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에 체류기- 7 .
9월17일화요일.
날씨는청명했으나세느강가에는바람이많이부는추운날씨다.
오늘은예술인들의거리로유명한생제르맹데프레에가기로했다.
우선오전에는그동안밀려있는빨래도해야하고또한식점심을위해오여사댁에가기로하고
빨래할것을배낭에넣어짊어지고아내는화구를챙긴뒤지하철로빠씨구로향했다.
도착즉시빨래부터했고그동안나는그댁소파에서잠시졸았다.
그후오여사댁에서걸어서약15분거리의세느강중앙에조성한공원의산책로로나갔다.
산책이나조깅하기에알맞는아름다운길이다.
그러나바람이계속불어오여사와아내는6번전철이다니는교량밑에자리잡고에펠탑과세느강을
그리기시작했다.(오여사도수채화를그리는분이다.)
그동안나는그아름다운산책로의벤치에앉아FM으로음악을듣고책도읽었다.
그런데이해할수없는것은아름답게만들어진벤치가나처럼다리가긴사람에게도크다는사실이다.
벤치에앉아서발이땅에닿지않았다.
도무지이해가되지않았다.
왜프랑스인들이이런벤치를만들어여기에가져다놓은것일까.알다가모를일이다.

약한시간후,
아내가있는곳으로가보니바람이많이부는데도그림은기본구도가거의완성되어있었다.
점심시간이되어화구들을챙겨오여사댁으로향했다.
뜻밖에도집입구에서점심식사하러집으로오는이군과마주쳤다.
빠리는식비가워낙비싸기때문에꼭집에와서점심식사를한다고했다.
점심시간은12;30-14;30분까지2시간,
프랑스인들은대개12;00-14;00까지라고한다.
점심시간이긴것은라틴계국가들의공통점인것같으며그런여유가생활양식으로정착된것일것이다.
아무튼빠리에서별도로한국식당에가지않고도며칠에한번씩오여사의훌륭한한식을먹을수
있다는것은정말감사한일이다.
오늘은약간의포도주도곁들였다.

채마르지도않은빨래를짊어지고민박집으로돌아왔고곧가벼운차림으로생제르맹데프레를
향해출발했다.
그런데지하철에서문제가생겼다.
내가매일매일방문하는지역을가기위해별도카드로만든지하철운행표가맞지않는것이다.
지도에는루브르리볼리역에서4번으로갈아타는것으로표시되어있었는데리볼리역에내려보니
환승안내표식도없고출입구도보이지않는다.
그리고1번선은계속지나가고있다.
세번째전철이지나간후,어떤젊은이에게물어봤다.
잘모를때는언제든지물어보는게제일이다.
대답은,다음역인샤틀레에가야환승이된다는것이다.
(후에체크해보니지도는잘못읽게되어있었다)
한역을더가니환승표식이있었고그대로따라가4번선으로갈아탔고이어생제르맹데프레역에서
내렸다.
출구로나가니바로옆에지도에서봐뒀던대로빠리에서가장오래된생제르맹성당이있었다.
이오래된성당은지금도사용하고있었으며수리를하지않아아주낡아보였다.
그러나정말아름답게지은성당이었다.
그앞에생제르맹대로,
거리의분위기는다른곳과는전혀달랐다.
젊은이들이많고,활기가넘치고,옛문인과철학자들이모였었다는그유명한카페뒤마고등,
쟁쟁한건물들이늘어서있었다.

지하철환승때문에생각보다늦게도착했기에우선서점에들어갔다.
그리고행운이따랐다.
어제오르세미술관에서봤던LeonBelly의[순례자들]그림이(양쪽은조곰씩잘려나간)실려있는
화집을찾아낸것이다.
그것도450프랑짜리를200프랑으로할인판매하는기회를잡아사게되었으니기쁨은컸다.
아내는어제와오늘계속해서대어를낚은셈이라고했다.
생제르맹에온보람이있었다.
번화한중심지를조곰벗어나약간여유있어보이는카페에들어가까뻬올레와카프치노를시켜놓고
생제르맹거리와그곳을오가는사람들을구경했다.
나름대로관찰해본바로는,
정말빠리쟝은(이제그구분이어느정도가능해졌다)
도대체뚱뚱한사람이거의없다.
남여를불문하고날씬하다.
민박집의마담도거의식사를안하고담배만피워댄다.
체질이그런것인지아니면피나는노력을하는지는알수없지만그들은한결같이몸매가날씬하다.

같거나비슷한복장을한사람이없고비싸보이는옷을입은사람도보이지않는다.
개성적인것,
자기만의것을추구하는노력이보이고그만큼모두가개별적으로아름답다.
고급패션은수출하기위해만든다는말이사실일것이다.
특히돋보이는것은자기몸에걸치는옷과그색깔이자기에게어울리도록선택하는높은안목이다.
미국에유학중인딸이들려준얘기가생각났다.
ArtCenterCollegeofDesign에는세계여러나라학생들이함께공부하고있지만색상을만들어
내는실력에서는미국학생들도라틴계를따라가지못한다는것이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고프랑스를여행해보면실감나는얘기다.

