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4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사라진트로이아의보물


헥토르의장례식을위한휴전이끝났지만
트로이아성포위공격전은소강상태로들어갔다.
십년동안계속되어온상태와비슷했다.
아킬레우스도전투에의욕을잃은것같았고트로이아군도
사령관을잃은참이라서성문을나와평원으로나설엄두가나지않는모양이었다.

트로이아군은사실자신들을지원하러오는새연합군을기다리고있었다.
그들이맞이할부대는새벽의신
에오스의아들인멤논왕이지휘하는남쪽나라군대와,
아마조네스라고불리는여자들로만이루어진막강한전투부대였다.
따라서트로이아군은성안에서조용히그들을기다리고싶어했다.

트로이아의높은성체에위치한아테나신전에오래전하늘에서떨어진
아테나여신의방패비슷한거룩한보물이있다는사실은,
트로이아연합군은물론이고그리스연합군도알고있는공공연한비밀이었다.
사람들은그보물을<팔라디온>,혹은
<트로이아에행운을가져다주는보물>이라고불렀다.
트로이아백성들은그보물이거기에있는한,잿빛눈의여신이
그들을도와적군으로부터트로이아를지켜줄것이라고굳게믿었다.
그래서트로이아백성들은밤낮으로그것을지키고
그보물이거기에있는것을확인함으로써힘과위안을얻고는했다.

오뒤세우스는트로이아성한복판에있는경비가삼엄한신전에서
트로이아의보물을훔쳐내면좋겠다는생각을오래전부터했던모양이다.
그렇게되면트로이아백성들은보물이사라진것을나쁜징조로받아들이고
사기를잃게될터였기때문이다.
그는어떻게하면그보물을훔쳐낼수있을까궁리에궁리를거듭하다가
계획을하나세웠다.

델로스섬나라를다스리는왕에게는세명의딸이있었다.
전해지는바에따르면그중의하나는물을포도주로바꾸는재주가있고
또하나는돌을떡으로바꾸는재주가있으며,
나머지하나는진흙을올리브기름으로바꾸는재주가있다고했다.
당시그리스연합군은곡식과포도주와기름을공급해주는포에니키아상인들에게
금으로그값을지불하고있었다.그런데그즈음은금이딸리고있을때였다.

오뒤세우스는대왕아가멤논에게한달만말미를주면배를타고델로스로가서
세공주의뜻을물어버고,만일에함께가겠다면데리고오겠노라고말했다.
마침전투도소강상태에접어든즈음이어서아가멤논은
그렇게하라고쉬게허락해주었다.
오뒤세우스는한달안에돌아오겠다는약속을하고
오십명의노잡이가노를젓는겔리온선에올라먼바다로나아갔다.

바로다음날그리스진영에웬거렁뱅이하나가나타났다.
그거렁뱅이가구부정한몸을이끌고디오메데스의막사로와서는
문앞에쭈그리고앉았다.
디오메데스는빵조각과살코기가조금남은뼈를던져주었다.
거렁뱅이가굶주린개처럼뼈까지빨아먹는것을보고디오메데스는,
무엇을하는사람이며어떻게이곳에까지오게되었느냐고물었다.

거렁뱅이의긴이야기가시작되었다.

"저는이집트인들에게붙잡히는바람에신세를망친크레아해적이랍니다.
여러해동안이집트의채석장에서일하다
거대한바윗덩어리사이에숨어채석장을탈출했습니다.
당시그바윗덩어리는뗏목에실려서
나일강을따라강변의신전공사장으로운반되고있었지요.
채석장을탈출한저는포에니키아장삿배를탔습니다.
그런데이배가트로이아남쪽해안에서석장을탈출한저는
포에니키아장삿배를탔습니다.
그런데이배가트로이아남쪽해안에서파선하고말았습니다.
부서진널빤지조각에붙어해안으로올라왔는데
살아남은사람은저밖에없었습니다."

거렁뱅이의말을다듣고난디오메데스는재미있는이야기다싶어
그에게깔개하나를던져주고막사앞에서잘수있게해주었다.

그다음날부터늙은거렁뱅이는온막사를다찾아다니며구걸하는한편
병사들과함께이야기를나누었다.

