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조덕린(趙德麟)의…≪후청록(侯鯖錄)≫卷6에,“이백이개원(開元)중에…
재상을방문하여…편지하나를건넸는데…그위에‘해상조오객이백(海上釣鰲客李白)’이라고썼다.
재상이‘선생은창해(滄海)에임해서거대한자라를낚았다는데무엇으로낚시줄을만들었습니까?’
라고물으니이백이대답하기를…‘풍랑(風浪)으로그욕심을없애고,하늘과땅에그뜻을두고,
무지개로낚싯줄을삼고,초승달로낚시바늘을삼았습니다.’고했다.
또묻기를…‘무엇으로먹잇감으로삼았습니까?’라고하니,
‘천하의의기(義氣)가없는사내를먹잇감으로삼았습니다.’고하였다.
그때재상이놀랐다.”고하였다.
이얼마나통쾌하고호쾌한영웅적인기개인가?
이백은…그만큼포부가컸고…자신감에차있었던것이다.
이런…이백과낚시는어울리는걸까?
이백과낚시는…뭔가맞지않는다는느낌이다.
특히…젊은시절영웅적인…기개와포부를가진이백에게있어…
낚시는…이백의이미지와연결이잘안된다.
낚시는정적인활동이며…
(물론지금은바다낚시나루어낚시가있어서그러한개념이많이퇴색되었음)
세월을낚는…기다림의수양이다.
이런욕심없고…자연그대로인낚시터가…솟아오르는혈기와기개를모두감내할수있을까?
이백같은사내가…낚시터에앉아있으면…
낚시터의물을…모두끌어다술을담그고…
그곳의물고기를…모두잡아서술안주로삼아…횃불을잡고밤새워놀며…
(병촉야유(秉燭夜遊))밤낮으로…음주하고시문을짓거나…
조정의실정을…성토하는비판의장소로…아예바뀌어버릴듯하다.
아니면…낚시터에서술판을벌이며…
하늘속에,술잔속에,강물에,떠있는달이나세지않았을까?
그래서애당초…‘연파조도(煙波釣徒)’나‘소원선생(蘇原先生)’과같이…
자연과하나되고…산수화의그림속풍경이되는…
그런…조용하고한가로운…낚시는기대하기어렵다.
어쨌든…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했던가?
그지나친자신감은…일반인이이해하지못하는광기(狂氣)로표현되어…
그의…앞길을막고있음을…그는몰랐던것이다.
그는미친듯…상규에구속됨이없이…마음대로행동하였는데…
‘만승(萬乘)의왕을놀리며…동료처럼여겼고…
짝하여늘어선사람을…쓸모없는물건처럼여겼고…
(戱萬乘若僚友,視儔列如草芥.)’,그는‘천자가불러도배에오르지않고,
스스로말하길저는술속의신선이라고하였고(天子呼來不上船,自云臣是酒中仙.)’
‘나는본래초나라미친사람으로,미친사람의노래로써공자를비웃는다!
(我本楚狂人,狂歌笑孔丘!)’고하였으니…통치자의입장에서는곱게보일리있겠는가?
상규에구속되지않는…행동과나라를다스리는통치는…어쩌면서로모순되는데…
이러한…광적인행동이…오히려이백의기질을상징하는말로되었으니…
통치자들의눈에는…가시같은존재였을터이다.
이백에게도…한번의기회가있었다.
나이40에…그의친구오균(吳筠)의천거로…현종(玄宗)을만나게되었다.
현종은…그를아주우대하여한림(翰林)을시켰고…더높은벼슬을주려고시도했었다.
그러나…환관들의저지로…뜻을이루지못했는데…
‘임금의수건으로입가를닦고(龍巾拭吐)’,‘황제의손가락으로국을맛보고(御手調羹)’
‘고력사(高力士)의신발을벗기고(力士脫靴)’,
‘양귀비(楊貴妃)에게벼루를들게하였다(貴妃捧硯)’는등…숱한일화를만들어내었다.
이러한…그의행동들이…문학방면에서는장점이되면서도…
정치적인면에서는…단점으로작용되었을터이다.
결국…화려했던3년간의장안생활을끝으로…방랑생활이시작되었던것이다.
이로부터…‘인생지금세상에서뜻대로되지않으면,
내일아침엔머리를풀어헤치고조그만배를띄우리
(人生在世不稱意,散髮弄扁舟)’라고말한것말처럼
그는…강호를떠돌며신선을찾고…도사(道士)를방문하지만…
이때까지는…자신의포부가…완전히사라지지않고열정이남아있었던것같다.
