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5

호메로스/일리아드(liad)★필록테테스의독화살


아이아스가스스로목숨을끊은것을알게된그리스병사들은통곡했다.
온해변이다시끄러울정도였다.오뒤세우스는이런말을했다.

“트로이아포로들이아킬레우스의갑옷을나에게주지않았더라면,
만약내가지고아이아스가이겨그갑옷을차지했다고하더라도
이런일이일어났을것인가?
그랬어도우리그리스군이이렇게엄청난손실을보게되었을것인가?”
그리스군은아이아스를화장한뒤땅에묻고
아킬레우스의죽음을슬퍼했듯이그의죽음을애도했다.

그리스군사들은비록그들이헥토르를죽이고아마조네스와
멤논의검은군대를물리쳤으며<트로이아의보물>을손에넣었다고는하나,
너무많은장군들을잃었기에가까운장래에트로이아성과
헬레네를장악할가능성은십년전보다도훨씬적다는것을알고있었다.

절망에빠진그리스장군들은점쟁이칼카스를찾아가
어떻게하면좋을지물어보았다.
칼카스는자신의마음깊은곳에정신을집중시키고
거기에서들리는소리에귀를기울이고있다가그들에게말했다.

“렘노스섬으로가서필록테테스를불러오십시오.
신들의말씀에따르면필록테테스없이는트로이아성을장악할수없습니다.”

필록테테스가그리스의렘노스섬에남게되었던경위는이렇다.
십년전트로이아를향해가던그리스선단은물을싣기위해렘노스섬에상륙했다.
그런데그리스군에속해있던필록테테스는그섬의산중에살고있던
독을뿜는용과싸우게됐다.그독있는용은그의발을물어버렸다.
필록테테스가결국용을쳐죽이기는했지만상처는낫지않았다.
독물이뚝뚝듣는상처는그에게견딜수없는고통을안겨주었다.
그가어찌나비명을질러댔던지다른병사들이잠을설칠정도였다.

그리스군사들은필록테테스를불쌍하게여기기는했지만
꽉막힌공간이나다름없는배에다그를실을수는없었다.
그래서그한적한섬에다두고트로이아로왔던것이다.
그런데그로부터십년세월이흐르고난뒤에야,신들은칼카스를통하여
필록테테스없이는트로이아성을장악할수없다고하는것이었다.

디오메데스와오뒤세우스는그를데리러갔다.
적막한무인도에상륙한그들의귀에고통과절망을이기지못하고질러대는
필록테테스의비명소리가들려왔다.
두장군은그소리나는곳을따라가다가해변바위틈에있는동굴을찾아냈다.

필록테테스는비참한모습을하고거기에있었다.
몸은뼈만남아앙상했고수염과머리카락은길게자라있었으며
눈은머리깊숙이쑥들어가있었다.
그는활과화살을든채바닷가깃털더미위에누워서비명을질러대고있었다.
동굴바닥도그가잡아먹은무수한새들의뼈와깃털투성이였다.
그의상처난발에서는여전히독물이뚝뚝듣고있었다.

오뒤세우스와디오메데스가다가오는것을본그는,활을들고화살에다
자기상처에서솟는독을묻혀시위에걸었다.
그러나두사람이손을흔들어적의가없다는뜻을전하자
그제서야활과화살을바닥에놓고두사람을맞았다.

두사람은바위에앉아그섬으로온까닭을얘기했다.
그리고는함께가기만하면어떻게든상처를낫게해주고,
섬에다버려두고왔던일도보상해주겠다고약속했다.
그들의말을들고난필록테테스는함께트로이아로가겠다고했다.

노잡이들이필록테테스를들것에다실어배로옮겼다.
오뒤세우스는바다에떠다니는나무를주워불을피우고,거기에다데운물로
필록테테스의상처를씻어주었다.그런다음기름을바르고
부드러운천으로감싸주기까지했다.
그가십년동안이나막보지못한음식과포도주를대접하기도했다.
다음날아침그들을트로이아를향해뱃길에올랐다.

바람이좋아서검은선단이정박해잇는바다까지는그리오래걸리지않았다.
오뒤세우스와디오메데스는필로테테스를아가멤논의막사로데려갔다.
그는대왕으로부터는환영을,마카온으로부터는정성이지극히담긴치료를받았다.
아가멤논은그에게시중들여자종여럿과스무필의혈통좋은말,
그리고청동그릇들을내렸다.
뿐만아니라여종들을시켜그의머리를감기고손질하고빗기게했다.
이렇게해서힘을되찾은필록테테스는한시바삐활을들고싸움터로나가
트로이아군을향해독화살을쏘고싶어했다.

그리스장군들은촉에독을묻히는것은의롭지못한짓으로여겼다.
그러나필로테테스의생각은달랐다.

"내가십년이라는긴긴세월이흐르는동안익힌것은죽이는일뿐이오.
나의도움을받고싶지않다면모르지만,만일받고싶다면
내방식대로하도록내버려두시오."

그리스군이트로이아성벽밑에서싸우고있을때였다.
파리스는성벽위에서서아래쪽을향해활울쏘아대고있었다.
필록테테스가파리스를보고는이렇게놀렸다.

"보아하니활솜씨도있고아킬레우스장군을죽였을정도의화살도있는모양인데,
너만있는줄아느냐?나에게도활솜씨가있고
헤라클레스로부터대물림받은활도갖고있다."

그리고는재빠른손질로화살하나를시위에걸어쏘아보냈다.
시위가부르르떨고있을동안화살은제갈길로날아갔다.
화살은파리스의손등을살짝긁었을뿐이었다.
그러나심장이세번뛸동안독은그의몸에퍼졌다.
견줄데없는고통이불길처럼파리스의몸속으로퍼져갔다.
파리스는외마디소리를지르고는성벽아래로떨어졌다.
트로이아군이파리스를성안으로들쳐업고들어갔다.
의사들은밤새도록그를치료했다.
그러나그의고통을줄일수있는것은아무것도없었다.
새벽이되자파리스가소리쳤다.