그런데그가가는곳에는꼭입씨름이벌어지고했다.
어느장군에게,혹은장군의아버지나할아버지에게험담할거리가있으면
이거렁뱅이는어떻게알아내었는지그것을진영에다퍼뜨리고는했다.
그래서아가멤논은몽둥이로그를두들겨주었고디오메데스는엉덩이를걷어찼으며,
이도메네오스는자기할아버지험담을퍼뜨리는이거렁뱅이를
창자루로흠씬두들겨때려주었다.

결국거렁뱅이는네스토르의막사에서금술잔을훔쳐내기까지했다.
그것은두개의손잡이위에각각비둘기가새겨진아름다운술잔이었다.
술잔이거렁뱅이의지저분한주머니에서발견되는순간,그리스군은입을보아
이거렁뱅이를채찍으로매우쳐서진영밖으로쫓아내야한다고주장했다.

젊은전사들몇몇이낄낄웃으면서거렁뱅이를평원으로끌고나갔다.
나간김에아주멀리까지가다보니마침내트로이아성문바로앞까지끌고갔다.
무리를이끌던네스토르의아들트라쉬메데스는거렁뱅이의멱살을잡은채
성문안의트로이아군병사들에게소리쳤다.

"우리는이제이뻔뻔스러운거렁뱅이에게질리고말았다.
그래서채찍맛을좀보이려고한다.불쌍해보이면너희들이거두어도좋다.
너희가거두지않는다면평원을돌아다니다굶어죽고말겠지.
하지만우리에게는다시돌아오지못한다.
만일되돌아온다면눈알을뽑고팔뚝을잘라버리겠다."

★(이하몇줄이원본에없습니다원본에있는대로옮깁니다)

약병을꺼내바로옆의대리석바닥에다놓았다.
막상여사제가다가오자그는눈을감고자는척했다.
여사제가오뒤세우스의옆을지나는순간,
등잔불빛이조그맣고예쁜약병위에서일렁거렸다.
여사제는허리를굽혀약병을집고는그것을주의깊게살펴보았다.
약병은마개가조금열려있었다
그약병에서풍겨나오는향내는여사제가고향에서맡던꽃향기와비슷했다.

여사제는마개를열어냄새를맡아보고는혀끝으로끈적끈적한그약을맛보았다.
이제까지여사제는그렇게달콤한것을맛본적이없었다.
그러나너무여러차례약병이비도록맛본것이탈이었다.
양심의가책을느낀여사제는마개를닫고병을있던자리에
가만히내려놓고는다시기도문을흥얼거렸다.

그러나견딜수없는졸음이여사제에게밀려왔다.
여사제는제단앞에쓰러지면서깊고깊은잠속으로그대로골아떨어졌다.
여사제가들고있던등잔이대리석에떨어지는순간,불이꺼졌다.
신전은칠흑같은어둠에잠겼다.

그제서야오뒤세우스는약병을주머니에넣고일어나바닥에잠든사람들사이를
엉금엉금기어제단앞으로다가갔다.
그는어둠속을더듬어<트로이아의보물>을확인한뒤,
그것을집어주머니속에있던그날구걸한빵부스러기밑에감추었다.
그리고원래보물이있던자리에는미리검은흙으로만든가짜보물을놓아두었다.
그는다음에야자는사람사이를기어처음누워있던자리에돌아와
신전돌기둥사이로햇살이스며들때를기다렸다.
자던사람들이일어나고신전의문이열리자그는다름사람들에섞여신전을나왔다.

이른아침이어서거리에는사람이많지않았다.
오뒤세우스는지팡이에몸을의지하고되도록음침한곳만찾아서걸었다.
그렇게걸어서그가간곳은트로이아성의산쪽으로나있는,
그리스진영과반대편인성의동쪽문앞이었다.
그는성문을지키는병사들에게트로이아에서는빵을충분하게동냥질했으니
다른도시로가보겠다고말했다.
병사들은웃으면서트로이아보다더넉넉한도시로가기를바란다며
성문을열어주었다.

그는이다산의숲으로통하는마찻길로들어섰다.
숲이시작되는곳에이르럿을때,트로이아사람들의눈에띄지않을만한
거리에온것을확인한오뒤세우스는그길에서벗어나숲그늘로들어섰다.
그리고는거기에서어둠이밀려오고서늘한밤공기에한기가느껴질때까지푹잤다.

