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으로 가는길.
가까운친지끼리팀을만들어유럽의몇나라를여행한일이있다.
그때스위스에서겪었던일은지금도생생하게기억될만큼인상적인것이었다.
다음목적지로가기위해이른아침임대한버스에승차하려고했을때일행중한분이인솔자인내게
긴히할얘기가있다고했다.
사연인즉,아침에일어나니상반신의앞뒤가몹씨가렵고피부에붉은반점들이나타났다는것이다.
몸에는열도있었다.
다알다시피해외여행중한사람이라도문제가생기면일행전체의스케쥴에차질이일어날수있으며
자칫모두가어려워질수도있다.
나는잠시이돌발사태에대해냉정하게생각한후우선스위스인운전사에게의논해보기로했다.
내얘기를다들은운전사는버스에장착된전화로누군가와한참동안통화했다.
그리고는곧회답이올것이니출발하자고했다.

약20분후,
전화가왔고운전사는버스를길옆에세운후지도를꺼내펴놓고자세히살피면서통화를계속했다.
통화가끝난후그는내게통화내용을설명했다.
출발전내얘기를들은후자기는외국인관광객에게일어난사태를경찰에신고했고,경찰은버스가
진행하는방향에서가장가까운병원을찾아냈으며그곳에피부과전문의가있다는것을확인,환자를
그곳으로보내니진료할수있도록수배한후자기에게그사실을알려왔다는것이다.
버스는다시출발했고잠시후우회전해들어선언덕에병원이보였다.
나는운전사와함께환자를데리고병원에들어갔으며피부과앞에이르렀을때이미간호사가문밖에
나와기다리고있었다.
피부과전문의는자세히진찰한후주사와약을처방했으며곧증세가가라앉을것이니염려하지말고
즐겁게여행하라는설명까지해줬다.
뜻밖에진료비와약값은아주저렴했다.(이비용도귀국후영수증을보험회사에제시환급받았다.)
운전사의얘기로는환자의상태가아주나쁠때는즉시헬기가온다고했다.
우리들에게있어그날겪은일은’선진국’이무엇인지를느끼게해주는놀라운체험이었다.
신속하게작동하는그시스템은내,외국인에관계없이’사람우선’이었고이미상당한노하우가축적된
인명구조시스템이완벽하게가동된사례였다.

‘선진국’은,
다른나라의경제발전과문화향상에이바지할수있을만큼경제,문화등이앞선나라이며그반대가후진국이다.그러나선진국이라는개념은사전적인설명이상의의미가있다.
국가의경쟁력이각분야에서고르게뛰어나며개인의자유와권리가보장되는나라가그범주에드는
것이며이때국가경쟁력이란바로’문화의힘’이다.
우리가선진국으로분류하는모든나라들은예외없이이문화의두께와넓이에서앞서있다.
우리가세계경제규모에서10위권안팎에있으면서도선진국으로분류되지못하는것은바로이
‘문화의수준’에서뒤떨어져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그렇게원하는선진국이되기위해서는어떤조건들이충족되어야하는가.
아마도그대답은다양할것이다.
그러나그조건들의’기본’은변하지않는다.

우선은경제력이다.
[돈]없이선진국은될수없다.
우리가선진국으로분류하는대표적인나라들을보면1인당국민소득에서3만불이상이다.
프랑스의3만불에서룩셈부르크의5만6천불사이에선진국들이자리하고있으며이웃일본이3만7천
불이다.
2004년기준인세계은행의이조사에서우리한국은13.980불이다.
우리가1인당국민소득에서1만불에도달한것이1995년,그후11년이지난지금까지2만불에접근하지
못하고있다.
2005년의경우,달러가치의약세로원화가치가12%절상된덕분에16.500불(추정)로증가했다.
금융권과경제전문연구기관들은외환위기와같은악재만없다면늦어도2009년까지는2만불달성이
가능할것으로전망하고있다.
그러나1인당국민소득이2만불이되어도삶의질이크게달라지지않을것이며주요선진국들이이미
3만불대에진입한이상2만불-선진국의등식은깨진것이라고입을모은다.
단,2만불진입에성공한국가중다시1만불대로떨어진나라가없다는것은희망적이다.