"이제내게남은희망은단하나뿐이다.
나를이다산기슭에사는요정오이노네에게데려다다오."

트로이아병사들이그를들것에다싣고가파른숲길을올랐다.
파리스자신이애인을만나러자주오가던길.
그러나십년세월이흐르도록한번도다시오가지못했던길이었다.
파리스를들것에실은병사들은마침내오이노네의동굴앞에이르었다.
안에서는삼나무가불에타면서내는달콤한냄새가풍겨나왔다.
오이노네가나짓하게부르는슬픈노랫소리도들려왔다.

파리스가오이노네의이름을불렀다.
오이노네는그소리를듣고동굴입구로나왔다.
모닥불이지펴져있기는했지만밖에서보면여전히
어두운동굴을배경으로서있는오이노네마치달처럼창백했다.

병사들이들것을내리자파리스가손을내밀었다.
그는오이노네의무릎에다손을대고는도와달라고애원했다.
그러나오이노네는치막자락을걷어쥐고몸을사렸다.

파리스가사정했다.

"오이네노,나를미워하지마시오.나를모르는척하지말아주오,
이고통은내가견딜수있을만한고통이아니오.
그대를혼자버려두고간것은나의본뜻이아니었소.,
운명의여신모이라이가나를헬레네에게로이끈것이라오.
헬레네의얼굴을보기전에그대품안에서죽었으면좋았을것을……
나를불쌍하게여겨주오.한때우리가나누던사랑을생각해서라도
여기그대의발치에서,고통속에죽게버려두지는말아주오."

그러나오이노네는나지막하면서도싸늘한목소리로대답했다.

"당신이헬레네에게반해나를떠난뒤로긴세월이흘렀습니다.
헬레네는나보다아름다울터이니분명히나보다더잘당신을도울수있을것입니다.
헬레네에게가서고통을없애달라고하세요."

그녀는그렇게말하고나서는동굴로들어가모닥불가에앉아울었다.
한동안그렇게울고나니화가풀렸다.그래서다시일어나동굴입구로나갔다.
그녀는파리스가당연히거기에있을것이라고생각했다.그러나없었다.
파리스는마지막희망이사라지자들것든병사들에게
어두운숲속으로데려다달라고했다.
죽어가는짐승이그런곳을찾아들어간다고했던가.
오이노네가여전히동굴입구에서서눈으로그의행방을가늠하는그시각에
파리스의숨은이미끊어지고말았다.

들것든병사들은서둘러그의시신을떡갈나무숲을지나성안으로옮겨놓았다.
그의어머니가통곡하자다른여자들도곡을하기시작했다.
헬레네는헥토르가죽었을때그랬듯이둘사이에있었던일을
떠올리면서만가를불렀다.
사람들은화장단을높게쌓고그의시신을그위에올린다음불을붙였다.
불길은어둠을뚫고하늘로솟아올랐다.

오이노네는그런줄도모르고어두운숲속을헤매면서
사냥꾼에게새끼를빼앗긴암사자처럼
사랑하는사람의이름을부르고다녔다.
그러다멀리성안에서오르는화장단의불길을보게되었다.
오이노네는그불길의의미를너무나도달알고있었다.
그녀는그제서야파리스가온전하게자기의것이되었다는생각에서울었다.
살아생전에는다른여자에게빼앗겼지만죽어서나마
서로만나헤어지지않으려고했다.
그래서오이노네는달리기시작했다.
그녀는가파른떡갈나무숲과요정들이그의죽음을슬퍼하는
숲속을내달아평원에다다랐다
평원에는수많은트로이아백성들이화장단의불길주위에모여있었다.

오이노네는신부처럼너울로얼굴을가리고는빠른발길로군중사이를지나,
높이솟는불길속으로몸을던졌다.
그녀는불길의혀가별이라도핥을듯이낼름거리는속으로뛰어들어
파리스의시신옆으로몸을던졌다.그리고는두팔로그의시신을안았다.

불길은그둘을함께태웠다.불길이사그러지자사람들은뒤섞인재를모아
황금술잔에단고,돌로만든조그만방에그잔을넣고는그위를흙으로덮었다.

그로부터긴세월이플렀다.숲의요정들은무덤위에다
두그루의찔레장미를심었다.
이찔레장미는자라면서서로에게몸을기대고
서로의가지를상대쪽으로꼬아나갔다.
그래서두개의가지가아닌,마치하나의가지인것처럼보였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아킬레우스전사하다

트로이아장군과왕자들,그리고원로들이한자리에모여회의를열었다.
프리아모스왕도함께했던그자리에서트로이아인들은
멤논왕이올때까지성안에서방어만하기로결정했다.
그들은멤논왕이에디오피아군대를이끌고출발한시점이
아마조네스가출발한시점과비슷했던만큼,조만간
트로이아지원군을몰고당도하리라믿고있었다.
트로이아군에서가장냉정한사람으로알려진폴뤼다마스는,
기다릴것도싸울것도없이헬레네에게올때의갑절쯤되는보석을주어
메넬라오스에게돌려보내면될게아니냐고주장했다.
그말을듣고있던파리스가자리에서벌떡일어났다.
그는폴뤼다마스를비겁자라고소리치면서헬레네와조금만가까이지내보면
트로이아의운명따위는안중에두지않을자라고비난했다.

트로이아군은평원에서후퇴하고성안에서기다렸다.
드디어멤논왕이도착했다.파리스와아킬레우스를제외한다면
그만큼풍채좋은사람은트로이아평원에있을것같지않았다.
멤논왕은이만빼면흰것이하나도없는군대를이끌고왔다.
에디오피아의강렬한태양에그을려병사들은모두새까맣게되었다.

프리아모스왕은또한차례잔치를베풀고는커다란금술잔에포도주를
남실남실하게따라멤논왕에게건네주었다.
멤논왕은그포도주를단숨에마셨다.
그는싸움에대해큰소리치지않았다.단지이렇게말을했을뿐이었다.

