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빈당’ 스토리.
참으로오래간만에모방송국전속어린이합창단의노래를들을수있었다.
대형심포니오케스라의연주에맞추어부르는그들의’동요’는오래전잃었던것을되찾는기쁨이었다.
더구나지금의어린이들은가창력이뛰어났고표정과동작도풍부해서더즐거웠다.
우리가오래전부터불러왔던옛동요들은그들에의해다시살아났고그곡들이얼마나순수하고
아름다운것인지다시깨닫게해줬다.
거기까지는그렇게좋았지만,
문제는그다음의프로그램부터나타나기시작했다.

독창하는아이들,시를낭송하는아이들이차례로무대에나와마이크앞에섰는데,
그아이들은좀전에함께합창을부르던활기찬애들이아니라자기에게전혀걸맞지않는이상한
옷에짓눌린’인형들’이었다.
그옷은,
애들이입는어린이의옷이아니라어른의옷을축소한스테이지의상이었으며그게한두푼짜리가
아닌,고가의무대의상임은첫눈에알아볼수있었다.
어린초등학교학생이가슴이패이고치마자락이무대에끌리는기성가수의의상에하이힐까지
신었으니그동작이어떠했을것인가는긴설명이필요없다.
평소에입지않던,전혀생소하고이상한옷을입은애들은관절이굳어버린환자처럼무표정에
막대기같이걸었다.
그이상한옷들과아이들의불편한동작은그대로비극적코미디였으며관중석여기저기서참지못한
웃음소리가들려왔다.

왜이런해괴한일이일어나는가.
돈은있지만골속이텅텅비어있는’속물근성의엄마들’때문이다.
아이들을아이답게키울줄몰라어른의잣대를갖다대는무지몽매가만들어낸가슴아픈코미디인
것이다.
자고로속물들의행동거지는유행을탄다.
[자기것]이없으니남을따라하고거기에서아무의미도없는경쟁까지발동한다.
우리의불쌍한어린이들이학원에서학원으로쫒겨다니는불상사가그래서생겨났다.
도대체그학원들이아이들에게어떤풀러스요인이되는것인가.
그걸아는엄마도없다.
더중요한것은천부,적성을먼저찾는일이다.
학원은그소중한자질을파괴하는독소로보면된다.
독창하는아이도,시를낭송하는아이도그냥평소에입던이린이의옷을입고나와야아름답고
자연스럽다.
이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것은언제나변함없이자연스러운것이다.
애들에게어른의’탈’을덮어쓰게하는무지와몽매는바른교육을위해반드시척결되어야한다.
그아이들은,
동네골목에서장난치고,싸우기도하고,넘너져서다치기도하고,때로는들과산으로달릴수있어야
한다.

얼마전우리부부는다섯살된손녀를데리고강화도에있는[곤충박물관-032-934-9405]에간일이
있다.
-할머니이거봐나비야!정말많다.
-할아버지여기!메뚜기야.
-할아버지이풍댕이좀봐!정말크다.
한시간여동안손녀는놀라운세계에서계속탄성을질렀고그목소리는기쁨과즐거움으로가득한
‘어린아이의소리’였다.
어른이만들어내는가짜가아니라어린이스스로가뿜어내는그순수한소리를들을수있어야한다.
어른은단지그런환경으로인도만해주면된다.

그림을아주뛰어나게잘그리는애가있었다.
그그림은순수했고대물에대한표현에서대범했으며물감을칠하는붓에힘이있었다.
미술에대해조곰만이해가있는사람이라면그아이가천부의자질을가지고있다는것을금방알아
차릴수있는케이스다.
그런데,
그아이가엄마의손에이끌리어미술학원에다니기시작하면서부터어떤’틀’과’경직성’이
나타나기시작했고얼마후에는그놀랍던어린이의그림은사라지고말았다.
어른이,미술선생이아이의그림에손을댔기때문이다.
아이의천부를’지도’한것이아니라어른의그림으로덧칠한것이고,그래야상도타고속물엄마의
탐욕도채워줄수있기때문이었다.
상업주의가왜무서운줄을알아야한다.
그러나골빈당엄마는어떤보물이사라졌는지도모르고있다.
서양에서미술을공부하고온분이들려준얘기가있다.
[그곳에서는어떤미술선생도학생의그림에손을대지않는다.단지설명으로이해시켜본인이스스로
발전해나갈수있도록교습한다.]
정곡을찌르는지적이다.
어린이에대한우리사회의모든병폐는단지한마디로압축할수있다.
[애어른을만들지말라.]

우리손녀는한달에두번정도우리집에온다.
꼬마는화가인할머니와함께이젤을펴놓고수채화를그린다.
우리는또손녀를데리고논길을걸어보고벼이삭을만져보게하며막영글기시작한콩도만져보게
한다.
나무에달린대추열매도만져보게하고수로에서는물속으로돌도던져보게한다.
어떤때는할머니와함께들꽃을따고그것으로꽃다발도만들어보게한다.
돌아올때,다리가아프다고하면내가업어준다.
그때,나는내등을통해손녀의만족해하는마음과할아버지등에서느끼는편안함이전달돼오는것을
알수있다.
우리며느리가하는말이있다.
[애를할머니댁에보내는것이보약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