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청명한날씨고따뜻하다.
나는7시에,아내는8시에일어났다.
아침에일어나는시간이자꾸늦어지는것은그만큼여유가생겼다는의미일수도있다.
부엌에가니마담이우유를준비했고,둘이서아침을준비,간단한식사를했다.
마담은저녁에바게뜨를사가지고오는데반드시두꺼운헝겊에빵을둘둘말아놓는다.
이튿날아침에도신선도와맛이유지되기때문에좋은방법같다.
오전중에는,
214RudeRivoli까지가보기로했다.
지하철을타고뛰를리역에서하차,번지수를찾아올라가니빠리비죵사무실이나타났다.
영어로된카달로그와몽셀미셀로떠나는버스의출발장소를물어확인한후아침에더아름답게
보이는뛰를리공원을잠시산책했다.
어제약속했던대로오여사댁으로갔고점심은오여사가준비한한식으로푸짐하게먹었다.
그리고세탁도하고,조선일보도읽었다.
일단방으로돌아온후,
그림도구들을챙겨들고마담이소개한가까이에있는몽소공원을향해출발했다.
마담은젊었을때세바스챤과매튜를데리고자주몽소공원에갔다고하면서우리가가보기를권했다.
빌리에다음역인rome에서하차,곧찾을수있었다.
공원은작았지만대단히아름다웠고자연스럽게꾸민녹색의장원이었다.
가장돋보이는것은애기들을데리고나온젊은엄마들과수많은유모차들,그리고예쁜애기들이었다.
대조적으로아주나이많은노인들도많았다.
가끔젊은연인들이아름다운벤치에앉아있기도한몽소공원은정말살아있는시민들의휴식처였다.
그리고우리와크게다른점은,
스피커의음악이없다.그러니공원전체가아주조용하다.
팻말이없는데도잔디에들어가는사람은없다.
물론음식을펴놓고먹는사람도없고행상은아예보이지도않는다.
글자그대로조용하고,아름답고,시민스스로가질서를지키고있는그림같은공원이다.
남녀1조로된공원관리인들이계속순찰을돌고있고개와자전거는출입금지다.
애기들이많기때문이라고한다.
우리는공원을한바퀴돌아본후,
노마시아연못의코린트양식의기둥들이서있는곳을택해이젤을폈다.
아내가그림을그리는동안나는리시버로음악을들으면서아름다운공원안을산책했다.
약두시간에걸쳐스케치와그림이대강완성됐고많은프랑스인들이가던길을멈추고그림을
드려다보기도하고엄지를들어격려하기도했다.
오후6시반에자리에서일어나방으로돌아왔다.
마담의저녁식탁은,
밥과가지로된요리였다.
흡사우리의찌게비슷한것인데아주맛이좋았다.
여기에훈제햄과신선한바게뜨를겻들여먹으니과식할수밖에.
이제마담의요리에우리의입맛이길들여지는것같다.
그동안지켜본마담의생활은우리가일반적으로짐작하는프랑스인의그것과는달랐다.
무엇보다인상적인것은대단히검소하다는점이다.
마담은선이굵고윤곽이뚜렷한얼굴이기때문에조곰만화장을하고정장을하면정말멋져보이는
프랑스여자다.
그러나마담은언제나검소한옷차림을하고있다.
생활자체가그렇게검소하다.
마담은옛것을버리지않는다.
오여사는프랑스여자들이옛것을버리지않는다는얘기를여러번했었다.
손잡이가떨어진커다란사기잔을그대로쓰고있다.
이댁부엌의살림살이는거의모두가전세대의것이다.
그리고마담의생활을잘살펴보면살림살이에큰비중을두지않는다.
그것은그만큼다른면에더많은시간과노력을경주하고있다는얘기다.
이점은우리나라주부들과아주다르다.
빠리쟝이뚱뚱해진다는것은상상도못하는일이다.
마담도커피를많이마시고담배를많이피운다.
대신식사량은아주적다.
먹는일에거의비중을두지않는다.
