지못하게된것을슬퍼했다.
병사들은갈갈이찢긴파트로클로스의시신을아킬레우스의막사로옮겼다.
평소에파트로클로스부터따뜻한보살핌을받아온여자노예들은울면서
시신에묻은피와먼지를씻기고는희고부드러운천으로그의몸을감쌌다.
해가지고밤의고요가찾아들었다.
헥토르의참모몇몇은헥토르에게트로이아성으로들어가
안전을꾀하는것이좋지않겠느냐고제안했다.
다음날아침이면아킬레우스가최전선에나설것이고,
그렇게되면트로이아군이위태롭게되지않겠느냐는것이었다.
그러나헥토르는그말을들으려하지않았다.
"성안이피난민들로붐비는것은그대도알지않는가?
아킬레우스,올테면오라지.평원에서아킬레우스를맞이하겠노라."
그래서평원은다시한번,잡목수풀과옛묘지사이에지펴진
트로이아연합군의모닥불로인해마치무수한별이박힌밤하늘모양이되었다.
아킬레우스의막사앞에서여자들은파트로클로스의죽음을슬퍼하면서통곡했다.
뮈르미돈병사들도그의죽음을애도했다.
아킬레우스도옛친구의가슴에얼굴을묻었다.
올림포스산꼭대기의대장간에서대장장이신헤파이스토스는
테티스가보는가운데불을지피고황소스무마리의가죽으로만든
풀무로바람을일으켜불을부쳤다.
그는청동과은,주석과금을녹여번쩍거리는가슴가리개와장딴지가리개,
붉은색깔의장식볏을넣은금투구와방패를만들었다.
특히헤파이스토스는방패에다도시,바다,전투장면,사자사냥,
곡식걷이가끝난평원,포도가오종종하게열린포도덩굴,
피리소리에맞추어춤추는남녀의그림을박아넣었다.
새벽이되자,<은빛발>테티스는헤파이스토스가아들을위해만들어준
갑옷을들고올림포스를내려왔다.
아킬레우스는그빛나는갑옷을입었다.
일찍이경험해보지못한용기와적개심이아킬레우스의가슴속에서솟아올랐다.
그러나개인의명예와관련된문제에민감한오뒤세우스는아킬레우스가
무턱대고뮈르미돈군대를이끌고싸움터로나가는것은옳지못하다고말했다.
오뒤세우스의말에따르면,먼저아가멤논과정식으로화해하고신들에게
제물을바쳐이를알리는예식을거행한후,
일찍이아킬레우스가거절한적이있는아가멤논의선물을받아들인뒤에
출전하는것이좋겠다는것이었다.
아가멤논은사람을보내어선물을전했다.
선물을전해준사람들은아킬레우스에게,아가멤논을대신해서
그동안의허물을인정하고용서를구했다.
아킬레우스는이제금덩어리,노예,값비싼말은물론이고,
심지어는브리세이스조차도귀찮았다.
하지만그는그선물을받아들이기로했다.
그것을받아야만비로소화해의절차를끝내고
싸움터로달려갈수있을터이기때문이었다.
이로써두사람의화해는정식으로이루어졌다.
뮈르미돈족을비롯해서모든그리스병사들이아침을먹었다.
그러나아킬레우스는파트로클로스의복수가끝나기까지
먹는것과마시는것에손을대지않으려했다.
그가전차에올라막앞으로나아가려고할때였다.
헤라여신으로부터딱한차례인간의말을할수있는권능을받은
그의백마크산토스가갈기가땅에닿도록고개를숙이고는말했다.
"아킬레우스장군님.장군님만슬픈것이아니고저희들도슬픕니다.
저희들은아버님제퓌로스(서풍)처럼내닫고싶습니다만,
아무리그렇게달려도장군님을구할수는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곧목숨을잃으시게됩니다."
백마크산토스의말에아킬레우스가대답했다.
"나도잘알고있다.그러나헥토르가살아있는한그자리를피하지않겠다.
그러니그동안만이라도힘껏달려다오."
그러자두마리의백마는고개를끄덕거리고는적진을향해내달았다.
아킬레우스는그날하루종일뮈르미돈군대의선두에서트로이아군을무찔렀다.
그는트로이아군을강으로밀어넣었다.
핏빛으로흐르는강은트로이아군을보호하면서
아킬레우스를금방이라도삼킬듯이용틀임쳤다.
