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시대 : 아이를 천재로 키우는 법

<생각의 시대> 저자인 김용규 박사 강연 내용. 지난해 위클리비즈에 실렸던 내용을 확대 보완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각의 도구를 갈고 닦으면 두뇌가 창조적으로 진화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상당히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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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경쟁력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생각이 힘이다. 생각이 경쟁력이 된다. SNS와 인터넷이 주도하는 정보 혁명을 통해 정보와 지식은 네트워크화되고 있다. 과거 학자, 연구가, 전문가, 기능인들이 뇌에 저장하던 지식은 이제 원하든 아니든 앞으로는 네트워크에서 꺼내 쓸 수밖에 없다. 불과 10년, 20년 전만 해도 뇌에 쌓아둬야 했던 지식이 이제는 전부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인터넷 접속 인구가 현재 10억명에서 10년 후면 50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식은 사흘마다 두 배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 많은 걸 머릿속에 넣어 다닐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언제든 검색해서 쓰면 된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는 “곧 대학은 물류 창고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비유했다.

지식을 가공하고 끄집어내서 내다 파는 일은 인간이 컴퓨터를 당해낼 수 없는 시대에 도달했다. 이미 법률자문이나 약 조제, 진료까지 스마트 기기들이 맡아서 한다. 20세기에는 기계들이 블루칼라 일자리를 잠식한 데 이어, 21세기에는 각종 소프트웨어가 화이트칼라까지 밀어낼 기세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생각하는 힘이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능력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시대’에 생각은 어떻게 해야 하나.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 무렵 공자 맹자 노자 싯다르타 부처 예수 호메로스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생각의 대가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생각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지식을 만들어 돈을 받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뒤 2000년간 이른바 ‘지식의 시대’에는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지식을 사는 게 자리잡았는데 이제 이런 시대는 끝났다. 물론 ‘지식의 시대’에도 아인슈타인, 다빈치, 셰익스피어 등 자신만의 생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든 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대가들 지식을 배워 활용하는 식으로 살았다. 이렇게 살다보니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마치 도시 문명인으로 살면서 사냥하는 방법을 잊은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이 퇴화되고 상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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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생각하는 법을 살려야 하나. 고대 대가들이 하던 방법을 따라 하면 된다. 호메로스, 탈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피타고라스, 프로타고라스가 만든 생각의 방법들은 메타포라(metaphora), 아르케(arche), 로고스(logos), 아리스모스(arithmos), 레토리케(rhetorike)다. 우리말로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 이 방법을 다시 배워 사용하자는 것이다.

뇌과학 100년 역사 중 가장 놀랄만한 발견 중 하나는 ‘뇌 신경 가소성(plasticity·可塑性) ’이다. 간단히 말하면 뇌가 경험에 따라 변한다는 이야기다. 뇌가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뉴런 네트워크를 새로 만든다.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 중국어를 공부하면 중국어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긴다.

생각은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아인슈타인이 죽은 다음 뇌를 분석해봤더니 특별히 크거나 무겁지 않았다. 하드웨어는 비슷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디서 차이가 났을까. 소프트웨어였던 것이다. 뇌에 은유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기고 문장, 수사, 수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기는 건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까는 과정과 비슷하다.

생각의 대가 중 하나인 소크라테스

생각의 대가 중 하나인 소크라테스

  1. 은유는 천재들의 도구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여류 시인 삽포는 “다시 사랑이 온다. 사지를 부수고 고문하는, 달콤하고 고통스러운 그는 내가 이길 수 없는 괴물이다“는 시를 썼다. 사랑이란 뭔가 분명 느끼지만 보거나 만질수 없고, 달콤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한 것이란 은유다. 은유는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사고와 언어의 바탕에는 은유가 있다.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이해되는 개념이 하나라도 있는가. ‘시간은 돈이다’란 문장은 자본주의적 은유의 전형이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입구가 좁은 병에 팔을 집어넣고 과일을 가득 쥔 아이를 생각해보라. 이 아이는 팔을 빼지 못해서 울게 될 것이다. 과일을 버리면 손을 다시 뺄 수 있다. 욕망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 ‘욕망을 버리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스토아학파 핵심 명제를 하나의 은유로 보여줬다.

김용규 박사

김용규 박사

플라톤의 ‘동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다윈의 ‘생명의 나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등 철학, 경제학, 사회학 등에서 대가들은 은유를 사용해 자신의 사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은유는 천재들의 도구인 셈이다.

은유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를 읽는 것이다. 시는 은유의 보물 창고다. 가장 짧은 언어로 가장 많은 은유를 담은 게 시다. 한국의 명시 100선 같은 시집을 하루에 5분만 읽어라. 낭송하면 더 좋고 외우면 더 좋다. 책 읽는 활동은 시각적일뿐 아니라 청각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 원리를 꿰뚫는 추론

원리는 자연과 사회현상 뒤에 숨은 법칙이다. 이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고, 지배하고 조종하는 생각의 도구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데 사용한다. 만유인력 법칙을 알면 모든 물체가 밑으로 떨어지니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을 빻고 수력 발전까지 할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해하면 가격과 공급량을 결정할 수 있다.

