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사랑을 만났을때…”

프시케와에로스Psycheetl’Amour(1798)
by제라르Francois-Pascal-SimonGerard(1770-1837)
캔버스에유채,186x132cm,루브르박물관,파리

나에게이그림의또다른제목을정하라고한다면"봄"이라고하겠습니다.

크고순진한눈동자와더없이보드랍고매끈한살결을지닌두연인의나이도…

그들의가슴설레고수줍은포옹과첫입맞춤도,모두봄의단계에있다고해야할테니까요.

그림전체의분위기는봄의햇살처럼온화하고,봄바람처럼가볍고달콤한향기를풍깁니다.

이그림은불핀치ThomasBulfinch(1796-1867)의

"그리스로마신화(원제:신화의시대theAgeofFable)"를통해

우리에게도잘알려진에로스와프시케의이야기에바탕을두고있습니다.

사랑의신에로스와인간왕녀프시케가갖가지어려움끝에결합하게된다는이이야기는

원래로마의작가아풀레이우스LuciusApuleius(124?-170?)가지은것인데…

그의"황금나귀"라는소설에액자소설로삽입되어나옵니다.

이그림을그린제라르는신고전주의neoclassicism의화가인데…

나폴레옹과마리루이즈황후등제정시대주요인물들의초상화를많이그렸지요.

이그림의원제는"에로스로부터첫키스를받는프시케"라고합니다.


하지만여기에로스와프시케가

첫키스를한건더오래된일이야!

라고주장하는그림이있네요.

제라르의그림에서시간을거꾸로

돌리면이깜찍한그림이나오겠군요.

이그림은프랑스의화가부게로의

작품인데,부게로는19세기후반

각종진취적인미술사조들이

대두하던시기에도아카데믹한

화풍과주제를고집한화가였지요.


◀첫키스theFirstKiss(1890)
by부게로Adolphe-WilliamBouguereau(1828-1905)
캔버스에유채,개인소장

이그림을보면꼬마프시케가

나비의날개를달고있습니다.

또위의제라르의그림에서는

프시케의머리위로조그만나비가

날고있죠.그녀와나비는

무슨관계일까요.프시케는

그리스어로"나비"를뜻합니다.

동시에"영혼"또는"정신"을

뜻하기도하죠.

고대그리스인들은묘지주변을

날아다니는나비가죽은사람의

영혼이라고생각했답니다.

또,느릿느릿기어다니는애벌레가일시적인죽음과도같은번데기상태를지나

아름다운나비로변신하여마음껏날아다니는것을…

제약많은육신에갇혀있던인간의영혼이죽음을통해해방되어자유로워지는것에

비유하곤했습니다.그래서"나비"를뜻하는프시케가동시에"영혼"을뜻하게된것이죠.

그래서영혼또는정신과관련있는단어중에프시케psyche(영어식으로발음하면사이키)

에서파생되어psych-로시작하는단어가많습니다.사이콜로지psychology(심리학),

사이코psycho(정신병자),사이키델릭psychedelic(환각의)처럼…

"큐피드의화살에꽂히다"는말이드물지않게쓰일만큼우리에게도익숙한

그리스신화속사랑의신에로스Eros(로마신화의쿠피도스Cupidos,영어식으로는

큐피드Cupid)의경우,그의이름자체가"사랑"을뜻합니다.

엄밀히말하면"관능적인사랑"또는"사랑의욕망"을뜻하죠.

그래서에로틱erotic(성애性愛의)이나에로티시즘eroticism같은단어가파생되어나온것이죠.

그러면"에로스와프시케"는"사랑과영혼"으로옮겨쓸수있겠군요.

따라서아풀레이우스의에로스와프시케이야기는일종의알레고리allegory,

즉비유담이라고할수있습니다.

하지만이이야기가아풀레이우스의순수창작은아닌것같습니다.

아풀레이우스의소설이나오기이전부터,"프시케"즉"영혼"을

나비날개가달린소녀로의인화하고"에로스"즉"사랑"을날개와화살을지닌소년으로

의인화해서,여러가지의미를상징적으로표현한예술작품들이있었으니까요.

