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5 .
9월16일월요일.
날씨는청명했고기온은어제보다올라가있다.
우리는아침일찍민박집을나와지하철을이용,루불역까지갔다.
거기서부터는걸어서오늘가보기로한[생트샤펠성당]을찾기시작했다.
아내가좋아하는뽕뇌프다리를건너시테섬으로들어갔고최고재판소와경시청건물에
둘러쌓여있는그성당을찾았지만입구는결코쉽게나타나지않았다.
경시청입구의경찰관에게물어보고야입구를찾을수있었다.
입장료는1인당32프랑,
정말보석같이아름다운성당이었다.
특히2층예배실의스테인드글라스는유럽최고가아닐까하는생각이들정도로아름다웠다.
우리가가지고다니는[빠리]라는여행안내책자는여러나라사람들이같은책의서로다른
번역본을들고다녔다.
마침폴란드에서온중년부인의옆자리에앉아쉬게되어그책에대해얘기했고,폴란드의
로마카톨릭에대해대화를나눴다.
정말푸근한인간미가느껴지는부인이었다.
시간에쫓기지않고여유있게관광한다는것이새삼즐거웠다.
그곳을떠나다시뽕뇌프다리를건너가장번잡한네거리의카페에들어가실내석에앉았다.
나는[코르크무슈],아내는계란후라이와까뻬올레를주문,86프랑으로가벼운점심식사를
즐겁게끝냈다.

그후루불에들어가이미여러번구경한,중국인이설계한유리피라밋을다시한번찬찬히
살표본후개선문방향으로뚫려있는,콩코드광장까지이어지는[뒬레르]공원으로진입했다.
천천히걸으면서공원을산책했고아이스크림을사들고벤치에앉기도했다.
이공원은맨땅에서먼지가많이일어나는게단점이다.
공원에는대낮인데도젊거나중년의,한참일할나이의사람들이많이나와있었다.
프랑스의실업율과어떤관계가있지않을까하고생각했다.
어느나라를막론하고실업자들은공원에많이모이기때문이다.

다음우리가간곳이[오랑쥬리미술관]이다.
입장료는1인당28프랑,
세잔느,마티스,유트릴로등인상파화가들의그림이전시되어있다.
지구의무게보다도더무겁다는피카소의여인상도있다.
그러나무엇보다도이곳이유명한것은지하전시장두개의방8면을채우고있는모네의
수련시리즈님페아(Nymtpheas)때문이다.
아마도놀라운,대형의이그림은사전에이건물벽에전시하기로하고그린것이아닐까하는
생각을가지게한다.
모네의말년,더어떤욕심도없이그려낸대작임에틀림없다.
이번빠리여행에서얻게되는큰소득의하나다.
유독일본인관광객들이많다.
혹시모네의일본인부인때문에더그럴지도모른다.
한가지안타까운것은일본인들이관객의3분의1을점하고있는반면한국인은만나지못한
사실이다.
루불까지는와도이곳으로는오지않는관광상품에도문제가있다고판단된다.
아내는그림그리기를열망했지만이미시간이늦었고너무많이걸었기때문에피곤해서
귀가하기로했다.

지하철을타기위해콩코드역의입구를찾았지만보이지않는다.
마침할머니한분이우리앞으로걸어오기에질문해봤지만친절하고정열적인설명도
불어로하니알아들을수가없다.
겨우손짓으로가리키는방향만알았을뿐이다.
일단앞으로걸어가다횡단보도앞에서신호가바뀌기를기다리는,키가아주큰프랑스아가씨
에게다시물어봤다.
그녀역시불어로설명,그러나방향은훨씬구체적으로가리킨다.
그런데,
대개의지하철역은그역의이름과그역을통과하는지하철의번호가표시되어있게마련인데
알려준방향에나타난지하철역은metropolitan의표시만있고번호가없어그냥지나가려고
하는데,그때누군가가내팔을꾹찔렀다.
돌아보니횡단보도에서우리에게역의방향을가르쳐줬던그키다리아가씨였다.
그녀는우리가역을지나칠까봐뒤에서따라왔던것이다.
영어를한마디도못하는것은답답했지만그친절에는정말깊이감사했다.
일단에트왈역까지가서2번선으로갈아타고빌리에까지갔다.
그만큼이제는빠리의지하철이용에도익숙해져있었다.
빌리에에도착한것이오후4시30분경,
가게에들려물두병을사가지고방으로갔다.
일단침대에누워쉬었다.
너무많이걸어서피곤했지만정말즐거운하루였다.
자기가계획하고,자기발로찾아다니는여행,모르면아무벤치에나주저앉아책을펴놓고
공부하는,바로이런[빠리여행]을지금실행하고있는것이다.
그것은참으로오래동안생각하고준비한여행이었기에피곤하지만만족한하루가된것이다.

