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명자화… 바람은 그대쪽으로”

람은그대쪽으로/기형도

어둠에가려나는더이상나뭇가지를흔들지못한다.

단하나의영혼(靈魂)을준비하고발소리를죽이며

나는그대창문(窓門)으로다가간다…

가축들의순한눈빛이만들어내는

희미한길위에는가지를막떠나는

긴장한이파리들이공중빈곳을찾고있다.

외롭다..그대…내낮은기침소리가

그대단편(短篇)의잠속에서끼어들때면

창틀에조그만램프를켜다오.

내그리움의거리는너무멀고침묵(沈默)은

언제나이리저리나를끌고다닌다.

그대는아주늦게창문을열어야한다.

불빛은너무약해벌판을잡을수없고갸우뚱고개젓는…

그대한숨속으로언제든나는들어가고싶었다.

아아…그대는곧입김을불어한잎의불을끄리라.

나는소리없이가장작은나뭇가지를꺾는다.

그나뭇가지뒤에몸을숨기고

나는내가끝끝내갈수없는…

생(生)의벽지(僻地)를조용히바라본다.

그대,저고단한등피(燈皮)를다닦아내는박명(簿明)의시간

흐려지는어둠속에서몇개의움직임이그치고

지친바람이짧은휴식을끝마칠때까지…

-시집[입속의검은잎]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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