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玄海灘) 사이.
우리가’현해탄’이라고부르는일본의바다는’겐까이나다’로서일본의’규우슈우’북서부의해역이며
동쪽의오오시마(大島)섬에서서쪽이끼(壹肢)섬에이르는깊이50-60미터의얕은바다다.
겨울에는계절풍으로파도가거세어어선의조난이많은편이며예로부터우리나라와북부’규우슈우’를잇는해상교통의요로다.
‘규우슈우’바로위에위치한’야마구치’현남서끝쪽에있는’시모노세끼-下關’와부산을오가던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은우리민족의온갖애환을담았던정기선이었으며실제로부산과시모노세끼는부산과대전정도의가까운거리이기도하다.
그러나’현해탄’은,
우리들에게는아직은넘을수없는거대하벽이되어두나라를가르고있다.
그것이보이지않는벽이기때문에그만큼극복하기가어렵고어쩌면불가능할지도모른다.
그좁은’현해탄’을사이에두고일본은아시아에서유일한’선진국’이다.
그리고우리는과거그들의’식민지조선’이었고지금은GNP1만불을넘은지10년이다돼오는데
2만불근처에도못가고죽을쑤고앉아있는형편이다.

대부분의서양사람들이나중동지역사람들은우리와일본사람을구분하지못한다.
겉모습을봐서는전혀다르지않다는것이다.
이제는우리도형편이좋아진만큼혈색도좋고복장도잘갖추어입으니그만큼구별하기가더어려울것이다.
겉모습은같거나비슷하게보인다면결국다른것은그’속’이다.
‘속’은생각하는방법,즉사고방식과거기에서파생되는,
일상을사는행동거지-행동양식이다.
한국과일본두나라가가지는좁힐수없는근본적인차이는바로그두가지로요약할수있으며
비중도그만큼크다고보는게옳다.

일본에거주하면서일본사람을관찰하는것과한국에와서거주하고있는일본사람을관찰하는것중어느쪽이더구체적이고설득력있게일본사람을평가할수있을까.
분명장단점은서로다르겠지만,
한국안에거주하는일본인의행동거지를관찰하는것이더효과적일수있다.
가장큰이유는’대비-對比’때문이다.
다수의한국인가운데있는소수의일본인은그만큼그특징과특색을포착해내기가쉽다.
내가근무했던철강회사는한일합작회사였으며일본측파트너는일본5대상사의하나인마루베니
(丸紅)였다.
우리사무실에는3명의일본인직원이같이근무했는데그들은전세계지점이나합작선에서근무한
경험이있는베테랑들이었다.
주로자재수불(資材受拂)과회계(會計)일을맡았고제품의해외수출업무에자문도했다.
여러해동안나는그들을깊은관심을가지고여로모로관찰했다.
‘나쁜일본놈’이아니라왜그들이선진국국민이될수있었는지그게가장궁금했다.

무엇보다먼저알게된사실은,
그들은매우단정(端正:모습이나몸가짐이흐트러진데없이얌전하고깔끔함)했다.
정말언제나단정했다.
같이식사를하거나술을마시는자리에서도그단정함은흐트러지지않았다.
흡사칼을차고앉아경계를게을리하지않는’사무라이’들같았다.
특히과음하는법이없었으며반드시자기의주량을지켜마셨다.
그리고그들은조용하고신중했다.
큰소리를내는법이없고어떤일에도성급하게흥분해서결정하는법이없었다.
얄미우리만치조용히,신중하게,문제를다시검토하고연구하고의논했다.
그들은잘웃고겸손했으며정직했다.
만나면언제나먼저웃으면서인사하는쪽은그들이었으며거기엔상하가없었다.
그들의겸손은,때로겁날정도였으며웃는얼굴뒤에무엇이있는지짐작도할수없는,알수없는
깊이를가지고있었다.
차라리침묵할지언정거짓말은하지않았다.

