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은어떤분이었습니까…자서전에는…간단하게만나와있어서요.
“할머니가…열두번째로…낳은자식이었어요.
그래서할아버지는…아버지를…학교에도안보내고…
집에서독서당만들어…한학만가르치며…오냐오냐하며키웠대요.
아버지는…일본말도…못했다고해요.
대신시조읊고…노래도하는한량이었는데…정미소사업을했어요.
중2때돌아가셔서…기억이…많지는않아요.”
많지않은…기억중에…좋지않은것도있다.
아버지는…딸이호남의…명문이리여중(당시6년제)에…
입학했는데도…할머니와함께…진학에반대했다.
“가시내가…글자나깨쳤으면됐지…상급학교는뭔놈의상급학교다냐?
여자많이배워…좋을일없다…팔자만세지”하면서.
이때도…그의어머니가…
“내머리라도…잘라서보내겠다”며…나서는통에…학교에다닐수있었다.
이런분위기에서…학교에다녔으니…이악물고공부할수밖에없었다.
열정과집념…도전정신…자신감은그렇게형성됐다.
인천에서…‘이길여산부인과’를연게…성공으로가는첫발이었죠?
“미국유학에서돌아와…환자를보는데…그때까지만해도…
무지하거나돈이없어…병원치료를못받고…죽는사람이많았어요.
사실…산부인과는…간단한병이많아요.
그중하나가성병인데…인천에는옐로하우스때문에…성병환자가엄청많았어요.
그때는…슈퍼박테리아가없었기때문에…성병환자는항생제만맞아도100%살아요.
죽을사람많이낫게해줬죠….저절로…명의가됐어요.”
가난한사람에게는…돈안받았다면서요…그래도병원운영에는괜찮았나요.
“명의라는…소문이나면서…환자가줄을이었어요.
산부인과는…환자가옷을벗고진찰대에누워…다리를벌려야진료가시작됩니다.
준비하는시간이…많이걸려요.
생각끝에…진찰대를3대놓고…바퀴달린의자를샀어요.
그의자에앉아…한쪽진료가끝나면…앉은채…
엉덩이로…의자를주르르밀어서…옆진찰대로옮겨진료하곤했어요.
의자바퀴가고르지않아…옮기다뒤로…자빠진적도있죠.
환자가그렇게밀려오는데…돈걱정할…필요가있겠어요?”
그는그렇게…20년을보냈다…오로지병원일에만몰두하던시기였다.
시도때도없이…찾아오는…환자를맞으려면…
밥먹다가도…뛰어가고…자다가도달려가야했다.
밥도…하루한끼만…먹는날도허다했다.
책읽을시간도…텔레비전볼…시간도없었다.
어느날창밖에서…눈내리는게보이면…“아겨울이구나”하고느끼고…
또어느날소나기가오면…“어벌써여름인가”하며…지내는세월이었다.
그러던어느날문득…가슴깊은곳에서…답답한느낌이밀려왔다.
“나는지금…어디에서있으며…어디를향해가고있는걸까.”
마흔셋에…찾아온…우울증이었다.
뭔가…새로운돌파구가필요했고…일본으로두번째유학을떠났다.
결혼생각은안해봤습니까?내내일에파묻혀서?
“전혀생각안해봤어요…결혼에흥미를…못느꼈던것같아요.
나는…기억이잘안나는데…언니말이…
내가…미국가기전에…선도많이봤다고그래요.
선보고와서는…누구는어때서마음에안드네…그랬다는거예요.”
선본기억이…안난단말씀인가요?
“그래요.전혀없어요…곧미국간다고…생각해서그랬는지…
남자가…끌리지않았던것같아요…다시시했던것같아요.”
미국유학중…로맨스가있었다면서요?
“그렇죠.교포사업가였는데…한동안주말마다만나…데이트를했어요.
그런데어느날…그남자가…청혼을하기에거절했죠.
결혼해서…이사람이…내남편이된다?
그건아니다싶었거든요…헤어지고나서…많이울었어요.
그런거보면…내가그를…진짜좋아했던것같아요.”
이총장이털어놓는…생애유일한…로맨스는…
그렇게…한여자의가슴속에…아련한아픔을남긴채끝이났다.
가슴속에…멍울이깊이새겨졌는지…50여년의…세월이흐른지금…
그때를회고하는…그의눈가에촉촉한기운이…살짝스며드는것같았다.
자서전에보니…“다시태어나도…여자로…
의사로태어나고…결혼하지않겠다”고…했더군요.
독신주의자도아니라면서…그말진심인가요?
“그런것같아요…결혼했으면…내가하고싶은일을다못했을테니까요.
결혼하고…아이낳으면…자식뒷바라지해야지…남편챙겨야지…
어떻게…24시간…환자를보겠어요?
아마…12시간도…어려울거예요.
내가결혼했다면…좋은아내…좋은엄마는됐을것같은데…
국가를위해…큰일은…못했을것같아요.”
여자는요?
“여자여서…후회는전혀없어요…내가고추달고나왔으면…
어머니가…호강했을텐데하는…아쉬움은있지만…
그외남자였으면…좋았을텐데하는…생각은전혀없거든요.”
여자여서좋은점은뭔가요?
“많죠…옷도직접만들어입고…여자는섬세하고집념이강해요.
남자들은…연애하고그러느라…뭘하는데차질이많죠.
그때는…남자는마음대로해도되지만…여자는안된다는관념이있었거든요.
여자는…자제를했어요.”
늘그렇게착하게살았습니까?평생일탈이란거…한번도해보지않았나요?
이때…이총장은…즉각답을하지않았다.
잠깐생각하더니…조심스럽게털어놨다.
“왜없겠어요?있어요…고등학생때…담배도피워봤어요.”