마담은정말마음이넓은여자다.
빵을잘태우고우유사다놓는것을잘잊어버리기는해도늘친절하고다른사람에대한배려가큰
여자다.
민박인에게그러는것이기보다는천성이그런여자다.
그만큼우리는정말한식구처럼마음편하게지낼수있었다.
나는마담의요리솜씨에큰점수를주고싶다.
우리부부가프랑스가정에서매일저녁다양하고맛이있는요리를먹을수있었던것은마담의
훌륭한요리솜씨덕분이다.
마담은그요리들을아주쉽게해내곤했다.
우리방에는커다란창문이길을향해나있다.
창문가까이에의자를갖다놓고앉아지나가는빠리쟝들을관찰하는재미도빼놓을수없는즐거움이다.
거개의프랑스인들은몸집이작고날씬하다.
176센티의내가큰편에들정도다.
그들은의상이대단히세련됐는데같거나비슷한옷을입은사람들을찾아보기힘들다.
자기자신에대한[주제파악]이분명한옷차림인데이점은우리가배울만하다.
결코비싸보이는옷은아닌데도멋이넘친다.
걸음걸이는적당히빠른편이며뭔가를먹으면서다니는사람들이뜻밖에많다.
특히바게뜨를뜯어먹으면서걷는사람들이많다.
자동차를잘살펴보면,
이들의승용차는거의가작은차이며앞뒤범퍼가성한차가없다.
좁은공간에주차해야하기때문에비집고들어갈때나나올때차에앉은채앞,뒤차를범퍼로
밀어붙이고나오게되는데놀라운것은벤츠도마찬가지다.
우리처럼윤이나게깨끗한차는구경하기어렵다.
이제자동차는[소유]에서이동할때사용하는[도구]의개념으로자리잡은것같다.
그리고길가의카페나브라스리에는언제나사람들이많다.
차한잔을시켜놓고신문도보고,뭔가를쓰기도하고얘기도많이나눈다.
이런요식업소들이시민들과는아주밀접한생활공간임을알수있다.
그리고빠리의가을날씨는정말변덕스럽다.
그만큼여행할때옷준비에도신경을써야한다.
하루에도따뜻해서겉옷을벗어야하는가하면금방추워져서다시입어야하는정도다.
때로는느닷없이비까지뿌리는,도무지예측할수가없는날씨다.
그러니거리에는반팔에서털코트까지볼수있다.
정말재미있는거리풍경이다.
지금우리가민박하고있는마담의집은,
빠리17구빌리에30번지다.
처음에는잘몰랐었는데16구와함께상당히고급주택가이고지금은비록그내부가낡았고수리도
제대로못하고있지만1880년대의대저택이었던것만은분명하다.
지금은차고로쓰는공간이마차를두었던곳이라고한다.
이미여러번언급했지만뒷길에는제법짜임새있는시장이있고우체국도가까이에있다.
또서민들이즐겨사용하는모노포리-monoporix-가가까이에있어필요한일용품을사다쓰기에
편리하다.물건값은싼편이다.
교통도중심역인에뜨왈까지10여분이면나갈수있기때문에아주편리하다.
그리고몽소공원도가까이에있다.
21구를가보면17구가얼마나주거환경이좋은곳인지금방구별된다.
따라서이런지역에부엌이딸린방만구할수있다면얼마던지저렴한비용으로장기체류가가능하다.
아마도빠씨구다음으로살기좋은곳이아닐까생각된다.
빠리체류가길어지면서알게된사실들이쌓이면서이런판단까지하게된셈이다.
계속이동하는여행보다는장기민박이여행지를바르게파악하는데는가장적절한방법이아닐까
생각된다.
내일은베네치아로떠나야하기때문에미리마담에게설명했고,마담은큰짐을가지고다니면
불편하다고일러주면서우리가없는동안방은잘정리해놓겠다고했다.
내게는약간짧은,골동품침대에서편하게자는요령도터득했기때문에빠리의밤시간도그만큼
친숙해진셈이다.(계속)