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덕을지녔다.
나무는…주어진분수에…만족할줄을안다.
나무는…태어난것을…탓하지아니하고…
왜여기놓이고…저기놓이지않았는가를…말하지아니한다.
등성이에서면…햇살이따사로울까…
골짜기에내려서면…물이좋을까하여…
새로운자리를…엿보는일이없다.
물과…흙과…태양의아들로…
물과…흙과…태양이주는대로받고…
후박과…불만족을…말하지아니한다.
이웃친구의…처지에…눈떠보는일도없다.
소나무는…소나무대로…스스로족하고…
진달래는…진달래대로…스스로족하다.
나무는…고독하다.
나무는…모든고독을안다.
안개에잠긴…아침의고독을알고…
구름에덮인…저녁의고독을안다.
부슬비내리는…가을저녁의…고독도알고…
함박눈펄펄나리는…겨울아침의…고독도안다.
나무는…파리옴쭉않는…한여름대낮의고독도알고..
별얼고…돌우는동짓달…한밤의고독도안다.
그러면서도…나무는…어디까지든지…
고독에견디고…고독을이기고…고독을즐긴다.
나무에…아주친구가없는것은…아니다.
달이있고…바람이있고…새가있다.
달은…때를어기지…아니하고찾고…
고독한여름밤을…같이지내고가는…의리있고다정한친구다.
웃을뿐…말이없으나…이심전심.
의사가잘소통되고…아주비위에맞는…친구다.
바람은…달과달라…아주변덕많고…수다스럽고믿지못할친구다.
그야말로…바람장이친구나…자기마음내키는때…찾아올뿐아니라…
어떤때에는…쏘삭쏘삭알랑거리고…
어떤때에는…난데없이휘갈기고…
또어떤때에는…공연히뒤틀려…
우악스럽게…남의팔다리에…생채기를내놓고달아난다.
새역시…바람같이…믿지못할친구다.
자기마음내키는때…찾아오고…자기마음내키는때달아난다.
그러나…가다믿고와…둥지를틀고…
지쳤을때…찾아와쉬며…푸념하는것이귀엽다.
그리고가다…흥겨워노래할때…
노래들을수있는것이…또한…기쁨이되지아니할수없다.
나무는…이모든것을…잘가릴줄안다.
그러나…좋은친구라하여…달만을반기고…
믿지못할…친구라하여…새와바람을…물리치는일이없다.
그리고…달을유달리후대하고…새와바람은박대하는일도없다.
달은달대로…
새는새대로…
바람은바람대로…
다같이…친구로대한다.
그리고…친구가오면…다행하게생각하고…
오지않는다고하여…불행해하는법이없다.
같은나무…이웃나무가…
가장좋은…친구가되는것은…두말할것이없다.
나무는…서로속속들이이해하고…진심으로동정하고공감한다.
서로마주…보기만해도…기쁘고…
일생을이웃하고살아도…싫증나지않는…참다운친구다.
그러나…나무는친구끼리…서로즐긴다느니보다는…
제각기…하늘이준힘을다하여…널리가지를펴고…
아름다운꽃을피우고…열매를맺는데…더힘을쓴다.
그리고…하늘을우러러…항상감사하고…
찬송하고…묵도하는것으로…일삼는다.
그러기에…나무는언제나…하늘을향하여…손을쳐들고있다.
온갖나뭇잎이우거진…숲을찾는사람이…거룩한전당에들어선것처럼…
엄숙하고…경건한마음으로…절로옷깃을여미고…
우렁찬찬가에…귀를기울이게되는…이유도여기있다.
나무에…하나더…원하는것이있다면…
그것은…천명을다한뒤에…
하늘뜻대로…다시흙과…물로돌아가는것이다.
그러나사람은…가다장난삼아…칼로제이름을새겨보고…
흔히자기소용닿는대로…가지를쳐가고…송두리째베어가곤한다.
나무는…그대로…원망하지않는다.
새긴이름은…도로…그들의원대로키워지고…
베어간재목이…혹…자기를해칠…
도끼자루가되고…톱손잡이가된다하더라도…이렇다하는법이없다.
나무는…훌륭한…견인주의자요…
고독의…철인이요…
안분지족의…현인이다.
불교의…소위윤회설이..참말이라면…
나는죽어서…나무가되고싶다.
‘무슨나무가될까?’…이미나무를뜻하였으니…
진달래가될까…소나무가될까는…가리지않으련다.
나무…이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