예를들어헬레니즘Hellenism시대의작품중에,화살을지닌날개달린소년이

나비날개달린소녀를괴롭히는모습의부조가있는데…

이것은사랑의욕망이영혼을괴롭히는것을상징한것입니다.

아풀레이우스는이런오래된비유를바탕으로해서에로스와프시케의이야기를쓴것이죠.

그럼이미잘알려진이야기이지만에로스와프시케이야기를다시감상해보기로할까요.

아래의줄거리는아풀레이우스의원작을간추린것인데,불핀치의책을통해

소개된것과전체적으로비슷하지만,약간다른데도있답니다.

어느왕에게세명의아름다운딸이있었는데,그중에서도막내딸

프시케Psyche의아름다움은인간의언어로표현할수없을정도였다.

사람들은그녀를새로운베누스Venus(영어식으로발음하면비너스,

그리스의아프로디테Aphrodite에해당)라불렀고그녀가지나다닐때마다

여신에게하듯이찬가를부르며꽃을뿌렸다.

반면에베누스의신전은돌보는사람이없어황폐해졌다.

자신에게바쳐져야할숭배가일개인간에게돌려지는것을본베누스는화가나서자신의아들

쿠피도스Cupidos(영어식으로큐피드Cupid,그리스의에로스Eros에해당)를불렀다.

그는자유분방하고장난기많은젊은이로서불꽃과화살을가지고날아다니며

남녀의마음을어지럽히곤했다.

여신은아들에게프시케를가리키며말했다.

"저처녀의분수에맞지않는아름다움을벌하도록해라.

그녀가세상에서가장비천한자에게정열을품게만들거라."

한편,사람들은프시케를경탄의눈으로바라보고찬양의말을하곤했으나

아무도청혼하지는않았다,마치그녀가절묘하게만들어진조각품인것처럼…

보통인간으로서의미모를지닌두언니들은먼도시의왕들과결혼했으나

신의경지에오른아름다움을지닌프시케는고독하게남아있었다.

막내딸의이런처지가걱정된왕은아폴로Apollo(그리스의아폴론Apollon에해당)의

신전으로가서신탁을구했다.신탁은이렇게나왔다.

"그대딸에게신부의상을입혀산꼭대기에세워라.

그대의사위가될자는인간이아니라신들도두려워하는괴물이다.

그는날개로날아다니며불꽃과화살로모든생물들을괴롭히는자이다."

왕과왕비는고통에빠졌고,신탁에따르지않으려했다.

그러나고독에지쳐있었던프시케는절망속에서담담하게자신의운명을받아들이겠다고했다.


큐피드의정원으로들어가는프시케▶
PsycheEnteringCupidsGarden(1904)
by워터하우스JohnWilliamWaterhouse(1849-1917)
캔버스에유채,109x71cm
해리스박물관겸미술관,프레스턴

마침내장례행렬같은혼례행렬이

산을향해출발했다.산꼭대기에도착한

일행은프시케를바위위에세워

두고깊은한숨속에돌아갔다.

홀로남은프시케가눈물을흘리며

떨고있을때부드러운서풍西風

제피로스.Zepyrus가그녀를살며시

들어산밑골짜기로옮겨놓았다.

그곳에서프시케는신의거처라고

할만한장려한궁전을발견했다.

상아를댄높은천장은황금기둥으로

받쳐져있고벽은절묘하게조각된

은이었으며바닥은보석모자이크로

꾸며져있었다.또방마다온갖

보물로가득차있었다.

프시케가넋을잃고바라보고

있는데,공중에서어떤목소리가

그녀를불렀다."여주인이시여,

이것들은모두당신의것이며우리는

당신의시녀들입니다."보이지않는

시녀들의시중을받으며프시케는

호사스러운목욕으로피로를풀고

음악이곁들여진훌륭한만찬을즐겼다.밤이되어프시케가침실에들자,

얼마후어둠속에서다정한목소리가들려왔다.