숱한병사들이그강물에떠내려갔다.
아킬레우스는트로이아군을추격하여강을건넜고,
건너쪽강변에서도무수히많은트로이아군을죽였다.
얼마나죽였던지땅은진홍빛으로물들고시체를밟은말이
전차의차축과뼈대에무수한핏덩어리를튀겼을정도였다.
그는마지막승리의영광을앞두고트로이아군을압박해갔다.
아킬레우스와뮈르미돈군대는트로이아군을성문앞까지추격했다.
트로이아군은성안사람들의활짝열어놓은성문안으로쫓겨들어갔다.
그러나헥토르만은창을움켜쥔채성의정문앞에버티고서있었다.
성벽위에서아들의모습을지켜보던프리아모스왕은,
신들이준갑옷을입고유성처럼달려오는아킬레우스를보자
아들에게어서성안으로들어오라고소리쳤다.
그러나헥토르는오래전에만나기로약속이라도되어있는것처럼
그자리에꼼짝도하지않고서서아킬레우스를기다렸다.
그가그렇게기다렸던것은자신의최후가멀지않을것이란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또다른이유는,전날평원에서야영해야한다고주장해엄청나게많은
부하들을죽게한책임이자기에게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었다.
따라서아킬레우스를죽임으로써부하들의죽음을복수할수있으며,
만약그럴수없다면자기목숨으로그빚을갚겠다고결심했던것이었다.
아킬레우스는전속력으로전차를몰아돌진해왔다.
헥토르의몸에서힘이쭉빠져나갔다.
검은선단이오고나서십여년세월이흐르도록한번도없던일이었다.
헥토르는돌아서서도망쳤다.
그는도망치느라고트로이아성을세바퀴나돌았다.
세차례나거룩한무화과나무를지나고
평화시에는아낙네들의빨래터로쓰이던우물가를지났다.
헥토르는사슴처럼도망쳤고아킬레우스는표범처럼추격했다.
헥토르가용기를되찾은것은세번째로성의정문앞에이르렀을때였다.
그는돌아서서적을맞았다.
아킬레우스의창이그의어깨를스쳐지나갔다.
어찌나가까이스쳤던지바람소리가그의귀에들렸을정도였다.
헥토르역시창을던졌다.
그러나그의창은,도시와전쟁터의풍경과피리소리에맞추어
춤추는남녀가새겨져있는아킬레우스의방패를뚫지못했다.
아킬레우스에게는창이하나더남아있었지만헥토르에게는없었다.
헥토르는칼을뽑아들고외쳤다.
"불명예스럽게죽고싶지는않다!"그리고는아킬레우스에게덤벼들었다.
그러나칼로찌를만한거리까지접근하는순간,
아킬레우스가그의목을겨누고창을던졌다.
그는휘청거리다땅바닥에쓰러졌다.
"개떼와까마귀떼가땅에묻히지못한너의살을찢어먹을것이다."
아킬레우스가먼지투성이가된채로쓰러져있는헥토르를내려다보면서내뱉었다.
헥토르는그에게애원했다.
"아버지가금덩어리로내몸값을치를것이다.
그러니내시체를아버지께내어드려제대로장례를치를수있게해다오."
그러나아킬레우스는자비를베풀기분이아니었다.
"안돼!할수만있다면네살을찢어먹고싶은마음이다.
하지만개떼에게던져주어개들로하여금너의살을놓고다투게해주지.
네아버지가네몸무게와맞먹는금덩어리를가져온다해도소용없다."
헥토르는더이상애원하지않았다.그는마지막숨을몰아쉬며외쳤다.
"내아우파리스가바로이자리에서너를죽일것이다.내말을명심하라."
마지막숨결을토해내고서헥토르는눈을감았다.
그순간그의영혼은저승을향해길을떠났다.
아킬레우스가헥토르의몸에서하루전만해도자신의것이던
갑옷을벗겨내고있을동안그리스진영의최전방에있던
병사들이우루루몰려왔다.
병사들은더이상두려워하지않아도되는헥토르의시체를구경하고는,
다른곳으로옮겨지기전에저마다한차례씩시체에다창질을했다.
아킬레우스는시체에다해괴한짓을했다.
