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공룡 둘리”

"아기공룡둘리"

그냥소리내어웃고싶을때가있다.

가만히있어도헉헉지치는한낮의여름,사는게하나도재미없다고느껴질때면…

입에서중얼중얼흘러나오는노래가있다.

“외로운둘리는귀여운아기공룡.호이호이,둘리는초능력내친구.”

둘리가외롭다는것을예전에는알지못했다.

만화의내용이밝고재미있어서미처찾지못한퍼즐의마지막한조각을어른이된지금발견한다.

둘리는1983년에만화책으로태어나서1996년만화영화!

‘아기공룡둘리’로전세계공룡중에가장아름다운이름이되었다.

1억년전에도아기였던둘리가빙하타고한국쌍문동에온지도20년이넘었지만

그래도여전히우리에겐귀여운내친구인것이다.

공룡이가진험악하고공격적인이미지를단번에전복시키며옆집아이처럼친근하게둘리는우리에게왔다.

밥먹으라는소리도귓등으로흘리며텔레비전앞에바짝다가가만화영화의세계로완벽하게몰입하던

즐거운시간!그안에는우리기억속의초등학교앞문방구처럼없는게없다.

‘아기공룡둘리’는여느만화영화보다뛰어난장점을지니고있다.

우리가잘알고있는현실과불가능이없는상상의시간이절묘하게조각보처럼색색으로이어져있다.

만화영화는빈꽃병과같다!

어떤꽃을꽂느냐에따라무한한향기와분위기를창조할수있다.

그래서우리는만화영화를통해삶의어두운부분을

과감히생략하기도하고웃음의영역을크게확장시키기도한다.

어린시절폭빠져들었던만화의추억이장대높이뛰기선수처럼…

우리의지루한일상을단숨에훌쩍뛰어넘게한다.

둘리의친구들은하나같이버려지거나쓸쓸한처지이다.

둘리는영이와철수가자신을기쁘게반겨주었듯이도우너나또치…

옆집사는가수지망생마이콜까지자신의식구로받아들인다.

혈족중심의가족이아닌열린가족관계의형성이얼마든지가능하다는

둘리의생각은길동씨와마찰을빚는다…

그러나길동씨역시이불청객들을통해어른에게는결코쉽지않은착한본성으로의회귀를얻는다.

이집에서는아기희동이부터어른길동씨까지모두평등하다.

심지어도우너는길동씨를애완동물이라고부를만큼가부장적권위가통하지않는집이다.

많은사람들이제자식만을생각할뿐,바로등뒤에있는부모가없는아이들의상처는돌아보지않는다.

가족이기주의는어른들에게는집착과왜곡된사랑으로…

아이들에게는친구를이겨야하는경쟁상대로만들어버렸다.

이과정속에서고모집에맡겨진아기희동이나마이콜처럼보호받을수없는존재들은…

계속행복한어느가정의주변을겉돌뿐이다.

그집들의문은굳게닫혀있다.

그러나둘리의초능력은타인을자신처럼사랑하도록마법을건다.

‘호이호이’는고대부터금기된주문이다.

‘호이호이’를외치면위계질서는사라지고기득권자들은자신의지배력을상실하게되기때문이다.

둘리는이런권력지향적인사회를부정하며서로에게따뜻한고향이되어주는능력을가르쳐준다.

마이콜은외국인노동자다.

그는스타를꿈꾸지만불법체류자라는신분과검은피부를가진외국인이라서무시를받는다.

마이콜의노래는80년대의대표노래들을패러디한제목이다.

‘아줌마와구공탄’‘그댄두부를무척좋아하나요?’등의노래는싱겁고엉뚱하지만

나이를초월해둘리를스승으로모시는순수함이우리를즐겁게한다.

만화는아무도침범할수없는신성한꿈의자리다.

착한마음과서로를돕고이해하는,잃어버린세상이여전히만화영화속에는살아있다.

서로에게고향이되어주고엄마가되어주며아이들은만화와함께공동체적인삶의가치를배운다.

한때부당하게괄시받던만화가이젠당당히미술의한영역으로

대접을받는것을보며행복한우리만화의힘을느낀다.

폭력이없는둘리의세상을향해우리도선풍기를타고시간여행을떠나보자.

조용필의‘친구여’를따라부르는둘리,얼음별을초록생명의별로부활시키는

사랑과꿈의주문은결국그리움의발화점인것이다.

멸종될운명이었던아기공룡둘리에게엄마가있는고향은이제존재하지않는다.

그러나둘리곁에는새친구들이살가운식구가되어기쁨과슬픔을함께나누어갖는다.

둘리와그의친구들이더는외롭지않기를…

우리들사이에놓인거대한빙하밑에는말썽쟁이지만너무나사랑스러운둘리가잠들어있다.

그리고또다시어떤착한아이가둘리를자기집으로데려갈것이다.

문은열릴때가장아름답다!그것이집이든마음이든…-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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