목소리의주인공은그녀의신랑이었고

그는그녀와잠자리를함께한후동트기전에떠나버렸다.

날이밝자보이지않는시녀들이다시와서그녀의시중을들었다.

프시케의남편은매일어둠이내린후에들어왔다가

날이밝기전에나가버려모습을볼수없었다.하지만그녀는이런생활에익숙해졌고

남편의목소리만으로도위안을받을수있었다.그러던어느날남편이말했다.

"사랑하는프시케,먼도시로시집간그대의자매들이그대의소식을듣고

곧저산꼭대기로찾아올것이오.하지만그들이그대를외쳐부르는소리가들린다해도

거기에대답하지말아요.그러지않으면그대는내게더없는고통을초래할것이고

그대자신에게도파멸을가져올것이오."

프시케는알겠다고대답했지만남편이떠난후하루종일눈물을흘리며

화려한감옥에갇힌것과도같은자신의처지를한탄했다.밤이되어다시찾아온남편은

여전히눈물에젖어있는그녀를끌어안고달래다가마침내자매들을초대해도좋다고했다.

그렇지만자매들이프시케에게남편의모습이어떤지확인하라고부추기더라도

절대넘어가서는안된다고거듭경고했다.프시케는기쁜마음으로그것을약속했다.
다음날과연산꼭대기로부터프시케의이름을부르며슬퍼하는

언니들의소리가메아리쳐들려왔다.프시케는즉시남편의시종제피로스를불러

언니들을산밑골짜기로실어오게했다.다시만난자매들은부둥켜안고기쁨의눈물을흘렸다.

프시케는자매들에게궁전을구경시키고…

그들이보이지않는시녀들의시중을받으며목욕과식사를즐기도록했다.

그러자언니들은자신들의생활과는비교도안될정도로호화로운

프시케의생활에질투를느끼기시작했다.

언니들은프시케에게남편이어떤사람이냐고캐물었고,

프시케는하루종일사냥을즐기는아름다운청년이라고대강얼버무렸다.

그리고는그들에게많은황금공예품과보석을선물로주고제피로스를시켜돌려보냈다.

언니들은여신과도같은프시케의생활을자신들의생활과비교하며큰소리로한탄했다.

타오르는질투심으로이성을잃은그들은프시케가자신들을거만하게대했다고비난하고

그녀를그높은곳에서끌어내리겠다고별렀다.

자매들에게큐피드로부터의선물을보여주는프시케(1753)
프라고나르Jean-HonoréFragonard(1732-1806)
캔버스에유채,168x192cm,국립미술관,런던

로코코시대의대표적인화가프라고나르의그림입니다.

로코코미술의특징인우아함과나른한유연함,부드러움이잘살아있죠.

여왕같은자태로앉아있는프시케가언니들에게갖가지보물을보여주고있고,

언니들은그것을구경하고있는데,그들의머리위로먹구름이퍼지고있고

그위로뱀의머리카락을한불화의여신이보입니다.

바로언니들의마음속에솟아오르는무서운질투심을상징한것이죠.

프시케에게까지검은구름이퍼져있는것은언니들의질투심이

곧그녀에게불행을가져올것이라는것을예고합니다.

그날밤프시케의남편은그녀의자매들이악의를품고덫을놓으려한다고경고했다.

"그대는지금우리의아기를잉태하고있소.

그대가우리의비밀을잘지키면이아기는신이될것이오."

프시케는자신이어머니가된다는것,그것도신의어머니가된다는사실에환희를느꼈다.

며칠후그녀의남편은또말했다."그대자신과나,그리고태어날우리아기를생각해서,

그대자매들이다시산꼭대기에와서외치더라도아는체하지말아요."

그러자프시케는눈물을흘리며대답했다.

"당신의얼굴을보지못하는슬픔을언니들을잠깐보는것으로달래게해주세요.

태어날아기얼굴을통해서라도당신얼굴의반영을보고싶은것이내마음이랍니다."

그러자마음이약해진남편은그녀의눈물을닦아주고자매들을보아도좋다고허락했다.