그는헥토르의발목뒤,발뒤꿈치에서장딴지에이르는
힘줄뒤쪽을잘라구멍을내고거기에소가죽끈을꿰어묶고는
그끈의한쪽끝을전차뼈대에다묶었다.
되찾은갑옷을전차에실은그는전차에올라손수고삐를잡고
채찍으로말엉덩이를때렸다.
말은선단방어벽을향하여서풍처럼달려나갔다.
말이달리자헥토르의시체는울퉁불퉁한땅바닥위에서때로는뒤틀리면서
때로는엎어지고쓰러지고하면서끌려갔다.
헥토르의검은머리카락은전쟁터의먼지와온갖쓰레기를
주위가자옥해지도록휘날리게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장례경기를벌이다
헥토르의어머니헤쿠바를비롯한트로이아여인들은
트로이아성정문위의망대에서서
외마디비명을지르며헥토르의죽음을통곡하기시작했다.
안드로마케는자기집다락방에서금빛꽃을수놓으면서
헥토르의겉옷을짜고있었고,안방하녀는주인이싸움터에서돌아오면
몸을닦을수있도록물을데우고있었다.
안드로마케의귀에망루에서여자들이통곡하는소리가들렸다.
안드로마케의손에서날실사이로들어가던베틀의북이툭,떨어졌다.
시어머니의통곡소리에외마디비명까지들은안드로마케는
여자들이통곡하는까닭을알아보기위해하녀둘을데리고망루로올라갔다.
안드로마케는망루에이르러서야,
아킬레우스의전차에매달린채선단쪽으로끌려가면서
헥토르의시체가일으키고있는먼지구름을내려다볼수있었다.
통곡하는여자들사이에서안드로마케의몸이화살에맞은새처럼무너져내렸다.
정신을차린안드로마케는울고또울었다.
아버지없는자식으로남게된아들때문에울었고
견줄데없이비참하게죽은헥토르때문에울었다.
한시바삐시신을찾아장례식을치러주지않으면
영혼은하데스의나라인저승에들지못하고,
산자의땅과죽은자의당사이에있는경계를외로이방황하게될터였다.
생각이거기에미치자안드로마케는또다시울음이나왔다.
그러나시체가되어장례식도치러지지못하고
누워있는영웅은헥토르뿐만이아니었다.
사냥감을배불리잡아먹은사자처럼포만감을느끼며잠들어있는
아킬레우스에게파트로클로스의망령이찾아와이렇게말했다.
"왜나를화장해서묻어주지않습니까?
저승의나라망령들은나를저희동아리에끼워주지않습니다.
그래서나혼자하데스의검은문앞을서성거린답니다.
자,내손을한번더잡아주십시오.하데스의문으로들어서면
다시는이렇게와서장군을뵐수없게될테니까말입니다."
아킬레우스는오랜전우의손을잡아보려고했다.
그러나그는아무것도느낄수가없었다.망령은연기처럼사라져버렸다.
그순간잠을깬아킬레우스는부하들에게화장할장작을마련하라고명령했다.
아킬레우스의부하들은멀리떨어진내륙의이다산에서
나무를베고장작을만들었다.
그리고는노새무리에등짐을지워해변으로실어내었다.
아킬레우스의명에따라그들은장소를정하고
장작을쌓아거대한화장단을세웠다.
파트로클로스의시신이화장단으로올려지자전우들은저마다
파트로클로스의죽음을애도하느라고머리카락을자라시신위에뿌렸다.
아킬레우스도머리카락한타래를싹둑잘라파트로클로스의손에다쥐어주었다.
전우의명예에어울리게가축도여러마리잡았다.
아킬레우스는파트로클로스의전차를끌던말네마리,
파트로클로스가매우좋아하던사냥개두마리도죽여서
화장단위에다올리게했다.
슬픔과분노로제정신이아니었던아킬레우스는
트로이아군의포로열두명도울대를끓어올리게했다.
부하들은여러항아리의기름과꿀을화장단가에다부었다.
해질녘이되자아킬레우스가횃불로화장단에다불을붙였다.
나무의잔가지와기름과꿀에불이붙었다.
북풍과서풍의신이와서불길을불어주었다.
화장단은밤새타다가해가희붐해질녘에야사그러졌다.
부하들은장군이생전에아킬레우스와술을마시곤하던,
양쪽에손잡이가달린황금술잔에재가되어버린파트로클로스를담았다.
