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우물에빠져버린날…그날나는문하인이었다…"
지난날들을돌이켜보면…근20년이넘도록…
나는…대중교통을이용해본적이…거의없는것같다.
더군다나…차를타지않고…
일부로…시간을내어…걸어다닌기억들도…
나에게있었나싶게…내기억엔가물가물하다.
가끔한가로울때…아파트단지내…산책코스를운동삼아…
반디와미미를데리고…산책을할때를…제외하곤말이다.
신발장을열어보면…
대부분나의신발은…굽이높은하이힐이대부분이다.
각색상별로…그날그날의상에따라…코디를하기때문…
신발장사를해도…괜챦을듯싶은…아주많은신발수량이다.
운동화를…제외한대부분은수제화다.
매장에서마음에들어…구입하는경우도있지만…
대개는…내가디자인한색상과문양으로맞춰…
핸드백과신발,악세사리,소품등을구입한다.(좀까다로운편…)
간혹…한쪽구석에박혀져있는…
런닝화,등산화,골프화가…
나의눈에들어오지만…주인에게외면당하고만다.
운동을…과히좋아하지않는…게으르고부지런하지못한주인탓에…
오랫동안…주인의눈길…손길한번받아보지못하고…
뿌연먼지와…친구하고있다.
그날도…친구의전시회가있어…초대되어가는길이었다.
아침부터내리기시작해서…온종일비가온다고한다.
오늘처럼…우중충한회색빛흐린날에는…
그래…화사하고단아한…화이트톤의투피스와…
상큼한레몬…엷은크림빛의가죽백에…
화려한메탈과…큐빅비츠가달린…
동계열의…클래식칼한…구두를신고가야겠다.
오랫동안…슬럼프에빠져있었다가…
새로운마음,새로운각오로…새로운작품으로전시회를여는친구…
친구에게서…여러번참석여부를확인하는전화가온다.
이번엔…미안한마음에…꼭참석하기로약속을하고…
격려차…위문을가기로했다.
눈뜬장님인나는…길눈이어두운길치…
그래서그런것인지…운전하는것을…그리좋아하지않는다.
평상시가던길이아니면…아무리급해도…결코우회하지않는다.
방향감각…운동신경이둔한편이어서…내주위에서는나를늘못미더워한다.
원리원칙을고수하며…융통성…편법…변수에능하지못하다.
고민끝에…지하철을타고가기로했다…
오랫동안…친구,지인들과…밖에서시간을보내야할것같아…
마음편히다녀오려고말이다.
그런데…그지하철이문제였다…
나는…지하철탈줄을모른다.
아니탈기회가…나에게는…그동안별로없었다.
요금…방향…길을안내받았는데도…
지하철속안이…그얼마나복잡한지…
왜그렇게…땅속깊이깊이…무섭게내려가야만하는지…
지하철에서…몇시간을헤메고있었는지잘모르겠다.
거꾸로…자꾸만거꾸로…
반대방향으로가는…지하철을타게되었다.
그넓고…깊은계단을…높은하이힐을신고…
한동안시간을…오르락내리락을…계속반복했는지…
다리가아프기시작했고…머리에서는…열이나고있었다.
전철안에는…사람들도많았고…냄새에예민한나는…
다른사람들에게서냄새가많이났다.(담배,값싼짙은향수등…)
급기야나중에는…현기증이나고…토함산이날것같다.
비가내려…그러한것인지…
아니면…전철안에…환기시설이잘되어있는것인지…
속이울렁거려서…도저히견딜수가없어…목적지까지가지못하고…
도중에하차하여…시원한바람을맞고싶어서…역밖으로나갔다.
비는…주적주적…하염없이내리고있었다.
사람들이…나를많이기다리고있을텐데…
그사이…시간이…많이지체되었다.
불어오는…시원한바람으로인하여…
어지러웠던머리와…울렁거렸던속이…조금진정이되어가고있었다.
그런데…지금내가서있는곳이…어디가어딘지잘모르겠다…
길을물어서…다시지하철을…이용하려고했다…
그런데…지하철입구가…내눈에두군데가보였다…
가까운…지하철역입구로들어갔다.
지금들어가는…지하철이입구는…한산하고깨끗했다.
사람들도보이지않았다…한가한시간인가보다하고…계속들어갔는데…
하얗다…온통하얗다…우와!정말괜챦은데!
지하철이아닌…마치잘정리가된…공항라운지를걸어가고있는기분!
저멀리서…어떤남자가…뛰어오고있었다.
나에게다가오더니…"이곳은어떻게오셨나요?"
"녜?저는전철을타려고들어왔어요?"
"이곳은아직전철운행이되지않습니다!마무리공사중입니다!"
"뭐예요?제가지금잘못들어왔다는것인가요???
재미있다는듯미소지으며…그남자는…밖으로나가는출구를나에게가르쳐준다.
이지하철역의…첫번째로들어온…첫시민이라면서…
어리둥절해있는…나에게…
한참을…되돌아가야되니까…오던길로가지말고…
반대로가까운…비상출구를…가르쳐주었다.
그남자는…나를한동안쳐다보더니…
그대신…바리게이트를…잘넘어가야한다는것이다.
띵…띵…아이구머리야…
"Whatintheworld!Ugh!That’stoomuch!
Iwastongue-tied…"
그높은…담을넘어가기위해서…
그날…나는어쩔수없이…
새하얀스커트를…무릎위로…바짝걷어올리고…
하이힐을신은발을…까치발을하고…다리를올려담을넘고말았다.
내몸이…내다리가…
그동안스트레칭과…째즈댄스를하여…유연하다는것에…
참으로…고마움을느낀날이다.
다행히…우스운꼴로담을넘어가는…나를보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
아이구…내신세야…
하루종일…비가내리던날에…
나는…돼지가우물에빠져버린날의…주인공이되어버렸다.
그날…내가받은…스트레스와심술로…
내성질에못이겨…얼굴에볼록볼록뛰어올라온반점과…
평상시…쌍거풀이없는나의눈에는…내가원하지도않았는데…
왼쪽눈에2줄의…오른쪽눈에…3줄의겹겹쌍거풀이…
아주진하게…미운외계인처럼…생겨버렸다.
좋은친구가…되어주기위한…
문화인이아닌…문하인이되어버린…비오는날에벌어진해프닝…
"돼지가우물에빠져버린날…그날나는문하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