프시케의언니들은두번째찾아왔을때제피로스를기다리지도않고

성급하게산밑으로몸을날렸다.제피로스는다소내키지않게

그들을받아골짜기에안전하게내려주었다.

그들은프시케의잉태소식을듣고속으로는더욱질투로끓어올랐지만기뻐하는척했다.

프시케의융숭한대접을받으며그들은다시그녀의남편에대해캐물었다.

거짓말에익숙하지않은프시케는자신이먼저했던이야기를잊어버리고

이번에는남편이중년의상인이라고말했다.

그리고는다시많은선물을언니들에게주고제피로스를불러돌려보냈다.

언니들은프시케의말이일치하지않는것으로보아

그녀가남편의모습을실제로본적이없다는것을확신했다.

"그렇다면프시케의남편은신이틀림없어.

그애가신의아이를낳아유명해지는걸보느니우리가죽고말지."

그들은프시케와그남편의사이를어떻게든갈라놓자고결의했다.

다음날,언니들은거짓눈물을흘리며프시케를찾아갔다.

"이곳사람들이밤마다무서운용이이집으로들어가는것을봤다는구나.

그러고보니신탁에서네가괴물과결혼할것이라고하지않았니?

사람들이말하길,그용이네가잘먹어통통해지고네뱃속아이가다자라면

한꺼번에잡아먹으려고한다는거야."

순진한프시케는겁에질렸고남편의경고를모두잊어버렸다.

그녀는자신이남편의모습을실제로본적이없다는것을털어놓고어쩌면좋으냐고물었다.

언니들은쾌재를부르며대답했다.

"단검과등잔을숨겨놓았다가,네남편이깊이잠든것같으면등잔의덮개를벗기고

빛에드러난그괴물의목을단검으로베도록해."

언니들이돌아간후프시케는혼돈에빠졌고

괴물에대한증오와남편에대한사랑사이에서갈팡질팡했다.

그러나어둠이내릴무렵,그녀는마음을다잡고재빨리언니들이말한물건들을준비했다.

◀큐피드를발견하는프시케
by크래프트KinukoY.Craft
1996년뉴욕에서출간된
크래프트의
"큐피드와프시케"삽화

남편이깊이잠든후프시케는

침대에서빠져나와숨겨두었던

등잔의덮개를벗기고단도를

움켜쥐었다.그러나그녀가등잔을남편에게들이댔을때눈에띈것은괴물이아니라눈부시게아름다운청년…

바로쿠피도스였다.그의금빛

머리카락은대리석같은목덜미를

감싸고있었고어깨에는

새하얗게반짝이는

깃털로덮인날개가달려있었다.

그녀는힘없이단검을떨어뜨리고

정신없이남편의모습을

바라보다가입을맞추었다.

그러나그순간등잔에서뜨거운기름한방울이쿠피도스의어깨위에떨어졌다.놀라깨어난그는…프시케를

응시하다가말한마디없이날아올랐다.프시케가그의한쪽다리를잡았으나

얼마날아가다가다리를놓치고떨어지고말았다.

땅바닥에쓰러져있는프시케를보고쿠피도스는잠깐멈추어서분노에찬목소리로말했다.

"나는내어머니베누스의명령을무시하고그대를아내로맞았다.

내행동이현명하지못했던것은인정한다-나는나자신의화살에상처를입었었다.

그런데,그대는나를괴물로여기고내머리를베려고했구나.

어쨌거나그대를홀린가증스러운자들은곧그대가를치르게될것이다.

그대에게는다른벌은주지않겠다.오직그대와이별할뿐이다."

말을마치자그는다시날아올랐고,프시케는멀어져가는그의모습을하염없이바라보았다.

그의모습이완전히사라지자그녀는곧바로옆에흐르고있는강물로몸을던졌다.

그러나쿠피도스를두려워한강은그녀를삼키는대신풀이우거진강둑으로밀어놓았다.

근처에는마침염소의다리를가진양치기신판Pan이있었는데

프시케를보고가엾게여겨말했다.

