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베스트 비즈니스 책 : 피케티와 장하준

BY 이위재 ON 1. 3, 2015

좋은 책을 고르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다. 그 대상이 경제 경영 서적으로 국한된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요즘처럼 통섭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굳이 경제 경영 서적이라고 해서 인문사회과학적 통찰을 담지 말란 법도 없다. 위클리비즈에서 지난해부터 뽑은 올해의 비즈니스북 순위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출판사와 교수들에게 추천을 받아 나열한 것인데 다만 수천 종씩 쏟아져 나오는 경제 경영 자기계발 관련 책 범람 속에서 그나마 ‘올해는 이런 게 주목을 받았구나’ 시간 나면 한번 읽어보라는 조심스런 권유 정도다. 지적인 강요는 결코 아니다.(강요로 느낀다면 행운이다.)

2013년에는 10권이 다음과 같았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신시아 A. 몽고메리(리더스북) : 추천 1위였다.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열린책들)

<새로운 디지털 시대> 에릭 슈미트·제러드 코언(알키)

<안티프래질>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이즈베리)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RHK코리아)

<관찰의 힘> 얀 칩체이스(위너스북)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골목길, 도로에 붙은 표지판, 글로벌 프랜차이즈 매장의 메뉴. 이런 사소한 사물들에도 중요한 마케팅의 법칙이 숨어 있다. 저자 얀 칩체이스는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관찰’이라는 아날로그적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보는 사소한 사물들도 모두 한 문화권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칩체이스는 주장한다. 이 책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지적인 여행기가 될 수도, 제3 세계 시장에서의 마케팅을 위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 어느쪽의 시각으로 바라보든 독자들은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좇아가며 간접 체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 다니엘 핑크(청림출판)

<관점을 디자인하라> 박용후(프롬북스)

<심플러> 캐스 선스타인(21세기북스)

부드러운 선택을 이끄는 힘 ‘넛지(Nudge)’는 누구에게도 어떤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선택은 자유이지만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며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가능성을 전한다. 캐스 선스타인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오바마 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복잡한 정부 정책을 단순화시켜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간결한 넛지’의 힘을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연방 학자금 지원 무료 신청(FAFSA)’ 프로그램이다. 과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100가지가 훨씬 넘는 질문지를 채워야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불필요한 질문은 없애고 핵심적인 정보는 검색할 수 있도록 하자 더 많은 학생이 신청서를 제출하고, 금융 지원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원씽> 게리 켈러(비즈니스북스)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관찰의 힘>이나 <심플러>를 추천하고 싶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는 솔직히 에릭 슈미트라는 이름 값이 준 ‘과포(과대포장)’에 가까웠고, <당신은 전략가입니까>는 좋은 책이긴 하나 너무 건조해서 잘 읽히지가 않았다. 그래도 1위를 차지한 책이라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 리더들에게 찬사를 받은 강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 것으로 전략은 과제가 아닌 생활이며 리더는 전략가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략가는 우선 자신이 속한 산업의 경쟁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경쟁요인을 과소평가하면 실패한다. 전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경쟁환경을 읽지못하면 몰락한다. 전략가의 업무는 끝이 없다. 전략가가 되려면 추진력과 결단력, 엄격함과 상상력, 질문을 던지고 과감히 앞으로 나가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호기심이 필요하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활동가로 살아야 한다. 전략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팀원과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답을 찾아라.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도 누구나 전략가가 될 수 있다.

신시아 몽고메리 인터뷰 기사는 다음을 참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11/2013031101298.html

지난해는 경영 서적보다는 경제서적이 강세였는데 특히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나란히 12곳에서 추천을 받아 공동 1위에 올랐다.

3위는 구글 전 CEO 에릭 슈미트와 전 수석 부회장 조너선 로젠버그 등이 펴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8표), 4위는 말콤 글래드웰 <다윗과 골리앗>(7표), 5위는 켄 시걸 전 애플 광고·마케팅 책임자가 지은 <미친듯이 심플>(5표)였다.