내가만일에훌륭한장군이라면싸움이시작돼봐야드러날것입니다.
어쨌든오늘은일찍자는것이좋습니다.
아침이면싸워야할사람들이잠을안자고술마시는것은바람직한일이못됩니다.

아침이왔다.멤논왕은새까만군사들을이끌고평원으로나갔다.
만약번쩍거리는갑옷차림의아킬레우스가용기를주지않았다면,
싸움에지치지않은멤논의군사들을보는순간
그리스군사들의사기는많이꺽여버렸을것이다.

멤논왕은그리스군의왼쪽날개를공격했다.
그는이공격전과방어전에서네스토르의아들인안틸로코스와맞붙었다.
멤논왕이이젊은왕자를덮치는기세는
흡사검은사자가아기를덮치는것과도같았다.
안틸로코스가가까운옛왕릉앞에서있던비석을뽑아멤논에게던졌다.
비석에머리를맞은멤논왕은뒷걸음질치다가엉덩방아를찧었다.
그러나곧다시일어나안틸로코스에게창을던졌다.
창은가슴가리개를뚫고안틸로코스의가슴에박혔다.
그는이렇게해서아버지네스토르앞에서숨을거두었다.

멤논왕은좌우를무차별공격하면서안틸로코스의주검에서갑옷을벗겨내었다.
네스토르는아들의주검에접근할수없게되자전차를타고
아킬레우스에게달려가,안틸로코스의주검이욕을보지않게도와달라고애원했다.

아킬레우스는즉시젊은안틸로코스의주검이있는곳으로달려왔다.
이로써멤논왕과의한판싸움은피할수없게된셈이었다.
멤논왕은아킬레우스를맞기위해부하들을뒤로물렸다.
멤논이먼저거대한바윗덩어리를아킬레우스에게던졌다.
그러나아킬레우스는방패로바위를막으면서
달려나와멤논왕의어깨를찔렀다.
부상을당했는데도불구하고얼굴이시커먼멤논왕은창을던져
아킬레우스에게도자신과비슷한상처를입게했다.

상처에서피가흘러내렸으나아킬레우스는별로신경을쓰지않았다.
팔에는아무리부상을당해도치명상이될수없기때문이었다.
아킬레우스와멤논왕은칼을뽑아들고맞붙었다.

무수한칼질이서로의방패와투구를때렸다.
두사람의투구위에달린긴말총볏은칼에잘려,
강풍에떨어진새처럼땅바닥에떨어진지오래였다.
두사람이서로노리는것은방패가장자리밖으로드러나보이는
무릎과,방패와투구끈사이의목줄이었다.
두사람의발아래에서먼지가구름처럼피어올랐다.

이윽고아킬레우스가오랫동안노리고있던곳을먼저재빨리찌르고들어갔다.
맴논은그공격을피하지못했다.
아킬레우스의청동칼끝은갈비뼈사이로파고들었다.
맴논왕이땅바닥에쓰러지는순간,생명은그의몸을떠났다.

아킬레우스는함성을지르며앞으로진격했다.
온그리스군이그뒤를따랐다.
그리스군은트로이아군을성의정문까지추격했다.
정문은병사들와전차들,좇고좇기는자들로복작거렸다.
그리스군이트로이아성안으로밀고들어간다면
기나긴포위공격전은그것으로끝날수도있는상황이었다.
그러나성문위에는파리스가있었다.
파리스는닳고닳은활시위를새것으로갈아끼우고있었다.
그는화살통에서화살을하나골라시위에먹이고는,
성문을밀고들어오는아킬레우스를겨눠사위를당겼다가놓았다.

화살이날고있을동안아폴론신은이것을인도했다.
화살은치열하게접근전을벌이고있는병사들의
다리사이를빠져나가드디어아폴론이노리던과녁에명중했다.
바로무릎가리개로도가리지못하는발뒤꿈치였다.
아기아킬레우스를스튁스강물에다담글때
어머니테티스가손으로쥔곳,따라서스튁스강물에잠기지못한곳이
바로아킬레우스의발목이었다.
아킬레우스의몸에서죽음이파고들수있는곳은발목뿐이었다.

아킬레우스는비틀거리다쓰러졌다.
그러나곧다시일어나주위를둘러보면서외쳤다.

"어느비겁한놈이멀리서날쏘았느냐?
그자에게이리로내려와창칼로써나와맞서라고하라."

그는발꿈치에서화살을뽑았다.피가용솟음치며흘러나왔다.
피는사방으로튀었다.아킬레우스의눈앞이가물거리시시작했다.
그는비칠거리며미친듯이창을휘둘렀다.
그러나힘이다한그는걸음을멈추고창에몸을의지한채외쳤다.

"트로이아의개들아!
나는이렇게죽는다만너희들은내창끝을피하지못하리라!"

그러나겨우이말만을남기고아킬레우스는앞으로쓰러졌다.
갑옷이땅바닥을때리는소리가요란했다.

트로이아병사들은아킬레우스의숨이완전히끊길때까지
차마다가갈엄두가나지않았던지그가죽어가는것을구경만했다.
그모습은마치죽어가는사자를바라보고있는사냥꾼같았다.

이로써헥토르가죽으면서한예언은이루어진셈이었다.
헥토르는숨을거두기직전에아킬레우스가성의정문에서
파리스의손에죽음을당할것이라고예언한적이있었다.

그제서야성문앞큰길에서있던트로이아군사들이
아킬레우스의주검을갑옷채차지하기위해새카맣게몰려들었다.
그리스군사들역시장례를치루려면
그주검을지켜진영으로운반하지않으면안되었다.
때문에그의시신을사이에두고곳곳에서전투가벌어졌다.
양쪽군사가어찌나빽빽하게어우러져있었던지성벽위의
트로이아군사들은저희군사가맞을까봐활도쏘지못했을정도였다.

결국오뒤세우스가부상당한몸인데도불구하고아킬레우스의
팔을잡아끌어들쳐업고는비틀거리며선단쪽으로내달았다.
아이아스와그의부하들은오뒤세우스의뒤를따르면서
좇아오는트로이아군을막았다.
트로이아군이너무접근할경우엔그들을공격하여
다른트로이아군속으로몰아넣고는했다.