"애처로운시선과창백한얼굴,끝없는한숨으로미루어보아사랑의고통에시달리고있구나.

하지만다시는자신을파괴하려하지말아라.

대신사랑으로어루만지는듯한배려로변덕스러운쿠피도스의마음을얻도록해라."

프시케는대답대신경의를표하고길을떠났다.

아래번존스의그림은내가아주좋아하는작품입니다.

물에빠졌다가나온프시케는비참하게젖어있고슬픔과막막한심정에지쳐

이제곧울음을터뜨릴것같은모습입니다.

그리고그런프시케의머리에다정히손을얹고목신판이위로와충고의말을해주고있죠.

프시케를내려다보는판의눈빛과그녀의머리에얹은그의손에서,

값싼동정이아닌,깊이있고진지한연민이느껴집니다.

위로의말을하는그의목소리는나지막하면서도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

그윽한힘이있을것같습니다.


판과프시케PanandPsyche(1872-74)
by번존스SirEdwardBurne-Jones
캔버스에유채
히버드대학포그미술관,보스턴

하루종일걷다가그녀는언니들중한명이사는도시에도착하게되었다.

언니들이악의를품고거짓말을했다는것을깨달은프시케는

그들을같은방법으로혼내주고싶어졌다.

그래서그녀는언니에게자신이겪은일을이야기하면서다음과같이덧붙였다.

"분노한쿠피도스가나를내쫓으면서언니를대신아내로맞겠다고했어요."

신이난그언니는다짜고짜그산으로달려가산꼭대기에서몸을던지며제피로스를불렀다.

그러나제피로스는오지않았고그녀는그대로떨어져산산조각이났다.

프시케는다시다른한명의언니가살고있는도시로갔고그언니도같은운명을맞았다.

프시케는남편을찾아이도시에서저도시로방랑했다.

그동안쿠피도스는어머니베누스의집에서

등잔기름에데인상처로고통스러워하며누워있었다.

베누스는이상처의원인이프시케라는것을다른곳에서전해듣고는,

아들이자신의명령대로자신의경쟁자를벌하기는커녕오히려연인으로택한것과

또아직어리다고생각한아들이연애를하는것자체에대해서이중으로분노했다.

그녀는앓고있는아들에게고함을지르고그가방에서나오지못하도록문을잠근다음,

프시케를찾아벌하기위해나섰다.

방랑중인프시케는어느날높은산꼭대기에있는신전을보고

쿠피도스가있을까하여올라가보았다.그곳은대지와곡물의여신케레스Ceres

(그리스의데메테르Demeter에해당)의신전이었는데,

추수된곡식들이아무렇게나쌓여있었다.

어떤신에게든충실하게대해그들의도움을얻고자하는마음에서프시케는

곡식들을정성스럽게정돈했다.케레스가그것을보고말했다.

"가엾은프시케,지금은너자신을걱정할때란다.

베누스가격노에차서너를찾고있는중이다."이말을들은프시케는

여신의발앞에엎드려베누스의분노가다소식을때까지숨겨달라고애원했으나

케레스는베누스와의우정때문에그럴수없다고거절했다.

베누스의옥좌앞의프시케
PsycheattheThroneofVenus(1883)
by헤일EdwardMatthewHale
캔버스에유채,199×88.9cm
러셀-코츠미술관겸박물관,본머스

절망한프시케는생각했다."이제어떻게베누스의

눈을피한단말인가?차라리내발로여신에게가서

겸손한태도를보여그녀의노여움을누그러뜨리는

것이낫지않을까?거기서남편을볼수있을지도모른다."마침내그녀는용기를내어베누스의신전으로갔다.

여신은그녀를보고거칠게웃으며말했다.

"오,이제야시어머니에게인사하러왕림하셨군?

아니면너에게서상처를입어생명이위태로운

네남편을보러왔느냐?"여신은자신의시녀인

솔리시토Solicito(우울)과트리스티에Tristie(슬픔)을시켜프시케를고문하게하고또분에못이겨

그녀를직접때리기도했다.