잠에서깨어난오뒤세우스는주머리를비우고는전날구걸한빵을먹었다
(시장했던데다가,그리스진영까지가려면꽤먼거리를걸어야하기때문이었다).
일단시원한산골짜기의개울물에다몸을씻은그는헬레네가준옷을입은다음
칼을차고신전에서훔친팔라디온,<트로이아의보물>을가슴에품었다.
그런뒤에야개울물의숲이울창한쪽둑을따라걸어,크산토스강어귀에다다랐다.

이윽고그가이른곳은그리스진영의맨끝에있는초소였다.
초소를지키던병사들은횃불을들이대자기들앞에있는사람이
오뒤세우스장군인것을확인하고는함성을질렀다.
그러면서병사들은델로스로떠난배가돌아오지않았는데
오뒤세우스가나타난걸의아하게생각했다.

그러자오뒤세우스는멀미가나서일단배를해변에대게했으며
부하들이배를점검할동안자신의진영의일이궁금해서
걸어오게되었노라고둘러대었다.
그는병사들에게보초를잘설것을당부하고는아가멤논의막사로갔다.
대와아가멤논은막사로장군들을불러잔치를벌이고있었다.

장군들역시오뒤세우스가온것을알고는환호성을올렸다.
아가멤논은그에게물을포도주로,돌을떡으로,
진흙을올리브기름으로바꾼다는델로스공주들은데리고왔으냐고물었다.

오뒤세우스가대답했다.
"아닙니다.그러나대신우리에게훨씬더귀하게여겨질것을가지고왔습니다."

그는이렇게대답하고는옷속에서<트로이아의보물>을꺼내모두에게보여주었다.
그리고나서네스토르의아들에게이런말을하면서상처난어깨를보여주었다.

"자네,앞으로거렁뱅이를쫓을때너무심한매질은하지않는게좋아."

그말에장군들이배를잡고웃었다.
장군들에게<트로이아의보물>은승리의조짐같은것이었다.
당연히좋아할수밖에없었다.
그들은황소열마리를잡아제우스신께제사를지냈다.

한편트로이아성안에서는보물이없어진것을알고는난리가났다.
백성들은충격과절망에서헤어나지못했다.
많은트로이아백성들은자신들의마지막희망이사라졌다고믿게되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아마조네스여군부대의입성

그즈음파리스는아마조네스부대를트로이아로안내하고있었다.
아마조네스족은머나먼테르모돈강가에사는,
여자군인만으로이루어진부족이었다.
그들은비록여자들이긴했지만,
전쟁터에서는용감한남자들이상으로어찌나잘싸우는지,
그들을전쟁의신아레스의딸들이라고하는사람들이있을정도였다.

아마조네스족의젊은여왕펜테실레이아는사냥터에서사슴을향해던진창이
빗나가는바람에엉뚱하게도동생히폴뤼타를죽인일이있었다.
가장사랑하던동생이었던만큼
이일로인한펠테실레이아의슬픔은엄청난것이었다.
그후부터펜테실레이아는인생의낙을잃었다.
그녀에게희망이하나있다면그것은죽는것뿐이었다.
그것도전쟁터에서명예롭게죽는것이었다.
그래서여왕은여자들로만구성된경호부대를거느리고
깊은숲과넓은강가에숨어살다가,
트로이아성의방어전을지원하기위해트로이아로오고있었던것이었다.

그들은깊은숲길과높은산길을어느누구보다잘아는
파리스의안내를받았기때문에별어려움없이트로이아에이를수있었다.
오뒤세우스도아마조네스문제에관한한입을다물겠다고한헬레네와의
약속을지켰으므로,도중에아마조네스를노리고숨어있는그리스군도없었다.

입성하는아마조네스부대를맞기위해성문앞에몰려나와있던
트로이아병사들은,그들이저희전통에따라말을타고들어서는것을보고는
놀라움을감추지못했다.
트로이아같으면,전차를타고들어오는것이보통이었기때문이었다.
병사들은별무리속의달처럼돋보이는,처녀병사들속의
펜테실레이아여왕에게몰려들어환호성을질러댔다.
창을흔드는병사들도있었고,말발굽을향해꽃을던지는병사들도있었으며
여왕의발에입을맞추는병사들도있었다.