아킬레우스의주검은그의막사로옮겨졌다.
브리세이스를비롯한여자들이그의몸에서피와먼지를닦고는
관위에눕히고흰겉옷으로덮었다.그리고는곡을하고만가를불렀다.
살아남은그리스장군들은아킬레우스자신이얼마전에
친구파트로클로스의죽음을애도하면서그랬듯이,
긴머리채를잘라그의주검위에놓았다.

바다에서그의어머니<은빛발>테티스가
시녀요정들을데리고물위로솟아올랐다.
깊은바다수정의방에서여름날의파도처럼솟아오르며부르는
테티스일행의슬프고도아름다운노래는온해변에골고루퍼져나갔다.
공포에질린그리스병사들은해변에서도망치려고했다.

그때노와네스토르는이런말로그들의두려움을가라앉혔다.

"두려워할것없다.
세상을떠난아드님을보러오신그의어머니와바다의요정들이다."

그제서야그리스병사들은마음을놓았다.
테티스와바다의요정들은그를둘러싸고는인간세상여자들의곡소리와
만가부르는소리에신들세상의곡소리와만가를보탰다.

그리스인들은나무를쌓아거대한화장단을만들고아킬레우스의주검과
제물로잡은황소,꿀항아리,포도주항아리를올리고불을붙였다.
불이사그러들자영웅의주검이남긴흰재를모아,
파트로클로스의무덤에서꺼낸손잡이가두개달린금술잔에넣고
파트로클로스의재와잘섞었다.
이금술잔을다시묻은뒤무덤을높이쌍호봉우리한가운데에비석을세웠다.
그땅을지나는사람과바다로나가거나들어오는사람들로하여금
그것이누구의무덤인지알게하기위해서였다.

이어서아킬레우스를추모하는장례경기가열렸다.
파트로클로스의장례경기때처럼
전차경주,달리기,권투와씨름겨루기가벌어졌다.
모든경기의우승자들에게테티스는귀하고명예로운선물을내렸다.
경기가끝나자테티스는헤파이스토스신이특별히만들어준
아들의귀하기짝이없는갑옷을가져다무덤앞에놓고이렇게말했다.

"이갑옷을가장용감한전사에게드리겠습니다.
트로이아군사들로부터아킬레우스의주검을빼앗아이렇게장례를
지낼수있게해준,가장큰공을세우신분이이것을차지하도록하세요."

테티스는이말을남기고는바다의요정들을데리고바닷속으로되돌아갔다.

아이아스와오뒷세우스가일어나
서로자기가아킬레우스의갑옷을차지해야한다고말했다.
두사람은각자자기야말로갑옷을차지할자격이있으며
용감한사람들중에서도가장용감한사람이라고주장했다.
그러나노왕네트토르가일어나이런말을했다.

"남아있는우리들중에서가장큰공을세운한사람을뽑아
이갑옷을준다는건예삿일이아니오.왜인줄아십니까?
이갑옷을차지하지못한사람은속이상할것이고,
우리가자기를푸대접한것으로오해할것이기때문이오.
그사람이우리를대하는태도는전과다를것이고,
이것은우리에게굉장히큰손실이될것임에분명하오.
하지만꼭두분중에서한분을선택해야한다면
우리가직접하지는말도록합시다.
누구는오뒤세우스를선택하고누구는아이아스를선택한다면,
이두무리사이에서도적의가싹틀있으니말이오.
우리진영에는몸값이지불되기를기다리는많은
트로리아포로들이있지않소.
그들에게심판을맡기기로합시다."

"현명하신말씀이오."
대왕아가멤논도만족스러워했다.

트로이아포로들이회의장으로불려나왔다.
오뒤세우스와아이아스는그들앞에서연설을함으로써
아킬레우스의갑옷소유권을주장하기로했다.아이아스가먼저연설했다.
그런데갑자기짓궂은장난을좋아하는포도주의신디오뉘우스가
아이아스를취하게만들어버렸다.그래서그의연설은엉망이되었다.
그가자기의소유권을주장하는것은좋았다.
하지만아이아스는오뒤세우스를깎아내리기위해
그를겁쟁이,약골이라고부르는것도서슴지않았다.

그의연설이끝나자오뒤세우스가부드럽게말했다.

"아이아스는나를겁쟁이,약골이라고합니다만이렇게부르는것이
옳은지그른지판단하는일은트로이아인들에게맡기겠습니다.
그들은나와많이싸워보았으니잘알것이고,
<트로이아의보물>을가져온것도나라는것을기억하고있을겁니다.
여러분은파트클로스의장례경기에서나와
그가싸운것을잊지않고있을것입니다.
나는부상을갓나은몸으로그와싸웠습니다.
비기기는했습니다만이것만보아도그는나를약골이라고부를수없습니다.”

트로이아포로들이의견을모아두사람중에서오뒤세우스가더용감한장군이며,
따라서아킬레우스의갑옷은그의차지가되어야한다고말했다.

아이아스의얼굴이검붉게변했다.그는아무말도하지못했다.
꼼짝도하지않고서있던그는친구들에게끌리다시피해서회의장을나갔다.

막사로돌아갔지만그는그날해가질때까지먹지도마시지도않았다.
말도하지않았다.
디오뉘우스신이그에게광기를불어넣음으로써벙어리로만들어놓은것이다.
어둠살이끼어올때까지도아이아스는그광기에사로잡혀있었다.
어둠이깊어갈즈음부터는사악한생각이그의머리를맴돌았다.
그는칼을들고어둠속을나섰다.
오뒤세우스의막사를찾아가그를처치하기위해서였다.

그러나아이아스는오뒤세우스의막사에이르기전에양떼를만났다.
그리스군이양식의일부로기르고있는양떼였다.
그는양떼속으로뛰어들어닥치는대로양들을죽이기시작했다.
아무것도모르는채오로지죽이기에만열중한것이다.

새벽이오기시작하자그에게도맨정신이돌아왔다.
그는자신이오뒤세우스를죽인게아니었으며,
대신무수한양의시체앞피웅덩이에서있다는것을알게되었다.

