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3.
9월14일토요일.
마담은토요일에늦잠을자기때문에우리는그녀가미리식탁에준비해놓은것으로둘이서
아침식사를했다.
틀림없이도모꼬양도늦잠을자는모양이다.
바게뜨와잼,그리고커피가전부다.
참으로빈약한아침식사가아닐수없다.
빠리의중산층가정이이렇게빈약한아침식사를한다는사실이믿어지지않았지만사실이그랬다.
우리에게만그런것이아니라그들도그런식사를했으며우리가떠날때까지내내그랬다.
우리는이집의맛없는커피대신우리가가지고온국산커피를마셨고아침식사후지하철을이용.
오여사댁으로갔다.

구입한지5년이된소나타1을그들부부와함께타고늘가보고싶었던[오베르]로향했다.
이차는워싱턴근무때구입한것으로그대로가지고온것이라고했다.
약40분을주행한후지금은관광지가돼버린깨긋하고작은마을오베르에도착했다.
먼저샤토에올라가보고이어고호의그림으로유명해진[오베르교회]를찾았다.
지금은많이낡았지만아직사용하고있었고오늘도결혼미사가있었다고한다.
교회내부는깨끗했고작고아름다운파이프올갠이있었다.
아내는그교회를보는순간크게감동했고오여사와함께90여분의말미를얻어이젤을펴놓고
오베르교회를그리기시작했다.
그동안오여사의남편인이광열군과나는내가이곳에도착해서잃어버린(어디엔가놓고일어섰을
것이다)[프랑스여행안내]책자를찾아우리가다녔던곳을여기저기살펴봤다.
결국책은찾지못했고나는내기억력이확실치못한점에대해스스로자책했다.

다음에간곳이오베르의공동묘지.
작은마을에비해묘지는컸고아름답게손질되어있었다.
북쪽의담밑,
빈센트반고호와그의동생데오의무덤이나란히있었다.
그것은아이비가덮여있는지극히평범한묘지였다.
초라한두개의비석에그들의이름이쓰여있지않았다면찾을수도없었을것이다.
수많은사람들의가슴에뜨거운감동을안겨준위대한화가의그초라한무덤은그러나
우리부부에게는감동적이었다.
이곳에와보기를늘희망했었기때문이다.

짧은생애에도2000여점의그림을남긴,근대회화의길을연이위대한화가는생전에
[붉은포도밭]단한점을팔았을뿐,동생데오의도움으로궁핍한삶을이어갔다.
고향땅네델란드가아니고이오베르의공동묘지에영민한그의명복을다시빌었다.
그가그린해바라기,밤하늘의별,그리고붓꽃과감자먹는사람들,용트림하는삼나무는
다시그누구도그렇게그릴수는없을것이다.
수많은화상과부호들이그의그림으로엄청난치부를했지만빈센트반고호는지금여기
오베르의초라한묘지에말없이묻혀있는것이다.
글자그대로그는갔지만그의위대한예술은영원히남아있을것이다.

마을중앙에있는고호기념박물관은작은규모의3층건물.
아래층은레스토랑,2층은그림과책,엽서등을팔고있었고다락인3층이고호가쓰던침실이었다.
한평이조곰넘는작은방,작은철제침대하나,천정에채광을위한창문하나,
이렇게좁고초라한공간에서어떻게그토록위대한그림들이탄생될수있었을까.
정말놀라운일이었다.
그의천재성을다시한번생각해보지않을수없었다.
다른방에서잘만들어진고호에대한슬라이드를보고몇가지그림사본을샀다.

점심시간,
우리는고호가그림을그렸던교회뒷편밀밭,바로그곳에차를세우고차의뒷트렁크위에
식탁보를편후오여사가준비해온맛있는바게뜨샌드위치와커피,과일을차려놓고즐겁게
식사했다.
바게뜨샌드위치는약간은생소한음식이지만사실은식빵으로만든샌드위치보다훨씬더맛이
있다.한가지주의할점은위치선정을잘하고접근해야지자칫입의어떤부위를베일수가있다.
바게뜨의짤려진모서리들은그렇게날카롭다.
빠리시내의간이매점에는언제나여러종류의바게뜨샌드위치가진열돼있고생각보다는사먹는
사람들이많다.
평범해보이는이밀밭이고호의눈과손을통해그토록감동적인그림이되었으니참으로
감탄할일이아닐수없다.
식사후우리들은밀밭주위를오래도록걸어다니면서위대한화가를기렸다.

