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총.
사람은총(銃)을맞으면죽거나치명적인부상을당한다.
그후유증은불구자가되어평생을불편하게살수밖에없다.
그래서사람들은총을무서워한다.
‘빈총에도안맞는게좋다.’는얘기가그의미다.
그런데같은총이면서도사람을서서히,긴시간을통해죽이는총이있는데그게’소리총’이다.
개구리를죽이는두가지방법의실험이있었다.
펄펄끓는물에살아있는개구리를던져넣으면반사적으로튀어나간다.
그러나처음부터찬물속에집어넣고물이담긴그릇을서서히가열하면개구리는편안한
자세로천천히죽어간다.
죽는줄도모르고죽는것이다.
뜨거운충격이일시에강력하게전달될때와서서히전달될때의차이가이렇게다르다.
총알이발사되는총은사람을바로죽이지만소리의총은사람을서서히,제대로깨닫지도못하는
사이에죽게한다.

철강회사에는단조(鍛造)공장이있다.
말하자면기계화된대형대장간이다.
예를들어서로다른무게의쇳덩어리를불에달구어’에어함마’로내려치는공정인것이다.
이작업장에서일하는근로자는모두가반드시법에의해회사가지급하는귀마개를착용하게
되어있다.
이상한것은그걸착용하면숙련공에대한모욕이라고생각,이를거절하는이해할수없는
야만적인풍조가있다.
회사아파트에서가장많이접수되는민원은텔리비젼볼륨이너무큰집때문에발생하는데
그건예외없이단조공장근무자의집이다.
계속해매일듣는,대장간의쇠두드리는소리에귀가난청이된것이다.
사람을괴롭히는난청과이명이치료되지않는다는것은상식이다.
지금거의모든젊은세대는mp3를목에걸고귀에이어폰을끼고있다.
하나의유행을지나필수휴대품으로자리잡고있다.
그들은,나이도들기전에단조공장근로자와하나도다르지않은난청환자가될것이다.
모든이비인후과의사들의한결같은경고가그것이다.
그건소리의총을매일맞고있기때문이다.

또다른소리의총은’소음(騷音)이라는실탄으로사람을죽이고있다.
‘소음은사고(思考)를마비시킨다.’
이어폰이발명되기전세대가이미체험적으로알려준경고다.
사고가마비된다는것은무엇인가.
이미부분적으로는’생각을못하는’식물인간이되었다는뜻이다.
지금우리주변은전혀규제되지않는온갖소음으로들끓고있다.
전자,전기기기의발달로소음의양과질은더향상되고있고여기에상업주의가가세,
엄청난양의’소리총’을모든사람들에게무차별적으로난사하고있다.
소리의총이무서운것은맞아도맞은줄모른다는점이다.
찬물속에서시작,서서히뜨거워진물속에서죽은개구리의케이스가바로그것이다.
그총에맞는치명적인후유증이당장은느껴지지않기때문에총을맞은줄모른다.
사고가마비되면-생각하는기능이저하되면그사회는이미죽어가고있는사회다.
겉으로는멀정하기때문에죽어가는줄을모르고있을뿐이다.

근자새롭게소개되고있는’템풀스테이’는많은사람들로부터예상밖의호응을얻고있다.
돈내고절에들어가서하는일이무엇인가.
‘명상(瞑想)’이다.
명상이무엇인가.
아무소리도없는,고요속에앉아눈을감고깊이생각하는것이다.
자기성찰의시간이며,인생을되돌아보는황금의시간이다.
사람이새로운힘을얻는,’자연’속에앉아있는시간이다.
사고(思考)능력이되살아나는시간이다.
비로소소음이얼마나사람에게나쁜가를깨닫는시간이다.

소음은인간이만들어낸모든소란스럽고잡다한소리들이다.
대표적인,소리의대포가각종성능좋은’스피커’들이다.
소리의총은애들이내지르는,악을쓰는소리로부터공공장소에서안하무인으로,
큰소리로지껄여대는휴대폰통화를지나모두가잠든시간술취한놈이불러대는유행가까지
그수는헤아릴수도없을만큼많다.
그래서소음을공해(公害)라고한다.
볼륨(volume)을문화의척도(尺度)라고한다.
선진국은조용하고,후진국은온갖소음으로가득차있다.
세계를여행해보면이말이전혀틀리지않는다는것을체험할수있다.
그래서’소리의총’은악순환의신호다.
사고가마비되는사회에서’창의력(創意力)은기대할수없다.
창의력이없으면오리지날(original)을만들지못하기때문에비싼로열티(년간5조원)를
지불하고카피(copy)로살아가야한다.