업무에관한한,
그들은세계시장을읽어내는전문가들이었다.
그’전문성’은내가가장부러워했던부분이다.
그들은그전문성유지와개발을위해끊임없이공부했다.
자기들앞으로도착하는자료(그자료의수량도엄청났다.)를소중하게다루었으며꼼꼼하게공부하고연구했다.
‘마루베니’는전직원의국내외순환근무제를통해이미내일을대비하고있다는것을그들을통해
읽을수있었다.
또그들은아주검소했다.
그들이기거하는숙소에가보고놀랜일이있다.
너무검소했기때문이다.
한국에서일본기준의급료는사실대단한금액이다.
그러나그들은보통의우리들가정보다더검소하고소박하게살고있었다.
특히한국제’라면’을아주즐겨먹었는데좀맵기는해도맛은일본제품이따라올수없다는것이다.

이런사례를나열하자면더많을수있다.
내가그들을관찰하며생각하고또생각한후내린결론은,
그들의그런사고방식과행동양식의기저(基底:어떤일의기초가되어있는것)에는
우리에게없는,그들특유의’원칙’이깔려있다는점이었다.
그건’메이와꾸’,즉남에게’폐(弊:남에게끼치는신세나괴로움)를끼치면안된다’는원칙이었다.
이교육은일본의유치원에서부터시작된다고한다.
왜그들과같이있으면그렇게편했는지,전혀부담감을가지지않아도되었는지는그들이가지는
‘폐’에대한태도때문이었다.
자기자신에대해,
가족과이웃에대해,
자기가몸담고있는회사와업무에대해,
회사동료들에대해,
알지고못하는거리의행인들에대해서까지도
‘폐를끼치는존재’가되어서는안되는것이다.
그리고,
남에게절대로’폐’를끼치지않겠다는정신뒤에는나도남의’폐’를받아들일수없다는마음이
함께있는것이다.
이원칙이일본이라는사회공동체를엮어내는인간관계의기본이라할수있다.
그들이아주어려서부터이런교육을받고자란다는것은일본을이해하는하나의열쇠가될수있다.

여기에비해우리는남에게"폐를끼치는일’에상당히둔감한사회다.
물론"폐’에대한인식이나교육도거의없다.
‘남’을의식하지않고제멋대로살기에익숙한사회이기도하다.
근자에이르러이런사회현상은점점더심화되어이제는옆에앉아있는사람까지도의식하지않는
‘막가는세상’이된것같다.
좋고나쁘고를떠나,
좁은현해탄을사이에두고,겉모습도비슷한두나라의국민성이왜이렇게다른것일까.
[트랜지스터]를발명한것은미국사람이지만,이를상품화,세계를석권한것은일본이다.
섬나라의[축소지향성]이[워크맨]을만들어냈고그게히트했다.
섬에살면,튈데가없다.
격국그좁은섬에서엄청난사람들이같이살아야하니새떼들이가지는최소한으로축소되는
[개인공간]을만들어내야하고그게’메이와꾸-폐’로나타난것이아닐까.
거기에비해우리는,
수틀리면일저지르고북쪽으로튀면되는’반도기질’이다.
(간도의역사는그걸증명한다.)
사실이런지정학적인차이는민족성형성과정에서무시할수없는’자연환경’이기도하다.

일본사람이한국사람이되기어렵듯이,
한국사람이일본사람이될수도없다.
그러나꼭한가지명심할일은,
지금일본은선진국수뇌회담에참석하는명실상부한’선진국’이라는사실이다.
‘좋은일본,나쁜일본’이문제가아니라’선진국일본’이우리의문제요숙제다.
그들은되는데우리는왜안되는가.
우리에게가능성은있는가없는가.
물론이대로라면가능성은없다.
반드시바뀌지않으면안된다.
생각과행동거지모두가바뀌어야앞으로나아갈수있다.
한나라가,한민족이’선진국’이된다는것은정말역사적사건이되는어려운일이다.
온갖것이눈부시게변한다.
선진사회가얼마나좋은지는살아보지않으면모른다.
우리에게는’선진국’이될수있는자질이충분히있다.
단한세대사이에’세계경제10위권’을일구어낸민족이아닌가.
세계역사에유례가없는일이다.
그런우리들이지금죽을쑤고있는것이다.

그래서귀결되는게다시’지도력’이다.
향도(嚮導:길을인도함,또는길을인도하는사람.)가있어야하기때문이다.
지금우리들은광복이후최악의’지도력빈곤’시대에살고있다.
정말국가적으로안타까운일이며비극적인사태요개탄할일이다.
세월은흘러가는데,
세계열차는우리를기다려주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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