아이아스는광기가불러일으킨그런불명예를안고
살아갈수는없다고생각했다.
그는칼을뽑아땅바닥에거꾸로단단히세웠다.
그리고는뒤로조금물러섰다가그칼끝위로몸을던졌다.
칼끝이심장에박히면서그의광기도그것으로끝이나버렸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거대한트로이목마


파리스가죽었지만트로이아왕가에서는
헬레네를메델라오스에게되돌려보내지않았다.
그녀가돌아가면비참한죽음을당할거라고생각했기때문이었다.
트로이아왕가로서는헬레네를그런지경으로몰아넣는
불명예스러운일은할수가없었다.
그래서파리스의형제중하나인데이포보스에게헬레네를
그의집에두고보살피게했다.

전쟁은여전히계속되고있었다.

오래지않아서그리스군은트로이아성에다
또한차례의결정적인공격을가했다.
그러나트로이아군은튼튼한성벽뒤에서화살을
소나기처럼퍼부어그들을격퇴했다.
필로테테스의독화살도소용없었다.
독화살이날아갈때마다트로이아군이돌로된성벽이나
나무문뒤에숨어버렸기때문이었다.
그리스병사들이성벽을기어오르면트로이아병사들은큰돌을떨어뜨려,
그리스병사를성벽에서떨어뜨리거나머리가부숴지게했다.

밤이되자그리스군은선단이있는곳으로철수했다.
아가멤논은회의를소집했다.
그러나소집을받고달려온장군은얼마되지않았다.
늘그렇듯이그들은점쟁이칼카스가지혜를짜내어주기를기다렸다.

칼카스가회의장한복판에서서말했다.

"나는매가비둘기를좇는것을보았습니다.
비둘기는매의추격에쫓기다가성벽밑바위틈에숨더군요.
매는꽤오랫동안비둘기를따라그틈으로들어가려했습니다.
하지만그게잘안되더군요.
그래서매는위로날아올라역시바위틈으로몸을숨겼습니다.
조금있으니까어리석은비둘기가태양아래로날아나왔고,
매는바로그순간비둘기를덮쳐서죽였습니다.
우리그리스군은바로이매를본받아야합니다.
이제우린힘만으로는트로이아를무너뜨리지못합니다.
그러니까꾀를써야하는것입니다."

바로그순간아테나여신이오뒤세우스의마음에기발한생각의씨를뿌려주었다.
원래오뒤세우스는꾀가많아서별명이꾀주머니였다.
그는일어나서그리스장군들에게자기생각을털어놓았다.

"병사들을시켜목마를만드는겁니다.
뱃속이텅빈,거대한나무말을만든단말입니다.
그리고우리군에서가장용감한사람들을뽑아완전무장하게하고
그뱃속에숨겨놓고서,나머지군대는선단에나누어타고고향으로향하게합니다.
그러나아주가는것은아니고테네도스섬해안까지만가서
그섬뒤에숨어서기다리는겁니다.
트로이아군은칼카스가말한비둘기처럼성밖으로나오겠지요.
우리그리스군의진영이정말텅비었는지궁금할테니까요.
그러다가거대한목마를보고는우리가왜이런목마를만들었는지,
왜거기에다두고떠났는지알고싶어할것입니다.
그러나트로이아병사들이목마를너무자세히관찰하게하면안됩니다.
혹이목마를해코지하거나뱃속에숨어있는우리특공대를찾아내면안되니까요.
그러니우리그리스인하나를뒤에다숨겨두기로합시다.
꾀많고용감한사람이어야하되트로이아병사들에게
얼굴이알려져있지않아야합니다.
이런사람을뒤에남겨놓고는트로이아인들의눈에뛰게합니다.
트로이아병사들은그를사로잡고는묻습니다.
그러면그는그리스인들이마침내희망을버리고고향으로
배를띄운까닭을설명합니다.
그리고거기에다덧붙여<트로이아의보물>을훔쳐
아테나여신의보복을받게될것을두려워한그리스인들이,
여신에게바치는제물로거대한목마를만들어고향으로가는뱃길에
폭풍을만나지않게해줄것을빌었다고대답해야합니다.
그말을믿는다면트로이아인들은이목마를성안으로끌어들여
아테나여신의신전에전리품으로바치겠지요.
그렇게만된다면한밤중에목마의뱃속에숨어있던특공대원들이
밖으로나와성문을열수있지않겠습니까?
물론이때쯤이면선단은테네도스에서돌아와트로이아앞바다에서
대기하고있어야합니다."

칼카스가그의견에동의했다.
그때마침새두마리가오른쪽으로날아갔다.
좋은징조라고생각한칼카스는일이계획대로잘될것이라고잘라말했다.
그리스전군에서가장솜씨있는목수이자권투선수이기도한
에페이오스가자기를도울병사들을뽑아일을시작했다.

다음날그리스군의절반에해당하는병사들이손에손에도끼를들고
이다산으로올라가나무를찍었다.
이렇게찍어낸참나무,소나무,단풍나무를노새등에실어그리스진영으로운반했다.
에페이오스와그부하들은나무를갈라판자를만들기도하고다듬기도했다.
사흘만에거대한목마가완성되었다.
늠름한갈기는아가멤논의막사지붕보다높았다.
텅빈배에는스무명정도가들어갈수있는캄캄한공간이있었다.

오뒤세우스는뒤에남아있다가트로이아군에붙잡히는역할을맡을지원자를찾았다.
그러자시논이라고하는젊은병사가일어나자기가그역할을하겠다고했다.
그는최전선에서는싸워본적이없는병사였다
(만일에최전선에서싸웠다면트로이아병사들에게
낯이익었을테고그렇게되면곤란했다.)
그러나용기만은어떤최전선전투경험자에못지않았다.