그의<행로난(行路難)>을보면…아직사라지지않은…열정과희망을가지고있었다.
<行路難>첫째수
李白
金樽淸酒斗十千,玉盤珍羞直萬錢.(금중청주두십천,옥반진수치만전)
停杯投箸不能食,撥劍四顧心茫然.(정배투저불능식,발검사고심망연.)
欲渡黃河冰塞川,將登太行雪滿山.(욕도황하빙식천,방등태행설만산.)
閑來垂釣碧溪上,忽復乘舟夢日邊.(한래수조벽계상,홀복승주몽일변.)
行路難!行路難!多歧路,今安在?(행로난!행로난!다기로,금안재?)
長風破浪會有時,直掛雲帆濟滄海.(장풍파랑회유시,직괘운범제창해.)
금항아리맑은술수만되
옥쟁반에귀중한음식은만전의값어치.
잔멈추고젓가락던져차마먹지못하고
칼빼어동서남북둘러봐도마음은막막하다.
황하를건너려니얼음이강을막고
태행산을오르려니온산이눈으로덮혔네.
한가로이푸른시내에낚시를드리울까
갑자기다시伊尹처럼발탁되는꿈이나꿔볼까
가는길이어려워라!가는길이어려워라,
여러갈래의길,지금어디가편안할까?
바람을타고물결을깨트리는그런때가오리니
구름끝에돛을올려푸른바다건너가리!
중국의…낚시글을좋아하는많은사람들은…
‘閑來垂釣碧溪上,忽復乘舟夢日邊.’의구절을…
인용하여이백이낚시를즐겼다고하지만…
사실이구절의숨은뜻은…
“한가로와…시간이넉넉하다면…
강태공처럼…푸른시내에서낚시하여…
주문왕을만나볼까?아니면다시…
이윤(伊尹)처럼…배를타고해와달주위를…
맴돈꿈을꾼뒤…은(殷)나라탕왕(蕩王)을
만나볼까?”라는것이다.
실제로는…낚시와는전혀상관없고…
낚시,배와관련하여…재상이된옛현인들의…
고사로써자신의포부를드러낸것이다.
그런데…천보(天寶)14년에안사(安史)의난이일어나고…그는여산(廬山)에은거하였다.
그해이백이…심양(尋陽혹은潯陽)의…이현(黟縣)에놀러왔었고…
공교롭게도…영왕(永王)이린(李璘)이…반란을일으켜이곳을지났는데…
평소…이백의才名을그리워하였기에…자신의막료로불렀다.
결과적으로…이린의난이실패하여…
곽자의(郭子儀)의도움으로…겨우죽음을면하게되었다.
이때지은<조대(釣臺)>라는시에,
磨盡石嶺墨(마진석령묵),검은바위등성다닳아검고,
潯陽釣赤魚(심양조적어).潯陽에서붉은고기를낚네.
靄峰尖似筆(애봉첨사필),안개자욱하게낀뾰족한봉우리는붓같은데,
堪畵不堪書(감화불감서).감히그림으로그릴수있지만글로는표현하지못하겠네.
라고하였다…실제로이현(黟縣)에…백상(白象)․청사(靑獅)…
두봉우리가…서로대치하고있기에<釣臺>詩를썼다고하지만…
그이면에는…숙종(李亨)과동생李璘이대치하는형국으로…
동생이반란을일으킨일을읊은듯하다.
결국심양(潯陽)에서…그는붉은고기…이린(李璘)을낚았고…
그렇지만…당시로서는…서로대치한뒷날의형세는예상할수가없었다.
뒤에사면을받고…당도(當塗)의이양빈(李陽冰)에…의지하던시기에차분한마음으로…
남쪽의…산수를감상하면서…산수시를쓰기도했고…
좋은낚시터를만나…마음이동하면낚시를하였던것이다.
옛말에…“가장안타까운경우는…학문하는서생(書生)이…뜻을잃고곤궁할때요…
가장불쌍한경우는…호탕하게놀던한량의머리칼이…어느덧하얗게새버리는것이라!”
이제이백도…어느덧60언저리에앉아…객지에서남에게의탁해야하는신세가되어버린것이다.
여기서의문이드는것은…낚시터는왜…한창젊은혈기가넘칠때는찾지를않다가…
인생의…종착지에도달할즈음에야…낚시찌를바라보며…인생을회상하게되는가말이다.
혈기왕성하여…앞만보고달려갈때…
오히려…낚시터를찾아…심신을안정시키고…생활의활력을충전하고…
한가로운자연속에서…옆도돌아볼수있는여유를가진다면…
인생에있어…마침적절한안배가되지않을까?하지만…인생이란그런게아닌모양이다.