그런다음베누스는여러종류의곡식들이분간할수

없을정도로뒤섞여있는무더기를보이며말했다.

"너처럼추한하녀가연인을되찾는길은헌신적으로

일하는것뿐이다.밤이되기전까지이곡식들을

같은종류끼리가려서다시쌓아놓아라."베누스가

떠나자혼자남은프시케는이도저히불가능한과제를

멍하니바라보고있었다.이때그녀를가엾게여긴

수많은개미들이곡식을한알한알날라깔끔하게

일을해결해주었다.밤이되자향연에서돌아온

베누스는일이다되어있는것을보고"네가한일이

아니란걸안다"고말하며못마땅해했다.

다음날새벽,베누스는프시케를불러강건너에있는으로가서거기흩어져있는양떼에게서

순금으로된양털을모아오라고시켰다.프시케가강가로가자

갈대가그녀에게속삭였다."이시각에저무서운양떼에게접근해선안된다.

저양들은타오르는태양광선에사나워져그날카로운뿔과독기어린이빨로사람을죽이기때문이다.

그러나한낮이지나태양이기울어지고강바람이불면양들이진정될테니,그때강을건너가

큰나무밑에숨어지켜보다가,양들이완전히순해진것을보면금빛양털을거두도록해라."

프시케는갈대가일러준대로해서무사히금빛양털을한아름안고베누스에게돌아왔다.

"이번에도네정부가한짓이겠지.나는네자신의용기와주의력을보고싶다.

저산꼭대기가보이지?저곳은스틱스Styx(저승을감싸고흐르는강)의수원지다.

이물병을가지고가서가장높은곳에서물을길어와라."프시케가산꼭대기쪽으로가보니

거대한바위가수직으로솟아있고그꼭대기의틈에서싸늘한물이흘러나오고있었다.

도저히인간의힘으로올라갈수없는그곳을프시케가기가질려바라보고있을때

유피테르Jupiter(그리스의제우스Zeus에해당)의신조神鳥인독수리가나타나

그녀에게서물병을받아부리에물고가서물을길어다주었다.

프시케에게서물병을받아든베누스는위협적인미소를지으며말했다.

"여기이상자를가지고저승으로가서저승의왕비프로세르피나Proserpina

(그리스의페르세포네Persepone에해당)에게상자를전하고이렇게말해라.

‘베누스께서왕비님의화장수를조금만나누어달라고부탁하십니다.

여신께서는자신의것을아드님을치료하는데다써버리셨습니다.

‘너무지체하지는마라.나는그것을바르고오늘저녁신들의연회에참석해야하니까."

프시케는이제막다른길에도달했다고느꼈다.

그러나망설이지않고곧바로목숨을끊어저승으로가기위해높은탑위로올라갔다.

그러나이순간탑이말을했다.

"가엾은여인이여,그런식으로저승에가면다시돌아오지못한다.

스파르타의국경으로가면저승으로가는문을찾을수있다.

이때반드시동전두닢을입에물고양손에달콤한포도주를발라

구운보리과자를하나씩들고가야한다.

문을지나어두운길을따라가다보면강이나올것이다.

가는길에절름발이짐꾼이나노파같은사람들이그대에게

손을빌려달라고부탁해도대꾸도하지말고지나쳐라.

그것들은모두함정이다.

그대가동전을놓치거나과자를내려놓는날에는다시이승으로돌아오지못한다.

강에도착하면저승의뱃사공카론Charon이뱃삯을요구할텐데

이때입을내밀어그가동전하나를빼가게해라.

강을건너저승의홀앞에가면머리셋달린거대한개가지키고있을텐데,

이때보리과자하나를던져주면무사히통과할수있다.

홀에들어가프로세르피나를만나고상자를채워받은후돌아오는길에

나머지보리과자와동전을같은방법으로쓰도록해라.

또한가지주의해야할일이있다.

프로세르피나가채워준상자를절대로열어보아서는안된다."