술잔을땅바닥에놓고주위에다돌을쌓아조그만방을만든다음
그위를흙으로덮으니곧무덤이되었다.
아킬레우스는흙을덮긴하되돌로쌓은방은밀봉하지못하게했다.
그리고는부하들에게자기가죽거든화장해서그재를파트로클로스의재가든
술잔에넣어잘섞은후에야돌로쌓은무덤을밀봉하라고명령했다.
이윽고장례경기가열렸다.
죽은사람의명예에어울리게장례경기를열어주는것이당시의관례였다.
아킬레우스의보물창고에서나온상품들이진열되었다.
경기는하루종일계속되었다.
첫경기는전차경주였다.
그리스연합군에서가장빼어난전차와말,
그리고다섯명의전차몰이가출전했다.선수들은평원을질풍처럼내달았다.
그들뒤로먼지구름이일었다.
아득한옛날그평원에세워졌던이정표가반환점이었다.
전차는반환점을돌아선단방어벽앞의관중들앞으로오게되어있었다.
디오메데스가앞섰다.
고함을지르고노래를부르면서그는말의엉덩이에다연방채찍질을해댔다.
그의전차바퀴는땅에닿지않는것같았는데도뒤로는먼지가피어올랐다.
1등상은그에게돌아갔다.
음악과살림살이에재주가있는여자노예하나,
발이세개달린황금솥하나가상품이었다.
그다음으로들어온사람은네스토르의아들안틸로코스였다.
안틸로코스는말의속도덕분이었다기보다는말모는기술로
메넬라오스를간발의차로따돌리고들어왔다.
안틸로코스에이어메넬라오스의말발굽네개가천둥소리를내면서결승점을지났다.
안틸로코스와메넬라오스에게각각2등상과3등상이돌아갔다.
상품은혈통이좋은암말한필과1등상보다는조금작은황금솥이었는데
두사람이상의해서서로좋은것을갖도록했다.
이어서메니오네스가들어왔고한참있다가에우멜로스가들어왔다.
마차가부서지는바람에손수말을몰면서전차를끌고왔기때문에늦었다는것이다.
아킬레우스는그들에게도상을내렸다.
이어서권투경기가베풀어졌다.
거인이자권투잘하기로유명한에페이오스와
아르고스군의대장에우뤼알로스가맞붙었다.
두사람은아랫도리를벗고넓적한가죽허리띠를매었다.
두사람은땀을뻘뻘흘리면서서로치고빠지고했다.
격렬한싸움인데도꽤오래계속되었다.
결국에페이오스가에우뤼알로스의턱에일격을명중시키고는
노새한마리를상으로받았다.
에우뤼알로스는선채로땅바닥에다피를토했다.
다음에는씨름경기가열렸다.
아이아스와다친상처가이제갓나은오뒤세우스가짝짓기계절을맞은
두마리의뿔사슴처럼맞붙었다.그러나실력이엇비슷해서결판이나지않았다.
아킬레우스는두사람의경기를중단시키고상을반씩나누어주었다.
그러나이어서벌어진달리기경주에서는오뒤세우스를당할상대가없었다.
그는이경기에서포도주를섞는은사발을따냈다.
마지막으로아킬레우스는전사한사르페돈의갑옷을가져오게한뒤,
구경꾼사이에다창을하나꽂아그위에걸고는창시합할사람은나오라고했다.
갑옷은먼저상대에게피를흘리게하는사람이차지하게된다고했다.
디오메데스와아이아스가갑옷을입고구경꾼한가운데만들어진공터로나섰다.
두사람은세차례나맞붙었다.
피가서서히달아오르자아이아스가창으로디오메데스를찔렀다.
창끝은디오메데스의방패를뚫고가슴가리개에꽂혔다.
이번엔디오메데스가아이아스의목을겨누고방패로숨기고있던창을내질렀다.
구경꾼들은둘중하나가다치는것을염려해경기를중단해줄것을요청했다.
그래서경기는중단되었다.두장군은사르페돈의갑옷을나누어가졌다.
해가질즈음경기에참가했던선수들은마무리잔치를벌이기위해
아킬레우스의막사로몰려갔다.
마무리잔치가끝나고장수들은잠자리로돌아갔지만
아킬레우스는잠을이룰수없었다.