아무도다른사람에대해참견하지않는분위기다.
두젊은남여가팔장을끼고걷는데여자는완전히빨강털실로만든아주특이한가발을쓰고있다.
전혀그누구도의식하지않는개성적인차림이다.
자기만의복식,헤어스타일,가지고다니는소도구,신발,이모든것들이지극히개성적이고
본인들에게아주잘어울리는것들이다.

뜻밖에빠리의거리는서울에비해아주지저분하다.
지하철표도아무데나버린다.
개선될기미가전혀보이지않는이러한심리의바닥에는과거식민지에서온검은청소부들이
그것들을청소한다는,그들을부려먹는다는생각이깔려있는것은아닐까.

오후5시30분경,
귀가하기위해지하철로샤틀레역까지가서(1)라데빵스를기다리는데오는차마다손님들이
내리기만할뿐타지않은채출발한다.
역에서는무엇인가를어나운스먼트하고있지만불어로하니알아들을수가없다.
옆에있는중년여인에게물어보니영어를전혀알아듣지못한다.
다시나이지긋한남자분에게가서물어보니그런대로알아들을수있게설명해준다.
이곳샤틀레역과콩코드역사이에사고(아마도폭탄테러같은)가있어경찰이투입되어있기때문에
전철운행이스톱되었다는것이다.
(마담의얘기로는그런일이자주있다고한다)
그런데상당수의사람들이침착하게그자리에서서기다리는것을보니이런일을자주겪는모양이다.
처음에는스트라이크인줄알았다.
이들의표정에서읽을수있는것은경찰-공권력에대한신뢰가있다는것과경찰의지시에협조하는
자세였다.
공동체의질서는그렇게시작되는것이라는생각을해봤다.
상황설명을들은아내는즉시공포감을느끼면서바로지하철역을빠져나가자고한다.
지상에올라와마침지나가는택시를타고민박집으로향했다.
저녁식사시간을지키지못하면마담에게도,우리에게도부담이되는것이사실이기때문이다.
택시운전사는대각선으로가장짧은길을택했다.
서울을기준한다면빠리의택시는굼뱅이다.
달릴수도없고달리지도않는다.
그러면서도최단시간과거리로지정한곳에차를갖다댄다.약25분에56프랑.

빠리의택시는우리와는아주다르다.
우선택시의모양이일정하지가않다.색깔도서로다르다.
세단형이있는가하면웨곤형이있다.
택시라는똑같은표식만없다면일반승용차와전혀구별이안된다.
그리고요금도세가지로나누어지불하는시스템이다.
시내,시외,장거리가그것이며달리는택시에는그중한가지요금표시등이켜져있다.
그리고공항에서짐을싣고타게되면사람과짐에대해각각다른요금을요구한다.

저녁식사는,
며칠전먹으면서맛이있다고칭찬했던그호박요리가다시올라왔다.
여전히맛이있다.
그리고당근을채에친,새콤새콤하면서도맛이있는요리도먹었다.
매튜는새농구화를신고마루를울리며걸었고우리가새신발에대해칭찬해주기를기다렸다.
오늘저녁식탁에서도마담은네조각의빵을까맣게태웠다.
토스터가시간조절기능이고장난고물이기도하지만마담의이악습은고쳐질기미가전혀
보이지않는다.

도모꼬양은내일귀국할것이고,
우리는벨기에로떠날예정이어서서로주소를교환하고함께사진도찍었다.
호주에서나고자랐기때문에지금도일본과호주를오가면서일한다고했다.
일본여자로서는대단히활달하고개방적인성격이며영어를아주잘하는똑똑한아가씨다.
우리는그녀가서울에오게되면꼭전화해줄것을희망했다.

이군에게서들은에피소드한가지.
내일그는사기죄로고소되어미국에서체포-지금프랑스에수감되어있는사람을만난다고했다.
한국인여자가사기죄로고소했으며교민보호차원에서만나게되는영사업무의일환이라고했다.
그의말에의하면,
프랑스에서는뜻밖에경찰등,공권력이아주강하고민주국가이면서도공권력이가지는힘은
막강하다고했다.
(이점은미국도같다고할수있고,이탈리아에서도느낄수있는분위기다)
그리고프랑스에서는범죄자에대해서는아주가혹하고거칠게다룬다고했다.
결국한나라가선진화한다는것은결과적으로강력한공권력이필요해진다는뜻이다.

밤10시가되니피곤이한꺼번에몰려온다.
그대로잠자리에들었다.(계속)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