프시케는이충고를충실히따라서,채워진상자를들고무사히저승을빠져나올수있었다.

그러나베누스에게로가는길에프시케는상자안에무엇이들어있는지궁금해지기시작했다.

"여신들의화장수를나르면서그걸한방울만가진다고나쁠것없겠지.

이걸발라내연인의눈을즐겁게해주고싶어."그녀는상자를열었다.

그러나상자속에든것은저승의잠이었고뚜껑이열리자마자그것이프시케를덮쳤다.

그녀는길한가운데쓰러져잠들어버렸다.

한편쿠피도스는상처가나아다시날수있게되자

프시케를보고싶은마음에높은창문을통해방을빠져나왔다.

곧그는죽은듯이잠들어있는프시케를찾아냈다.

그는그녀의몸에서저승의잠을끌어모아다시상자안에가두고

그녀를화살로가볍게찔러깨운다음말했다.

"그대의호기심이또일을저질렀군.어쨌든어서어머니에게가서임무를완수하도록해요.

그밖의일은내가알아서할테니."

그리고쿠피도스는하늘로날아올라가최고신유피테르에게도움을청했다.


이탈리아의신고전주의Neoclassicism조각가카노바의이작품은
에로스와프시케를다룬작품들중에서도가장매혹적인작품이아닐까합니다.
하늘에서막내려온에로스가날개를활짝편채로길가에쓰러져잠들어있던
프시케를안아올리고있죠.죽음과같은잠에서막깨어난프시케는나른하게,
그러면서도애절하게,그토록찾아헤매던연인의머리를감싸안으려하고있습니다.
강렬한감정의순간이고전주의의절제와단아함속에표현된독특한작품입니다.

유피테르는쾌히승낙하고모든신들을소집해서이렇게말했다.

"이젊은친구의난봉꾼생활도결혼으로족쇄채워져야할때가된것같소. 쿠피도스가그가선택한여인프시케를맞아영원히함께하도록만듭시다." 그는베누스를보고덧붙였다. "내딸아,인간과의혼사로너의고귀한혈통이훼손된다고생각지마라. 내가이결혼을합당한것으로만들것이다." 유피테르는프시케를하늘로불러올린다음 그녀에게불로불사의음식암브로시아를한잔주면서말했다. "프시케,이걸마시고불사의신이되어라.그러면이결혼은영원할것이다." 곧성대한결혼축하연이벌어졌고베누스도그녀의분노를털어버리고춤을추며즐겼다. 얼마후이신혼부부사이에서딸이태어났는데, 그녀의이름은볼룹타스Voluptas(쾌락)라고붙여졌다.

프시케즉영혼은에로스즉사랑을만나기까지는더없이고독합니다. 뜻하지않게사랑을맞고사랑과함께하면서영혼은행복을느낍니다. 하지만미성숙한영혼은아직사랑의정체를정확히모르기때문에 그것이해로운괴물은아닐지의심하게됩니다.(실제로사랑은괴물같은측면도있습니다.) 영혼의의심과불안때문에사랑은결국영혼을떠나게되고, 사랑이떠난후에영혼은비로소그상실감에고통받습니다. 이제영혼은사랑을되찾기위해갖가지고난을감수해야합니다. 영혼은죽음과도같은통과제의를통해사랑과제대로결합할수있을만큼성숙해집니다. 그리고영혼은사랑과의결합으로신과같은불멸의존재가됩니다.

반면에사랑은어떤가요? 사랑은영혼을만나기전까지경박하고변덕스럽고방종한존재였습니다. 그러나순수한영혼을만나면서사랑은처음으로상처와아픔을수반하게됩니다. 그리고사랑은영혼과정식으로결합함으로써비로소깊이있고위대한존재가됩니다. 단순한동화같은아풀레이우스의에로스와프시케의이야기는… 이처럼많은상징을품고있답니다.-옮긴글

"사랑은눈이머는것이아닙니다.사랑은제대로볼줄알게하는것입니다.

진정한사랑은상대방에대한책임도포함되기때문입니다."-윌터드러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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