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내다본빠리의아침은지나다니는사람들이입고있는옷과빠른걸음걸이로보아
흡사초겨울같다.
우리가체류하는방이큰길가에면해있기때문에안에서밖을관찰하기가쉽고그것은그대로
빠리를관찰할수있는창구역할을했다.
우리방에서내다보이는인도의차도쪽에는아름답게만든벤치하나가놓여있는데이이른아침
아주점잖게생긴거지하나가몇개의보따리와함께처량한모습으로앉아있다.
이런거지들중에는실제로가족이있는사람들이많다고한다.
민박집아침식사는참으로간단했다.
바게뜨에마아가린과잼을발라맛없는커피와함께먹는것으로끝이었다.
이미오래동안빠리에살고있는아내의친구오여사의말에의하면대부분의가정이그런
빈약한아침식사를한다는것이다.
또한가지이해하기어려운것은멀정하게생긴다큰어른들이대낮에걸어다니면서바게뜨를
뜯어먹고있는모습이다.
맛도있지만실제로배가고파서먹는다고한다.
오늘은그동안열심히공부한빠리의지하철metro를이용해보는날이다.
말하자면그누구의도움도없이우리힘으로빠리라는도시를마음대로오갈수있는방법을
실천해보는날이다.
metro를이용하는방법의요체는,
바둑판처럼되어있는각노선의양쪽끝종착역이름과그역의번호를반드시먼저알아야한다.
다음은자기가내리려고하는역의이름과번호를알면된다.
환승역은크게표시되어있기때문에어려움이없다.
각역의이름이불어로되어있지만영어식으로읽어암기하면된다.
이원리만알면서울의지하철보다더쉽다.
그리고지하철지도가워낙정교하게만들어져있기때문에요체만알면누구나쉽게어디에나
갈수있다.
우리는아침일찍민박집을나와빠리에서의첫나들이를시작했다.
옷은거의완전한겨울복장.
천천히걸어서,이건아주중요하고새로운체험이었다.
언제나바쁘게뛰어다니던여행이아닌,아주천천히주변을구경하면서빠리시내를걷는다는것은
그자체로서큰기쁨과즐거움이었다.
중간에텔레카드를사고,다리를쉬기위해아름답게생긴벤치에앉아바삐지나가는빠리쟝들을
구경하기도했다.
아내가공중전화를이용,친구인오여사에게전화를했지만부재중이라접속이안됐다.
그리고좀더걸어내려가니거기는샹제리제가아닌가.
정말짧은거리에샹제리제가있었던것이다.
그리고보면빠리자체는11x8km의작은구역이다.
때문에빠리시내를천천히걸어서다녀본다는것은생각보다더재미있고즐겁다.
아내가그특유의느닷없는시장끼를느껴샹제리제거리에있는깨끗한카페의거리쪽테이불에
앉아까뻬올래를주문하고옆에붙어있는빵집에서크롸상과작은샌드위치를사다함께
먹었다.(이후아내의그증세는’샹제리제’로명명되었다.)
하나도바쁘지않은느긋한자세로앉아샹제리제거리를오가는관광객들을구경했다.
주로일본인과중국인등의단체관광객들인데우리가보기에도너무촌스러웠다.
그러니이곳빠리쟝들이관광객을깔보는마음을가지는것도이해가되었다.
이제우리는아무에게도물어보지않고개선문역에서지하철로민박집으로돌아가는실험을
하기로했다.
지하철입구로내려가먼저표를산후풀렛폼에서노선도에따라(2)nation선을기다렸다.
그리고지하철에탑승한후우리민박집이있는동네역villier에서하차했다.
출구로올라가면서어떤곳이나타날지몹씨궁금했다.
밖으로나오니코앞에민박집동네가있었다.
그것은신나고놀라운체험이었다.
비로서빠리전시내를지하철로다닐수있는수단과자신이생긴것이다.
그래서언제나도전은필요하다.
일단동네의아름답게생긴전화부스에서다시오여사에게전화,접선에성공했고바로그댁으로
가기로했다.
우리가민박하고있는집의뒤쪽길은양쪽에식료품가게들이많이있는작은시장과같은곳이다.
우리는그곳좌판에서저녁에먹을과일을사가지고방에갔다놓은후바로오여사의집으로
향했다.