프로아모스왕은그여군부대를위하여잔치를베풀고,
여왕에게는금술잔과수놓은옷,그리고손잡이가은으로된칼을선물로주었다.
여왕펜테실레이아는그칼을뽑아들고는바로이칼로
아킬레우스를쳐죽이겠노라고맹세했다.
그맹세를들은헥토르의미망인안드로마케는아무도듣지못하게이렇게속삭였다.

불쌍한애송이같으니라고……,헥토르도그일을하지못하고
흙속에묻혀버렸는데,너같은애송이가어떻게할수있겠느냐?

다음날아침,
잠에서깨어난펜테실레이아는눈부신갑옷을입고선물로받은새칼을찼다.
창과튼튼한방패를들고백마에오른펜테레이아는열두처녀경호병과
트로이아왕족들을거느리고트로이아군의선두에섰다.
그리고는그리스진영과바닷가에정박해있는
검은선단사이로바람같이공격해들어갔다.

싸울준비를하고있다가펜테실레이아가오는것을본병사들은
서로이렇게수근거렸다.

며칠전까지만해도헥토르가지휘햇던트로이아군을이끌고오는
저장군은누구인가?
선두에서전차부대를지휘하면서달려오는것을보니흡사신같지않은가!
트로이아평원은그전에도여러번그랬듯이
무수한양귀비꽃이라도핀것처럼다시붉게물들었다.

여자들로만이루어진아마조네스부대는그리스군중에서도가장용감한
정예부대를만나혹독한값을치렀다.
태양이머리위를채지나가기도전에아마조네스부대의절반이죽음을당했다.
여왕이더할나위없는슬픔과분노를느낀것은당연했다.
부하들의복수를해야한다는생각에쫓긴여왕은그리스전차부대에뛰어들었다.
그리스전차병들은산속에서암사자에쫓기는가축무리처럼흩어졌다.
여왕이외쳤다.

너희들은프리아모스왕에게슬픔을안겨주었다.
오늘이야말로트로이아가그리스에그값을물게하는날이다.
디오메데스,아킬레우스,아이아스려,그리스의용장이라불리는이들이여,
나와서내창을받아라!

여왕펜테실레리아는몇차례나트로이아왕가의군사들을선두에서서
그리스군을공격했다.
얼마남지않은아마조네스의병사들은여왕옆에서여전히경호병노릇을했다.
여왕의지휘를받는트로이아전차들은
시체위를덜컹거리면서그리스군속을누볐다.
펜테실레이아여왕은흡사검은구름사이로보이는번개처럼
동에번쩍서에서번쩍했다.그리스군은다시도랑뒤로밀려났다.
헥토르가살아있을때그랬던것처럼트로이아군속에서
횃불든병사들이뛰어나와검은선단의배에다불을지르려고했다.



(그리스의검은선단보수)

아킬레우으와아이아스는싸움이시작된줄도모르고있었다.
두장군은나름대로트로이아군에게기습공격을감행하느라고
진영에서꽤멀리떨어져있었다.
여왕펜테실레이아와트로이아군이도랑을건너는것과때를같이해서
진영으로돌아온두장군은,트로이아군을선단에서떼어놓기위해
질풍처럼군사들을몰아쳤다.
아이아스는아마조네스는본척도하지않고바로트로이아군을공격했다.
아칼레우스는여왕을공격하는한편,여왕을호위하고있던
마지막남은다섯처녀경호병들을순식간에죽었다.
그토록아껴오던처녀경호병들이죽어가는모습을본여왕은
두그리스장군을향해돌진해왔다.

여왕이아킬레우스를향해창을던졌다.
하지만창은아킬레우스방패에맞으면서땅바박에떨어졌다.
여왕은아이아스에게도창을던지면서이렇게소리쳤다.

나는전쟁신의딸이다!내창맛을보아라!
그러나그창도아이아스의방패에맞고떨어졌다.
아이아스와아킬레우스가껄껄걸웃었다.