네스토르가첫번째로목마의뱃속에숨는특공대원이되겠다고했다.
그러나그는너무나이가많아서모두가말렸다.
아가멤논도두번째로지원하고나섰다.
그러나선단을지휘해서테네도스섬으로가야할사람도그였고,
되돌아와서연합군을지휘해야할사람도그였다.
따라서아가멤논도곤란했다.
결국메널라오스,오뒤세우스,디오메데스,그리고
목마를만든목수에페이오스가병사들을데리고목마뱃속에숨기로했다.

그보다조금전에메넬라오스가오뒤세우스를한쪽으로데리고가서
만일에트로이아를함락시키는데성공하면
(일단뱃속으로들어가기로한이상함락시키지못하면
그들손에죽는수밖에없었다.)
자기가다스리는도시국가중하나를주겠다면서
서로가까이살면좋지않겠느냐고했다.
그러나오뒤세우스는웃으면서고개를가로저었다.
그에게는험한바위산으로이루어져있기는하지만
자신의왕국이타카섬을떠날생각이없었다.
그래서이렇게말했다.

"트로이아를함락하고우리둘다살아남는다면그때내가소원을말하지요.
그대는땅이나금덩어리를주지않고도,
사람을주지않고도내소원을이루어줄수있을겁니다."

메넬라오스는그때가오면그소원이무엇이되었든기꺼이들어주겠노라고
제우스신의광명에대고맹세했다.
두사람은어깨동무를하고가서갑옷을챙겨입고는
목마의뱃속으로들어가쪼그리고앉았다.

뱃속에숨을특공대원들은부드럽고두꺼운옷으로몸을감쌌다.
그래야목마가끌려갈때갑옷이덜그럭거리는바람에들통나는일이없을터였다.
특공대원들이어둠속에쪼그리고앉아기다릴동안밖에서는
병사들이막사에다불을지르고배를띄웠다.
선단은테네도스섬을향해나아갔다.

성벽에서망을보던트로이아병사들은그리스진영의막사에서
하늘로솟아오르는연기와바다로나아가는선단을보았다.
그들은기쁨을억제하지못하고성문을열고해변으로다가가보았다.
그러나혹시그리스군사들이속임수를쓰고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에서
완전무장하는것을잊지않았다.
과연목재로지어진막사들은불타고있었고진영에는
개미새끼한마리보이지않았다.
오로지굄목과모래톱의용골자국만이
선단이있었던자리를말해주고있을뿐이었다.
새나무로지어져보릿대처럼누런빛깔인목마는바로
그폐허가되다시피한그리스진영의한가운데에우뚝서있었다.

프로아모스왕과왕가의귀족들은그크기와지어진솜씨에혀를내두르면서
왜그런목마를지었는지궁금해했다.마음한켠으로는두렵기도했다.
바다의신포세이돈의제사를담당하는계급이아주놓은사제라오코온도
두아들을데리고그자리에나와있었다.

그는목마에다가서기도전에멀리서부터소리를질렀다.

"여러분,그걸만지지마시오.
그리스놈들이우리에게선물을주고갔을리만무합니다.
틀림없이무슨꿍꿍이속이있었을겁니다.
저속에병사들을숨겨놓았다가적당한때나오게할수도있는것이고,
우리를해치도록사악한마법을걸어놓았을지도모르는일입니다."

그가창을들어둥그런목마의배를향해던졌다.창이꽂히는순간
속이빈목마의배에서터엉소리가났다.
트로이아병사들이어쩌면그를도와도끼로배를갈라볼지도모르는순간이었다.
그러나바로그때였다.병사들이시논을끌고그자리에나타났다.

병사들은프리아모스왕앞에다시논의무릎을꿇리면서말했다.

"갈대밭에숨어있는걸끌고왔습니다.
발바닥을불로지지면이나무괴물의비밀을털어놓을것입니다."

그러자시논이외쳤다.
"나같이비참한사람이어디있을까.
처음에는내백성이내가미워죽이려하더니
이번에는트로이아인들이나를죽이려하는구나!"

프로아모스왕이병사에게시논을일으켜세우라는눈짓을보내면서물었다.

"말하라.무슨까닭으로너는네백성의미움을샀으며
모두들떠났는데무슨연유로여기에남게되었는가.
네가제대로말하면우리로부터는미움을안받게될지도모르지않느냐?"

시논이심호흡을한차례하고는이야기를시작했다.

"전하,물으시니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팔라메데스의친구이자갑옷담당입니다.
그런데사악한오뒤세우스가평소에자기를별로안좋게보던
팔라메데스를죽였습니다.
저는분노를삭이지못해전전긍긍하고있다가주위사람들에게그얘기를했습니다.
그랬더니그말이오뒤세우스의귀에들어갔던지나까지죽이려하는겁니다.
그런데점쟁이칼카스가……"

시논은잠깐말을끊었다가다시이었다.

"하지만어차피믿지않으실텐데얘기해서무엇하겠습니까?죽여주십시오.
아가멤논과오뒤세우스도제가죽기를바랄것입니다.
저의목을자르시면메넬라오스는고맙다는인사를할것입니다."

이렇게되고트로이아사람들은궁금해서견딜수가없었다.
프로아모스왕은얘기를계속하라고명했다.
시논은울면서부들부들떨며얘기를이어나갔다.

"그리스장군들은고향으로돌아가기직전에
신들이맡긴뜻이어떠한지알아보았습니다.
그뜻에따르면바람이순조롭고바닷가고요하기를바란다면
그리스인중하나를제물로바쳐야한다는것입니다.
장군들이칼카스에게누구를희생시켰으면좋겠느냐고묻자칼카스는
저,시논을찍었습니다.
그래서저는꽁꽁묶이는신세가된것입니다.
그동안그리스병사들은아테나여신에게평화를비는제물로
거대한목마를만들었고요.
저는밧줄을끊고도망쳐,선단이바다로나갈때까지갈대밭에숨어있었습니다.
그렇지않았더라면지금쯤저는죽어있을것입니다."

시논이어찌나입담좋게얘기를했던지트로이아병사들은그말을믿고
손을묶고있던밧줄을풀어주고는뛸듯이좋아했다.
목마가자기들에게해코지를할줄알았는데,알고보니<트로이아의보물>인
팔라디온을도난당한아테나신전에제물로바치면좋을것같았기때문이었다.