어둠속에서그는파트로클로스의죽음과,다시는누릴수없는
함께사귀고나누었던세월을슬퍼하면서혼자울었다.
그러다자리를박차고해변으로달려간아킬레우스는,
날이희붐해질때까지해변모래톱을미친듯이걸었다.
하지만새아침이밝아와도아킬레우스의마음은가라앉지않았다.
그는슬픔때문에맑은정신을잃어버린사람처럼마굿간으로달려갔다.
그리고는말을끌어내멍에를채워전차에맨뒤,헥토르의시체가있는곳으로갔다.
헥토르의시체는여전히땅바닥위에엎어져있었다.
아킬레우스는다시헥토르의시체를전차에다비끄러매고방어벽을나가,
파트로클로스의뼈무덤을세바퀴나돌았다.
그동안헥토르의시체는물론흙먼지위를계속해서끌려다녔다.
그는열이틀동안이나밤으로낮으로똑같은짓을했다.
그러나그동안아폴론신이헥토르의시체를가호하고있었기때문에
그렇게거칠게다루어졌음에도불구하고시체는더이상상하지않았다.
신들은결국아킬레우스가광기때문에스스로제명예와친구의명예와
땅의명예를더럽히고있다는쪽으로뜻을모았다.
신들은어떻게든아킬레우스를저지해야한다고생각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헥토르의시신을되찾아오다
신들은테티스를올림포스산꼭대기로불러올렸다.
그리고는테티스에게일렀다.
"가서아들에게이르세요.제우스신을비롯한올림포스의신들은
아킬레우스가헥토르의시체를다루는것에화가났다고요.
헥토르의시체를그아버지프리아모스왕에게돌려주라고하세요.
프리아모스왕이몸값을알맞게치를테니까요."
아킬레우스는어머니로부터그말을들었다.
슬픔에젖어어떤사람의말에도귀를기울이지않던아킬레우스도
어머니의말만은다소곳이들었다.
거의같은시각에신들은,종종신들의심부름꾼노릇을하는
무지개여신이리스를프리아모스왕에게보냈다.
프리아모스왕은왕궁에서머리에다먼지와재를뿌린채로슬픔에잠겨있었다.
이리스여신은프리아모스왕에게말했다.
"아킬레우스에게가서몸값을낼테니아들의시신을돌려달라고하세요.
그러면아킬레우스도마다하지않을거예요."
늙은프리아모스왕은보물창고로가서향내나는나무로만들어진
상자를열고는열두벌의비싼예복,열두벌의겉옷과수놓인웃옷을꺼냈다.
열개의금덩어리,번쩍거리는황금솥,
그리고트리키아백성들로부터선물로받은무척이나아끼고
자랑스러워하던금술잔을꺼내그옷더미위에놓았다.
프리아모스왕은남아있는두아들파리스와데이포보스를불렀다.
슬픔을가누지못하고잇던왕은맏아들헥토르가죽었는데도
뻔뻔하게살아남아있는두아들을꾸짖고는,
수레를한대준비해몸값으로치를물건을거기에다실으라고명했다.
두아들은수레위에다몸값을싣고나귀를비끄러맸다.
그러자프리아모스왕을신들에게기도를하고포도주를제물로올린다음,
미리준비되어있던전차에올랐다.
왕은수레몰이와전령하나만을데리고정문을빠져나가
어둠에잠긴평원으로들어서서선단족으로말을몰았다.
프리아모스왕은알지못했지만나그네의수호신인
헤르메스가그의옆에붙어있었다.
헤르메스신은그리스군을만날때마다날개달린지팡이로
툭툭건드려그들을잠재웠다.
그래서그리스진영에서노왕의전차와몸값실은수레를본병사는하나도없었다.
프리아모스왕일행은아무제지도받지않고방어벽을지나
이윽고갈대이엉으로덮인아킬레우스의막사에이르렀다.
프리아모스왕은전차에서내려안으로들어갔다.
아킬레우스의부하들이수레에서몸값을내리고있을동안헤르메스신은
가만히올림포스로돌아갔다.
아킬레우스는막사안에서부하들과함께저녁을먹고있었다.
프리아모스왕은아킬레우스왕자에게다가가발밑에무릎을꿇고는
관습에따라그의손에입을맞추었다.
헥토르뿐만아니라자신의아들을여럿죽인그손이
프리아모스왕에게는진흥빛으로보였다.
