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과 불안.
내가자라면서가장자주들은말은’겁이없다’는것이었다.
나자신은특별히겁이없는사람이라고생각하지않았지만남들에게는그렇게비쳐진모양이다.
갑자기주변에서아주큰소리가나거나물건이떨어지거나넘어질때대개는모두들화들짝
놀래지만나는별반응을나타내지않는침착한기질이있는것은사실이다.
그만큼두려움도적었다고할수있을것이다.
특별히더대범한것은아니었지만큰두려움을느낀일도별로없었다.
그런데,
근자에나는자주깊이를알수없는이상한두려움을느낄때가많아졌다.
그리고그두려움은생소한불안으로이어지기도한다.
나이를먹어서만은결코아니다.
나자신의문제도아니고어떤특정한타인에대한것도아닌,우리사회전반에대한두려움을
가질때가많다.
거기에는상대적으로더오래살아온연륜의몫도있을것이고나아가서는우리사회에서
고등교육을받은지식인으로서책임감도포함될것이다.

제일먼저느끼는두려움은,
매일마주치는,더불어함께살고있는사람들의얼굴표정이다.
그얼굴들은거개가무표정이다.
돌처럼굳어있는얼굴들은금방이라도싸움을걸어올것같은무서운표정들이다.
그건한마디로속이편치않다는반증이기도하다.
사는재미도별로없고,돈벌기도힘들고,
그렇다고뚜렷한희망이보이는것도아니고,계속스트레스를받는분노의얼굴들이다.
그분노속에는,
상대적인박탈감도있을것이고최선을다했지만응분의대우를받지못하는’소외감’도
있을것이다.
그런어두운얼굴들로가득찬사회가살기좋은사회일리가없다.
기쁨,웃음,즐거움이없는세상은사실두려운세상이다.
어떤변고가일어날지예측할수없기때문이다.
결과가나쁠줄을알면서도일을저지를수있는게그런사회심리다.
그래서두렵다.
그건정말불안한일이기도하다.

풍선과송곳끝,
이아슬아슬한대치가지금의우리사회다.
지금우리사회는서로가서로에게인간적으로’배려’하지않는다.
말이거칠고상스러우며행동이사납고천박한것은물론아주작은일에도곧잘화를내고
싸운다.
아무것도아닌일로사람이죽기까지한다.
모두가부풀은풍선처럼속은텅텅빈채발을땅에대지않고허공에떠있으며날카로와진신경들은
송곳끝처럼첨예하다.
닿기만하면,
부딪치기만하면한쪽은박살이나는긴장감이소리없이사회저변에깔려있다.
아무리사회가발전해도’이웃’이없다면그건사막이나마찬가지다.
왜냐하면우리모두는살과피와눈물을가지고있는인간이기때문이며동물적인약육강식을
막는제도적인’법’을가진문명인들이기때문이다.
서로가서로에게단지이기적이기만하다면그건동물의무리이지인간공동체는아니다.
그래서길게서있는차례가새치기에의해무너지는현상이두렵다.
그와해는아주순간적이고겉잡을수없게일어난다.
그래서두렵다.
그다음에이어지는무서운사태는긴설명이필요없을것이다.

우리부부는비교적해외여행을많이다닌편이다.
선진국에서후진국의오지까지참으로많은곳을다녀봤다.
체험적으로알게된것은선진국과후진국에는거의공통적인차이점이있다는사실이다.
그중하나가각종’대합실’풍경이다.
뭔가를기다리는많은사람들이모여있는장소는그나라의’현장’을살필수있는모든
조건을거의갖추고있다.
그중하나는서로가서로를’배려’하는인간행태의수준이며다른하나는책을읽는사람과
무료하게앉아있는사람의차이였다.
선진국은책에서시작되고책으로유지되고책때문에더발전한다.
사람들이뭔가를읽고있는대합실은그래서무섭다.
우리의대합실에는책이없다.
대신’바보상자’가주인이되어하루종일무료하게앉아있는수많은사람들을’바보’로
학습시킨다.
나는그런대합실이두렵다.
영상매체의역기능이두렵고거기에서파생되는후진성이두렵다.
더두려운것은거기에어떤대책과대안도내놓지못하고있는집권좌파의무능과무지다.
우민화(愚民化)의현장이바로그런대합실들이다.