왜각종소리의총은규제되지않을까.
소리의총이있는줄모르기때문이다.
소음속에서계속살고있기때문에소음의정체조차모른다.
이미깊이중독되어있어서그렇다.
오히려조용하면불안해하는중증환자들이된것이다.
보지않으면서도켜놓고있는텔리비젼이바로그증거다.
다른하나는제가있는곳이조용하니까다른곳도조용한줄아는착각과무지때문이다.
정책을만들고,소리의규제에대해최종결재권을가진자들이여기에해당된다.
또한가지는우리가소음이규제되지않는,소음을방치하는후진국이기때문이다.
소음에관한한우리는중진국수준에도진입하지못하고있다.

오월과유월.
모를내기직전의논은물이가득차있다.
그리고날이저물면엄청난개구리들의합창이시작된다.
정말대단한소리다.
그런데도그소리가자장가처럼들린다.
자연의소리이기때문이다.
그런데새벽1시에눈을떳다.
어떤술취한미친놈이(이런놈들은잘죽지도않는다.)자동차의크락숀을울려대기때문이다.
그건,귀에거슬리는,사람이만든인공의소리이기때문에수면을방해하는’소리의총’인
것이다.
우리는먼저이구분을할줄알아야하고소리의총을자주맞으면생각부터서서히죽어간다는
사실을인정해야한다.
내주변에서부터이소리의공해와싸워야한다.
조용한삶은거저얻어지는게아니다.
특히소음이소음인줄모르는중증환자들과의싸움은치열해질수밖에없다.
이싸움에서물러설수없는것은’정상적으로살기’위해서다.
소리의총에더이상맞아서는안되기때문이다.

복잡한데서사는게끔찍해서자꾸더조용한곳으로자리를옯기는사람들이있다.
개인적으로는더조용한곳을찾아이동하니좋을지모르지만크게봐서그건밀리는것이다.
자기자리를’소음’에게내주고후퇴하는짓이다.
그런소극적인자세로는소리와의싸움에서질수밖에없다.
조용한환경에서사람답게살고싶다면소음과정면으로맞서싸워이겨야한다.

지금거의모든식당들은식사할시간에들어서면예외없이텔리비젼을크게틀어놓고있다.
한번은식당에들어가서곧장카운터의주인에게갔다.
‘텔리비젼을꺼주면밥사먹고가고,아니면나가겠다.’고했더니즉시텔리비젼을껐다.
우리부부는조용하고쾌적한식당안에서백반한상씩을정말맛있게먹었다.
우리동네와시내를다니는주황색버스에오르니래디오에서흘러나오는소리가대단하다.
나는래디오를꺼주면타고가고아니면다음차를탈테니요금을돌려달라고했다.
운전수는소태씹은얼굴로래디오를껐다.
특히버스의경우나는절대로물러서지않는다.
그들이요구하는요금을다내고탑승한이상나는손님-소비자다.
내돈내고운전수가즐기는,귀가아픈래디오까지들어줄이유는없지않은가.
꺼달라고하는것은소비자의당연한요구다.

내가의자에앉으면이발사는황급히텔리비젼의소리를거의들리지않을정도로줄인다.
아니면내가일어나서나가버린다는사실을잘알고있기때문이다.
그러면서도우리는아주친하다.
2주에한번씩이발하러갈때마다그는질문을준비해서물어오고나는성의껏’강의’를해준다.
이발하는시간이그와내가공부하는시간인셈이다.
그는내권유와설명을받아들여컴퓨터를만지기시작했고지금은잔재미를붙여가는중이다.
나이들어컴퓨터를못하면’외계인’이된다는엄포가먹힌것이다.

실탄이든총을맞으면육체가죽고소리의총을맞으면정신이죽는다.
죽기는양쪽이매한가지다.
한쪽이서서히죽기때문에실감이나지않을뿐이다.
소리-소음은인간의정신력-창의력을마비시키는무서운독소를가진공해다.
우선은그게정말무섭다는사실을알아야하고정면으로맞서이겨내야한다는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달리방법이없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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