아킬레우스는웃으면서자기이외에는아무도들지못하는창을쳐들었다.
여왕의손이칼집으로가는순간아킬레우스가창을던졌다.
창은여왕펜테레이아의구리방패를뚫고가슴에꽂혔다.
상처에서는피가분수처럼콸콸콸쏜아져내렸다.
아킬레우스는칼을뽑아이번에는여왕의백마를베었다.
여왕과말이동시에거꾸러지면서숨을놓았다.

펜테실레이아여왕은폭풍에쓰러진어린포플라나무처럼
먼지구덩이에널부러져있었다.
투구도벗겨져있었다.펜테실레이아여왕의시체를둘러선그리스병사들은
머리카락을풀고쓰러져있는여왕의젊음과아름다움에놀라곤했다.
아킬레우스는슬픔과동정을느끼며이미숨이끊어져있는여왕의죽음을애도했다.

여왕에대해비슷한동정을느끼고있던그리스군사들은퇴각하는트로이아군을
더이상추격하려고도,여왕과처녀경호병들의갑옷을벗기려하지도않았다.
그들은여왕과처녀경호병들의주검을관에넣어
프리아모스왕에게보내주기까지했다.

전날아마조네스를위한환영잔치를베풀어주었던프리아모스왕은,
그들의주검을화장하고그재를황금관에넣어
트로이아왕들의무덤에묻어주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아마조네스여군부대의입성 그즈음파리스는아마조네스부대를트로이아로안내하고있었다.아마조네스족은머나먼테르모돈강가에사는,여자군인만으로이루어진부족이었다.그들은비록여자들이긴했지만,전쟁터에서는용감한남자들이상으로어찌나잘싸우는지,그들을전쟁의신아레스의딸들이라고하는사람들이있을정도였다.아마조네스족의젊은여왕펜테실레이아는사냥터에서사슴을향해던진창이빗나가는바람에엉뚱하게도동생히폴뤼타를죽인일이있었다.가장사랑하던동생이었던만큼이일로인한펠테실레이아의슬픔은엄청난것이었다.그후부터펜테실레이아는인생의낙을잃었다.그녀에게희망이하나있다면그것은죽는것뿐이었다.그것도전쟁터에서명예롭게죽는것이었다.그래서여왕은여자들로만구성된경호부대를거느리고깊은숲과넓은강가에숨어살다가,트로이아성의방어전을지원하기위해트로이아로오고있었던것이었다.그들은깊은숲길과높은산길을어느누구보다잘아는파리스의안내를받았기때문에별어려움없이트로이아에이를수있었다.오뒤세우스도아마조네스문제에관한한입을다물겠다고한헬레네와의약속을지켰으므로,도중에아마조네스를노리고숨어있는그리스군도없었다.입성하는아마조네스부대를맞기위해성문앞에몰려나와있던트로이아병사들은,그들이저희전통에따라말을타고들어서는것을보고는놀라움을감추지못했다.트로이아같으면,전차를타고들어오는것이보통이었기때문이었다.병사들은별무리속의달처럼돋보이는,처녀병사들속의펜테실레이아여왕에게몰려들어환호성을질러댔다.창을흔드는병사들도있었고,말발굽을향해꽃을던지는병사들도있었으며여왕의발에입을맞추는병사들도있었다.프로아모스왕은그여군부대를위하여잔치를베풀고,여왕에게는금술잔과수놓은옷,그리고손잡이가은으로된칼을선물로주었다.여왕펜테실레이아는그칼을뽑아들고는바로이칼로아킬레우스를쳐죽이겠노라고맹세했다.그맹세를들은헥토르의미망인안드로마케는아무도듣지못하게이렇게속삭였다.불쌍한애송이같으니라고……,헥토르도그일을하지못하고흙속에묻혀버렸는데,너같은애송이가어떻게할수있겠느냐?다음날아침,잠에서깨어난펜테실레이아는눈부신갑옷을입고선물로받은새칼을찼다.창과튼튼한방패를들고백마에오른펜테레이아는열두처녀경호병과트로이아왕족들을거느리고트로이아군의선두에섰다.그리고는그리스진영과바닷가에정박해있는검은선단사이로바람같이공격해들어갔다.싸울준비를하고있다가펜테실레이아가오는것을본병사들은서로이렇게수근거렸다.