광고는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는이윤창출과직결되는가장중요한자기홍보의수단이다.
이제광고는단순한’알림’의수준을넘어문장이나이미지,내용에서거의예술의경지에까지
이르고있다.
그런데이광고에도선,후진국의뚜렷한차이가있다.
선진국의광고는그크기에서상대적으로작고색깔은거의모두가이차색을사용한다.
국가가법으로그렇게하도록규제하고있다.
저유명한’맥도날드’의간판도빠리에서는빨간바탕의황금색을쓰지못한다.
단지흑백만허용될뿐이다.
후진국은모든광고들이크고원색적이다.
그리고크기도모두가제마음대로다.
규제는있으나미흡하고잘지켜지지않기때문이다.
내가두려워하는것은,
거기에더해광고내용의천박성과말초신경을자극하는온갖문구들이다.
돈을벌기위해서라면못할짓이없는게무서운상업주의다.
난잡한광고로뒤덮인우리들의거리는쌍권총이난무하던서부극의텍사스촌보다
더무섭고두렵다.
그자극적이고도전적이고위압적인광고앞에서두려움을느끼지못한다면,그렇게죽어버린
정신이더두렵다.

방어운전이라는말이있다.
언제어디서어떤미친놈이튀어나올지모르는도로에서자기를지키는,방어하는운전을
하라는뜻이다.
정말실감이나는용어다.
우리나라도로가얼마나무서운지는외국의고속도로에서운전해봐야절감하게된다.
그엄청난차량들이무서운속도로달리는데도’강물이흐르듯’유연하고여유롭고안전하다.
모두가다른차를배려하고안전수칙을지키기때문이다.
사실은그게자기를위하는길이기도하다.
정상적인차선변경까지막아서는심술과추월당하면참지못하는밴댕이속과비싼차에대한
열등감이뒤섞인우리의교통문화는그야만성때문에두렵다.
지체장애자의80%가후천적이며그대부분이교통사고에의한것임은한국의도로가
정글이라는것을말해준다.
그래서차를가지고도로에나서기가두렵다.
방어운전에도한계가있기때문이다.
서로먼저머리를디밀다엉켜버린네거리를보면그원시성에슬프기까지하다.
이제우리도자동차2세대로접어들고있다.
지금의악순환이나쁜습관이되어끊을수없는고리가될까봐두렵고불안하다.

아무리썪었어도’정치’는있어야한다.
그건하나의국가가운영되는’기본시스템’이기때문이다.
대통령은있되그기능이없고,
집권좌파는미숙하고무지하고무능하다.
모두가함께나아가야할목표,비젼도보이지않는다.
단지환율의상승으로GDP가조금늘어났을뿐,경제성장도제자리걸음이다.
정책이라고내놓는것은거개가술수들이다.
국민을단합시키는것이아니라분열,대립시켜어부지리만얻으려고한다.
나는개인적으로노무현씨를전혀알지못한다.
그가상고출신이기때문에폄하할의사도전혀없다.
고졸이라고대통령이되지말라는법도없다.
내가말하고싶은것은결코어떤개인에대한것이아니라일반적인상황적설명일뿐이며
내가가지는’개인적인의견’일뿐이다.
똑같이다른사람은또’자기의의견’을가질수있다.
서로가그의견에대해비난할이유는하나도없다.
대한민국은언론의자유가있는민주국가가아닌가.
한나라의대통령은그국가의총화(總和)다.
교육,인격,기량,지도력에서최고의인물이선출돼야한다.
대통령의자리가그걸요구하고있기때문이다.
대단히높은교육열과대졸자의분포가높아진이때왜고졸출신을대통령으로뽑았을까.
좋은것,뛰어난것,우수한것을인정하지않으려는열등감을가진사람들때문일수도있다.
일부가잘사는것보다다같이못사는편을택한사람들이42만정도더많았기때문에
나타난결과일수도있다.
이런국민정서는국가가발전하기어려운좌파적추세다.
우리나라가압축성장을이룩한후더앞으로나가지못하고있는가장큰이유가국민의힘을
응집,한곳으로모아쓰는탁월한지도력을만나지못했기때문이다.