그러나트로이아병사들이목마를끌어들이려는찰나끔직한일이벌어졌다.
거대한두마리의바다뱀이아침안개를가르고나와해변으로올라오는것이었다.
두마리의뱀은진홍빛볏을세운채몸을꾸불텅거리면서물을가르고오는데,
어찌나기세등등한지뒤로는노30개짜리겔리온배가
일으키는것과맞먹을만한물결이일었다.
사람들은믿어야할지믿지말아야할지모르는채로바라보고있다가
정신이번쩍들어돌아서서냅다뛰었다.

두마리의괴물은해변으로올라왔다.
눈은바다의불길로번쩍거렸고벌어진입에서는
끝이갈라진혀가낼름거리고있었다.
괴물은식식거리면서이리저리몸을비틀었다.

그런데바로이두마리의괴물이라오코온의
두아들을덮쳐똬리를옥죄기시작했다.
아버지라오코온이두아들을구하러달려갔지만이미때늦은다음이었다.
괴물은터지고일그러진두아들을몸을버려두고라오코온에게달려들었다.

얼이빠진트로이아병사들이겨우정신을차리고창같은것을
던질수있었을때이미두괴물이라오코온을감고서
목과몸을옥죄고있을즈음이었다.
라오코온은하늘이라도찢을듯한비명을한차례지르고는
더이상소리를지르지못했다.
생명이그의육신을떠난것이었다.

그제서야두마리의바다뱀은평원을지나트로이아성으로들어갔다.
아테나신전의여사제들이그뱀을보았다.
뱀은대리석바닥을지나고거대한여신상의방패뒤로들어가더니
여신의발뒤의눈에보이지않는구멍으로사라졌다.

프리아모스왕일행은알아보지도못하게터지고
찌그러진라오코온과두아들의시체앞에
정신나간사람들처럼서있었다.
그들은두마리의뱀이분노한아테나여신을대신해서,
여신의거룩한목마에창을던진라오코온에게복수했다고생각했다.
여신의화를가라앉히려면그거대한제물을성안으로들여
신전으로모시지않으면안되었다.

사람들은거대한목마에밧줄을걸고흡사배를진수시키듯이
목마의앞에다굴림대를달아굴렸다.밧줄을당기는조가편성되었다.
시논도밧줄을당기는조에들어있었다.
목마는울퉁불퉁한평원을지나성의정문으로통하는큰길로들어섰다.

트로이아백성들이목마를맞으러정문앞큰길로몰려나왔다.
아이들,처녀들할것없이삼으로꼰밧줄에매달려밧줄끌어당기는것을도왔다.
앞일을미리아는능력이있는프리아모스왕의딸카산드라는,
성안으로끌어들이는순간부터목마는트로이아의재앙이될것이라고외쳤다.
그러나아무도귀를기울이지않았다.

고함소리와신을찬양하는노래와춤에파묻힌채,목마는마지막
비탈길을미끄러져내리고오랜전쟁이남긴돌무더기를지났다.
물론뱃속에숨어있는특공대원들과함께였다.
정문위의두망대사이를지나고
가파른길을오르자트로이아성의높은지대에자리잡은성채,
아테나신전의안뜰이었다.


