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햄버거 시장 제왕은 맥도날드였다. 전 세계 매장만 3만여개. 2위 버거킹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한국에서는 롯데리아가 1200여개로 1위. 해외 매장까지 합치면 1500여개)
맥도날드는 단지 패스트푸드라는 차원을 넘어 코카콜라와 함께 미국 문화를 전파하는 첨병이었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 메릴랜드대 교수는 현대사회가 효율성, 공정 표준화, 통제 등을 특징으로 하는 <맥도날드화>하고 있다고 정리했을 정도로 맥도날드는 단지 패스트푸드 이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맥도날드 아성은 입맛이 달라진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이후 태생)가 소비 주체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년째 감소세를 겪고 있다.
위기를 느끼고 CEO 전격 교체, 입맛에 따라 맞춤형 버거 도입, 고가 특제 소고기 버거 출시 등 갖가지 타개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싸구려 쓰레기 음식(junk food) 이미지에 갇혀있는 맥도날드가 고급스런 변신을 통해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셈인데 효과적으로 먹히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럴 땐 값을 내리는 게 최선>이란 경영 전문가들 충고가 오히려 설득력 있지만 맥도날드는 아직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절대 왕권이 흔들리자 지역 제후들이 햄버거 춘추전국시대를 기대하며 우후죽순,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익히 알려진 미국 서부 햄버거계 맹주 인앤아웃(매장 300여개)과 더불어 파이브가이스(1270개)나 쉐이크쉑 버거(69개) 등 신흥 강호에 프레디스(153개), 스매시버거(320개), 엘리베이션 버거(52개) 등 다양한 브랜들이 각축을 벌이며 진격하고 있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맛으로만 따지면 햄버거 체인점계 지존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를 거점으로 애리조나, 유타, 뉴저지주 등에 109개 매장을 보유한 해빗 버거(Habit Burger)라는 평가다. 올해 컨슈머 리포트 조사에서 인앤아웃을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아랍인들까지 그 맛에 반해 10년 안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에 50개 매장을 내기로 결정할 정도다.
이 전장에 새로 출사표를 던진 햄버거 레스토랑이 있다. 배우 마크 월버그와 도니 월버그(전 뉴키즈온더블록 멤버)가 투자한 월버거(Wahlbugers).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가문 성을 슬쩍 따다 쓴 간판이며 대표는 형인 폴 월버그에게 맡겼다.
원래 요리사였던 형 폴이 오랜 소망인 자기 레스토랑을 갖게 되자 아예 이걸 큰 사업으로 벌이자고 동생 마크와 도니가 제안하면서 또하나 심상치 않은 햄버거 체인점이 탄생하게 됐다.
사업 수완이 있는 동생들은 발빠르게 이 햄버거 체인점을 주제로 리얼리티쇼를 만들어 방영하면서 자연스레 홍보를 도맡았다.(이른바 <먹방>은 사실 미국이 원조다.)
월버거는 올해 고향인 보스턴을 중심으로 뉴욕, 플로리다, 라스베가스, 아랍권역 등에 수십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개점식 때 보스턴 레드삭스 강타자 데이빗 오티즈 등 유명 인사들이 축하해주러 오는 등 출발부터 요란하다.
연예인이 참여해서인지 몰라도 이 햄버거를 먹기 위해 매장에 끼니 때마다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어 향후 사업 전망이 밝은 편이라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 분석. 햄버거 1개에 8달러가 넘는다. 고급 수제 버거인 셈이다.
탄탄대로가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월버거는 그러나 최근 뜻하지 않은 구설수에 부닥쳤다. 월버그 형제는 보스턴 빈민가에서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7남매로 자랐다. 고교를 제대로 마친 게 현 월버거 대표인 폴 밖에 없을 정도로 고된 가계. 문제는 나중에 배우로 성공하긴 했지만 마크가 청소년 시절 폭력, 마약 전과가 즐비하고, 특히 인종 차별 폭행(무고한 베트남인과 흑인 소년을 쌍욕을 하며 두들겨팼다)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점. 더 문제는 마크가 아직도 인종차별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이런 햄버거는 먹고 싶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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