왕은애원했다.
"늙은나를불쌍하게여기시고신들의뜻을좇으시어내아들을돌려주기바라오.
장군의아버님을생각해보시오.늙으신아버님도아들을멀리떠나보내고
나처럼슬퍼하실게아니오?하지만
그분에게는아들이돌아올것이라는희망이라도있지않소.
나를불쌍하게여겨주오.
내아들을위해나는오늘도저히할수있을것같지않던일을했소.
내아들들을무수히죽인장군의손에입을맞춘일이그것이오.?
아킬레우스는멀리있는늙디늙은아버지를생각했다.
그의아버지도프리아모스왕처럼머지않아슬픈소식을듣게될터였다.
아킬레우스는프리아모스왕을일으켜세우고다정하게말했다.
두사람은서로를부여안고울었다.
프리아모스왕은아들을생각하면서울었고아킬레우스는
자기아버지와파트로클로스를생각하면서울었다.
아킬레우스는여종들에게명하여헥토르의시체를화장할수있도록깨끗이씻고,
프리아모스왕이가져온겉옷중에서도가장좋은옷으로잘싸도록했다.
헥토르의시체가깨끗한겉옷에싸여빈수레에실리자
그는음식과술을내어오게했다.
두사람은함께먹고마셨다.
프리아모스왕은그런다음에야몸값을치르고,
되찾을아들의시신과어두운평원을가로질러트로이아성으로돌어갔다.
온트로이아백성들이성문으로나와헥토르의죽음을애도했다.
헥토르의시신은생전에살던집으로옮겨졌다.
여자들이시신의주위로모여들어자신들의머리카락을쥐어뜯으면서
곡을하고만가를불렀다.
GavinHamilton,PriamPleadingwithAchillesfortheBodyofHector
안드로마케는침대앞에앉아두손으로얼굴을가리고울부짖었다.
"아직이렇게젊으신데어째서아내는집지키는과부로,
아들은아비없는자식으로남겨놓고떠나십니까?
떠나시려면집에서떠나셔야지요.
저에게손을내미시든지그게안되면유언이라도몇마디하고가셔야지요.
어차피울면서보내야할긴세월,
그래야밤낮으로떠올리기라도하지않겠습니까?"
그다음으로어머니헤쿠바가통곡하면서말했다.
"헥토르,그많은아들중에서도내가가장사랑하던아들아.살아있을때
그토록신들의사랑을받더니,그원수의전차에매달려그렇게끌려다녔는데도
터진데멍든데하나없는것을보니아직도신들의사랑을받는모양이구나.
아,네목숨을앗아간붉은꽃한송이같은상처자국이하나있을뿐,
너는잠을자고있는것같구나."
세번째로검은상복차림의헬레나가그흰팔을흔들면서통곡했다.
"헥토르여,트로이아왕가의왕자들중내마음에가장가깝던분이시여,
파리스가나를이곳에데려온이후로,진작에죽었어야했던나에게
거친말한마디퉁명스러운말한마디안하시던분이시여,
모두가나의소행을질타할때도따뜻한가슴과부드러운말씨로
원망을자제하던분이시여.아,나에게화있으라.나에게화있으라.
이제이트로이아에는나를벗으로여기는사람이없어지고말았구나.……."
프리아모스왕은부하들에게황소를수레에다매고
화장단쌓을장작을실어오게했다.
그리고는아킬레우스가헥토르의장례식을위해열하루동안의휴전을약속한만큼
그리스군의공격은두려워할필요가없다고말했다.
트로이아군사는황소수레를끌고산으로올라가아흐레동안이나
장작을베어내려성벽밖에다거대한화장단을쌓았다.
그리고는열흘째되는날헥토르의시신을화장단에올리고불을붙였다.
불길이가라앉자트로이아왕족들은울면서
헥토르의재와뼈조각을주워모아보랏빛천에다쌌다.
그런다음이것을금상자에넣어미리파둔구덩이에묻고그위를돌로쌓았다.
왕족들은장례절차를따르면서사방을살피며몹시조급하게굴었다.
아킬레우스가약속한열하루가거위끝나가고있었기때문이었다.
장례를마치고성안으로들어간그들은관습에따라큰잔치를열었다.
<말을길들이는자>로도불리던헥토르의장례식은이렇게끝이났다.
Share the post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