다음이체제(體制)의문제다.
자본주의시장경제는내부적인결함이지적되면서도지금까지인류가만들어낸시스템중가장효율적인
것이다.
1919년의볼세비키혁명후사회주의체제는(초기단계가공산주의)겨우두세대를지나완전히붕괴되고
말았다.
[가난]을더견딜수없었기때문이다.
우리와오늘의북한을비교하는것이더교훈적일것이다.
선진국이되기위한[돈]의조건은자본주의시장경제가아니고는해결하지못한다.
선진국은결국사람들이’잘사는나라’다.
돈없이어떻게잘살수있는가.
지금과같은반자본주의적사회심리는그래서아주위험하다.
우리가선진국이되기위해서는자본주의시장경제가합리적으로운영되도록모두가힘을모아야한다.
[돈]은그시스템에서만창출되기때문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수석이코노미스트인데이비드위스(DavidWyss)는,
‘한국이1인당소득2만불을넘어지속가능한발전을하려면다른나라에서기술을받아들이기만할것이
아니라스스로신기술을개발해야하며리스크도능동적으로수용해야한다.’고충고한다.
그는이미경제규모가1조달러이상이며인구가4800만에이른한국은광활한바다에들어선작은
상어라고비유했다.
신기술,
우리시대최고의신기술집단은미국의’마이크로소프트’다.
투자대비수익성에서세계어떤기업도그들을따라가지못한다.
그기적같은신기술이어디서나왔는가.
‘인간의두뇌’다.
그리고그두뇌를찾아내고계발하는게바로교육이다.
선진국은,
우,열이확실한사회다.
기회에서만평등할뿐,과정과결과의차이를확실하게인정,활용하는사회다.
지금대한민국의선진화에가장크게발목을잡고있는게’평준화교육’이다.
아주쉽게설명하면,
백미터달리기를하는데,출발은똑같이(평등)한다.
그러나사람의기량에따라더빨리달리는사람,중간으로달리는사람,그리고기량의부족으로뒤쳐
지는사람이나타난다.
상대적으로더빨리달려결승점을통과한사람을인정하고그우수성을활용하는게선진국이다.
우리는,
비록빨리달렸다해도결승점앞에멈춰서서중간과꼴지가도착할때까지기다린후,모두가함께
결승점을통과,결과에서평등한,건져쓸우수성이사장되는비극적인사회다.
국어,영어,수학등메이저과목에대해우,열반을편성하려는방침에대해’평등’을해친다며반대의
목소리를높이는’전교조’는그래서무섭기까지하다.

선진국이되기위해서는우,열이확실해야한다.
극단은피해야하지만사회적계층이생기는것은자연스러운현상으로수용할수있어야한다.
더우수하고,더열심히일해잘사는사람과무능하고게을러서못사는사람이있는것은그자체가
일상적인것이다.
‘가난의평등’은이미실험이끝난비뚤어지고잘못된이데올르기일뿐이다.
아직까지’민족주의가치체계라는헤겔의악령과평등지상주의의마르크스의유령’에붙잡혀있는
낙후된사고방식이슬프고한탄스러울뿐이다.
우리가진정선진국으로진입하기위해서는우,열을갈라교육하는’교육혁신’이먼저일어나야한다.
우수한’두뇌’를발굴하는일이급선무이기때문이다.

‘대한민국의법은위반하기위해존재한다’는말이있다.
법을어기는것,원칙과상식이통하지못하는것,온갖무질서,목소리큰사람이이기는,돈이면안
되는게없는,거기에’한(恨)풀이정권’과’분풀이민심’이만나오래된것은전부수구꼴통으로단죄
하는새’홍위병문화혁명’이진행중이다.
중국의지성들은지금도그’잃어버린10년’을한탄한다.
분명한것은,
지금우리의사회공동체는앞으로나아가는게아니라’과거사청산’을위해뒤로가고있다.
우리는오직법앞에서만만인이평등하면된다.
법이지켜지고,질서가잡히고,큰목소리가아니라경우가이겨야하고,돈으로도안되는게있는사회가
되지않고는선진국이될수없다.