시련을겪어봐야안다고…그시절에는누구의소리도…귀에들리지않는법이니…
어쨌든…이시기에쓴…이백의釣魚詩에는…제법낚시꾼의모습이배어난다.
<최사경에게화답하여(酬崔士卿)>
嚴陵不從萬乘游(엄릉불종만승유),엄자릉은황제를따라더불어놀지않고,
歸臥空山釣碧流(귀와공산조벽류).텅빈산으로돌아와눕고푸른시내에서낚시하네.
自是客星辭帝坐(자시객성사제좌),이로부터客星은황제와멀어졌는데,
無非太白醉揚州(무비태백취양주).太白이아니면揚州에서취할사람없으리.
<능양을내려가며삼문탄과육자탄을노래하며(下陵陽訟三門六刺灘)>
三門橫峻灘(삼문횡준탄),三門은가로지른험한여울,
六刺朱波瀾(육자주파란).六刺는붉은파도가밀려오는물결.
石驚虎伏起(석경호복기),바위의형상은놀란호랑이가엎드리거나일어선듯하고,
水狀龍盤旋(수상룡반선).물결의형상은용이또아리를튼듯휘감아돌고.
何愁七里瀨(하수칠리뢰),무슨근심이七里瀨에있어,
使我欲投竿(사아욕투간).나에게낚싯대를던지고싶게만드나?
<고소계(姑蘇溪)>
愛此溪水閑(애차계수한),이시냇물이한가로운것이좋아,
乘流興無極(승류흥무극).물길을타고흥도끝이없어라.
擊楫怕鷗驚(계즙파구경),노로물을치면갈매기가놀랄까두렵고,
垂竿待魚食(수간대어식).낚싯대를드리우고입질오기를기다리네.
波翻曉霞影(파번효하영),물결이밀려들며새벽놀이비치고,
岸疊春山色(안첩춘산색).산기슭은첩첩이산에는봄색깔.
何處浣紗人(하처완사인),어느곳에浣紗人이있나,
紅顔未相識(홍안주상식).붉은홍안에안면도없는데.
<청계강바위위에서홀로술마시다권소이에게보냄(獨酌淸溪江石上寄權昭夷)>
我携一樽酒(아휴일준주),나는술한통을가지고,
獨上江祖石(독상강조석).홀로江祖石에올랐네.
自從天地開(자종천지개),천지가열려서부터,
更長幾千石(경장기천석),몇천개의바위가다시생겨났네.
擧杯向天笑(거배향천소),술잔을들어하늘을향해웃으니,
天回日西照(천회일서조).하늘은햇살을서쪽으로비쳐주는구나.
永望坐此臺(영망좌차대),(나는)이釣魚臺에올라하늘을오랫동안바라보고,
長垂嚴陵釣(장수엄릉조).嚴陵은낚시를오랫동안드리웠네.
寄語山中人(기어산중인),산중인에게말을건네면,
可與爾同調(가여이동조).당신도함께어울릴수있을텐데.
이백의…조어시를읽으면…마음이아프다…
천지간에무서울것이없었던…이백의기개가너무나여리게느껴져서일까?
초리대끝이나…찌를바라보는…이백은무슨생각을하고있었을까?
만년에쓴…그의조어시는…낚시의즐거움이느껴지는것이아니라…
한없는…인생의감회만이…가슴으로밀려든다.
아마…가까이엄자릉조대가있었기에…
그는…한대(漢代)광무제(光武帝)를떠나…
부춘강(富春江)에은거하여…낚시한엄자릉(嚴子陵)을…무척그리워했던것같다.
그래서…엄릉조대(嚴陵釣臺)․칠리탄(七里灘)․청계강(淸溪江)등을…시어를인용하여…
엄자릉고사를읊고있지만…정작낚시의즐거움에…물아일체(物我一體)되는모습이없다.
그나마…<고소대(姑蘇溪)>가…낚시하는모습을…진솔하게그리고있지만…
정조는…외롭고슬프기그지없다.
애당초…낚시와이백과는어울리지않았을것이다.
있잖은가?친구들과낚시를가면…
낚시보다도…주변의경치에…분위기에이끌려…
낚시보다는술에…은은하게비춰주는…달빛을조명삼아…
도란도란얘기에빠지는…그런부류들있잖은가?
아니면…너무활동적인사람이고…말을마구뱉어야하는…그런사람이어서…
애시당초입을봉하고…묵수법(黙修法)을연마하는듯한…
낚시는오히려고통일수도있는…-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