<21세기 자본>과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본지 문화부 출판팀이 지난 13일 소설과 비소설을 망라해 분야를 제한하지 않고 선정한 ‘2014 올해의 책’에서도 나란히 1·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김순미 RHK 기획출판본부장은 <21세기 자본>을 “경제적인 문제는 언제나 정치적인 것을 부각시킨다는 점을 들어 정치경제학의 부활을 선언한 책”이라고 품평했다. 류혜정 다산북스 콘텐츠개발1팀장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지은 <한국자본주의>와 함께 읽으면 좋다”고 덧붙였다. 피케티 책은 저자가 한국을 방문하고 국내 학자들이 다양한(그러면서도 좀 허술하고 진영 논리에 가까운) 반박과 공격을 퍼부어 화제가 더 달아올랐는데 그 덕분인지 700쪽짜리 책이 8만권이나 팔렸다. 구매자 중 얼마나 완독했는지 궁금하다. 다 읽기 버거우면 짧게 축약한 서적을 고르는 것도 요령이다.

피케티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9/2014091903827.html

장하성 교수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5/2014091500196.html

<한국자본주의>는 위클리비즈 순위에서 <제2의 기계시대>(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MIT 경영대학원 교수), <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우석훈)와 함께 공동 6위(4표)였다.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2/2014091202478.html

우리금융경연구소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두고 “특정 경제 상황과 도덕적 가치, 정치적 목표 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며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다음과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로 경제사를 훑고나서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설명한다.

장하준 교수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7/29/2014072900437.html

홍성태 한양대 교수는 <미친듯이 심플>을 추천하면서 “애플의 군더더기 없는 경영을 잘 소개했으며, 끊임없는 회의와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에 매달리는 국내 기업들에겐 좋은 케이스 스터디 교재”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정동일 교수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 대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것인데 지난 10년간 이런 최고 모범 사례를 보여준 기업이 구글이란 점에서 일독(一讀)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투자자로 활동하는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을 뽑으면서 “단지 스타트업 창업 요령만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는 색다른 메시지를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의 이 책은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정말 읽어볼만 하다. 네이버 레터 서평이 잘 요약했으니 참고하면 좋다.

http://nter.naver.com/naverletter/23952

피터 틸 동영상은 유튜브나 인터넷에 꽤 많은데 자막이 붙은 건(물론 영어로라도) 찾아보니 그다지 많질 않아 그나마 이게 들으면서 읽을 만 했다.

세계 경제가 초(超)장기 불황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활발하다보니 이와 관련한 책들이 대거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불황 10년>,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세계가 일본된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연구소장의 <2030 대담한 미래 2> 등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불황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불안한 미래와 대안을 재점검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21세기 자본>·<한국자본주의>과 함께 <제2의 기계 시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의 <한계 비용 제로 사회>, 와타나베 이카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등이 해당한다.

디지털 혁명 시대 새로운 혁신의 길을 다룬 <뉴 노멀>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미친듯이 심플>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제로 투 원> 등도 관심을 끈 책들이다.

아마존 편집자들이 뽑은 올해의 비즈니스 책 1위는 <머니볼> 저자인 마이클 루이스가 월가 초단타매매의 흑막을 파헤친 <플래시 보이스>였으나 국내에서는 별다른 화제를 부르지 못했다.

10위안에 못 들긴 했지만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사이먼 사이넥), <퍼펙트 워크>(왕중추), <신호와 소음>(네이트 실버)도 복수 추천을 받았다.

사이먼 사이넥 인터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22/2014082201838.html

사이넥 TED 강연은 언제나 영감을 준다. 들을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한글 자막도 있으니 금상첨화)

아마존 비즈니스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는 책으로 유명세를 날렸던 앤서니 라빈스(영어로는 토니 로빈스) <Money Master the Game>이었고, 미국 내 독서 애호가들 최대 사이트인 굿리드 초이스가 뽑은 경제경영 서적 1위는 <Girl Boss>였다. <걸 보스>는 온라인 패션업체 ‘내스티 갈(Nasty Gal)’ 최고경영자(CEO) 소피아 아모루소의 자서전같은 책인데 먼저 나온 유사제품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COO)의 자서전 <린인(Lean In)>의 인기를 능가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하버드대 출신인 셰릴과 대조적으로 고졸인 소피아의 성공담(그녀 회사는 연매출 1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고전 중이다)은 비주류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