호메로스:일리아드(liad)★몰락하는트로이아성 온종일트로이아사람들은기쁨에겨워거리에서춤추고노래했다.그들은다음날의거룩한잔치를준비하느라고
신전을떡갈나무와은매화가지로치장했다.준비가거의끝나자어둠이내렸다.
사람들은제각기집으로돌아갔다.날이뜨기전이었다.어둠에묻힌채그리스선단이
테네도스섬에서돌아오고있었다.노잡이들은소리도없이노를젖고있었다.비좁은목마의뱃속에다닥다닥붙은채웅크리고있던우뒤세우스일행은
잔뜩긴장한채바깥에서들리는소리에귀를기울였다.시논도신전의벽위에서몹시긴장된표정으로바다쪽을바라보면서아가멤논대왕이지휘하는선단의신호를기다리고있었다.선단에서배들이해변에접근했다는신호를보내면시논은
목마의뱃속에숨어있는특공대원들에게그것을알리기로되어있었다.사람들이모두잠든다음이라서트로이아는고요에묻혀있었다.마침내신호가왔다.바다저쪽의어둠속에서불빛이반짝거렸다.시논은두근거리는가슴을달래면서움직이기시작했다.벽위에서뛰어내린그는목마가서있는곳으로달려갔다.목마는달이떠오르면서은빛으로빛나는하늘을배경으로우뚝서있었다.목마의배밑에숨어있는특공대원들에게보내는신호였다.에페이오스가목마의소나무빗장을열자뚜껑문이열렸다.거기에서밧줄이내려왔고그밧줄을타고메넬라오스와오뒤세우스
그리고디오메데스를비롯한특공대원들이땅바닥으로내려섰다.그들은무장한유령들처럼소리없이신전앞에서성의정문으로내려갔다.그리고는문지기들을죽이고,
물밀듯이밀려오는그리스전우들을위해성문을활짝열었다.
잠든트로이아는공포의도가니로변했다.병사들로이루어진검은물결은곧불꽃의강이되었다.횃대를하나씩든병사들이정문초소에서불을옮겨붙였기때문이다.그들은그횃불을들고다니면서닥치는대로불을질렀다.잠을자고있다가엉겁결에무장도제대로하지못한채
그리스군을맞은트로이아군은그자리에서죽음을당했다.어둠속으로아이들과여자들의비명이퍼져나갔다.방패로내려치고칼로베는소리가사방에서들렸다.불길은삽시간에성전채로번져갔다.흡사바람을받고번지는들불같았다.그러나오뒤세우스는그자리에없었다.목마의배에서내려온뒤로그를본사람은아무도없었다.아우토메돈을비롯한한무리의군사를거느린디오메데스는
왕의침실을찾아내었다.바깥을지키던경호병들은순식간에몰살을당했다.그들은지붕으로도횃불을던져올렸다.지붕위에서경호병들이묵직한기왓장을벗겨
아래로던지고있었기때문이었다.머리를방패로가린채그들은도끼로문을두들겼다.빗장이부서져내렸다.청동돌쩌귀가부서지면서문이활짝열렸다.그리스군은안마당과침실과기둥사이를누비면서앞을가로막는경호병들을닥치는대로찔러죽였다.어떤빗장도어떤칸막이도어떤칼도그들을막아낼수없었다.이복도저복도로몰려다니던그들은마침내가장안쪽뜰앞에이르렀다.뜰에는가정의수호신을위한제단이있고,그위로는우람한월계수고목이붉게물든하늘을
가리기라도하듯제단을덮고있었다.왕비와왕자들은바로그안뜰에한덩어리로있었다.흡사폭풍우몰아치는날둥우리에오구구모여있는비둘기떼같았다.하지만그안뜰도그들의피난처는되지못했다.제단앞에꿇어앉아신들에게기도하고있던
노왕프리아모스에게도예외는아니었다.
불길과전쟁의광기에취한젊은병사하나가프리아모스왕의
한수염을잡고제단계단으로끌어내리고는단칼에왕의몸을갈랐다.그의못에서용솟음친피는,그가신들에게제물을드리곤하던제단을적셨다.그리스병사들은비명을지르며몸부림치는왕가의여자들을끌어내었다.성안은온통불바다였다.사방에서죽고죽이는소기가들려왔다.벽이라는벽,지붕이라는지붕은모조리내려앉았다.십여년이나버티어온막강하던트로이아성이무너지는순간이었다.그러나헬레네는왕가의여자들과함께있지않았다.메넬라오스는불붙은나무조각들이비오듯쏟아지는왕궁속을샅샅이뒤지다데이포보스의집을찾아갔다.프리아모스왕의아들중유일하게살아있는왕자가데이포보스인만큼헬레네가거기에있을것으로짐작했던것이었다.그집앞에이르는순간메넬라오스는집을제대로찾았다는것을알았다.데이포보스는가슴에창을맞은채입구에쓰러져있었다.데이포보스의피웅덩이에서시작된핏빛발자국이현관을지나건너쪽의어두운방으로이어지고있었다.메넬라오스는사냥감의냄새를맡은사냥개처럼그발자국을따라갔다.가다가그는오뒤세우스를보게되었다.오뒤세우스는금방이라도무너질듯한중앙의기둥에몸을기대고서있었다.그의머리위로나있는창으로는지붕을태우는불길이보였다.그의팔목은검붉은피로젖어있었다.메넬라오스는칼을뽑아든채문앞에서서물었다."헬레네는어디에있소?만일에그대가헬레네를숨기고있다면‥‥‥."오뒤세우스가고개를들고대답했다."오늘아침그대는내게맹세했소.내가요구하는것이면
그것이무엇이든주겠다고말이오.그것이무엇이든.""그럼요구하시오.그러면그것은그대것이될것이오.나는맹세를어기는사람이아니오.
지금이이런이야기를나눌때가아니기는하오만‥‥‥."오뒤세우스가말했다."나는<예쁜뺨>헬레네의목숨을요구하오.나는이목숨을,내목숨을구해준사례로헬레네에게돌려줄것이오.내가<트로이아의보물>을찾아이성으로들어왔을때
헬레네는내목숨을구해준적이있소."그큰방안에오랫동안침묵이감돌았다.벽저쪽에서비명소리가끊임없이들려오고있어서
더욱무시무시한침묵이었다.그때헬레네가옷자락을모아쥐고숨어있던구석자리에서앞으로나섰다.헬레네는메넬라오스앞에무릎을꿇었다.금발이앞으로쏟아져내렸다.헬레네는아무말없이두손으로내밀어메넬라오스의무릎을어루만졌다.메넬라오스는선채로헬레네를내려다보면서자기를배신하고
파리스에게가던일,집을비우고자식을버리고떠나던일을떠올렸다.오뒤세우스에게했던약속만아니라면단칼에죽였을터였다.그러나그에게는오뒤세우스에게한약속이있었다.
그약속때문에그는한발뒤로물러섰다.메넬라오스는여전히선채로헬레네를내려다보면서파리스가오기전에서로나누었던행복했던시절을떠올렸다.그의마음속에서연민과사랑이복잡하게뒤엉켰다.그가뽑아들고있던칼이쨍그랑소리를내면서바닥에떨어졌다.그는몸을구부리고는헬레네를일으켜세웠다.헬레네의하얀팔이,불타는트로이아의연기때문에
연방기침을해대는그의목을끌어안았다.새벽이왔다.트로이아는재가되어있었다.아테나의신전도거대한목마도재가되어있었다.그리스병사들은금과은,상아와보석을나누어가졌다.프리아모스왕은왕가수호신의제단앞에시체가되어쓰러져있었다.그리스병사들손에죽음을당한트로이아병사들의시체는
거리에쌓인채로개들과독수리떼를기다리고있었다.트로이아의여자들은선단쪽으로끌려가고있었다.거기에는새주인이기다리고있을터였다.MENELAUSANDHELEN안드로마케가등을떠밀리면서뮈르미돈의새주인이기다리는
배에오르고있을즈음,헥토르의아들은이미성의망대밑에떨어진채죽어있었다.절망을느낀안드로마케가던졌던것이었다.카산드라공주는등을떠밀리면서아가멤논의배에올랐다.불화의여신이한알의사과를던진이래,
그모든불화의씨앗노릇을해왔던헬레네만이지아비메넬라오스의배로모셔졌다.노예로서등을떠밀린것이아니라왕비로모셔진것이었다.오랜포위공격전은이렇게해서끝이났다.싱그러운아침햇살을받으면서그리스대선단은얕은물길로나섰다.노잡이들은흥겨움에젖은채노를저었다.그들의뒤에남은것은물떼새의울음소리와
여전히연기가솟는트로이아의폐허뿐이었다.선단은오래전에떠나온고향항구를향해뱃머리를돌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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