중국을여행해보면오지까지도먹는문제하나만은확실하게해결했으며그곳이공산국가라는
냄새도맡을수없다.
‘등소평’이라는객가족(客家族)출신의출중한지도자가있었기때문이다.
인민복을입고있는그작은노인은’프랑스유학생’이다.
그는문혁(文革)의하방으로무일(無逸)을겪은인물이기도하다.
그의,세계를,중국을읽어내는안목이오늘의중국을위한탄탄한기초를놓은것이다.
같은객가출신에는이광요가있다.
영국의교육이배출한걸출한지도자중한사람이다.
도시국가싱가폴을아시아의보석으로만든인물이다.
우리의지도력빈곤,
이문제는결코간단한사안이아니다.
스피디한지구촌시대에서국가의명운이좌우되는중차대한문제다.
그래서두렵고불안하다.
성공회대학교사회과학부에계신신영복교수는최근펴낸
[나의동양고전독법-강의]중주역(周易)편위(位)설명에서이렇게쓰고있다.
‘주역의독법에서먼저설명해야하는것이위(位)입니다.즉자리입니다.(中略)
사람이란모름지기자기보다조금모자라는자리에앉아야한다고생각합니다.
집터보다집이크면그터의기(氣)가건물에눌립니다.
집이사람보다크면사람이집에눌립니다.
그사람의됨됨이보다조금작은듯한집이좋다고하지요.
자리도마찬가집니다.
나는그’자리’가그’사람’보다크면사람이상하게된다고생각합니다.
그래서나는평소70%의자리를강조합니다.
어떤사람의능력이100이라면70정도의능력을요구하는자리에앉아야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30정도의여유가있어야한다는생각입니다.
30정도의여백이있어야한다는생각입니다.
그여백이야말로창조적공간이되고예술적인공간이되는것입니다.
반대로70정도의능력이있는사람이100의능력을요구하는자리에앉을경우
그부족한30을무엇으로채우겠읍니까.
자기힘으로는채울수없읍니다.
거짓이나위선으로채우거나아첨과함양미달의불량품으로채우게되겠지요.
결국자기도파괴되고그자리도파탄될수밖에없읍니다.
우리는한나라의가장중요한자리를잘못된사람이차지하고앉아서나라를파국으로
치닫게한불행한역사를가지고있읍니다.
불행한일이아닐수없읍니다.’

‘범무서운줄모른다’는속담이있다.
물려보지않았으니모르고,모르니무서운줄알리가없다.
그러나한번,호되게물려본사람은범의소리만들어도도망간다.
얼마나아픈지를알기때문이다.
지금우리의북한에대한태도가그렇다.
물려본사람들은(6.25를겪은세대)그범의속성을알기때문에지금처럼’퍼주면’안된다고
주장한다.
(그걸알면서퍼준사람도있는데그건개인의영달을위해나라도말아먹을수있는사람이다.)
모르는사람들은범이배가고프고춥다니까원하는것을진상하고있다.
범이힘을얻어일어났을때물려죽을수도있다는사실을모르기때문이다.
거기에’이데올로기’까지섞이면일은미상불어려워질수밖에없다.
북한의명백한악을덮는,그걸대북정책으로호도하는세력들이두렵다.
그들은몰라서당할수있지만알면서또당한다는것은참을수없는비극이다.
그비극이상상을초월하는고통임을물려본사람들은알고있기때문이다.
이미세계적으로폐기처분된’이데올로기’를신주모시듯하는한국좌파들의수준이
한심하고슬플뿐이다.

모든시대에는시대정신이있으며그게건강하면나라가발전할수있지만그게건강하지못하면
병에걸린다.
한사회공동체의지식인은사회의혜택으로고등교육을받은사람들이다.
더안다는것은더책임을진다는뜻이기도하다.
그래서지식인의침묵은악이될수도있다.
두려움을느낄수있어야하고,그걸말할수있어야하고그이유들을진술할책임도있다.
그게건강한사회다.
언로(言路)가막히면숨이끊어지는게그이치다.
휴전선때문에섬이된땅,
그작은땅이세계10위권안팎의경제력을가지고있다는것은우리들의실력과가능성을
보증하는놀라운현상이다.
우리는그렇게할수있는’정복되지않는민족’이다.
세계는이스라엘,베트남,한국민족을그렇게부른다.
제대로된지도력만만난다면,
우리는다시한번웅비(雄飛)할수있다.
그때의발전은질적으로다를것이다.
정말한번살아볼만한세상이되는것이다.
비록지금은두려운일로가득차있지만우리가올바른선택만한다면상황은바뀔수있다.
결국모든책임은우리들자신에게있다.
우리들의국민적수준이바로오늘의현실이다.

고등교육을받은원로한분이한탄하는소리가있다.
‘지금우리사회는어디서부터손을대야할지알수없는아수라다.’
그아수라의끝은어디일까.
그래서두렵고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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