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초롱’서시/백석
한울은
울파주가에우는병아리를사랑한다.
우물돌아래우는돌우래를사랑한다.
그리고또
버드나무밑당나귀소리를임내내는시인을사랑한다.
한울은
풀그늘밑에삿갓쓰고사는버섯을사랑한다.
모래속에문잠그고사는조개를사랑한다.
그리고또
두툼한초가지붕밑에호박꽃초롱혀고사는시인을사랑한다.
한울은
공중에떠도는흰구름을사랑한다.
골짜구니로숨어흐르는개울물을사랑한다.
그리고또
아늑하고고요한시골거리에서쟁글쟁글햇볕만바래는시인을사랑한다.
한울은
이러한시인이우리들속에있는것을더욱사랑하는데
이러한시인이누구인것을세상은몰라도좋으나
그러나
그이름이강소천인것을송아지와꿀벌은알을것이다.
울파주:울타리
돌우래:말똥벌레나땅강아지와비슷한벌레
임내내는:흉내내는
벗:버섯
<‘호박꽃초롱’서시>는백석시의백미이다.
백석의시에서…사람과땅과하늘과도와자연은…
어떤인위적계열을이루는것이아니라…서로서로사랑하는하나가된다.
백석에게한울은…외로운산골마을마당에서…
삐약삐약모이주워먹고다니는…병아리를돌보는…
아늑한…생명의기운으로등장하며…
이생명의원천은…흰구름과개울물을사랑하듯…
가난한시인의…마음을채워주는…정갈한기운으로스며든다…
송아지와꿀벌은…한울과함께…시인의벗이되는것이다.
"사람은땅을따르고(人法地)땅은하늘을따르고(地法天)
하늘은도를따르면(天法道)도는자연을따른다(道法自然).
-노자의도덕경中-
출처:철학콘서트中에서/’호박꽃초롱’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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