지금은여행안내책자도전문화되고계속새판을내놓기때문에집중해서읽어나가면아무리
초행길이라해도못갈곳은없다.
사실,더중요한것은도전정신과용기의문제다.
혼자서하는외국여행이결코쉬운것은아니지만사실못할것도없다.
준비만철저히하면충분히가능한일이다.
또한가지는대개의경우그나라사람들은여행자에대해친절하고관대하다.
그것은모로코의말라케쉬에서스코트랜드의에버딘까지차이가없다.
평생패키지를따라다니는여행밖에할수없다면그건참으로애석한일이다.
같은여행경비로더넓고깊고,느긋하게얼마나많은곳을다닐수있는가.

외출에서돌아와현관을들어서는데뜻밖에도한국인여학생한명이우리앞에서있다.
우리를이미알고있다는표정으로.
이름은오정은양,빠리에서인형과인형극을전공한다고했다.
유학생인오양은마담의소유인하녀방을사용하는조건으로일주일에11시간을이집에서
일한다고했다.
아내의설명에의하면그하녀방은꼭대기층에있으며한사람이겨우응신할수있는아주
비좁은공간이라고한다.
마담같은빠리쟝들은자기소유의하녀방을유학생들에게빌려주고여러가지가사를돕게하는
것이하나의유행이라고했다.
오양은다리미질등가사와개를산책시키는일,매튜를학교에서데려오는일등을했다.
사실기분은썩좋지않았지만빠리에서의유학이얼마나어려운일인가하는점을생각했다.
딸을외국에유학시키고있는입장에서그건결코남의일이아니었기때문인지도모른다.

저녁식사시간전,
둘이서뒷길의시장에나가여러가게를구경했고(그건정말재미있는시간이었다.)
딸기케익작은것2개와초코크롸상하나를사가지고돌아왔다.
오는길에커다란꽃가게에들려여러가지프랑스의꽃들을구경했다.
그러나아내는저녁식사후기어이다시가서꽃을사왔고내가잠든후에도오랜동안꽃을
그렸다고했다.결국이꽃그림은아들의결혼식때아름다운청첩장으로사용했다.

저녁식사의메뉴는,
생선튀김과소스,그리고곁들인감자였다.
정말맛이있는요리였다.
마담은자기가오늘8시간의수업을했기때문에후식용과일준비를못했다고했다.
대신식후에요구르트를내놨다.
식사도중오여사에게서전화가왔다.
이군이금요일에휴가를내고우리와함께벨기에의부르헤에가기로했다는것이다.
또한번큰신세를지게됐다.

이집의못생기고(마담이들으면안된다)송아지만큼큰검은세퍼드는암컷으로이름이[비키]다.
마침응접실의다낡아빠진소파에엎드려팔걸이에턱을대고는열심히텔리비젼의만화영화를
보고있다.
이럴때는누가불러도요지부동이다.
마담은그개가텔리비젼을볼줄안다고우긴다.
현장이그러하니아니라고할수도없지만,쉽게동의할수도없는일이다.
도대체이렇게덩치가큰개를집안에서키운다는것은우리로서는이해할수가없다.
게다가이커다란개때문에집안구석구석까지온통개털천지다.
아내는우리방에서이개털을없애기위해이미대청소를한바있다.
거기에비하면고양이로인한피해는거의없는편이다.

빠리의짧은가을은걸어다니기에아주좋다.
땀도나지않고관광객도많지않다.
미국인,일본인,그리고동구에서온사람들은쉽게만날수있는데한국인들은아주적은편이다.
신발은새것을사가지고왔는데도워낙부드럽게만든것이어서발이편하고아무문제도없다.
그러나우리의복장과어깨에메는가방은더가볍게,능율적으로조정할필요가있다.
오늘은확실히조곰무겁게준비했던것같다.
결국모든형태의여행에서가장어려운점은필요한짐의부피와무게를기술적으로줄이는
문제다.
그만큼연구가필요한일이기도하다.
오늘은오랑쥬리미술관에서모네의정원을그린미술책(150프랑)을샀기때문에비교적비용을
많이쓴날이다.
입장료,점심식사,물과꽃등,합계480프랑(약79.000원)을썼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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