원리를 알아내는 방법 중 가추법(abduction)이 있다. 탐정, 과학자, 발명가들이 주로 활용했던 수법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에 보면 홈즈가 왓슨이 나갔다 들어오는 걸 보고 “자네 우체국 가서 전보 부치고 왔지?”라고 묻는다. “어떻게 알았나?” “구두코에 붉은 황토를 밟을 수 있는 곳은 공사 중인 런던의 우체국 앞 뿐이고, 오전 내내 같이 있었는데 편지를 쓰지 않았다. 책상 위 편지지와 우편 봉투도 그대로 있다. 그럼 우체국에 가서 할 일은 전보 뿐이다.” 이런 게 가추법이다. 가추법은 홈즈, 에드가 엘런 포 등이 등장하는 탐정소설을 통해 익힐 수 있다. 과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11세 전후에서야 추론이 가능한 뉴런이 생기기 때문에 이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읽히지 않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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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장은 뇌를 구성한다

뇌는 문장을 통해서 자연과 사물 이치에 합당한 정신의 모형을 뇌에 만든다. 교육심리학자들이 연구해봤더니 시간 관념이 없는 아이들은 문장 안에 ‘언제’, 장소 관념이 없으면 ‘어디서’가 없고  인과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왜’가 없다.

교육심리학자 피아제는 6세 전후까지 그렇다고 봤다. 백조가 된 왕자를 설명하는데 ‘나쁜 마녀가 있다. 그리고 왕자가 백조가 됐다’는 식으로 이해할 뿐이다. 인과 개념이 형성됐을 경우에는 ‘나쁜 마녀가 마법을 부렸기 때문에 왕자가 백조가 됐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고 문장을 익히면서 차츰 이런 관념을 키워간다. 뇌가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장이 뇌를 만들어 간다.

아이들을 기를 때 엄마들은 이유식을 먹이며 ’맘마’라고만 하는데 더 좋은 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나는 너에게 맘마를 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완전한 문장을 갓난아이 때부터 익히게 하면 아이 뇌 구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는 게 중요한 건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아이가 듣는 문장이 아이의 뇌를 자연과 사물의 이치에 합당하게 형성되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이런 걸 잘 하려면 좋은 글을 베껴쓰면 효과가 있다. 베껴 쓰다 보면 그 안에 있는 정신적 모형을 뇌가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김용규 박사

김용규 박사

  1. 수(數) : 만물의 질서와 패턴

수는 본래 피타고라스가 혼돈 상태 자연과 사회, 현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패턴으로 드러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 만물의 아르케는 아리스모스다. 시간은 본래 만질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그런데 하루를 24등분을 해서 1, 2, 3, 4… 붙이고, 30일을 묶어 1, 2, 3, 4월… 만들어 놓으니 밤낮의 패턴이 나오고, ‘몇 시니까 뭘 해야 해’, ‘12월이니까 김장을 해야지’ 계절의 순환성을 패턴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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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나치 수열이란 게 있다. 13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피보나치가 흥미를 위해 만든 건데 1, 1, 2, 3, 5, 8, 13, 21, 34, 55… 앞의 두 수 합이 뒤의 수가 되는 것이다. 캠브리지대 교수들이 파악해보니 세상 꽃잎들 중 92%가 이 피보나치 수열에 맞춰 갯수가 이루어져 있다. 나뭇가지들이 생기는 형태, 솔방울을 만드는 곡선 등도 마찬가지다. 이 수열 앞수로 뒷수를 나누면 갈수록 이른바 황금비율(1.618033987…)에 가깝게 수렴한다. 이 황금비율은 파르테논 신전, 피라미드, 밀러의 비너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수에라, 몬드리안의 작품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애플 로고도 조사해보니 황금 비율로 디자인됐다. 이들이 의식적으로 그런 건 아니다. 수라는 건 자연과 사회, 예술에 질서를 부여해서 패턴으로 드러나게 하고 그걸 통해 재창조할 수 있게 하는 존재인데 수학을 이런 식으로 이미지화해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

  1. 수사 : 설득하는 힘

사람의 마음을 읽고 설득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시대다.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후보는 떨어지고 면접에서 심사위원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수험생은 탈락한다. 직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는 살아남을 수 없고 가족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가장은 존경받지 못한다. 권위의 시대가 가고 설득의 시대를 맞았다. 모두가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연설하는 페리클레스, 로마 원로원에서 토론하는 세네카, 키케로다.

16세기 그림 ‘수사학의 여인’을 보면 입에 꽃과 칼을 물고 있다. 두가지 수사학 분야다. 꽃은 ‘문예적 수사’, 미사여구법을 나타낸다. 대구, 도치, 반복 등 광고에 많이 등장한다. ‘피자헛, 함께 즐겨요’는 밋밋하지만 ‘함께 즐겨요, 피자헛’ 하면 그럴싸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보단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이 귀에 쏙 들어온다. 칼은 ‘논증적 수사’를 가리킨다. 예증법, 생략 삼단논법, 대증식, 연쇄 삼단논법 등이다. 이런 걸 익히면 뇌에 이런 수사를 구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까는 셈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움직일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게 된다.

링컨이나 케네디, 오바마 대통령 명 연설을 베껴 써라. 이 문장들은 경제, 정치, 사회 등 어려운 현안을 짧고 쉽게 명쾌하게 쓴 것이다. 이런 문장을 외우면 몸에 수사학 뉴런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마틴 루터 킹 목사. 이란 명 연설을 남겼다.

마틴 루터 킹 목사. <I Have a Dream>이란 명연설을 남겼다.

폴 엘뤼아르와 김현, U2를 좋아하고 저널리즘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 사회학자가 되려다 어쩌다 기자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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