그래요?1등만하는…모범생의일탈치고는…아주센데요.
“친구집에서…월반시험공부를할때였는데…호기심이나더라고요.
둘이서…이불을뒤집어쓰고…한모금씩피워봤는데…질식해서죽는줄알았어요.
담배는…절대피우는게아니다…그때그렇게생각했죠.”
그게…일탈의…유일한사례인가요?
“아니,또있어요…6·25전쟁으로…
전주에서…전시연합대학을…다닐때였어요.
친구넷이…학교를땡땡이치고…걸어가는데…
마침군인…네명이탄지프가지나가다가…우리보고타라고해요.
그래서…그지프타고…군인들이랑시시덕거리며…하루종일돌아다녔어요.
놀때는…정말…재미있었는데…
집에돌아오니…엄청나게…후회가되는거예요.
그래서…친구들과함께울면서…반성문썼던기억이납니다.
아무도…반성문쓰라고…시키지는않았는데…”
그런,자기인생에불만없습니까…스스로…성공한인생이라생각하나요?
“나는…성공이라는…말은쓰지않습니다.
매순간…행복했다고…생각하지요.
내인생의…어느순간을…잘라놓고보아도…
행복하고…만족하고…후회없다는생각이들어요.
지금도행복합니다…이렇게…인터뷰하는순간도.”
보통사람은…좌절과실패…회한이있게마련인데요.
“그렇게말하면…나에게도…물론있지요.
전체적으로봐서…행복하다는거지…좌절이나실패왜없겠어요?
다만누가…콕집어서얘기하기전에는…실패같은거…생각이안납니다.
지금도…우리대학에…통합어려움이있잖아요.
결과적으로는…행복할것이지만…
그런것도…다즐겁게…받아들이려고합니다.”
요즘…그가가장신경쓰는문제는…경원대와가천의대의통합이다.
두대학을합치면…입학정원기준으로…수도권3위규모의…매머드급대학이된다.
하지만…기존의학교명칭이…사라질것을…우려한동문회등에서…
반대목소리를높여…작업이순탄치않은것을…언급한것이다.
과거경원대와…경원전문대를합칠때도…많은진통이있었잖아요.
이번에도…두대학의통합을…굳이하려는이유는무엇인가요.
“나보고…왜사서…고생하느냐…
그시간에…좋은데가서…맛난거먹고…
골프나치고지내지하는…사람들이있습니다.
나도…자문을…해봅니다.
지금,가천의대잘되고…길병원잘되고…경원대상승하고있는데…
왜이걸해야하나…결론은해야한다…그래야윈윈하기때문입니다.
통합하면…10대사학이될거거든요…빤히앞이보이는데…안하면직무유기예요.
내가안하면…할사람이없어요…난그런생각으로합니다.”
지금까지여러건의…인수·합병을하면서…삶의영역을넓혀왔습니다.
앞으로…어디까지…나갈건가요.
“그질문도…많이받는데요…
내인생은…평탄한길을…걷는게아니라…산을계속올라가는겁니다.
정점이있는게…아니어서…계속가는거예요.
내가쓰러지면…뒤에서…다시올라가고…
그러니까…많은것을이뤘으니…이제만족한다…
그런거없고…하나의과정을…가는거라생각합니다.”
죽어서…어떤사람으로…기억되고싶습니까.
“최선을다하고…간사람이죠…
역사는줄로이어지는데…거기서뭔가반짝거리는…점을찍고가야한다.
젊었을때는…그렇게…생각했어요.
지금은…다산인생…그런거없어요.
그저가천길재단의…설립이념인…‘박애봉사애국’을철저히지키고간사람…
묘비명에…그렇게만적으면…만족입니다.
그래도…젊은이들에게는…점을찍고가라.
아무렇게나살지마라…성공하려면4시간이상잠자지마라…그렇게말하고싶어요.
시대가…아무리달라졌다고해도…그건여전히유효하거든요.
열정을갖고…도전하는인생은…언제나멋지다는것말이에요.”
이길여총장은…여의사로…국내최초로의료법인설립.
길여어린이가생전의어머니와함께한모습.
이길여총장을만나이야기하다보면세번쯤놀라게된다.
그나이에…주름살하나없이…
매끈한얼굴…피부를갖고있다는데…우선놀라고…
수십년간…하루4시간이상…잠자지않았다는말에…또한번놀라며…
골프에서…그렇게어렵다는…에이지슈트…
(자기나이와같거나…적은타수를기록하는것)를…
지난해…달성했다는이야기에…마지막으로놀란다.
그는건강한
신체와…피부를…부모에게서물려받았다고한다.
지금도틈나면…걷기를하고…집에서는러닝머신을해…건강관리를한다.
그는병원을일으켜…많은돈을벌었지만…
여의사로는…국내최초로…의료법인을설립…개인재산을출연한것으로도유명하다.
딸이하는일이라면…무엇이든지지해주던…어머니가이때…딱한번반대했으나…
이총장은…재산물려줄남편도…자식도없다며…뜻을굽히지않았다고한다.
이총장은…아버지가지어주신…‘길여’라는이름에…아주흡족해한다.
어렸을때는…촌스럽게느껴져…무척싫어했지만…
지금은…이이름을…후세에남기고싶어한다.
가운데길(吉)자를따서…길병원,길재단을세운게…그때문이다.
정신문화연구원장을지낸…고유승국박사가지어준…가천(嘉泉)이란호에도애착이많다.
가(嘉)는…파자(破字)를하면…길(吉)이스무번(十十)더해진다(加)는의미이고…
천(泉)은…샘을뜻하는말이니…좋은일이쉴새없이샘솟는다는것이다.
호랑이는죽어서…가죽을남기고…사람은죽어서…이름을남긴다고하는데..
이길여총장을…두고하는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