아내와오여사가그림을그리는동안이군과나는동네의카페에들어갔으나관광객들이
모두먹어치우는바람에내놓을것이하나도없다고한다.
고호생전,단한점의그림도사주지않은이마을이지금은고호때문에먹고사는것이다.
이점예수와이스라엘도마찬가지다.
일본인관광객은여러가족을만났는데한국인은볼수가없어섭섭했다.
나중에아내가한국인한가족을만났다고했다.

오베르를떠난것이오후5시.
이군내외는우리를민박집앞에까지데려다줬다.
그리고집을본후[그랑노불]이라했다.
전에는귀족이살았던큰집이라는것이다.
그들은빠리에살지만이런집안에는들어가보지않았을것이다.
그러니안이얼마나낡았는지모르는것이다.
실제로빠리에유학하고있는한국학생에게서이런얘기를들었다.
[밤낮지하철만타고다니니땅위에무엇이있는지잘모른다]는것이다.
그러니아무리빠리에오래살아도그들과같이살아보기전에는프랑스인가정의내부사정을
알수가없는것이다.

저녁식탁은,
카레가섞인,굵은국수위에고기를얹은요리다.
사과쪼갠것,그리고티와토스터에구운빵.
(마담은토스터에빵을넣고얘기에열중하다가여러번빵을태우곤했다.대개는세바스챤이
미리빵을꺼내서화를면하곤했다.)
그렇게메뉴는매일저녁바뀌고있다.
아무튼이댁을떠날때까지상당히다양한프랑스가정요리를먹을것같다.
마담은14세된큰아들세바스챤때문에고민이많다고한다.
세바스챤은미남형이고그금발은아내가경탄할정도로아름답다.
말수가적은소년이고아주예민하게생겼기때문에엄마속을태우는모양이다.
그에비해어린아들매튜는성격이개방적이고울음보다.
우리와도곧친해졌고우리방과붙어있는자기들방에서곧잘형과싸우곤한다.

잃어버린[프랑스여행안내]책자때문에서울로전화,직원에게같은책을구입,DHL로
보내달라고부탁했다.
그리고미국의Pasadina에유학중인딸에게전화했다.
학교에는열심히출석하고있는데수업시간에히어링이어렵다고한다.
(딸은ArtcentercollegeofDesign에유학중인데미리회화반에서예비교육을받고
수업에들어가라고했지만수업료가비싸고스스로영어를많이준비했으니바로수업에
들어가겠다고했다.)
우리가프랑스로출국하기전발송한우편물은아직받지못했다고한다.

저녁식사후도모꼬양은정장을하고외출한다.
[바트뮤슈]에간다는것.
야간에세느강을오르내리는유람선을타러가는것이다.
우리는이미전에그배를여러번탔지만정말아름다운빠리의야경을즐길수있는상품이다.

오베르를오가면서잘관찰해보니프랑스의시골은생각보다아담하고아름다웠고거의가
평지였다.
언젠가는렌트카로직접여행해보고싶은곳이다.
우리부부는이미유럽의가장아름다운곳을직접차를몰고둘이서여행할계획을가지고있다.
프랑스로할것인가,아니면스코트랜드로,아니면독일의로맨틱가도로갈까.
이제는구체적인계획을세울때가된것같다.
FM104mgh로클래식음악을들으면서잠을청했다.
밤새도록격조높은클래식음악을내보내는이방송이몹씨부러웠다.
작곡가,곡명,연주자를알려주는것외에어떤말도없다.
방송시간의반을말로채우는수다스러운우리FM과는너무대조적이다.
오늘의제일큰수확은늘가보고싶었던오베르를다녀온것이다.
토요일임에도불구하고쉬지도못하고친구를위해수고한오여사내외에게깊이감사한다.
여행중인사람에게는당연한것같지만빠리에서일상을사는그들로서는많은시간과수고를
아끼지않고우리를위해애쓴것이다.

이제빠리도,마담과그가족과도조곰씩친숙해지고있다.
그러나이댁에서기르는개와고양이와는그렇지못하다.
개는너무크고못생겼고,크고검은고양이는우리가식사할때마다나타나서노려보기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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