며칠전까지만해도헥토르가지휘햇던트로이아군을이끌고오는저장군은누구인가?선두에서전차부대를지휘하면서달려오는것을보니흡사신같지않은가!트로이아평원은그전에도여러번그랬듯이무수한양귀비꽃이라도핀것처럼다시붉게물들었다.여자들로만이루어진아마조네스부대는그리스군중에서도가장용감한정예부대를만나혹독한값을치렀다.태양이머리위를채지나가기도전에아마조네스부대의절반이죽음을당했다.여왕이더할나위없는슬픔과분노를느낀것은당연했다.부하들의복수를해야한다는생각에쫓긴여왕은그리스전차부대에뛰어들었다.그리스전차병들은산속에서암사자에쫓기는가축무리처럼흩어졌다.여왕이외쳤다.너희들은프리아모스왕에게슬픔을안겨주었다.오늘이야말로트로이아가그리스에그값을물게하는날이다.디오메데스,아킬레우스,아이아스려,그리스의용장이라불리는이들이여,나와서내창을받아라!여왕펜테실레리아는몇차례나트로이아왕가의군사들을선두에서서그리스군을공격했다.얼마남지않은아마조네스의병사들은여왕옆에서여전히경호병노릇을했다.여왕의지휘를받는트로이아전차들은시체위를덜컹거리면서그리스군속을누볐다.펜테실레이아여왕은흡사검은구름사이로보이는번개처럼동에번쩍서에서번쩍했다.그리스군은다시도랑뒤로밀려났다.헥토르가살아있을때그랬던것처럼트로이아군속에서횃불든병사들이뛰어나와검은선단의배에다불을지르려고했다.(그리스의검은선단보수)아킬레우으와아이아스는싸움이시작된줄도모르고있었다.두장군은나름대로트로이아군에게기습공격을감행하느라고진영에서꽤멀리떨어져있었다.여왕펜테실레이아와트로이아군이도랑을건너는것과때를같이해서진영으로돌아온두장군은,트로이아군을선단에서떼어놓기위해질풍처럼군사들을몰아쳤다.아이아스는아마조네스는본척도하지않고바로트로이아군을공격했다.아칼레우스는여왕을공격하는한편,여왕을호위하고있던마지막남은다섯처녀경호병들을순식간에죽었다.그토록아껴오던처녀경호병들이죽어가는모습을본여왕은두그리스장군을향해돌진해왔다.여왕이아킬레우스를향해창을던졌다.하지만창은아킬레우스방패에맞으면서땅바박에떨어졌다.여왕은아이아스에게도창을던지면서이렇게소리쳤다.나는전쟁신의딸이다!내창맛을보아라!그러나그창도아이아스의방패에맞고떨어졌다.아이아스와아킬레우스가껄껄걸웃었다.아킬레우스는웃으면서자기이외에는아무도들지못하는창을쳐들었다.여왕의손이칼집으로가는순간아킬레우스가창을던졌다.창은여왕펜테레이아의구리방패를뚫고가슴에꽂혔다.상처에서는피가분수처럼콸콸콸쏜아져내렸다.아킬레우스는칼을뽑아이번에는여왕의백마를베었다.여왕과말이동시에거꾸러지면서숨을놓았다.펜테실레이아여왕은폭풍에쓰러진어린포플라나무처럼먼지구덩이에널부러져있었다.투구도벗겨져있었다.펜테실레이아여왕의시체를둘러선그리스병사들은머리카락을풀고쓰러져있는여왕의젊음과아름다움에놀라곤했다.아킬레우스는슬픔과동정을느끼며이미숨이끊어져있는여왕의죽음을애도했다.여왕에대해비슷한동정을느끼고있던그리스군사들은퇴각하는트로이아군을더이상추격하려고도,여왕과처녀경호병들의갑옷을벗기려하지도않았다.그들은여왕과처녀경호병들의주검을관에넣어프리아모스왕에게보내주기까지했다.전날아마조네스를위한환영잔치를베풀어주었던프리아모스왕은,그들의주검을화장하고그재를황금관에넣어트로이아왕들의무덤에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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