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름을쓴다민주주의여
내머리는너를잊은지오래
내발길은너를잊은지너무도너무도오래
오직한가닥있어
타는가슴속목마름이기억이
네이름을남몰래쓴다민주주의여
아직동트지않은뒷골목의어딘가
발자국소리흐르락소리문두드리는소리
외마디길고긴누군가의비명소리
신음소리통곡소리탄식소리그속에내가슴팍속에
깊이깊이새겨지는네이름위에
살아오는삶의아픔
살아오는저푸르른자유의추억
되살아오는끌려가던벗들의피묻은얼굴
떨리는손떨리는가슴
떨리는치떨리는노여움으로나무판자에
백묵으로서툰솜씨로쓴다.
네이름을남몰래쓴다.
타는목마름으로
타는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만세.
토한뒤눈물닦고코풀고나서
우러른잿빛하늘
무화과한그루가그마저가려섰다.
꽃없이바로열매맺는게
그게무화과아닌가
어떤가
친구는손뽑아등다스려주며
이것봐
열매속에서속꽃피는게
그게무화과아닌가
어떤가
비틀거리며걷는다.
검은도둑괭이하나가날쌔게
개굴창을가로지른다.
두려운것역사다
두려워도피할수없는것역사
아하
그역사의
잔설위에서서오늘밤
별밭을우러르며
역사로부터우주를보고
우주로부터역사를보고
잔설속에서아리따운별밭을또보고.
가야하고또걸어야하는이곳
미루어주고싶다.
다하지못한그리움과
끝내지못한슬픈노래를
허나
길은걸어야하고생각은
가야하나보다.
보내야하고잊어야하는이곳
눈있어보지못한너와
입있어말못하는내가
길은걸어야하고
생각은가야하나보다.
무너지고있느냐
무엇이저렇게소리치고있느냐
아름다운바람의저흰물결은밀려와
뜨거운흙을적시는한탄리들녘
무엇이조금씩조금씩
무너져가고있느냐
참혹한옛싸움터의꿈인듯
햇살은부르르떨리고
하얗게빛바랜돌무더기위를
이윽고몇발의총소리가울려간뒤
바람은나직이속살거린다.
그것은늙은산맥이찢어지는소리
그것은허물어진옛성터에
미친듯이타오르는붉은산딸기와
꽃들의외침소리
그것은그리고
시드는힘과새로피어오르는모든힘의기인싸움을
알리는쇠나팔소리
내귓속에서
또내가슴속에서울리는
피끓는소리
잔잔하게
저녁물살처럼잔잔하게
붓꽃이타오르는빈들녘에서면
무엇인가자꾸만무너지는소리
무엇인가조금씩조금씩
무너져내리는소리…
울지마라간다
흰고개검은고개목마른고개넘어
팍팍한서울길
몸팔러간다
언제야웃음으로돌아오리란
댕기풀안스러운약속도없이간다.
울지마라간다.
모질고모진세상에살아도
분꽃이잊힐까밀냄새가잊힐까
사뭇사뭇못잊을것을
꿈꾸다눈물젖어돌아올것을…
울지마라간다.
하늘도시름겨운목마른고개넘어
팍팍한서울길
몸팔러간다.
밤이라할수없겠지
난데없는희망한오리.
바다가너를삼키리라.
가지말라
바다가너를밟으리라.
삼켜도밟혀도
떠나가야하는바다
떠나가야하는바다
바다
네이름
바다는그대에게내그대에게
백방뒤꼍후미진뻘밭마지막떠나던목선
전잡고넘어지던그대
그대에게마지막줄것
이름뿐…
마지막줄
비단주머니속에든것은
바다뿐…
모두토해버리고울다일어나
무너진토담에기대우러른하늘
댓잎하나쓰적일바람도없는
이렇게비어있고
이렇게메말라있고
미칠것만같은미칠것만같은
서로서로물어뜯지않고는견딜수없는
저불켠방의초라한술자리초라한벗들
너는진부령넘어
강릉으로오징어잡이,나는
또몸을피해광산으로가야할마지막
저술자리
견딜수없는낯선마을의캄캄한이시대의한밤
토담에기대우러른하늘
아아별빛마저보이지않네.
아무도더는
오르지않는저빈산
부딪쳐우는외로운벌거숭이산
아아빈산
없어져도상여로도떠나지못할아득한산
빈산
대낮몸부림이너무고달퍼라
지금은숨어
깊고깊은저흙속에저침묵한산맥속에
숨어타는숯이야내일은아무도
불꽃일줄도몰라라
네가죽을저산에죽어
끝없이죽어
산에저빈산에아아
내일은한그루새푸른
솔일줄도몰라라.
나비
오지않는다.
속에든다.
외로와
사랑하고저하나
내밀어볼
팔없다.
맨몸이죽도록
거리를걷는다
피투성이로걷는다
사랑하고저…
왜나를울리나
밤새워물어뜯어도닫지않을
마지막살의그리움..
피만흐르네더운여름날
썩은피만흐르네.