빌리에에서다시지하철을탄후[에트왈]역에서6번선으로갈아타고16구의[빠시]역에서
내렸다.(도상연습그대로였다.)
약속한건물의코너에서오여사를만나함께그집으로갔다.
오여사의남편은주불한국대사관의총영사로서나와는동창이다.
그댁은빠리에서가장부자들이많이사는빠시구의아름다운아파트였고안은넓고화려했다.
아마도직급에따라관사가배정되는것같았다.
그들부부는우리가빠리에체류하는동안자기집에서유숙하기를바랬고별도의방에아름다운
침구까지마련해놓고있었다.
그러나우리의의도가프랑스와프랑스인,빠리쟝에대한직접적인체험이었기에이호의를
받아들이지못했고그점크게미안했다.
오여사가성의껏준비한한식의점심은정말꿀맛이었다.특히고등어튀김이좋았다.
겨우사흘밖에안되었는데도우리음식을그렇게맛이있었다.
즐거운시간을보낸후다시갔던방법대로민박집으로돌아왔다.
지하철6번선은바퀴에고무를입혔기때문에소리가거의나지않았다.
마담에리코의저녁메뉴는,
싱싱한야채샐러드와바게뜨,
아주맛이좋은호박요리,그리고차게한햄.
티와아이스크림이었다.어제보다는나았다.
특히호박요리는더먹을만큼맛이있었다.
아내는서울에서마담을위해준비한[KoreaCulture]라는책을그녀에게건넸다.
25.000원짜리의크고무거운책이다.
마담은크게기뻐했다.
학교에서역사와프랑스어를가르치는교사인마담에게한국을바로알리려는의도였으며
우리문화가유럽에도제대로알려져야한다는희망때문이기도했다.
도모꼬양은열차로베르사이유를다녀왔다고했으며9일간의휴가로빠리를보기에는
너무시간이짧다는아쉬움을몇번이고얘기했다.
영어구사력이좋았고혼자서프랑스를여행할만큼사전연구도많았던것같았다.
교통편을이용하는방법을보면대개는그여행자의수준을알게된다.
오늘우리는,
지하철을이용,원하던곳을다녀왔기에더자신감이생겼고떠날때쯤엔아쉬움도클것이다.
지하철탑승권도12매를10매값으로살수있는앵까르네가있다는것을알았고앞으로계속
그것을이용할것이다.
오늘빠리시내를다니면서목격하게된뜻밖의일은,
진짜빠리쟝들은횡단보도의신호와관계없이오가는차만없으면아무때나그대로태연하게
길을건너다닌다는사실이다.
그것은위법이나무질서와는약간다른,사람이우선이라는개념때문이아닐까하는느낌이
드는광경이었다.
오여사는그런현상을[질서를뛰어넘는질서]라고했다.
또한가지는,
거리를청소하고있는흑인(아마도옛프랑스식민지출신일것이다)에게앞에보이는성당의
이름을물어보니전혀무반응,단한마디도알아듣지못하는것같고물론어떤대답도없이
웃기만한다.
그런흑인이빠리에서살아간다는것은어떤면에선비극이안닐까.
언어의소통없이인간적인삶을살수가있을까.
차라리고향에서가난하지만말을알아듣고말을할수있는소통하는삶이더인간적이아닐까
하는생각을해봤다.
빠리를천천히걸어다니면서비로서알게된사실은,
청결하고윤기흐르는수많은식당들이즐비하다는점이다.정말돈만있으면먹는걱정하나는
완전히잊고살수있는곳이빠리다.
지하철역을드나들면서관찰해보니,
모든사람들이예외없이드나드는문을이용하면서다음사람을위해잠시열린문을붙잡고있었다.
피부색이나인종에관계없이확실하게정착된문화였다.
결국남을위하는길이자기를위하는길임을터득한사람들의행동인것이다.
아내는잠자리에들기전빠리에서의하루경비지출이얼마나되는지를계산해본다.
사실여행에서는꼭필요한일이기도하다.
빵과음료에117프랑,(약2만원)
텔레카드와지하철까르네까지합쳐하루비용이약38.000원정도.
상당히절약한셈이다.
저녁식사를마치고나니오후8시30분,
시차때문에밀렸던잠이한꺼번에쏟아진다.
아마오늘밤은깊은잠에떨어질것이다.
빠리에서의첫날밤은그렇게저물고있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