이미밝힌대로선진국은,
축적된문화의두께와넓이에서앞서있다.
문화(文化)가무엇인가.
그것은인지(人智)가깨어있음과,
철학의기반에서참을구하고,끊임없이진보,향상하려는인간정신의활동이며이에따르는물리적,
정신적성과와결과를아우르는개념이다.
하나의첨예한예로,
지금대한민국은이른아침부터늦은저녁까지모두가TV앞을떠나지못한다.
연속극과코미디와노래자랑에잡혀다른것은거들떠볼겨를도없다.
그자체가나쁘다는게아니다.
그건’대중문화’일뿐이다.
선진국이되기위해서는대중문화와함께’고급문화’도있어야한다.
어느한쪽이더좋고나쁜문제가아니라다양성에서그래야한다.
그두개가같은비중으로함께버팀목이되어야선진국인것이다.
일방적인대중문화의폐해는문화수준을높이려는계도적인내용대신’시청율’에잡혀대중에게
영합하는퇴보를거듭하는데있다.
사람들의손에서책을앗아가고사람들의머리에서생각하는기능을앗아가는것이대중문화다.
통계청자료에의하면지난해국민한사람의도서구입비는총지출의0.2%,한달신문구독료12000원
보다적은10397원이었다.
‘대중가요는우리를즐겁게하지만고전음악은우리를각성시킨다’는말이그얘기다.
이무서운함정에서빠저나오지못하면선진국은물건너간얘기가된다.

또한가지짚고넘어가야할문제가있다.
우리사회에만연해있는’부패’의문제가그것이다.
매년국가별투명지수를발표,특히후진국정부들을긴장시키고있는’국제투명성기구(TI)’의
피터아이겐회장은(그는20년간세계은행에서일했다.),
‘부정부패는선진국으로가는데가장큰걸림돌이다.한국이선진국으로도약하기위해서는반부패운동
을강화해야한다.’고충고하면서,
‘유럽보다천연자원이많고자연조건이유리한아프리카가최빈국인것은오로지부패때문’이라고
말한다.
부패는우리가안고있는근치가어려운질병이다.
이질병을가지고는선진국으로진입할수가없다.
아이겐회장은,
부패를없애는가장효율적인방법이’정보의공개’라고못박는다.
국가적이고사회적인모든의사결정을투명하게밝힌다면부패가발디딜곳이없다는설명이다.
정말귀담아들을만한충고다.

구랍23일,
청와대직원모임인’상춘포럼’에서이병완대통령비서실장은강연을통해
‘한국은중진국을넘어선진국이라고생각한다.지금선진국이아니라는증거를댈수없기때문에
우리는선진국’이라고했으며아직까지’선진국으로들어가야한다.”선진국이냐아니냐는갈림길에
있다’는말을하는건수십년강제되고주입된구도화된통념속에아직도대다수가살고있다는방증
이라고했으며’날선의식으로이런통념을깨자’고했다.
여기에서,
‘날선의식’이나’깨자’는표현은우리사회가통상적으로쓰는용어가아니다.
그건북쪽에서쓰는상투어들이다.
머릿속의생각이밖으로나오는게’말’이라면정권차원의’위험수위’가보이는대목이다.

지금’우리가선진국이되었다’고하면,
그걸수긍할사람이몇명이나될까.
우리가아직선진국이아닌것은너무나자명한사실이기때문에논쟁자체가안되는사안이다.
연세대의경제학과이두원교수는,
물가와구매력수준을기준으로환산하면지금우리는미국의1974년,일본의1980년대와비슷한
싯점에있다고기고했다.
중진국이되기에도숨찬자리다.

우리도언젠가는선진국이될것이다.
갈길은멀지만반드시가야하는길이기도하다.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의활성화로[돈]을벌어야하고,
뛰어난인재의발굴을위해우,열반교육을실시해야하며,
법이지켜지고상식과원칙이통하고,
질서가정연해야하며,
부정부패를척결해야하고,
문화적으로성숙한단계에진입해야한다.
이기본적인조건들이충족되지않고는결코선진국이될수없다.
지금우리들은우리의하드웨어가선진국수준으로보이기때문에우리가선진국인양착각하고있다.
선진국은철저하게소프트웨어의세계다.
속이꽉찬,그래서그것이자연스레밖으로드러나는수준높은사회다.
우리라고해서선진국이되지말라는법은없다.
그러나그러기위해서는지불해야할대가가크다는것도알고인정해야한다.
그것이선진국으로가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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