함께답세라아뜨거운
새하얀사슬소리여
암흑속의별밭
청한하늘푸르른저산맥넘어
멀리떠나가는새
왜날울리나뜨거운햇살
새하얀저구름
죽어너되는날의아득함
아묶인이가슴…
잠들수도얼굴에찬물질을할수도
책을읽을수도없다.
공상을하기는너무지치고
일어나서성거리기엔너무겸연쩍다.
무엇을중얼거리기엔내스스로에게
너무부끄럽다.가만있을수도없다.
새벽두시다.
어중간한시간
이시대다.
한줄기희망이다.
캄캄벼랑에걸린이목숨
한줄기희망이다.
밀어붙일수도없는이자리
뿌리쳐솟구칠수도없는
이마지막자리…
새끼를껴안고울고있다.
생명의슬픔
한줄기희망이다.
더는갈곳없는땅끝에서서
돌아갈수없는땅끝에서서
돌아갈수없는막바지
새되어서날거나
고기되어숨거나
바람이거나,구름이거나,귀신이거나간에
변하지않고는도리없는땅끝에
홀로서서부르는
저바다만큼
저하늘만큼열리다.
이내작은한덩이검은돌에빛나는
한오리햇빛
애린
나
가만보니
꽃대가흔들린다.
밀고올라오던치열한
중심의힘
퍼지려
사방으로흩어지려
흔들린다
비우리라
피우리라.
빈틈으로
꽃샘분다.
사람몸속에
꽃눈튼다.
봄오는것은
빈틈때문
틈…
틈에서벌어진다.
물이라면혹시는바람이라면
옷푸른빛이여바다라면
바다의한때나마꿈일수나마있다면
굳어버린네모의붉은표지여네가없다면
네가없다면
아아죽어도좋겠네
재되어흩날리는운명이라도나는좋겠네.
캄캄한밤에그토록
새벽이오길애가타도록
기다리던눈들에흘러넘치는맑은눈물들에
영롱한나팔꽃한번이나마어릴수있다면
햇살이빛날수만있다면…
쏟아지는햇살아래잠시나마서있을수만있다면
좋겠네푸른옷에갇힌채죽더라도좋겠네.
그것이생시라면
그것이지금이라면
그것이끝끝내끝끝내
가리어지지만않는다면….
핏자욱핏자욱따라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었고
지금은검고해만타는곳
두손엔철삿줄
뜨거운해가
땀과눈물과모밀밭을태우는
총부리칼날아래더위속으로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은곳
부줏머리갯가에숭어가뛸때
가마니속에서네가죽은곳
울타리탱자도
서슬푸른속이파리
뻗시디뻗신성장처럼억세인
황토에대낮빛나던그날
그날의만세라도부르랴
노래라도부르랴
우물마다십년마다피가솟아도
아아척박한식민지에태어나
총칼아래쓰러져간나의애비야
어이죽순에괴는물방울
수정처럼맑은오월을모르리모르리마는
길고잔인한여름
하늘도없는폭정의뜨거운여름이었다
끝끝내
조국의모든세월은황톳길은
우리들의희망은
뻘길을지나면다시모밀밭
희디흰고랑너머
청천드높은하늘에갈리던
아아그날의만세는십년을지나
철삿줄파고드는살결에숨결속에
너의목소리를느끼면흐느끼며
나는간다애비야
네가죽은곳
부줏머리갯가에숭어가뛸때
가마니속에서네가죽은곳.
흰빛만하늘로외롭게오르고
바람에찢겨한잎씩
꽃은돌아
흙으로가데…
젊은날
빛을뿜던친구들모두
짧은눈부심뒤에남기고
이리로혹은저리로
아메리카로혹은유럽으로
하나둘씩혹은감옥으로혹은저승으로…
검은등걸속
애틋했던그리움움트던
겨울날그리움만남기고
무성한잎새시절
기인긴기다림만남기고
봄날을가데
목련은피어
흰빛만하늘로외롭게오르고
바람에찢겨한잎씩
꽃은돌아
흙으로가데…
젊은날
빛을뿜던
아저모든꽃들가데…
한번딛어여기잠들면
육신깊이내린잠
저잠의저하얀방저밑모를어지러움
일어섰다도
벽위의붉은피옛비명들처럼
소스라쳐소스라쳐일어섰다도한번
잠들고나면끝끝내
아아거친길
나그네로두번다시는
천장위를거니는곳
보이지않는얼굴들손들몸짓들
소리쳐웃어대는저방
저하얀방저밑모를어지러움…
찢어지는살덩이로나외쳐행여는
여윈넋홀로살아
길위에설까…
덧없이스러져간벗들
잠들어수치에덮여잠들어서덧없이
한때는미소짓던
한때는울부짖던
좋았던벗들…
저방에잠이들면
시퍼렇게시퍼렇게
미쳐몸부림치지않으면다시는
바람부는거친길
내형제와
나그네로두번다시는…
벚꽃지는걸보니
푸른솔이좋아.
푸른솔좋아하다보니
벚꽃마저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